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題 : 四友亭詠松 -姜希顔先生-
押韻 : 松, 龍, 空.
사우정에 올라 소나무를 노래하다 [四友亭詠松]
階前偃蓋一孤松 뜰 앞에 일산을 비스듬히 놓은 듯한 소나무 枝幹多年老作龍 가지와 줄기는 여러 해 지나 늙어 용이 되었네 歲暮風高揩病目 장차 해 저물고 바람은 높을 제 병든 눈을 비비고서 擬看千丈上靑空 마치 천 길의 푸른 허공에 솟는 것을 보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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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이 시는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서화가ㆍ시인인 강희안(姜希顔)의 <사우정영송(四友亭詠松)>이란
한시입니다.
사우정에 올라 소나무를 보고 노래한 영물시(詠物詩, 자연과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사물을 대상으로 하여
정확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시)로, 노송(老松)의 위용(偉容)을 눈앞에서 보는 듯 생동감 있게 잘 묘사했지요.
사우정 앞에 한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데, 마치 누워 있는 듯 비스듬히 가지와 줄기를 드리우고 있는데
마치 늙은 용이 승천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듯합니다.
해는 저물고 센 바람이 부는 날 가물가물한 눈을 비비고서 노송(老松)을 바라보니,
천 길이나 되는 푸른 하늘로 솟아오를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조선 후기 문신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에서
이 시에 대해 “격조가 가장 높다.”라는 평을 남기고 있습니다.
강희안은 세종 때 문신 강희맹의 형이며, 1443년 정인지(鄭麟趾) 등과 함께 세종이 지은 정음(正音)
28자에 대한 해석을 상세하게 덧붙인 인물입니다.
1445년에는 최항 등과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주석을 붙였으며, 최항ㆍ성삼문(成三問)· 등과
《동국정운(東國正韻)》을 완성하였습니다.
저서로는 원예에 관한 전문서적인 《양화소록 養花小錄》이 있으며,
그림으로는 〈고사관수도〉ㆍ〈산수인물도〉 등이 전합니다.
시와 글씨, 그림에 모두 뛰어나 ‘삼절(三絶)’이라 불렸으며,
특히 전서(篆書)ㆍ예서(隷書)에도 독보적인 경지를 이루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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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문헌학회 회원시고
亭亭獨立彼靑松 꼿꼿하게 홀로 서 있는 저 소나무
白雪朔風如老龍 흰 눈과 찬바람에 늙은 용 같구나
貫四時知庭竹似 사계절 푸르러 뜰앞 대나무 비슷하고
歲寒不變向蒼空 추워도 변함없이 창공으로 향했네
金谷 朴炯駿
猝富庭園有一松
主人不善化羈龍
本來爾類班君子
郭槖駝無哀惜空
江齋 梁一太
※곽탁타라는 사람은 나무 심는 것을 업(業)으로 하여 나무들을 아주 번성하게 잘 길렀는바,
그 방법은 오직 나무의 천성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온전히 간직하게 함으로써
나무들이 절로 번성했다는 내용이다.
峰頭兩樹曲腰松 산마루에 두 그루 소나무 허리가 굽었는데
赤甲堅鱗似臥龍 붉은 갑옷에 딱딱한 비늘은 용이 누운 듯
不變四時招栢配 사계절 변함없는 잣나무와 짝하면서
耐寒秀幹向蒼空 빼어난 줄기 추위 견디며 창공으로 솟았네
竹山 金萬源
四友亭階一老松 사우정 뜰에 노송 한그루
雪中氣勢起盤龍 눈에 덮인 기세가 반룡이 일어난 듯
新年旭日無陰照 새해에 우뚝 솟은 태양 고루 비추니
瑞色靑靑發向空 푸르고 푸른 서색이 하늘로 발산하네
學松 宋泰鍾
先考墓前常綠松
不思應變豈如龍
佳時吉日省楸後
仰見蒼蒼向上空
春壽堂 梁會翊
峻嶺魁然落落松 준령에 뛰어난 낙낙송은
甲朱葉翠似班龍 껍데기는 붉고 잎은 푸르니 얼룩 용을 닮았네
高枝掛月甘眠鶴 달 걸린 가지에 학의 꿈은 달고
氣象巍巍向碧空 높고 높은 기상 하늘을 찌를 것 같네
盤溪李正淑
峻嶺嶢巖有一松 준령 험한 바위에 한 소나무 있었으니
千年直幹躍昇龍 천년의 곧은줄기 뛰어오르는 용 같네
常靑卓節誰相伴 늘 푸르고 높은 절의 누가 서로 짝할 손가
雪滿空山兀立空 눈 가득한 이 강산에 우뚝 솟았구나
河星 金弼培
初校故山落落松 고향 초등학교에 있던 낙락장송은
應該今作似龜龍 아마 지금쯤 거북 등 용처럼 되었겠지
先親想你模剪定 선친께서 나무 재단하던 모습 그리워
節下逢年涕泣空 설 명절 다가오니 공연히 눈물 흐르네
淸路 宋富鍾
方塘岸上一孤松 방당 언덕에 일개 고송이여
枝幹屈盤疑作龍 줄기가 똬리져 용인가 하도다
百歲風霜何盡說 백세 풍상을 어이 다 말하랴만
蒼蒼氣魄貫蒼空 창창한 기백 창공에 통하도다
愚堂 盧炳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