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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무단으로 퍼갈 수 없습니다. 100년을 밝힌 거문도 등대 글/사진: 이종원
쓰라린 거문도의 역사 거문도 항은 천혜의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 동도, 서도, 고도 이 세 개의 섬이 항아리 모양으로 감싸고 있어 그 안에 100만평의 내해를 만들어내고 있다. 섬 바람막이로 인해 수면은 호수처럼 잔잔하고 수심도 넉넉하여 큰 배가 드나들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다.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다는 구실로 거문도를 무단 점령한 영국이 탐낼만한 이유가 있었다. 갑자기 코쟁이가 상륙하더니 하루아침에 꼬브랑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것도 영국함대 제독이름을 딴 '해밀턴포트' 본래 거문도의 이름은 거마도(巨磨島)였다. 청나라 대신 정여창이 이곳 주민과 필담을 나누던 중 섬주민들의 해박함에 놀라 '巨文島'라는 이름을 붙여 준 것이다. 그만큼 문장가가 많다는 얘기다.
영국군 묘지를 묘지를 갈려면 거문도 민초들의 살아가고 있는 마을을 거쳐 가야 한다. 제각각 형형색색의 함석지붕을 머리에 이고 정겹게 살아가고 있다. 집집마다 텃밭이 있어 상추가 먹고 싶으면 뽑아오고 깻잎이 먹고 싶으면 따오면 그만이다. 거문도 역시 바람이 무척 부는 곳인가 보다. 창문은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았고 지붕이 날라갈까봐 밧줄로 꽁꽁 묶어 놓았다.
영국군 묘지 우리 국립묘지도 잘 찾지 않는데 영국군 묘지를 둘러보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아픈 과거 역시 우리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자 그 현장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묘지는 비교적 소박했다. 서양식 비석과 십자가만이 이역만리 섬에 외롭게 누어있는 군인들을 위로했다. 이 세평 남짓한 공간만은 아직도 그들만의 해밀턴인 것이다. 살아서 남의 땅을 넘보더니 죽어서도 우리 땅을 차지 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지만 죽은자에 대한 보시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자.
한영수교
100주년(1983년)을 기념하여 만든 동판이 서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문구다. 기지를 두었다니...무단점령 했으면서...
나무십자가에는 처연함이 묻어 있다.
거문초등학교가 보인다. 안델센 동화집을 읽고 있는 석고상의 얼굴이 향토적이다. 바로 우리네 어머니의 얼굴이다. 광대뼈가 툭 튀어 나오고 도톰한 입술.....그래서 난 이석고상을 사랑하기로 했다.
거문도 택시 거문도 등대를 가고자 한다. 시간이 넉넉하면 해안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도 좋을 듯 싶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섬 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 단체일 경우에는 유람선을 탈 수 있지만 개인인 경우 택시를 타야 한다. (택시 2천원) 거문도 택시는 모두 2대며 이런 승합차다. 원래 3대인데 1대가 고장나서 2대만 운행한다고 한다.
거문도 유람선
목넘어 우리 일행이 도착한 곳은 '목넘어'란 곳이다. 거문도에는 참 재미난 지명들이 많다. 엿또, 개빠진통, 통안, 설푼여, 딱밭밑, 낭끝, 오밭달랭이 등 국어사전 귀퉁이에 숨어 있는 이름같다. 목넘어는 보로봉과 수월산 중간에 옴폭 들어간 곳이다. 이 곳 역시 경치가 일품이다.이곳에서 1.3km를 걸어야 등대를 만난다.
태풍이 불면 목넘어는 물에 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곳까지는 도로를 내지 않고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산이 보로봉이다. 숲이 참 예쁜 곳이라는데.....
동백나무 터널 목넘이의 목을 넘었다면 이제 부터는 거문도의 머리 부위를 더듬을 차례다. 가파른 곳이 나오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 황홀하게 자란 동백 숲을 보노라면 힘든 것이 저만큼 달아나 버린다. 10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서 4월이면 목이 뚝뚝 떨어져 융단같은 동백꽃 길을 걸을 수 있다고 한다. 상상만 해도 흐믓하다.
해변을 바라 보고 있는 나무 벤치는 이미 잡초들이 점령해 버렸다. 아무나 앉으면 어떠하리...먼저 차지한 사람이 임자겠지. . 동백숲은 간데 없고 서서히 하늘이 열리면서 등대가 나타난다.
거문도 등대 거문도 등대는 1905년 4월 10일에 등불을 밝혔다. 앞으로 6개월 후면 100살이 되는 셈이다. 이 벼랑끝에 서서 100년을 보냈다고 생각해 보라. 수 없이 많은 태풍도 만났을 것이고 성난 비바람도 견뎌 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100년동안 불 빛 한 번 멈추지 않았다. 앞 바다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공유해상이다. 수 많은 화물선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등대 불빛을 보면서 얼마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가? 등대가 세계를 향한 헤드라이트라 되길 바란다. 오늘따라 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의 색깔이 유난히 강렬하다.
프랑스에서 제작된 프리즘 렌즈에 의해 매 15초마다 섬광이 교차한다. 과연 100년동안 몇 명의 등대지기가 거쳐 갔을까? 지금의 등대지기는 싱싱한 젊은이였다.
관백정 관백정 정자 역시 벼랑끝에 자리잡고 있다. 아슬한 자리에 있기에 확실한 눈맛을 보장한다. 날씨가 좋으면 백도가 보이고 평소 복을 많이 쌓으면 제주까지 관망 할 수 있다. 360도 어느 한 곳 놓칠 수 없는 절결을 자랑한다. 특히 일출과 일몰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관백정에서 바라본 기암 절벽 저 멀리에 무인도인 소삼부도. 대삼부도가 보인다.
관백정 아래의 절벽에는 늘 파도가 친다. 처얼썩 때리는 포말을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갯바위에 낚시꾼이 갇혔나 보다. 낚시배가 갯바위로 다가서는데 거센 파도가 어선을 덮친다. 작은 배는 바다에서는 추풍낙엽이다. 파도에 휩싸이며 배는 이리 저리 기우뚱거린다. 보는 이들의 마음이 콩알만 해진다. 간신히 파도를 헤치고 낚시꾼을 구출해 낸다...휴
태극기 밑에 젊은이가 앉아서 문자를 날리고 있다. '거문도 정말 멋진 곳이야.' 뭐 이런 글자를 날렸겠지.
요새 젊은이들 참 힘든가보다. 미래도 불투명하고...취업 하기도 힘드니 살아갈 길이 막막하겠지. 바다를 보며 힘을 얻길 바란다.
정말 힘을 얻었나보다. 바다를 향해 힘껏 함성을 외친다. 그 모습이 그저 고맙다.
거문도의 불빛을 꼭 보고 싶었다. 오랫동안 관백정에 죽치고 앉았다. 기어코 100년 역사의 불빛을 보고 만 것이다. 세상을 밝혔고, 내 마을을 비추어싸. 아..거문도의 불빛이여
거문도 뱃노래 전수관 거문도 뱃노래는 400여년 전부터 구전되어 온 노래로 어민들이 고기를 잡으며 흥겹게 부르던 노동요다. 작사, 작곡가가 알려지지 않은 채 전남 무형문화재 제 1호로 지정되어 있다.매년 음력 4월 15일 풍어제에서 옛 모습이 재현되는데 ㅐ의 밧줄을 꼬며 합창하는 술비소리 가락이 구성지다. 거문도 북쪽 서도의 장촌마을에 뱃노래 전수관이 있다.
원조할매 민속 동동주 옛날엔 서도의 장촌마을에 사람이 더 많이 살았단다. 그걸 말해주듯 거문도 뱃노래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한적한 어촌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뱃노래만큼이나 전통을 가진 곳이 바로 거문도 동동주다. 이 할매가 동동주를 빗지 않으면 거문도 사람들은 탁배기 잔을 들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술이다. 전통방식을 고수하였기에 그 맛이 담백하고 감칠나다. 밤새 퍼 마셨지만 다음날 머리가 깨끗하다. 꼭 한번 맛보길....전통술 기행하는 허시명 작가가 호평하는 집이다.
1박 2일의 짧은 거문도 일정을 마치고 여수로 향한다. 우연히 작은 고깃배가 스쳐가는 것을 보았다. 그 뒤에 갈메기가 쫒고 있다. 실은 내 마음이 바로 갈매기와 같다. 거문도를 향해 무한히 쫒고 싶은 심정이다. 거문도는
정말 때묻지 않는 곳이다. 그 곳에 발을 들여 놓는 것만으로 오염된
내 마슴은 청정함에 희석된다. 비록 거문도가 나 때문에
오염되어도 나는 게속 찾을 것이다. 그건 거문도와 나와의 가를 수 없는 숙명 때문이 아닐까?
모놀과 정수 .....여행작가 이종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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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제 거문도 여행후기를 마쳤습니다...다음은 우주센타 고흥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정말 좋군요. 그러나 한 편 마음이 아픕니다. 힘 없는 국가가 겪는 수모. 언제나 목소리가 큰 나라가 되려나........
자알 봤어요 좋으셨겠네요 혹시 여수시 교동아닌가요
꼭 가보고 싶은곳이네요..... 메일로 알려주셔서 더욱 감사.......당일로 다녀올수는 없나요?...
난 언제쯤 가보나 답사 끝나고 한번 떠나 볼까나....
서울서 밤차로 여수가서 아침 7시 배를 타고...백도 유람하고..산악트레킹하고 마지막 배를 타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거문도 여행사에 문의 한번 해보세요..여행작가 이종원의 소개받고 왔다고 하면 잘 해줄겁니다. 061-665-4477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랍니다.
거문도...저 등대 곁에 허름한 창고 비스므리한 건물이 있었는데 ..1981년도엔, 그 창고에서 등대불이 꺼질 때 까지 등대지기를 불렀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몇년 전에, 여수에 가서, 여수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고, 거문도를 가서 한바퀴 휙 돌고, 백도로 배타고 다시 가서 휙 돌고, 다시 거문도....횟집에서 회먹고....다시 여수로 갔던 기억이 납니다. 대장님도 그 길을 따라 가셨네...!! 그런데, 당일치기 즉 여수-거문도-백도-여수는 힘들어요.하루 자면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