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답 게시판에 나 홀로 강원도와 경기도 여주로 떠난다는 글을 올리고
출발한 탓에 가는 도중 동호인들의 전화가 이어진다.
어디냐?
좋겠다!!! 등등
무엇보다도 즐거운 것은 낯선 원주의 법천사지에서부터 원주에 사는 동호회의
이쁜(?) 아낙네가 동행해주어 부론면 소재지로부터 거돈사지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거돈사지 아래 석축에 원공 선사 부도비가 맞아주지만 이상하다?
어찌하여 부도비가 석축 위에 조성되었을까?
알 수 없다. 무슨 사연이 있으리라.
고려초 조성된 부도비는 여러 가지의 신라비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살피는
재미가 있다. 당으로부터 도입되어 무열왕 비로부터 나타나는 귀부와 이수가 변천
되어온 과정을 공부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원공국사 부도비는 마치 도깨비 뿔을 단
괴수의 머리, 귀밑에 아가미가 있어 어룡처럼 보이며, 역동적인 목, 거북등은 육각형
의 문양 안에 佛, 연꽃문, 卍자와 원공국사가 왕사였음을 알 수 있는 王자가 있어
시각적 즐거움이 절정이다.
또한 비신의 좌대에는 사방에 코끼리 눈을 새기고 가냘프게 보이는 비신 위로 휘장
을 두른 듯한 이수에는 용이 춤추고 있지만 부도비가 좋은 들 같이 있어야 할 부도가
보이지 않아 애석하다.
(후에 알아보니 제기럴!!! 일제강점기에 "와다"라는 쪽바리 놈이 일본으로 반출을 시도
하려다 실패하여 부도는 국립박물관에 있고 부도비도 현재의 위치가 아니다)
석축위로 올라서니 폐사지라도 낮은 산자락이 삼면을 병풍처럼 감싸서 포근하며 1금당
1탑의 가람배치가 한눈에 들어오고 토단 위에 가야산 청량사 석탑처럼 3단의 기단부를
제외하곤 별다른 특징이 없는 아담하고 소박하여 달빛에 젖어 사라진 풍탁소리 그리며
머물고 싶어지는 통일신라 하대의 탑이다.
절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고운 연꽃문양이 돋을 새김 된 탑 앞의 아름다운 배례석을 지
나 포항 청하의 법광사지를 비롯 많은 우리나라 폐사지 정경처럼 석불은 사라지고 화강
석 대좌만 남아 탐방객의 맘을 아프게 한다.
금당터 뒤 요사와 전각이 있었을 절터 위에 피어난 들꽃을 가리키며 동행한 여인이
묻는다.
-. 저 꽃 이름 아세요?
(뭐하나 잘 아는 것이 없지만 "나"는 꽃 이름에는 특히 맹물이다)
-. 노란 꽃
-. 달맞이 꽃입니다.
-. 저 꽃은 요?
-. (우리 고향에 지천으로 늘린 꽃인데) 하얀 꽃
-. (웃음 지으며) 개망초입니다.
사람 꼴이 엉망진창이 되는구먼!!!
-. 저 꽃은? (그만 했으면 좋으련만...)
보자보자 하니 저 아짐씨 넘 하구만 나도 해바라기 장미 등 많이 아는데...
-. (자랑스럽게 큰소리로) 나팔꽃이잖아요!!!!!!!!!!
-. (소리내어 웃으며) 메꽃입니다.
참말로 요상허네???
경상도에선 분명 나팔꽃이라 하는데 강원도에선 메꽃이라니?????
제법 수령이 오래된 거돈사지 입구의 느티나무에 눈길 떼지 못 하고, 여주로
맘을 향했다.
2002.7월말
카페 게시글
★산은산 물은물(산행)
원주 거돈사 절터
선과
추천 0
조회 7
02.12.18 07:17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