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사고따미 이야기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changss0312/blog.naver.com
불교 경전에 실린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상담에 시사하는 바가 커서 소개해본다. 특히 실의에 빠진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고따미라는 여인은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의 인물로 어려서부터 말라깽이로 그리 예쁘지 않았다. 매우 마른 탓에 말라깽이를 의미하는 끼사라는 별칭이 붙어 사람들은 그녀를 끼사고따미라고 불렸다. 이러한 그녀가 결혼해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매우 잘생겼다고 한다. 사람들은 끼사고따미가 저렇게 잘생긴 아들을 낳았다고 놀라워했고, 그런 찬사를 듣는 그녀는 더없이 행복했다.
하지만 아들이 걷기 시작해 막 뛰어다닐 무렵 갑자기 죽고 말았다. 이로 인해 거의 실성하다시피 한 끼사고따미는 아들을 둘러업고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이를 딱하게 여긴 동네 사람이 그녀에게 인근 숲속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와 계신다며, 그분께 가서 말씀드려보라고 일렀다.
부처님을 찾아간 끼사고따미는 제발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이러한 그녀를 응시하던 부처님은 그녀에게 마을에 내려가 사람이 죽지 않은 집에 가서 겨자씨를 구해오면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은 끼사고따미가 단숨에 마을로 내려와 집마다 돌아다니며 이 집에서 사람이 죽었는지 아닌지를 물어봤다. 하지만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떤 집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직도 그 아들이 슬픔을 여의 못 하고, 어떤 집에는 3년 전에 아들이 전쟁에서 죽고…. 아무리 뒤져도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이 없자, 끼사고따미는 겨자씨를 구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자기만 그런 불행에 놓여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런 아픔과 슬픔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더욱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모두 죽게 마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그녀가 실성할 정도로 괴로웠던 것은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고통을 겪지 않느데, 자기만 불행한 일을 겪는다는 비교 의식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러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자기만 불행하다는 집착에서 풀려났다. 태어난 조건이 있는 한 죽는다는 연기법을 알게 된 것이다.
연기라는 것은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식의 의존적 발생을 의미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게 아니라 조건에 따라 발생하고, 조건에 따라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원인이 있는 한 결과를 맞이하게 마련이라는 인과의 법칙을 알고, 그것을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진리로 삼는 사성제에서는 모두 고통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세상의 삶이 고(苦)라는 고성제, 고인 이유는 갈애(渴愛) 때문이라는 집성제, 고를 소멸한 상태를 의미하는 멸성제, 고를 극복하는 구체적인 방안인 도성제다.
상담에서는 고통스러움을 느끼는 마음을 다룬다. 어떻게 하면 안정을 찾아 적응하도록 돕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러한 상담이 불교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점점 인식하게 된다. 상담이 피부에 와닿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마음의 고통을 다룬다면, 불교는 뿌리 깊은 존재의 고통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苦)를 다루는 불교의 광대한 범위 안에 상담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첫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