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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진실, 그리고 여인들의 사랑과 증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애니타 슈리브의 대표작 『물의 무게』. 100년 전에 실제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재구성한 소설로, 숀 펜이 주연을 맡은 영화 <웨이트 오브 워터>로 제작되기도 했다. 사진기자 진은 1873년 스머티노즈 섬에서 일어났던 '루이스 와그너 살인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시인인 남편 토머스와 딸 빌리, 남편의 남동생 리치와 그의 연인 애덜라인과 함께 요트 여행을 떠난다. 진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범인으로 밝혀졌던 루이스 와그너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고,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마렌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그러던 중 남편이 애덜라인의 유혹에 빠졌다는 의심을 하게 되면서 질투와 불신에 휩싸이게 되는데….
☞ 북소믈리에 한마디!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진과 마렌의 내면적인 분노와 갈등을 묘사하고 있다. 곳곳에 재판 기록에서 인용한 증언들을 사용하고 사건의 큰 틀은 유지했지만, 사건의 전개나 등장인물 및 장소의 이름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소설화했다.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밀리언셀러 작가 애니타 슈리브의 최고의 걸작
뉴잉글랜드 문학상수상·펜 L.L.윈십 문학상 수상
오렌지 문학상 최종후보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불러온 비극"
"여자가 극한 상황에 몰리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1873년 3월 6일, 미국 뉴햄프셔 해안에서 10마일 정도 떨어진 쇼울 아일랜드 군도의 스머티노즈 섬에서 노르웨이 이민자인 아넷 크리스텐슨과 캐런 크리스텐슨이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마렌은 살인자를 피해 동이 틀 때까지 해안가 동굴 속에 몸을 숨겨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이 참혹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잠시 동안 그녀의 집에 머물렀던 루이스 와그너를 지목한다.
사진기자 진은 스머티노즈 섬에서 백 년 전에 일어났던 루이스 와그너 살인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시인인 남편 토머스와 딸 빌리 그리고 남편의 남동생 리치와 그의 매혹적인 연인 애덜라인과 함께 요트 여행을 떠난다. 진은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범인이 과연 교수형을 당한 루이스 와그너가 맞을까라는 깊은 의문에 휩싸이며 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마렌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진은 살인사건 속에서 과거의 사람들의 차례로 만나게 되고 사건 취재 중 포츠머스 도서관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마렌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과 여인들의 사랑과 증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진은 남편이 동생의 연인인 애덜라인의 유혹에 빠졌다는 의심을 하게 되면서 질투와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자신도 결국 생각하지도 못했던 행동을 저지르게 된다. 폭풍우 속에서 사랑하는 딸 빌리를 떠나보낸 진에게 남겨진 선택은 무엇인가?
이 책 ‘물의 무게’는 100년 전에 실제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작가가 재구성한 것이다. 따라서 ‘메인 주의 루이스 H. F. 와그너 재판’ 기록에서 인용한 법정증언들이 사용되었다. 기록된 증언들이 인용되고 사건의 큰 틀은 유지되지만, 사건의 전개 및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장소 명칭 등은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소설화한 것이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곳곳에서의 아름다움과 매력적인 문체를 뽐내며 진과 마렌의 내면적인 분노와 갈등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출간 당시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며, 숀 펜이 주연을 맡은 영화 <웨이트 오브 워터>로 제작되어 국내에 개봉되기도 했다. 출간하는 책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가장 극단적인 감정을 경험하도록 하는 잊지 못할 여행으로 안내한다.
책에서처럼 실제로 일어났던 100년 전의 살인사건에서 ‘아넷 크리스텐슨’과 ‘캐런 크리스텐슨’의 살해범은 법정에서 루이스 와그너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후 한 세기가 넘도록 살해범의 진위여부는 계속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추천평
“매혹적인 이야기다. 과거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와중에 한 가족에게는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 이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는 모든 일이 벌어진 후, 혼자 남겨져 아픔을 겪는 주인공이 스토리의 틀을 만들어간다. 슈리브는 불륜, 질투, 치정살인, 근친, 상실이라는 주제를 풀어나가며 강렬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 수잔 케니Susan Kenny,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속도는 두 개의 이야기가 섞인 이 놀라운 소설의 핵심이 된다. 사랑이 만들어낸 참상을 성공적으로 표현한 이 소설에서 독자들이 숙고하고 음미할 것들이 넘치고 넘쳐 난다.”
- 헬러 맥알핀N. Heller McAlpin,
탄탄한 구성,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 탁월한 플롯과 뛰어난 심리 묘사가 이뤄낸 강렬한 소설이다. 슈리브는 그녀만의 매혹적인 스타일과 분위기를 보여준다. 입센Ibsen의 희곡이 앤 비티Ann Beatie의 소설 속에서 폭발한 것 같다.
- 모린 맥레인Maureen McLane, <시카고트리뷴Chicago Tribune>
“어둡고 형체를 왜곡시켜버리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스토리가 서서히 비극으로 나아간다. 두 스토리 모두 원시적인 욕정을 느끼게 한다. 마치 등장인물들이 말을 잃어버린 채 시선이나 몸짓, 접촉에 의지해야만 하는 것처럼…. 강력한 성공작이다.”
- 바바라 피셔Barbara Fisher, <보스턴글로브Boston Globe>
책속으로 추가
“결혼생활은 만족스럽니?”
“견딜만해.” 내가 말했다.
“내 말은…” 어색한 손짓을 하며 그가 말했다. “아이 문제에 있어서 말이야….”
“오빠 말은 남편이 기간에 맞춰서 씨를 주고 있냐는 말이야?” 내 말에 오빠의 얼굴이 굳었다.
혼란스러운 듯 오빠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는 불편한 상황을 만든 것은 후회했다. 오빠에게 다가가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오빠는 내 손길을 뿌리치려 했지만 나는 손에 힘을 주었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마도 오빠의 체취가 나를 울게 만든 것 같다. “나도 잘 모르겠어. 가끔씩 내가 미쳐가는 것만 같아.”
셔츠에서 오빠의 향기가 났다. 옷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다림질된 냄새와 남자의 땀내가 섞여 있었다.
그 순간 아넷이 방으로 들어왔다. 에번은 재빨리 나를 밀어냈다. 아넷은 여전히 잠옷 차림이었다. 아직도 잠이 덜 깬 듯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마렌.” 그녀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에번의 행동이나 훌쩍이는 내 모습이 이상했을 텐데 아넷은 눈치 채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지난 몇 주 동안 아넷이 눈을 가늘게 찡그리며 사물을 보는 것이 기억났다. 시력이 좋지 않은 것이다.
아넷이 두 팔을 벌리자 에번은 아넷을 안아주었다. 에번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아넷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움직일 수도 없었다. 들개에게 물려 생살이 찢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271-272
“진” 그가 외쳤다. “어서 난간에서 떨어져요. 어떻게 된 거예요?”
“애덜린이 바다에 빠졌어요.” 리치를 향해 내가 외쳤다. 그러나 바람이 강해서 그는 내 입모양만 보일 뿐 소리는 안 들렸을 것이다.
“뭐라고요?”
“애덜린이 빠졌어요!” 내가 최대한 큰 소리로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때 토머스가 위로 올라왔다. 그는 검정색 비니를 쓰고 있었고 방수복을 벗은 상태였다. 리치는 토머스에게 애덜린이 빠졌다고 소리쳤다. 토머스가 구명튜브를 바다에 던졌지만 파도는 순식간에 집어 삼켰다. 하얀 손수건이 떨어지듯 하늘에 섬광이 반짝였다. 이성을 잃은 토머스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리치는 요트를 똑바로 하기 위해 레슬링 선수처럼 몸을 반쯤 쭈그린 채 핸들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나는 궁금해졌다. 만일 내가 애덜린에게 손을 내밀었다면 그녀는 내 손을 잡았을까? 나는 일순간의 분노와 질투심 때문에 손을 내밀지 않은 건 아닐까. 그때 내가 애덜린에게 소리치지 않았다면,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쓰러지는 돛에 맞지도 않았을 것이다.
리치가 애덜린을 끌어올렸을 때 그녀의 치마와 속옷은 사라지고 없었다. 리치는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인공호흡을 했다. 토머스는 애덜린을 구하고 가까스로 다시 요트로 올라왔다. 그는 기침을 하며 쌕쌕거렸다.
분노와 절망 속에서 지치고 숨막히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바로 리치였다. 심폐소생술을 멈추고는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빌리는 어디 있어?”
306-307
나는 이 이야기의 무게를 더 이상 짊어지고 싶지 않다. 그것은 너무도 끔찍한 무게로 나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항구에 정박한 고무보트 위에서 스머티노즈 섬을 바라보고 있었다. 석양이 분홍빛 얼룩을 남기며 섬 위를 지나는 것이 보였다. 나는 보트 엔진을 끄고 한 손을 반쯤 물에 담가 손에 닿는 차가운 물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내버려두었다. 바닷물 속에 담근 손을 이리저리 저으며, 이 바다와 항구가 간직한 슬픈 비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이 섬에 와본 적이 있다. 1년 전이었다. 그때 나는 이곳의 거친 날씨에 맞서 섬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을 촬영했다. 블랙 세이지, 베이베리 나무, 애기 수영풀, 갯솔나무 등…. 이 섬은 화강암으로 된 돌섬으로, 완전한 불모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메마르고 황량한 곳이었다. 해수면에서 그리 높지 않게 들쭉날쭉 솟아오른 바위들로 이뤄져 있는 이 스머티노즈 섬에서 살려면 보통 이상의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나는 이 메마른 섬에서 살아남은 식물들처럼, 바위 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리고 살았을 당시의 사람들을 상상해보았다.
두 여자가 살해된 집은 1885년에 불에 타 없어져버렸다. 하지만 1년 전 이곳에 왔을 때, 나는 집터의 흔적을 발견해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보트 위에서 섬을 바라보며 스머티노즈 섬의 하얗게 변색된 바위들도 사진에 담았고, 바다에서 뛰어오르는 물고기와 낮게 날다가 순식간에 휙 날아오르는 갈매기들도 찍었다. 전에 왔을 때는 노란 장미와 블랙베리 열매도 볼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을 감지할 수 없었다.
8-9
리치는 빌리의 손을 잡고 방파제로 가서 빌리가 바위틈에서 홍합을 잡아 양동이에 담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었다. 나는 그들을 잠시 지켜보다가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메고 스머티노즈 섬의 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섬 전체를 구도 안에 넣어 찍고 싶었다. 내 목적지인 섬의 동쪽 끝에 이르자 바위 하나가 보였다. 그것은 말발굽 위 뒤쪽에 난 덥수룩한 털처럼 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삐죽삐죽한 바위 안쪽으로 동굴이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동굴 안까지 바닷물이 들어차 출렁거리고 있었다. 해안 바위는 미끄러웠다. 그래도 나는 카메라 가방을 물기 없는 납작한 바위에 올려놓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바위의 갈라진 틈에 끈을 고정해두고 동굴 안으로 게처럼 기어들어가 웅크리고 앉았다.
내가 앉은 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일렁였다. 동굴 입구는 동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동굴 밖으로 대서양이 넘실대는 광경이 망망하게 보였다. 내가 앉은 바위는 이끼로 덮여 있고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물보라를 일으켰다. 작은 파리들이 미친 듯이 날아오른다.
마렌의 바위였다. 나는 그 바위에 앉아 눈을 감고 상상해보았다. 그녀는 동굴 안에서 겨울밤 내내 웅크리고 앉아 있었을 것이다. 잠옷 하나만 달랑 입고 냉동고처럼 춥고 어두운 이곳에서 희미한 온기나마 느끼려고 조그만 강아지를 품에 꼭 안고 있었을지 모른다.
22-23
그날 밤, 침대 역할을 하는 축축한 매트리스 위에서 토머스와 나는 몇 인치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누웠다. 선실 안의 희미한 어둠 속에서 나는 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머리가 이마 위로 떨어졌고 눈은 무표정해 보였다. 마치 검은 웅덩이 두 개처럼 보였다. 나는 하얀 바탕에 핑크색 면으로 테두리 장식이 된 헐렁한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있었다. 토머스는 파란 바탕에 가느다란 노란 줄무늬가 있는 셔츠와 팬티만 입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손가락 하나로 내 입술 윤곽을 만졌다. 그리고 그의 손등이 내 어깨를 살짝 스쳤다. 나는 그를 향해 살짝 앞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그는 팔을 내 허리에 둘렀다.
우리에겐 사랑을 나누는 방법, 우리만의 언어가 있다. 처음엔 이런 움직임, 다음엔 저런 움직임, 서로를 건드리는 작은 손길들, 이 모든 것들은 오랜 경험으로 체득했다. 매번 지난번과 약간씩만 달라졌다. 그의 손이 내 허벅지 안으로 미끄러지고 내 손이 그의 배에서 다리 사이로 내려갔다. 그를 자유롭게 해주는 작은 손길. 내 손바닥이 그의 셔츠 밑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그는 미끄러지듯 내 위로 올라왔다. 내 얼굴은 그의 가슴과 팔 사이에서 살짝 숨이 막혔다.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그의 옷에서 희미하지만 놓칠 수 없는 낯선 향기가 난다. 바다 냄새도 아니고, 랍스터 냄새도, 땀에 젖은 아이 냄새도 아니었다. 천 번, 이천 번 사랑을 나눈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떤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은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내 위에서 내려갔다. 등을 대고 옆자리에 누웠다. 그의 눈은 선실의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146-147
첫댓글 애니타 슈리브 지음 / 역자 조한나 옮김 / 출판사 북캐슬 | 201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