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0대에 갓 진입한 직장인입니다.
다들 고생하셨을텐데 나름 명랑한 불합격한 후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ㅎ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자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다시 한번 제가 쓴 이 글을 보며 스스로 마음을 다 잡게 되겠지요ㅎ
1. 수험계기(회사 못 다니겠다. 노무사??)
10년동안 회사에 다녔지만 회사생활이 점점 더 힘들어지면서, 사회생활을 갓 시작할 때(고시공부하다가 실패해서 사회생활 진입이 다소 늦었습니다)만 해도 '내 인생에는 다시는 마약(수험생활)에 손대지 않을거다'고 다짐했건만..
저의 회사업무 중 '노무사 사무소'에게 자문받을 일이 생기게 되어, 그 때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노무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불과 올해 2월 달 중순 이었고.. 제 전공(행정학)하고도 비슷한 과목들인거 같기도 해서(민법과 노동법; 사회보험법은 그래도 좀 생소하긴 하더라고요^^;) '그래 이거다!!!'하면서 '공인노무사' 시험을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2. 영어시험 (죽일놈의 영어)
1차 접수기간 한 달 전.. 영어점수가 문제였는데요..12년만에 영어를 하려니 현기증 나더라고요.. 토익을 하려다가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자신도 없어서 그나마 도전하기 쉽다는 지텔프로 급선회.
주어진 기회는 단 두 번. (솔직히 자신은 없었습니다.)
'1차만이라도 시험을 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며 퇴근하고 와이프한테 양해를 얻어가며(출산 두달전인데 사실 너무 미안했습니다) 12년만에 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영어시험 결과는 52점. 그 중에 독해와 듣기가 처참했습니다. ㅜㅜ 남은 2주간 정말 사력을 다해 영어문제집을 풀었습니다. 게다가 문제가 익숙해지지 않고 오로지 너무 말하는 속도가 빠르고 내용이 방대한 지텔프 듣기를 공부할 때는 절망하며 네이티브가 아닌 저를 스스로 원망하며 자학했더랬지요ㅎㅎ
하필 회사에서는 너무 일이 너무 많이 몰렸는데요. 너무너무 피곤했지만 졸음을 이겨내며 그나마 주말, 평일 밤1시까지 불나게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지텔프 보는 그 주에는 저의 피같은 연차 3일을 쓰는 승부수를 감행하며 공부시간을 영어공부시간을 확보해가면서 시험본 끝에
두번째 지텔프점수는 74점.
듣기는 여전히 엉망이었지만, 특히 독해부분에서 전 시험대비 무려 40점이나 올라서 독해가 영어로 방황하는 저를 지옥에서 머리채 끌고 합격의 문으로 인도하였습니다. (와이프가 저를 보고 진짜로 짜릿한 영화를 보는 거 같다며 연신 감탄을 했더랬죠ㅎ)
공인노무사 1차 접수일에 불과 3일전이었습니다.
3. 공부돌입??(그러나 현실은 ㅜㅜ)
시험접수 후 부랴부랴 책을 몇권 사기도 하고, 당근으로 전과목 7개년 기출교재를 저렴하게 샀습니다. 1차는 ' 2달정도 빡시게 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라는 말도 안되는 항간의 소리에 희망회로를 돌려가며 샀지요.
그러나 그 회사업무가 너무 바빠져서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었고,, 와이프 출산은 점점 다가오면서 책만 사고 4월 중순까지는 공부는 못했습니다. 애초에 1차를 도전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냥 불안한 마음속에 내려놓질 못했습니다. 미련하게요...ㅎ
4. 공부시작
와이프가 출산을 하고나니 오히려 공부할 시간이 비로소 생겼습니다. 그리고 배우자 출산휴가, 그동안 모아둔 틈틈히 연차, 육아휴직을 써가면서 드디어 전업처럼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와이프를 간호하면서 틈틈히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기출문제, 각과목 이론서를 사서 보충하면서 보았습니다. (1차는 이론서와 기출문서만으로 극복할 수도 있다는 희망회로를 돌리면서요) 물론 와이프와 아기한테 소홀할 수 밖에 없는 좋지 못한 아빠이자 남편이 되어서 미안했지요ㅜㅜ
전혀 공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출 문제를 풀었는데..그냥 풀어보니 민법 8점/노동법1 20 /노동법2 40/ 사회보험 24/ 경영학 40
뭐 전혀 공부가 안되었으니 그럴 수 있으나 민법은 정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분명히 행정법을 본 경험이 있는데..와 민법은 진짜 용어자체가 누군가의 도움을 빌리지 않으면 안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급한대로 무료 유튜브 민법강의를 찾아보면서 이해하였고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며 아침9시~밤 12시까지 공부했습니다. 와이프는 다행히 도우미 아주머니가 계셔서 그나마 제가 마음의 부담감을 놓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았습니다.
5. 4days?
와이프가 조리원에서 나오고부터 본격적으로 공부에 온전히 쏟았습니다. 하필 그때부터 모 학원에서 하는 4일짜리 특강을 보면서 나오자마자 강의 동영상으로 각 과목의 개념의 틀을 잡고 공부를 하니 비로소 공부방법의 시야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강의동영상은 다 떼고, 기출로 마무리할 시간에 저는 반대로 마무리특강으로 개념틀을 잡았다니 한심하지요...)
하지만 시간은 너무 촉박했고,, 내용은 너무 방대했네요.
애초에 1차에 합격할거야 라는 마음먹은건 과욕이자 망상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극한으로 몸을 혹사해가며 해보는데까지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주부터는 '사력을 다하는 벼락치기'라는 표현이 맞을정도로 하루에 4시간만 자는 강행군으로 회독과 기출을 풀어보니
막판 기출은 평균 70점대가 나오는거 보고,,정말 하늘이 돕고, 나도 정말 조금만 공부를 열심히 더 하면..잘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라는 '어이없는 욕심과 긍정회로'를 돌리며 어제 1차를 치렀습니다.
어제는 밤을 새가며 '모든 과목을 그래도 2번은 눈에 바르자'라는 생각으로 빠르게 속독하면서 정리하고 시험장에 몽롱한 정신으로 시험장에 도착했습니다.
6.시험후기 및 결론
시험장에 들어서자 몽롱했던 정신이 초긴장상태가 되어서 그나마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저도 수험경험이 있다보니 공인노무사라는 시험의 깊이는 얄팍하지만 시험에 대한 감각(?),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는데요.
물론 애초에 저의 공부량이 한없이 부족한건 당연한 것이었으나, 그에 더하여 시험문항수가 많아지면서 생소한 표현, 박스형문제 증가, 분명히 소거를 했음에도 답이 안나오는 당황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시험난이도가 상당히 올라갔음을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시험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바로 탈락이라는 것을 굳이 가채점을 하지 않아도 알겠더라고요ㅎㅎ
가채점을 해본 결과 50/47.5/42.5/55/ 62.5
이렇게 나오네요ㅋㅋ 공부한 시간과 노력, 자료에 비해서는 오히려 잘 나온게 아닌가 싶은 점수입니다.
기대는 안했습니다. 잠시라도 1차 합격을 기대하고 욕심을 부린게 부끄러워지고 죄송해지네요.
하지만 그래도 시험은 시험이라고 밤을 샜음에도 아쉬고 마음 한구석이 아픈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합격하신 분들은 2차시험 건투를 기원하며 내년에는 부족한 점으을 보완하여 도전하도록 하겠습니다ㅎ
이런 난이도로 나온다면, 1차 시험은 최소 3개월~4개월은 소요될 걸로 봅니다.
그리고 저처럼 공부하지 마세요ㅎ 이런식으로 하시면 몸 버립니다!!ㅎㅎ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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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생하셨어요..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
직병으로는 이제 어려울 것 같아요. 럴럴한 직장이면 모를까 회사 본사라거나 격무부서에 있으면 1차 먼저 넉넉히 준비하고 2차를 보던지..
그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직병으로는 매우 어려운 시험이 되어버린거 같습니다. 하지만 도전하는 것도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서요..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그럼요 근데 아이들 애기 나오는 글 읽으면서.. 포기하는 가치가 너무 큰 것 같다는 생각이 ㅠㅠ 저도 공감
그러게요ㅜㅜ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가정에 협조해야지요ㅜㅜ
그러게요ㅜㅜ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가정에 협조해야지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