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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행기-영축총림 방장 원명스님108염주 하나로 꿰듯 ‘너무나도 스님다운’ |
‘흐르는 물과 같은 품성’과 ‘은은한 달빛’ 처럼 영축총림을 화합으로 이끌 제2대 방장 원명스님. 60여년 산문 벗어나지 않고 한결같은 수행…말보다 행동으로 임시종회서 만장일치 방장 인준…내홍 겪던 통도사 전기 맞아 통도사 영축총림이 3년여 만에 방장(方丈)을 맞았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3월26일 제173회 임시중앙종회에서 원명스님을 방장으로 만장일치 인준했다. 이에앞서 통도사는 제2대 방장 후보에 원명지종(圓明智宗 , 통도사 비로암 감원)스님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중앙종회는 “원명스님이 방장으로 결격사유가 없고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초대 방장 월하스님이 지난 2003년12월4일 입적한 뒤 후임 방장을 모시지 못하고 내홍(內訌)에 시달리던 통도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중앙종회 인준이 떨어지자 본지는 곧바로 비로암으로 향했다.
종회 인준이 난 다음날 아침 비로암은 인사차 들른 신도와 스님들로 여느때 보다 북적였다. 극락암 약 500미터 뒤편에 자리한 비로암은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작고 아담한 암자다. 법당에는 축하 화분이 놓여있었다. 방장스님은 큰절(통도사)에서 올라온 스님들과 담소 중이었다. 대신 만난 상좌스님은 “큰 스님이 만나지 않겠다고 하신다”며 “차나 한잔 들고 가시라”고 했다. 멀리 서울서 단걸음에 달려온 기자를 아무런 소득도 없이 보내는 것이 안타까웠던지 스님은 거절 이유를 보다 상세하게 설명했다. “아침 일찍 회의를 열어 추대식까지 언론과 일체 접촉을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인준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마무리 해야할 일도 있고 계획도 서있지 않아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나중에 통도사에서 만난 한 스님도 비슷한 말을 했다. “언론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곳저곳에서 불쑥 방장 스님을 만나면 모양이 좋지 않다. 추대식 후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정식으로 마련 할 것이다.” 방장스님은 모셨지만 아직 긴장이 가시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큰 과제는 주지를 임명하는 일이다. 통도사는 현재 주지 대행체제다. 교구 대중들의 직접 투표로 주지를 선출하는 보통 사찰과 달리 총림은 방장이 주지를 임명한다. 통도사가 오랫동안 방장을 모시지 못한데는 주지 문제가 걸려있었다. 주지는 교구 행정을 대표하고 방장은 법(法)을 상징한다. 예전에는 더러운 오물을 만진 듯 펄쩍 뛰며 내던지던 주지 자리가 불법(佛法)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1967년 해인사 가야총림, 1969년 송광사 조계총림에 이어 1984년 통도사는 총림으로 승격했다. 이어 2년 뒤 총림으로 정식 지정됐다. 이로써 해인사 송광사 통도사 삼보사찰(三寶寺刹)이 모두 총림으로 지정돼 한국 선불교를 이끌게 됐다. 통도사는 종정을 역임한 월하스님이 초대방장으로 추대됐다. 욱일승천(旭日昇天)하던 통도사는 1998년 종단 사태로 인해 위상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999년 7월26일 통도사 영축총림을 해제 결의했다. 해제 6개월여만에 다시 총림으로 지정됐다. 영축총림은 빠르게 정상화 됐지만 이번에는 초대 방장 월하스님이 입적한 후 잠복해있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총림 내 여러 문중 중에서 어느 문중이 방장을 하고 어느 문중이 주지를 하느냐는, ‘부처님 법’과는 하등 관련 없는 세속의 잣대가 작용한 것이다. 사실 통도사 문제는 종단의 갈등 구조가 그대로 이식된 축소판이었다. 대중들은 갈등을 수습할 가장 적격자로 새 방장을 모셔 오랜 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방장스님께서 저희들을 만나지 않겠다고 하셨다면 스님이 어떤 분인지 상좌분들께서 말씀해 주시죠.” 기자의 청에 방장스님을 잘 안다는 어느 스님이 나섰다. “방장스님은 평생 영축산문을 벗어나지 않은 통도사의 어른으로 108염주가 있다면 염주 알을 하나로 꿰는 줄과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원명스님은 극락암에서 경봉스님을 은사로 출가, 1982년 은사스님이 입적할 때 까지 줄곧 그 곁을 지켰다. 스님은 극락암에서 경봉스님을 모시며 선원을 지켰다고 한다. 이 스님은 “극락암에서 정진했던 전강 효봉 청담스님 등 전국의 이름난 수좌들이 모두 입승 옆자리를 원명스님 자리로 비워놓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젊어서는 스승을 극진히 모셨던 원명스님은 어른이 돼서는 상좌들 공부를 챙기느라 또 자신을 버렸다. 한 상좌스님은 “일흔이 넘은 지금도 새벽 종성 예불을 당신이 직접 하신다. 상좌들을 모두 공부 보내 당신 혼자 남았기 때문이다. 저희들이 직접 하겠다고 하면 은사스님께서는 ‘너거들 내 시봉할라고 중 됐나. 니 공부하러 가라’며 떠미신다”고 했다. 공부할 때가 있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원명스님은 상좌들을 모두 공부하러 내보내고 가람을 일구며 궂은 일을 한다. 공부하던 상좌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마치 자식 공부하러 객지로 보낸 어머니와 같은 모습이다. 스님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방장스님은 절대 아랫사람이나 상좌들에게 지시하거나 야단치지 않는다. 그냥 말없이 몸으로 보여준다. 새벽에 일어나 예불하고 참선 정진 한 다음 낮에는 풀을 베는 등 울력을 한다. 산문을 떠나지 않고 60여년을 한결같이 살아오셨다.” 어릴적 학교 다닐 때는 통도사에서 부산 영도 해동고등학교까지 매일 통학했다고 한다. 그만큼 성실하고 부지런한 성품이다. 스님들은 이런 원명스님을 “스님다운 스님”이라고 입을 모았다. 원명스님은 경봉스님과 월하스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경봉스님은 제자에게 물을 닮으라고 했다. 법(法)은 ‘흐르는(去) 물(水)’처럼 자연스럽다. 원명스님은 무리하지 않고 부드럽게 흐르는 물과 같은 품성을 배웠다. 경봉스님은 삼보정재를 목숨같이 소중히 여기는 성품도 가르쳤다. 스님은 매일 수입 지출 결산보고를 받았다. 그 엄격한 과정을 원명스님은 아무런 탈 없이 보냈다. 인사만이라도 드리겠다고 하자 들어오라는 연락이 왔다. 법당 옆에 딸린 2평짜리 방이 방장스님의 처소였다. ‘사자후’(獅子吼) 호방한 성품 그대로 거침없이 뻗어내리는 경봉스님의 글이 방에 들어서는 사람을 압도했다. 세 사람이 앉으면 꽉차는 좁은 방에는 횃대에 걸린 가사 장삼과 경봉스님 월하스님 글 세 점이 전부였다. 스님의 검소한 면을 읽을 수 있었다. 스님은 “뭐하러 그 먼 곳에서 왔냐”며 “아무한테 안주는데 글씨 한 점 줄테니 이걸 갖고 돌아가라”고 했다. 웃음 띤 얼굴이지만 단호했다. 겨우 간청을 해서 사진 한 컷 찍는 허락을 받아내고 방을 나서는데 월하스님이 ‘100일 기도를 마친 원명수좌에게’ 주었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초대방장 월하스님이 제2대 방장 원명스님에게 내린 글. 山影入門押不出 月光鋪地掃不塵 산 그림자가 문안으로 들어오고는 나가지 않고 / 달빛이 땅을 비추어도 먼지를 쓸어내지 않는다 ‘문에 들어와서 나가지 않는 이’는 평생 산문을 벗어나지 않은 원명스님을 일컫는다. ‘달빛’은 방장에 오른 원명스님을 말한다. 영축산문을 밝게 비추되 잡음이 일지 않음을 뜻한다. 월하스님은 당신을 이어 원명스님이 영축총림의 화합을 이끌 재목임을 이미 간파했던 것이다. 오래전 월하스님의 은사 구하스님과 원명스님 은사 경봉스님은 사형사제로 남달리 가깝게 지냈다. 두분은 ‘통도사’라는 선시를 함께 지어 불보종찰의 화합과 영원함을 기원한 바 있다. 겨울이 지난 영축산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어났다. 통도사=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사진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원명스님은 경봉스님 은사로 출가해 월하스님에 구족계 수지 원명스님은 경봉스님의 맏상좌다. 극락암 명정스님과 교육원장을 역임한 백련암 원산스님이 모두 스님의 사제들이다. 출가 후 1952년 통도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9년 통도사에서 월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55년부터 극락선원에서 28안거를 성만했으며 1961년 통도사 강원 대교과를 마쳤다. 1971년통도사재무국장, 1985~88년 통도사 주지, 원효학원 이사, 1988년 제9대 중앙종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재단법인 경봉장학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스님은 곧 비로암을 떠나 월하스님이 주석했던 통도사 정변전(正▦殿)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통도사의 한 스님은 “4월 보살계 수계식 때 방장스님 추대식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교신문 2316호/ 4월7일자] 2007-04-04 오후 2:03:06 / 송고 |
첫댓글 관세음보살...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