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연애는 어떻게 시작될까요? 이야기 속에 많이 등장하지만 막상 내가 하려면 쉽지 않습니다. 이야기와 현실의 차이라고 할까요? 그럼에도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세상사 요지경이라고 합니다. 정말 모릅니다. 그리고 당하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실 그 기분은 조금 안정이 되고 나서 느끼는 것이고 당하고 있을 때는 마음 졸이느라 신비로움을 느낄 여유가 없기도 합니다. 우리가 당하는 많은 사건들 중에서도 감정이 가장 깊이 그리고 폭넓게 작용하는 경우가 연애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겨우 두 사람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인데 말이지요. 때로는 하늘과 땅을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갈피를 잡기 어렵지요.
사람의 감정이 비교적 예민하게 작용할 때가 있습니다. 일상의 일들 속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감정 말이지요. 특히 이성간의 연애감정 말입니다. 어떤 경우에 보다 쉽게 그 감정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이 위기 속을 함께 헤쳐나갈 때, 그래서 구사일생 살아남은 두 사람이 보다 쉽게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여행 중 낯선 곳에서의 만남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어렵지 않게 일으킵니다. 소위 들떠있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여행 속에는 흔히 낭만이 스며있기 때문입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때이고 낯선 장소에 대한 기대도 있고 자연히 사람에 대한 기대도 가질 수 있습니다. 더구나 조금이라도 친절한 대우를 받는다면 말이지요.
예를 들어 나이 차가 그리 많지 않은 남녀 두 사람이 함께 일을 하거나 공동의 작업을 한다고 해봅시다. 두 사람 사이에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관심과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요? 시간이 좀 흐르면 둘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설령 사업상의 만남이라 할지라도 오래 지내다보면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사내 불륜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찌 보면 집에 있는 배우자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지냅니다. 종종 점심이나 저녁, 식사도 같이 하겠지요. 자연스럽게 대화도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꼭 업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이야기도 등장할 수 있습니다.
한국 영화감독이 일본 여행을 합니다. 촬영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젊은 여성이 통역 겸 가이드로 동행합니다. 아주 조용하고 낯선 곳입니다. 더구나 번화한 도시와는 떨어진 시골입니다. 지금은 젊은이들 거의 도시로 나가고 나이든 사람들만 살고 있습니다. 동네 사람 소개를 받아 어른들을 만나서 그들의 역사를 이야기 나눕니다. 그 마을의 숨은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지요. 사실 어디를 가나 풍경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살고 있다면 그 사람들의 역사가 숨어있게 마련입니다. 마을 풍경과 담겨있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 비교도 합니다. 감독만 가지는 감정일까요? 동행하고 있는 통역안내인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 여성이 홀로 일본여행을 합니다. 일본어도 꽤 하기에 불편함은 없는 듯합니다. 일본 소도시 역전 안내소에서 한 청년을 만납니다. 낯선 곳에서의 낯선 만남입니다.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로 보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유스케’라는 이 청년은 자기 아버지의 고향에 내려와 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직접 재배한 감을 맛보게 하고 선물로 한 봉지 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여행 안내를 자청합니다. 친절하고 사근사근하고 악한 감정을 지닌 것도 아닌 듯하니 굴러들어온 복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함께 여행을 합니다. 자기 이름도 밝혀줍니다. 그렇게 한국인 ‘혜정’은 일본인 유스케의 안내를 받으며 여행을 즐깁니다.
어찌 보면 여행도 여행이지만 두 남녀가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듯합니다. 유스케는 이미 자기가 하는 일을 밝혔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 혜정도 자신이 배우라고 소개합니다. 좀 색다른 직업이지요. 때로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놀라기도 합니다. 이런 곳에서 외국인 배우를 만난다는 것이 보통의 일이겠습니까. 그러잖아도 묘한 감정을 일으키고 있는데 더욱 호기심과 동경심에 강한 매혹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정을 알고 보니 내일 떠난답니다. 이대로 그냥 헤어져야 한다?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해도 이미 감정을 너무 쏟은 듯합니다. 오늘 밤 여기 불꽃놀이가 있습니다. 같이 가보지 않을래요? 돌아서려다 혜정이도 그럴까요? 멈칫합니다.
두 이야기가 엮여 있습니다. 영화감독 ‘태훈’과 통역 겸 안내인 ‘미정’의 이야기는 흑백영화로 보여줍니다. 뒤에 이어지는 혜정과 유스케의 이야기는 천연색 영화로 나옵니다. 두 영화가 ‘불꽃놀이’로 끝납니다. 뭔가 연결되는 느낌이지요. 조금 난해하기도 하지만 제목으로 짐작해봅니다. 그리고 흑백영화의 장점을 볼 수 있습니다. 명암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신비하고도 환상적인 느낌이지요. 2015년에 개봉했던 영화입니다. 아주 잠간 재개봉하여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취향으로는 쉽지 않으리라 여겨집니다. 정말 조용하게 진행됩니다. 과하게 표현한다면 잠들기 딱 좋은 분위기입니다. 영화 ‘한 여름의 판타지아’(A Midsummer's Fantasia)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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