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은 64괘로 되어 있습니다. 그중 제일 첫 번 째가 건(乾)괘입니다. 복희씨는 괘만 그렸고, 설명은 문왕이 붙였습니다. 문왕이 상나라의 핍박으로 지금의 중국 하남 성 탕음 현에 있는 유리라는 곳에서 7년 동안 귀양살이를 하게 되 는데 그때 괘에 대해 처음으로 명칭을 붙였습 니다.
주역의 첫머리에 “乾(건)은 元(원)코 亨(형)코 利(리)코 貞(정)하 느니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건(乾)은 원형이정의 덕성을 가지고 있다.’ 건에는 ‘굳세다’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굳세어서 일순간도 쉬지 않고 運行不息하는 우주의 정신자체를 건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건(乾)과 천(天)은 다릅니다. 주역 팔괘인 乾 兌 離 震 巽 坎 艮 坤이 있고, 天 澤 火 雷 風 水 山 地가 있습니다.
乾坤을 말한다면, 사람은 육신이 있고 육신 안 에는 정신이 있습니다. ‘건은 천, 곤은 지(乾 天坤地)’라 하는데 (天地)=> 하늘과 땅은 형체 입니다. 이 형체 속에 들어 있는 정신(性情)이 乾坤입니다. 건곤은 형이상학적인 것이고 천 지는 형이하학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건곤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천의 정신, 천의 성정(性情)을 “건”이라 하고, 그것이 형체로 드러난 것을 “천”이라고 합니다.
● 원형이정의 의미 [元者萬物之始 亨者萬物之長 利者萬物之遂 貞者萬物之成] “원은 만물이 시작하는 것을 말하고, 형은 만 물이 자라는 것을 말하며, 이는 만물이 차츰 완 성되어 가는 것을 말하고, 정은 만물이 완성된 것을 말합니다.”
만물이 싹이 트기 시작하는 것을 ‘원’이라 하고, 싹이 터서 줄기와 가지가 뻗고, 잎이 나 고 꽃이 피면서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어 만 물이 열매를 맺는 것을 ‘이’라 하고, 겨울이 되어 만물의 생명이 통일되고, 만물의 씨앗 속 에 핵심 정신이 갈무리 되는 것을 ‘정’이라 합니다.
64괘중에서 건괘와 곤괘만이 원형이정의 네 가지 덕성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건 의 사덕(四德)이라 합니다. 그래서 건이라는 것 은 원형이정으로 작용하며 만물의 종시가 됩 니다. 만물은 원에서 시작해서 정에서 끝나는 데, 건의 원형이정은 만물창조의 근원이 되고, 곤의 원형이정은 만물을 생성시키므로, 건은 만물의 아버지가 되고 곤은 만물의 어머니가 됩니다. 그래서 건곤 자체가 만물의 부모가 됩 니다.
元은 봄의 덕성을 말하고, 亨은 여름의 덕성을 말하고, 利는 가을의 덕성을 말하고, 貞은 겨울 의 덕성을 말합니다.
원(元)을 파자해서 보면, 二에서 위의 획은 하 늘을 의미하고, 아래 획은 땅을 의미합니다. 하 늘과 땅의 기운이 합쳐져 양의 씨앗(儿의 왼 쪽)과 음의 씨앗(儿의 오른쪽)이 땅 속에서 뿌 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儿)이 원의 형상입니다. 위의 하늘과 아래 땅이 교합해서 인(人)이 나 오게 되는데, 그 인(儿)이 아직 위로 나오지 못 하고 땅속에서 양의 종자와 음의 종자가 뿌리 내리고 있는 모습. 천지인이 갖추어진 이 모습 이 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亨)이라는 글자는 가운데에 입구 자(口)가 있어요. 사람은 음식을 먹어야만 활동을 합니 다. 입으로 음식을 먹어서 소화하고, 배설을 하 고, 그러면서 자라게 됩니다. 그래서 위에 있는 형태(亠)는 식물의 줄기가 위로 자라나는 모습 이고, 아래의 형태(了)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 성장해 가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가로 획을 하 나 더 그으면 아들 자(子)자가 되어 열매를 맺 은 모습입니다.
입으로 음식을 먹어서 소화, 흡수해서 위로는 줄기를 뻗고, 아래로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 성 장하는 과정이 이 형자 속에 들어 있습니다.
이(利)는 가을에 벼[禾]가 열매를 맺어서 고개 를 숙이고 있을 때 농부가 낫(刀=刂)으로 거두 어들이는 모습을 상징한 것입니다.
정(貞) 자는 음기가 왕성한 가운데 양기가 미 약하게 붙어있는 모습(ㅏ)입니다. 그리고 음과 양의 뿌리(貝의 아래 형태)를 가진 씨앗의 눈 (目)이 갈무리 되어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 니다. 위에 있는 획(ㅏ+目)은 음과 양의 뿌리를 가진 씨앗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위에서 막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자에 붙어 있는 음양의 씨눈(ㅏ의 점)이 자라면 다시 元 자로 되돌아가서, 元자에는 양과 음의 씨앗이 뿌리 내리고 있는 모습(儿)을 볼 수 있습니다.
“원은 착함이 자라는 것이요 형은 아름다움 이 모인 것이요 이는 의로움이 조화를 이룬 것 이요 정은 사물의 근간이다. 군자는 인을 체득 하여 사람을 자라게 할 수 있고 아름다움을 모 아 예에 합치시킬 수 있고 사물을 이롭게 하여 의로움과 조화를 이룰 수 있고 곧음을 굳건히 하여 사물의 근간이 되게 할 수 있다. 군자는 이 네 가지 덕을 행하므로 원형이정이라 하는 것이다.”
元은 善의 長이다. 선에는 많은 것이 있지만 만 물을 始生하는 것보다 더 위대한 선은 없기 때 문에 원을 선의 어른이라 했습니다. 이때의 ‘선은 衆善之長也라.’ 모든 선의 머리가 되 는 것입니다. 원형이정은 건의 天德을 말하는 것이고, 人事적으로 얘기할 때는 원은 모든 선 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입니다.
亨은 인간사회에서 모든 아름다운 것이 모이 는 것을 얘기합니다.
利는 인간사회에서는 義之和라고 했습니다. 이때의 義자는 마땅할 宜와 같습니다. 마땅한 것에 和한 것이다. 이때의 화는 화합, 합치된다 는 뜻으로 모든 일의 마땅한 것과 합치되는 것 입니다. 녹아서 완전히 혼연일체가 돼서 한 몸 이 되는 것을 和라고 합니다. 즉 ‘이’라는 것 은, 모든 사사의 일이 마땅함을 얻어(事事得宜) 그것과 아주 녹아서 하나로 합치되는 것, 그것 이 인간사회의 ‘義之和’ 입니다.
貞은 事之幹也라. 幹이라는 것은 줄기로, 근본 이 되고 핵심이 된다는 뜻입니다. 정은 일의 핵 심이 되는 것이니 군자가 體仁, 仁을 체득하면 인 자체와 한 몸이 되면 足以長人 족히 다른 사 람에게 어른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 상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 세상 사람들의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嘉會, 아름다운 모임이 족히 禮에 합치되는 것 입니다. 그리고 利物, 만물을 이롭게 하는 것, 세상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족히 義에 和하 는 것입니다. 여기서 和는 合禮의 합자와 같은 뜻입니다. 그런데 合은 단순히 거기에 배합한 다는 뜻이고, 和는 아예 녹아서 완전히 하나가 됐다, 곧 義와 일체가 된다는 뜻입니다.
貞固는 足以幹事니, 바른 것을 알아서 굳게 지 키면 그런 사람이 일을 주장할 수 있다. 줄기라 는 것은 모든 가지가 붙어 있는 중심이 되기 때 문에 ‘주장한다.’ 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모 든 일을 주장하게 된다. 어떤 모임에서 그 일을 주장하는 사람을 幹事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인(仁) 의(義) 예(禮)는 얘기했는 데, 지(智)는 생략되어 있습니다. 지가 생략된 것은 정은 씨앗입니다. 씨앗은 겨울에 잠장되 어 있듯이, 智는 우리가 활용을 하면서도 현실 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천도의 사덕인 ‘원형이정’이 인 사로 전개될 때는 ‘체인, 가회, 이물, 정 고’라 얘기하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 ‘인 의예지’와 부합된다는 것입니다. 人事적으로 이 네 가지가 원형이정의 덕성과 합치되고 있 습니다.
그래서 군자는 行此四德者라, 이 네 덕을 행하 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네 덕은 인의예지라 고 해도 좋고, 체인, 가회, 이물, 정고라 해도 좋 고, 원형이정을 행한다고 해도 됩니다. 즉 군자 는 원형이정을 행하는 사람이요, 체인, 가회, 이물, 정고를 행하는 사람이며, 또는 인의예지 를 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이 하 늘의 정신, 원형이정으로부터 파생되었기 때 문에 마지막에 건은 원형이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원형이정과 인의예지 천지의 정신인 元亨利貞과 인간의 정신인 仁 義禮智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천지의 덕성이 원형이정입니다. 그런데 性과 情을 얘기할 때, 성은 씨앗이라 하고, 씨앗에서 싹이 나오는 것을 정이라고 합니다. 情이라는 글자는 마음 心에 푸를 靑자를 합한 것입니다. 푸를청은 木 기운으로 마음이 바깥으로 표출 되어 나오는 것입니다.
천지의 덕성이 원형이정이고, 이것이 현실적 으로 드러나는 것이 生長斂藏입니다. 거꾸로 생장염장이 왜 일어나느냐? 그것은 하늘의 정 신이 원형이정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래 서 원형이정을 다른 말로 천지의 마음, 천지의 정신, 또는 자연의 마음, 자연의 정신이라고 합 니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천지의 덕성은 원형이정이고, 이것이 현실적 으로 드러난 것이 생장염장이고, 인간의 덕성 으로는 인의예지입니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인의예지가 이치로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인의예지가 자리 잡고 있지 만 그것이 있는지 없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측 은하게 여기는 마음, 슬퍼하는 마음이 있습니 다. 어린 아이가 기어가다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면 구해 주게 됩니다. 누구든지 이런 마음이 있는데 우리 마음속에 인(仁)이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측은지 심이 있다는 것은 인이 있다는 端緖가 됩니다. 그래서 측은지심은 인지단야라 하는 것입니 다.
수오지심의 羞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마 음입니다. 내가 不善했을 때 부끄러워하는 마 음이고, 惡는 남의 불의를 봤을 때 미워하는 마 음으로 이를 수오지심이라고 합니다. 그걸 통 해서 우리 마음속에 의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사양’은 예를 차려서 내 것을 남에게 양보 하는 것입니다.
시비지심은 옳은 것을 옳다고 얘기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판단하는 마음입니다. 그 판단 력이 나오는 뿌리가 智입니다. 그래서 사단을 인간의 情이라고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자도 원형이정은 천도의 떳떳한 도 리요 인의예지는 사람의 벼리(강녕)라고 말하 였습니다.[元亨利貞天道之常 仁義禮智人性之 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