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서기석 (壬申誓記石) 비문의 내용과 검토
경주시 현곡면 금곡리 석장사 근처
(현재는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비문이
새겨진 돌. 보물 제1411호로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재질은 점판암인데 비문은 신라 청년들이
착한 일(충효 실천)을 하고 공부(유교경전 학습)를
열심히 하겠다고 맹세한다는 내용이다.
[원문과 내용]
壬申年六月十六日二人幷誓記天前誓今自三年以後忠道執持過失无誓若此事失天
大罪得誓若國不安大亂世可容行誓之又別先辛未年七月卄二日大誓詩尙書禮傳倫
得誓三年
壬申年六月十六日二人幷誓記
임신년 6월 16일 두 사람이 함께 맹세하며 기록한다.
天前誓今自三年以後忠道執持過失无誓
하늘에 고하노니 지금부터 3년 후에는 충도(忠道)를 터득하여
잘못과 실수가 없어지기를
맹세한다.
* 誓(서) : 고하다(告--), 아뢰다(말씀드려 알리다)
若此事失天大罪得誓
만약에 이 일을 못하면 하늘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 맹세한다.
* 失(실) : 잘못하다, 그르치다
若國不安大亂世 可容行誓之
만약에 나라가 불안하고 크게 세상이
어지러우면 기꺼이 행동하기를 맹세한다.
* 可容(가용) : 기꺼이, 반드시
* 之(지) :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到達--)
又別先辛未年七月卄二日大誓
또한 별도로 앞서 신미년 7월 22일에 크게 고하였으니,
* 又(우) : 또한, 동시에
詩尙書禮傳倫得誓三年
시(詩), 상서(尙書), 예기(禮記), 전(傳)을
차례로 익히기로 맹세한 것이 3년간이었다.
* 詩(시) : 시경(詩經)
* 尙書(상서) : 중국 전통 산문의 근원. 서경(書經)
* 禮(예) : 예기(禮記)
* 傳(전) : 유교(儒敎)에서, 현인(賢人)의 저서(著書)
* 倫(윤) : 차례(次例), 순차(順次)
* 得(득) : 깨닫다, 도달하다(到達--), 이루어지다
[검토사항]
위 비문의 특이한 점은 한문의 어순인
주어-서술어-빈어(목적어, 보어 등)의 순서를 따르지
않고 한문을 우리말의 어순대로
주어-빈어-서술어의 형태를 따라 쓴 것이다.
이를 한글
전 한국어 표기의 일종으로 서기체라고도 한다.
조사나 용언 어미 같은 형식 형태소(문법 형태소, 허사)는
빈약하며, 실질 형태소(어휘 형태소,
실사)를 정통 중국식 한문이 아니라
우리말의 형태를 따라 나열한 문체이다.
임신서기석만이 아니라 비슷한 시기
신라의 다른 금석문에도 이처럼 우리말 어순으로 한문을
쓴 경우가 많다.
비문을 보면 "天(하늘)前(앞에)誓(맹세한다)
今(지금)自(으로부터)三年以後(3년 이후에) 忠道(충도를)
執持(집지하고) 過失(허물이)无(없기를)誓(맹세한다)"와
같이 우리말 순서에 맞게 되어 있다.
해당 부분을 진짜 한문의 어순으로 고친다면
"二人幷誓記 誓天前 自今以後三年 誓執持忠道
无過失之 ..."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말 순서에 맞는게 아니라
한문식 표기라는 입장도 있다.
이 임신년이 언제인지 732년, 552년, 612년, 672년 등
설이 분분한데, 별다른 시대 배경
설명이나 연호 없이 임신년이라는 간지만 써서 그렇다.
학계에서는 이중 612년 설이 다수인데,
국립경주박물관 이용현 학예연구사는 신라문물연구
9집(2017.01. 국립경주박물관)에 실린 논문을 통해
(앞에서 언급한) 특이한 문장 구조와
동사가 반복되는 문체가 6세기의 비문과 목간에서만
등장하는 점을 근거로 서기석의
임신년이 552년이라고 주장했다.
이 비문을 통해 늦어도 8세기 무렵에는
신라의 지배계층 청년들이 오경을 읽고 이해하기를
숙제처럼 여겼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552년 설이 입증된다면 신라 사람들이
6세기부터는 이두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된다.
신미년은 임신년의 전해이다.
임신서기석을 쓴 사람들이 신미년에 먼저 맹세하고,
이듬해(임신년)에 다시 맹세한 것이다.
원문출처--오똑이의 삶과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