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일선리문화재단지에 다녀왔습니다.
시간이 넉넉지 못해 한 바퀴 휘 둘러보는게 고작이었지만
오랜만에 전통가옥을 보니 그동안 석공회사에서 매일같이 돌만 대하면서 무거웠던 마음이
어느정도 가벼워지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저는 돌보다는 건축물과 관련된 보수기술자로서의 본연의 일이 적성에 맞는가 봅니다.
앞으로 넉달 후면 돌과 관련된 업을 뒤로하고 본래 했던 일로 돌아가게 됩니다.
답사를 하고 나니 하루라도 빨리 가고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 일도 한시적이긴 하지만요...
일선리문화재단지는 구미와 선산 사이에 위치해 있고 임하댐 공사로 인해 수몰위기의 가옥들을 이전한 곳입니다.
가옥의 배치는 대체로 디귿자와 미음자로서 안동권역의 가옥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건물 하나하나를 놓고보면 상당히 개방적인 남방계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랑채나 별당의 전면부의 툇마루 형식이 기둥 밖으로 연장되어 넓은 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부지방의 가옥보다 외기둥의 높이가 5치~8치 정도 낮은 체감이 있어서 건물의 외관이 수평적입니다.
건물이 수평적이면 마당이 넓어야 안정감이 드는데 원래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전된 대지가 시원스럽게 넓더군요.
또 하나의 특징은 안채나 바깥채나 공통적으로 고주에 연결된 내실의 천정이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그 위의 더그매 공간을 활용하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퍽 재미있는 광경이었습니다.
기둥이 낮아 체감적으로 눌린 듯한 느낌이 집의 전체에서 풍기는데 내실의 천정이 막히지 않고 열려 있으니
이를 상쇄시켜 주어 보는이의 시선이 그리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가 이 지역의 한 특징인듯 합니다.
아쉬운 점은 아름다운 건물들이 대부분 비어 있어서 쓸쓸하고 적막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쓸고 닦고 환기를 시켜야 집이 생명력을 얻게 되는 법인데
주인없는 빈집의 곳곳이 스러져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또한 마을의 형성 배경이 임하댐 공사로 인한 이전공사여서인지 배치가 획일적인 바둑판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자연부락의 자연스러움이 덜하다는 것입니다. 좀더 신중하게 마을을 조성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마을의 안쪽엔 짓다 만 콘크리트 건물이 흉물처럼 서 있더군요.
돈 푼이나 있는 양반이 고옥의 풍경이 좋아 틀거지를 잡으려다 법망에 걸려 실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지자체가 나서서 저런 흉물을 빨리 철거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어서 아쉽긴 했지만 오랜만에 가진 답사라서 너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