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앞으로 각종 문서나 재정관리 등 사업진행에 필요한 인장을 주문했다.
도서관직인, 도서관장서인을 주문했는데, 주문한 곳은 강릉의 수인당.
가까운 영월에도 도장포가 두 군데나 있는데 굳이 수인당에 주문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다.
수인당 사장님이신 해원 김진수님은 오늘날 인장사업계가 대부분 기계화로 바뀌면서 인장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신표가 아닌, 전국 어디서나 위조가 가능한,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는 그저 그런 막도장이 되어버린 상황 가운데에서도 수작업을 고집하시는 장인이시다.
개인적으로는 친정 둘째 언니의 시동생되시니 나에게는 사돈이시다. 내가 결혼 전인 1994년쯤이었던가 그때 당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사고뭉치였던 언니의 막내 시누이를 강릉까지 데려다 줄 일이 있어서 강릉에 갔다가, 그분께서 저녁도 사주시고, 찻집에 가서 차도 사주시고 그랬다. 그때도 수인당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작은 가게였지만 주인장의 손때가 묻어나는 정감있는 가게였고, 그때부터 장인정신이 보였다.
십여년 전에 나와 남편을 위해 인감도장을 새겨주셨는데,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 이번에 도서관에 필요한 인장을 동네 도장포에서 할까, 어차피 기계로 깎는 거면 다 똑같은데 싼 값에 인터넷으로 시킬까 고민하다가 어제 인터넷으로 도장이라고 검색을 했더니 우연히 수인당도장이야기라는 다음초이스카페가 나와서 낯익은 이름에 들어가봤더니 내가 아는 그분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카페에 가입하고,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오늘 전화통화를 하고, 카페 한줄메모장에 인장 주문을 했다.
메모를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주셨는데, 직인은 여행자의노래도서관인이 아니라 여행자의노래도서관장인이라고 해야 맞다고 알려주셨다. 결제를 하는 것은 도서관이 아니라, 도서관장이기 때문에 그렇단다. 어디 시장이나 교장도 학교나 시의 이름으로 결제하는게 아니라 사람이 결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인은 그렇게 하는 맞다고 일러주셨다. 워낙 그쪽으로는 전문가시니 그렇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장서인은 가로로 하기로 하고, 재질은 직인은 화양목이라는 나무재질, 장서인은 고무인으로 하기로 하고, 자동넘버링은 문구에서 판매하니까 문구에서 구입하고 숫자가 잘못되었을때 수정하는 법 등 사용법을 배우라고 하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역시 이분께 의뢰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20년 넘게 한 길을 오래 가신 분, 전각가로서 더 잘하기 위해 서예를 배우시고, 전각대회는 물론 서예전에서 이런저런 수상을 하시더니, 결국엔 얼마전 서예전에서 특선까지 타셨단다. 그 열심에 하늘도 복을 내리셨는지 2년 전에는 도장목으로는 최상품이라는 벼락맞은 대추나무라는 벽조목을 우연히 등산길에 만나는 행운도 얻으셨단다. 벽조목으로 인장을 만들어 사용하고, 몸에 지니게 되면 상서로운 기운이 퍼져 모든게 잘 풀린다고 인장업계에서는 벽조목으로 새긴 인장을 비싼 값으로 친다고 한다.
카페에 올리신 글을 살펴보니 그동안 어려울때 과연 이 길을 꼭 가야 하는가, 남들 다 편하게 기계로 도장을 깎는데 후회도 되고, 그동안 고집스레 지켜왔던 전통이고 뭐고 그만 포기할까 싶었는데, 아내분이 당신마저 그만두면 전통이 끊기게 되는 것이라면서 만류하기도 했다는데, 그때 우연히 산행길에 벽조목을 만나게 되고, 덕분에 신문과 방송에도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참 대단한 해원 김진수님. 전화 통화를 하니 남편과 동갑이시란다. 일찌감치 사업을 시작한 분이라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신 분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젊으실 줄이야.
내일은 도서관 고유번호증 발급을 위해 세무서에 가야 한다.
법인으로 보는 단체의 승인신청서, 도서관등록증, 임대차계약서, 도서관정관을 가지고.
직인이 있어야 세무서등록을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직인이 도착하면 그때나 세무서에 가려고 했는데, 해원님께서 직인이 없어도 대표자 도장만 있으면 된다고 일러주셔서 준비된 서류를 가지고 가서 등록을 하기로 했다.
첫댓글 제 블로그에 올린 글을 옮겨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