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에 한반도에는 참으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일년에 내릴 비의 절반이 7월에 퍼부었습니다.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특히 저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됩니다. 물이란 것이 낮은 곳으로 무심하게 흘러 내려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대급으로 내린 비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저지대에 모여 물난리를 일으키게 됩니다. 한국뿐 아니라 북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야말로 역대급 폭우가 남북한을 모두 강타한 것입니다.
이번 역대급 폭우를 보면서 남북한의 피해와 대처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은 매년 홍수피해를 겪었습니다. 근대화가 한창인 1970년 1980년대에도 비만 왔다하면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고 인명피해도 상당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산림을 파괴되고 그 이후 나무를 베어서 땔감을 했기에 산은 민둥산이 되어버렸습니다. 산에 나무가 없으면 비가 그냥 쓸고 내려갑니다. 나무가 어느정도 물을 흡수하고 잡아주어야 비피해가 적을텐데 당시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1980년대에도 폭우때문에 도로가 잠겨 버스에서 내려 허리까지 차는 물속을 헤쳐 집으로 간 적도 여러번이었습니다.
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준설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강바닥에 모래와 흙이 쌓이니 내리는 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합니다. 비만 왔다하면 범람하기 일쑤입니다. 저수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큰 비가 올 경우 제대로 물을 가둬두지 못하니 저수지와 댐 구실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그래서 고지대에서 밀고 내려온 거센 물이 계곡을 거치면서 저수지를 가볍게 넘어 강을 범람하며 인가를 덮치는 것이 일반적인 공식이었습니다.
한국민은 자각했습니다. 우선 산에 나무가 없으면 어떤 재해를 겪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강속 모래나 흙을 준설하지 않으면 강구실을 못한다는 사실도 뼈아프게 깨닳았습니다. 저수지와 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지대에 위치한 민가들도 비피해를 극소화하기 위해 담을 높히고 모래주머니를 구비해서 비피해에 대비했습니다. 생존을 위한 안간힘을 쓴 것입니다.
그 결과 몇년전부터 수해피해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태풍으로인한 바람피해와 해일피해 등은 일어났지만 웬간한 폭우에도 견딜 내성이 생긴 것입니다. 산사태때문에 너무도 허무하게 인명이 희생되는 그런 일이 올해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물론 앞으로 강력한 태풍이 닥치면 또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국민들과 지자체 그리고 재난당국이 힘을 모아 이룬 업적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웃나라 일본보다 폭우로 인한 피해가 적은 것은 바로 국민들의 자각에 의한 대비로 생긴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국에 비해 북한의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심각합니다. 이번 폭우에도 압록강 주변과 대부분 강들이 범람해서 많은 인명피해가 났습니다. 재산피해도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산에 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몇년전 북한을 방문했던 지인이 말합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평양시내로 들어가는 데 주변 산에 나무가 별로 보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독려를 해서 그나마 많이 심었다고 하지만 한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나무들이었다고 말합니다. 평양이 이럴진데 다른 곳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비만 왔다하면 그냥 쓸고 내려가니 인명과 재산피해가 엄청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압록강 폭우피해 현장에 김정은이 현장시찰을 했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격분한 모습을 보이며 책임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합니다. 그는 "만성적인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재해방지 사업을 소극적으로 대해온 현장 책임자들의 무책임하고 요령주의적인 태도가 초래한 엄중한 결과는 자연재해보다 더 위험하며 용납할 수 없는 인명피해까지 발생시킨 무리들에게 대해 엄격히 처벌할 것이다." 라고 호통을 쳤다고 합니다. 실제로 평안북도 도지사급인 자강도당 책임비서와 한국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상을 현장에서 경질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자연재해가 왜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문책입니다. 매년 수없이 일어나는 자연재난인데 그 근본원인인 산림조림과 강과 저수지 그리고 댐의 효율적인 관리도 하지 않으면서 결과만 가지고 문책하는 우스꽝스런 그런 작태를 매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하긴 산에 조림을 하려해도 에너지원이 부족하니 몰래 몰래 나무를 베어가는 행위를 적발하지 못해 북한의 산은 헐벗고 있습니다. 오래전 한국의 산림단체가 북한에 나무심기를 도와주겠다고 하자 그러지 말고 쌀과 의약품 그리고 돈으로 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근본은 해결하지 못한채 임시변통적인 정책을 펴니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재앙으로 받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달 폭우는 정말 역대급이어서 북한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할지 그냥 미뤄 짐작할 뿐입니다. 물론 한국도 문제가 없는지 더욱 주변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북한은 근본적인 조림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재난은 계속될 것이고 국민들의 생활은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2024년 8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