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에 대하여)
머지않아 고지혈증 약을 비타민처럼 복용할 날이…
“고지혈증이나 당뇨,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열에 아홉은 ‘식사요법이나 운동을 먼저 해서 증상을 개선해보고 약을 먹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례를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약을 먼저 먹기 시작하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을 하라고 권합니다.”
한국지질 · 동맥경화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연세대 원주의대 순환기내과 교수이자 심장병 권위자인 최경훈(59) 교수는 5~10년쯤 지나면 고지혈증이 아닌 사람도 고지혈증 약을 아침마다 한 알씩 먹는 사람들이 생길 것 이라고 말했다. 고지혈증 치료약을 비타민처럼 먹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
우리나라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먹는 것을 선호하면서, 정작 필요할 때 치료약을 먹으라고 하면 고개를 내젓는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치료제 등이 대표적이다.
최 교수는 물론 생활 습관을 먼저 바꾸는 것이 기본이긴 하다. 하지만 수 년~수십 년 동안 해온 생활습관을 갑자기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라고 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을 초래하는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 라고도 한다. 아무 소리 없이 진행되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치명적인 합병증을 불러와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침묵의 기간’ 중에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않아 생활에 아무 불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이 있다고 해도 별 불편함이 없는데, 귀찮게 매일 약을 먹는 것이 환자로서는 고통이죠. 몇 년 뒤에 나를 찾아올 지도 모르는 살인자에 대비하는 셈이니까요.”
최 교수는 “그렇지만 비타민과 비교해보면 이득을 확연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 의학에서 비타민의 효과에 대해 많은 것이 밝혀졌지만 비타민을 매일 먹지 않는다고 해서 몇 년 뒤에 사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집집마다 식탁에 종합비타민이 놓여 있습니다. 고지혈증 약을 비타민처럼 먹으면 나중에 얻을 이익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비타민은 부작용이 별로 없지만 고지혈증 치료제는 몸에 해롭지 않을까”하고 되묻는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고지혈증 치료제는 매일 한 알씩 먹을 때 좋은 점만 있을 뿐, 부작용은 전혀 없는 것일까?
최 교수는 말에 의하면 최근에 나온 스타틴 제제들은 부작용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오래 전에 나왔던 일부 약 중에는 백내장 발생 위험을 높이는 등 부작용이 있었지만 요즘 약들은 안전성이 크게 높아져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고지혈증 치료하면 동맥경화증 확실히 줄일 수 있다
환자들의 ‘불만 아니 불만’은 또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해 콜레스테롤 250mg/dl에서 200mg/dl 이하로 낮춘 사람들 중에 ‘기운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콜레스테롤을 낮춰 몸 상태를 건강에 좋게 만들었는데, 정작 본인들은 ‘힘이 없다’고 느끼고, 이를 부작용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근무력증?)
현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암은 물론 감기의 원인도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동맥경화증은 원인이 상당히 밝혀져 있다.
최 교수는 “동맥경화증에 따른 뇌 · 심혈관계 질환은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지만 발병의 원인이 상당히 많이 밝혀져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동맥경화증의 원인은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스트레스 등이 꼽힙니다. 이 중에서 고지혈증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고지혈증을 치료하면 동맥경화증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 교수는 질병의 원인을 몰라 치료가 어려운 병이 한 두 개가 아닌데, 원인을 비교적 잘 알면서 무심하게 지내다가 병에 걸리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태도가 아닌가 라고 했다.
또한 고지혈증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한다는 데서 많은 환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치료’라기 보다는 ‘관리’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심장협회(AHA)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자는 캠페인을 하면서 ‘위험을 줄인다(reduce the risk)'라고 표현하지 치료하는 말을 쓰지는 않는다.
일반인들에게 치료라고 하면 질병을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치료’보다는 ‘관리’란 개념을 도입해보려고 합니다. 최 교수는 고지혈증 치료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고혈압이나 당뇨보다 낮은 편이지만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경훈 교수 /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회장]
첫댓글 꼭 필요한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