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먼 곳까지 뭐하려고 전쟁을 하러 갑니까? 그만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명분은 그럴 듯합니다.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중동까지 파병을 하고 남의 나라를 쳐들어갑니다. 막강한 힘으로 밀어붙입니다. ‘밀러’ 준위가 특별한 사명을 띄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대원을 이끌고 들어갑니다. 주어진 정보대로 위치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냥 낡고 빈 건물일 뿐입니다. 화생방 방어복까지 철저히 준비하고 들어갔는데 아무 이상한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황당한 표정으로 생각해봅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합니다. 벌써 몇 번인가? 주어진 지시대로 정확하게 찾아들었는데 아무 것도 없다?
정보가 잘못되었습니다. 상부에 보고합니다.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정보의 출처를 찾아서 재확인해보십시오. 그러나 상관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작전회의가 열립니다. 관련자들이 모입니다. 밀러 준위도 참석합니다. 그리고 작전상황을 말해줍니다. 다음 작전을 위해 정보에 대하여 재점검을 청합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반응입니다. 자네는 이의 제기할 필요 없고 그냥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군대이니 뭐라 하겠습니까? 지휘관의 명령대로 따르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니다 싶지요.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생명을 걸고 투입되어 작전을 수행하는데 아무런 결과도 없다는 것은 군인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 자리에 있던 CIA 요원이 지나가듯 말하는 것을 듣습니다. 대량살상무기는 없다. 괜한 짓을 하고 있다는 식의 말입니다. 의문이 들지요. 그렇다면 왜? 이 전쟁의 목표는 도대체 무엇인가? 누가 정보를 주고 있으며 왜 그 정보를 그대로 믿고 따르는 것인가? 작전의 책임자인 듯한 정부 관리가 모든 일을 총괄 지휘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고 있나 싶습니다. 그의 지시로 군대와 모든 것이 움직입니다. 그 사람 가까이 기자가 따라다닙니다. 그에게서 한 건 대단한 사건을 취재하려는 야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종의 거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꾸 시간만 천연하고 있습니다. 답답하지요.
밀러 곁에 따라다니는 현지인 통역관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리 하나는 의족입니다. 그래서 절뚝입니다. 전쟁 때 잃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합니다. 밀러는 그를 대동하고 다니며 현지인들과 소통합니다. 어느 날 모처에서 이라크 중요 군사 책임자들이 회의를 한다는 정보를 얻습니다. 기습을 감행하여 쳐들어가지만 대부분 비상구를 통하여 도주합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을 생포합니다. 그를 추궁하다가 그가 메모한 조그만 노트를 발견합니다. 그를 취조 중 정부관리의 지시를 받는 특수부대 요원들이 들이닥쳐 밀러를 밀쳐내고 뺏으려 합니다. 밀러는 노트를 다시 본래 주인에게 몰래 집어넣습니다. 그는 붙잡혀 갑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량살상무기는 없습니다. 그런데 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대대적 홍보가 되고 미국 내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두가 승리의 기쁨을 누립니다. 도대체 아무 것도 없는 이 나라를 왜 쳐들어와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드는 걸까요? 더구나 독재자를 제거하고는 그 자리에 망명 중인 다른 사람을 불러들여 지도자로 세우려 합니다. 소위 괴뢰정권을 만들려는 속셈이지요. 정작 이라크 국민은 전혀 바라지도 않는 일입니다. 이라크 군 장성들은 자기네와 협상을 하여 정권을 이양받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미국은 그것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거해야 할 대상일 뿐입니다. 둘 사이에 대결이 불가피합니다. 밀러는 속내를 알게 되어 중개를 해주려 합니다.
밀러는 이 정보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한 마디로 조작되었고 일단 전쟁을 일으켜서 이라크를 바꾸겠다는 속셈을 이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냈고 그를 통하여 정보를 제공 받습니다. 그에 따라 전쟁이 발발하고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랔를 침공합니다. 잘 아는 ‘사담 후세인’의 독재로 이라크가 어려움에 처하여 있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남의 나라의 침공을 받는 것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괜스레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소위 이 무슨 난리냐 이거죠. 우리끼리 해결할 일을 왜 남이 들어와서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20년 전의 사건입니다.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자국 내에서조차 국민적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타국의 침략을 받아야만 했을까 싶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각국의 국익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한 때는 그래도 미국의 지원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해관계는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언제라도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우방이라고 치켜세워도 정작 상대국이 자국의 이익에 손상이 예상된다면 언제라도 돌아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아가는 것을 밀러가 막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는 언론기관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자신의 임무로 돌아갑니다. 영화 ‘그린존’(Green Zone)을 보았습니다. 2010년 작입니다.
첫댓글 좋은날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