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0 늦게 잠이 든 탓인지 9시가 되어서야 기상. 주일이어서 유튜브로 예배를 보려는데 TV가 말썽이다. 아마 TV 뒤에 놓았던 매트를 넣고 꺼내다 셋톱박스를 건드린듯 하다.
오래전 군대에서 봤던 '낮은 데로 임하소서'라는 영화가 불현듯 생각난다. 아이가 둘이나 확진 판정을 받으니 더욱 기도가 절실하다.
11:30 예배가 끝나고 식사준비를 시작하니 아침이 점심식사가 되어버렸다. 지원이는 작은 상에 민회는 큰 쟁반에 먼저 식사를 내준다. 반찬이 마땅찮아 계란말이를 시도했는데 그나마 달걀도 딱 두 개 남았네...ㅜㅜ
각종 야채와 고기류 등은 상품권을 포인트로 돌린 쓱 배송으로 주문했기에 내일이나 올텐데...
14:00 예정 시간에 정확히 보건소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어차피 입고간 의류는 소각된다기에 심플하게 차려입었고 퇴소할 때 택배로 보낼 옷들은 각자 챙겨 큰 비닐에 넣어두었다. 헌 신발에 막내는 구멍난 양말이다. 이 와중에도 이것 저것 잘도 챙기는 모습이 짠하다.
아이들을 내려보내고 뒷 베란다 창으로 보니 아랫층 부부가 우리 아이들이 앰뷸런스에 타는걸 무심히 스쳐보는 모습이 보인다.
둘이 함께 가니 마음은 놓인다.
출발하자 구급차 안에서 찍은 사진도 보내는걸 보니 두 아이의 발걸음도 가벼운거 같다.
14:20 방역팀이 도착했다.
2인 1조의 방역팀이 TV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 방역복을 입은 상태로 집안 전체를 방역을 하고 돌아갔다. 20분 후에 손이 자주가는 부분은 키친타올로 닦고 두 시간 동안 환기시키라고 당부.
아이들이 썼던 욕실은 구석구석 다시 소독해가며 마무리.
15:30 생활치료센터에 도착했는지 아이들이 사진을 보내왔다. 다행히 둘은 한 방을 쓰게 된단다.
용인 한화생활치료센터는 경기도 6호 치료소이다. 흔히 용인 한화리조트라 불렀던 콘도. 교원 도고연수원이 생기기 전 무척이나 자주 다니며 강의를 했던 곳인데 깔끔하게 리모델링을 한 모양이다. 시설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하는듯 하다.
16:00 아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미열이 있다더니 방에 들어가 오래도록 통화를 한다. 보건소 말이 해열제를 먹고도 해열이 안되면 내일 보건소로 오라고 한단다. 그럼 다시 검사를 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갑자기 가슴이 철렁한다. 둘을 보내자 바로 이런 상황이 되니 잘 진정이 안된다. 아무렇지 않은듯 먼저 타이레놀부터 먹으라하고 두 번째 식사 준비로 돌입.
17:00 남은 고기를 굽고 국도 데워서 식사.
아내도 급격히 멘탈이 다운되고 민감해진다.
18:00 해열이 안되어 다시 덱시부푸로펜 복용.
여전히 체온은 37.5도.
확진 후에도 별 다른 반응없이 비교적 명랑하게 지냈던 막내와 달리 아들은 많이 신경이 쓰이는듯 하다. 연달아 이런 상황이 되자 우리도 마음이 점점 다운되고...
지금까지 비교적 담담했던 아들은 작심을 한듯 한 손에는 아예 소독제를 들고 양손에는 위생비닐 장갑을 끼운 채로 다닌다. 지원이와 별 접촉이 없던 자신에게 조차 증상이 나타나자 엄마 아빠에 대한 예방 걱정이 더욱 심해진듯 하다. 내일 아침이 되어 제발 열이 내려가길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