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금치 혼의식과 상념체 정화
나는 동학농민군으로서 나의 죽음에 감사한다.
1박2일 빛의 생명나무 혼의식 정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1894년 우금치 전투에서 내가 어떻게 싸웠는지와
2015년 다시 우금치에 섰을 때 나의 혼의식의 느낌을 말하고 싶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를 자세히 알지 못하고 참여했지만
나는 이틀 동안
“우금치 마루에 흐르는 소리 없는 통곡이어든 불타는 녹두 벌판에....” 라는 노래를
무심결에 계속 부르고 있었고,
내가 우금치에 가서 그 노래를 부르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튿날,
청주를 출발하여 마곡사로 향했다.
그날의 일정은 마곡사-공산성-우금치-신원사였다.
출발하는 차안에서부터 속이 막히기 시작하면서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마곡사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서있기가 힘들었다.
메스껍고, 어지럽고, 뒷줄에서 틈만 나면 앉았다.
뭔가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몸은 점점 더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점심식사 후,
우금치로 향하는 차안에서 잠깐 꿈을 꾸었다.
우금치와 사람들이 나를 감싸 안은 편안한 느낌의 꿈을 아주 잠깐 꾸었다.
동학혁명은
전라도 고부군수 조병갑의 수탈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1894년 4월에 봉기한 역사적 사건이다.
전봉준의 주도 하에 동학농민군은
그 해 5월 황토현과 장성 월평싸움에서 승리하며 전주성을 접수했다.
동학농민군의 토벌을 명분삼아 청군이 조선 땅에 들어오고
이에 맞서 일본이 대규모로 조선에 들어오게 된다.
일본은 7월 23일 조선 궁궐을 침탈하고
조선군의 무기를 회수하고 무력화시켰다.
일본이 실질적으로 조선통치권을 장악하게 된다.
청일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10월
전봉준은 삼례에서 2차 거병을 하였다.
2차 거병에는 동학의 호남세력인 남접 세력과
충청, 강원, 황해의 북접 세력이 가세하여 동학 병력은 4만이 되었다.
강경과 논산을 거쳐 군수물자를 확보하고
동학농민군을 모집하게 된다.
동학농민군의 최종 목적지는 한양이었다.
한양으로 향하는 길에 공주가 있었고,
그곳에서는 11월 20일부터 관군과 동학농민군의 전투가 여러 차례 있었다.
12월 3일 동학농민군은
공주 동남방 효포와 능치 전투에서
우금치 공격을 향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관군은 우금치에 대한 병력을 증강하고
200여명의 일본군 중대 병력이 증강되었다.
일본군은 아주 신중하고 치밀하게
동학농민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동학농민군에 대적하는
관군 3,500 여명이 공주 지역에 투입되었고,
이 중 1,500 여명은 우금치에 투입되었다.
일본군의 직접지휘를 받는 350명도 투입되었다.
전투형태는 일본군이 개입하면서 이전과는 양상이 달랐고
동학농민군과 관군의 무기와 전력차이는 상당했다.
우금치 산마루는 동학농민군의 시체로 산을 이루었고,
금강 곰나루는 동학농민군의 피로 물들었다.
그날의 전투를 떠올리면서
동학농민군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과
비참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혼의식정화가 시작되었다.
내가 그 자리에 섰을 때
온몸이 열기로 가득차고 사시나무 떨리듯 떨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저녁 어스름한 골목을 지나고 있었다.
겨드랑이에는 무슨 책뭉치를 끼고 초가집 사이를 지나면서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 지역의 책임자이기도 하고,
중간 연락책인 것 같기도 했다.
그날 전투에서 후퇴하면서 사람들을 추스르다가
동학 농민군 후미에서 관군에게 붙잡혔다.
일곱 여덟 명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 한 사내의 모습이었다.
상투를 틀어 올리고
눈을 부라린 한 사내의 모습이었다.
나를 향해 무자비한 발길질이 시작되었다.
관군, 그들의 모습에서 눈빛에서
모두 제정신이 아님을 보았다.
관군들은 자신의 분노, 죄책감,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있는지도 모르는 그 눈빛으로
나에게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놈은 총을 쓰기도 아까워”
주변에 널부러진 죽창으로 나를 내리 찌르기 시작했다.
온몸에 죽창이 꽂히고, 가장 끔찍한 것은
죽창이 나의 귀를 지나 머리를 관통해서 들어간 장면이었다.
나는 눈을 감지 않았다.
나는 죽음이 억울한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세상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다니...
내가 꿈꾸던 세상을 볼 수 없다니..”
“이 땅이 남의 나라에 짓밟히는 것이 너무 한스럽다...”
그 사내의 애절한 눈빛을 볼 수 있었다.
“노래를 부르세요. 모든 사람들에게 이 결의와 비장함을 알리세요”라는
메시지가 나에게 왔습니다.
나는 온몸을 떨면서
“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마루에.... 나는 쓰러지지 않아라”
나의 다리가 얼마나 처절하게 떨리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 목소리는 평소 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 노래를 부를 때
나의 느낌은 나의 혼을 달래기 위한 노래가 아니었다.
나의 결의와 그때의 비장함으로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알리세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집결시키세요...’ 이러한 느낌이었다.
혼의식의 정화가 시작될 때
나는 끊임없는 눈물을 흘렸다.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음에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
나에게는 그 때의 전투로 인한 미움이 조금도 없었다.
새 세상을 꿈꾸다 간 그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우금치 전투에 담겨있는
하늘의 뜻에 감동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이후에 상념체 정화가 진행되었고, 마무리될즈음
천지신명(영원어머니)의 따뜻한 말을 들었다
“이제 이 아픔은 내가 다 가져갑니다.
아픔과 회한을 털어버리고
그대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십시오.
항상 함께 합니다 ”
두 팔로 나를 안고, 넓은 품으로 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혼의식이 정화가 끝나고 우금치를 떠났다.
가슴은 먹먹함이 남아 있지만
몸이 많이 가벼워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짐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 이 화
첫댓글 감사합니다
신식총과 죽창과의 싸움. 안타깝죠.
어제 일처럼 생생하네요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