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아너는 억울하게 도둑 누명을 쓰고 고향을 떠난 직조공이다. 그는 자기가 짠 직물을 파는 일 외에는 마을 사람들과 아무런 왕래도 없이 외딴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에게 유일한 낙이 있다면, 하루에 16시간씩 꼬박 앉아 짠 직물을 팔아서 번 금화를 쓰지 않고 냄비에 담아 마루 밑에 감추어 두고 밤마다 꺼내어 어루만져 보는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인생에 크나큰 변화가 찾아온다. 그의 삶의 목적 자체였던 금화를 누군가 훔쳐간 것이다. 자살까지 생각하며 비탄에 빠져 잃어버린 금화를 찾아다니다 허탕치고 돌아온 어느날 밤, 마이너는 난롯가에 잠들어 있는 두 살배기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아이의 반짝이는 금발을 금화로 착각하고 순간적으로 들떴던 그는 그 아이가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한테 버림받은 고아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이너는 그 아이를 키우기로 작정한다.
그때부터 마이너는 딱딱하고 차가운 금화 대신에 딸 에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키우며 자기를 버렸던 세상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친절을 베풀기 시작하고, 마을 사람들도 마이너를 따뜻하게 대한다. 그는 에피를 통해 난생처음으로 사랑을 준다는 것, 그리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이 세상에 선이 존재함을 새롭게 배운다.
"이 세상에 선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나는 이제 그걸 알아. 세상에는 고통과 악이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분명 선은 있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되지만, 이 소설에서 강조되는 점은 돈에 집착했을 때 고립되고 의미 없는 삶을 살던 마아너가 그 돈이 없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더시 인간성을 회복하고 진실된 인간관계를 발견한다는 아이러니이다.
투명한 유리에 금이나 은을 칠하면 거울이 된다. 유리를 통해서는 바깥 세상도 보이고 다른 사람들도 보인다. 내가 웃고 손을 내밀면 상대방도 웃고 손을 내밀어 준다. 하지만 거울에는 자기만 보인다. 금. 은으로 사방에 벽을 쌓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치 거울 속 사람들처럼 자기만 바라보고 자기만 돌보며 감옥인 줄도 모르는 채 감옥 속에서 살아간다.
사일러스 마이너는 에피를 통해서 거울 속 감옥에서 벗어났고, 그리고 말한다.
"누가 뭐래도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ㅡ 장영희의 '거울 속의 감옥'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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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George El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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