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노후설계 강사님 아니세요?
작년 봄 천안에서 퇴직 예정자 연수 때 강의를 들은 사람입니다.
지금은 이 건물에서 경비 일을 하고 있지요."
"그러세요?정말 반갑습니다.
그럼 퇴직하시고 바로 이 일을 시작하신 거예요?"
"봄에 퇴직하고 두어 달 쉬다가 이 일을 시작했어요.그때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지금과 같은 저금리시대에는 어떤 허드렛일을 해서라도 한 달에 50만원을 벌면 정기예금 2억 원을 갖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거라고.
그 말에 쇼크를 받고 바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 베이비붐 세대 순자산 3억5000만원
이상은 얼마 전 한 기업연수원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오다 그곳에서 경비 일을 하는 분을 만나 나눈 이야기이다.
작년 봄에 이분들에게 어떤 강의를 했었던가?
현대 대부분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도 되지 않는다.
2억원의 정기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월 33만원의 금리 수입을 얻기가 힘들다.
또 2억원의 정기예금에서 매달 50만원씩 인출해서 생활비에 보탠다면 몇 년을 버틸 수 있겠는가.
금리를 2%로,물가상승률을 2%로 가정한다면 33년이면 원리금이 소진되고 만다.
이런 시기에 허드렛일을 해서라도 월 50만원이라도 근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면 그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다.
대락 이런 내용이었다.
이분이 원래는 정년퇴직하면 여행도 좀 하고 쉬면서 그 후에 할 일을 찿아보려고 했는데 퇴직연수를 받는 과정에서 생각이
바뀌어 바로 경비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노후설계 강의를 하면서 이런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직장인이 조기 퇴직을 하는 데다 모아둔 노후자금이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깨닫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에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가구당 평균 총사잔은
4억3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가구당 평균 부채액 8000만원을 빼면 가구당 평균 순자산은 3억5000만원 정도이다.
50대 후반에 3억5000만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으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순자산 3억5000만원 중 살고 있는 집을 포함한 부동산 가액이 3억20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결국 가용 순금융자산은 300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3000만원 정도로 어떻게 30~40년을 살아갈수 있겠는가.
3000만원으로 재테크를 해서 재산을 늘려 보려 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같은 저성장.저금리시대에서 말처럼 쉽지 않다.
■ 6억 예금 이자 월 100만원도 안돼
복지 선진국에서는 모아둔 재산이 없더라도 최소 생활비 정도는 연금으로 받아 생활할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무원이나 군인,학교 교직원을 제외하면 거의 연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2014년 말 현재 2113만 명이 가입하고 있는 국민연금에서 노령연금으로 받을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부부 합산
월 평균 58만 원밖에 안 된다.
반면에 이분들이 생각하는 월 최소 생활비는 월평균 181만원 정도이다.
노령연금 예상 수령액은 최소 생활비의 절반,적정 생활비의 3분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모자라는 연금은 퇴직연금으로라도 보온할수 있어야 하는데 퇴직연금은 도입된 지 몇 년 안 되는 데다 도입 시에
그동안 쌓아둔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아 자녀교육비,결혼자금,주택구입자금 등의 다른 용도로 써버린 이들이 대부분이다.
개인연금 또한 연말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불입한 정도여서 2012년 말 현재 계좌당 불입금액이 1230만원밖에 안 된다.
그후 추가 불입을 했다 하더라도 그 금액은 1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어려울 것이다.
물론 노후자금으로 몇 억원씩 저축해 놓고 퇴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분들은 노후자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가.
고금리시대에는 약간의 예금만 있어도 금리 수입이 쏠쏠했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0%였을 때는 1억2000만원의 예금만 있으면 매월 100만원의 금리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는 대부분의 시중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에도 이르지 못한다.
6억원의 예금이 있다 해도 월 100만원의 금리수입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금리 수입으로 노후 생활비를 쓰려고 생각했던 분들에게는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집을 줄이거나 팔아서 노후생활비를 조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716만 베이비붐 세대가 사는 집을 팔려고
내놓기 시작함ㄴ 우리나라 집값은 또 어떻게 되겠는가.
지난 몇 년 사이 수도권 집값이 크게 하락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런 사정이 반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저성장.저금리.고령화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퇴직 후에도 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