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안에서 세균에 감염돼 수술환자가 숨졌더라도 병원과 의료진의 책임을 60%로 제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제8민사부(김동윤 부장판사)는 23일 십이지장에 난 용종(茸腫)을 제거하기 위해 입원했다가 세균 감염으로 숨진 정 모 씨의 유족이 부산 모 종합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측은 모두 1억5천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수술 직전의 혈액검사와 췌장염 검사 등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도 부검결과 괴사성 췌장염 또는 췌장농양이 나타났고, 의약품에 내성을 가진 장 내 세균까지 검출된 것은 외부의 자극이나 손상에 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의료진이 이런 발병 원인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시술과정에서 다른 부위를 손상했거나 시술기구를 철저하게 소독하지 않는 등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십이지장 용종제거수술 후 췌장염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고 의료진이 이를 치료하기 위해 경과를 관찰하던 중 상태가 빠르게 나빠진 점, 괴사성 췌장염의 사망률이 30~50%로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의료진에게 모든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의료행위의 특성상 무리가 있다"라며 피고들의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정 씨는 2006년 6월 직장 건강검진 프로그램에서 십이지장에 2개의 용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같은 해 11월 이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심한 복통을 호소하던 정 씨는 추가 검사 결과 급성 췌장염과 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치료받다가 수술한 지 불과 11일 만에 숨졌다.
유족들은 정 씨가 용종 수술 주변부에서 발생한 화농성 췌장염으로 말미암은 복막염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부검결과를 바탕으로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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