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갔다가 2박3일 일정이 6박 7일이 되어버렸다.
매일 아침이면 부두에 나왔다. 더덕쥬스 한잔을 마시고
막아버린 해안도로변을 살펴보곤 했다. 내항은 잔잔했지만,
방파제쪽은 사나웠다.
도동에는 3코스로 가는 시내버스 노선이 있다. 그 이름 <우산버스>
1.도동-저동-내수전
2.도동-저동-봉래폭포
3.도동-남양-추산-천부
천부행 시내버스를 타고 천부항에 왔다. 버스비는 1500원이었다.
도동에서 천부까지 해안도로와 산길을 지나 오는데 1시간 10분이 걸렸다.
남편과 나, 또 친구 부인, 우리 셋은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랐다.
종점 천부항에 3시에 내려, 4시버스를 타기로 했다. 4시 다음엔 4시 50분
버스가 있는데, 그걸 타면 단체의 저녁일정에 차질이 생겨 안되었다.
우린 5시 40분까진 숙소에 돌아가야 했다.
걸어서 삼선암과 러일전쟁 유적지를 보고싶었다.
우린 열심히 거센 파도에 으스스 감탄을 보내며 바삐 바삐 걸었다.
이런 푯말에 지도를 살펴보며 한숨 지었다. 지도는 비에 젖어
너덜너덜했고, 우린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귀 기울여 검은 몽돌 사이로 빠져 나가는 파도소리를 들었다.
파도의 함성 끝에 쿠르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저 길 끝에 보이는 바위 앞까지 밖에 못가고 돌아서야 했다.
되돌아오는 길을 헉헉대며 언덕을 바삐 걸었지만 4시 버스를 간발의
차로 놓치고 말았다. 4시 50분 버스가 정차해 있었지만, 그걸 타게되면
모임 시간에 늦어서 안될 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히치하이커가 되어
두대를 놓치고 세번째 차가 우리 셋을 태워주었다. 핸들을 잡은 대구사람은
호의적이었으나, 옆에 앉은 울릉도 친구는 둘의 오붓함이 깨어져선지
표정이 좋지않아, 그 버스를 따라 잡기만 하면 내리려 했다. 그러나
가도가도 앞서 간 버스는 만나지 못했다. 울릉도 도로는 하나 뿐이었으나...
모든 택시는 도동과 저동에 있으므로 천부에서 택시를 부르면
12만원이라고 버스 승객이 알려줬었다. 우리를 태워 준 대구 사람이
저동에 숙소를 정했으므로 지나는 길의 도동 우리 모텔에 내려주었다.
너무 감사해서 2만원을 놓고 나왔다.
우리의 무용담을 알리고, 일행들께 우산버스를 타 볼 것을
권유하고...중형 관광 버스 두대에 나눠 타고, 저녁식사할 곳으로 왔다.
저녁은 흑염소 불고기였는데, 한 마리 20만원에, 그러나 이 염소는 38Kg짜리로
40만원이고, 잡는 수고비 35만원, 요리하는 값이
30만원이었다는지, 나중에 확인한 결과 만언 깎아 100만원 들었다고 한다.
울릉도 가우디형 집
난 비위가 최하급 아니면 최상급이므로, 못먹는게
참 많다. 염소고기는 보기도 처음이려니와 내키지 않아
그저 사진이나 찍었다.
요게 도대체 뭐람..왼쪽부터 염소 척추의 등골, 간, 양
흑염소 불고기
흑염소 껍데기 요리
여성들께 특히 좋다며 동기회장이 낸 요릿상인데, 표정들이 좀 그랬다.
그래도 두명 빼곤 그런대로 잘 먹었다. 나는 된장국 시켜 밥 반공기 먹고,
너무 권하여 염소고기를 상치와 명이절임에 싸서 두점을 먹었는데
그 누린내가 2시간후 모텔에 돌아와 양치질 할 때까지 남아있었다.
흑염소 곰국...사람들이 구수하다고 했으나.
만병초라는 울릉도의 귀한 꽃
명이라 불리는 산마늘꽃, 이 잎사귀로 명이나물, 명이 절임을 담근다.
제주도엔 오름이 있지만, 울릉도엔 송곳봉이 많다. 아래 보이는 밭은
부지깽이 나물밭, 대개의 식당마다 부지깽이 나물과 취나물, 명이절임을
내놓았다. 우리가 숙식비 떨어지면, 열지어 언덕에 올라 부지깽이 나물이나
뜯어다 팔자고 했지만, 이젠 야생이 아니라 어엿한 밭 작물이었다.
그리고 비 그치고 달이 떴다.
보름달인데, 게를 잡으러 배가 나간다면, 알 배기 암게와 살이 꽉찬
숫게를 잡을 수 있다고 누가 말했다.
어쩌면 별도 볼 수 있을런지...그러나 밤 늦도록 흐릿한 몇개 밖엔
별은 보이지 않았다.
첫댓글 선배님
전 울릉도엘 한번도 가보지 않아서 그런지 선배님 글을 읽어보니 더욱 가보고 싶어지는군요




재밋게 잘 읽었습니다
명숙 후배님, 울릉도는 제주도에 비해 남성적 웅장함이 있는 신비로운 섬이얘요.
2번째 갔는데, 난개발없이 발전되어 참 좋았어요.^^
금지아우님, 일부러 그렇게 6박 7일을 뻗칠려면 집에서 쫓겨날텐데 영택님과 2박 3일이 그렇게 되었으니 너무 좋았겠네..기후가 어쨌든 복 터졌다
불붜이.. 울릉도 골목 다 누비고 왔겠네...
맞아요, 저도 복터졌네...했답니다. 43명이 움직이느라 900 여만원 적자내고 왔어요.ㅎㅎ
포항여중에 근무하던 3년 동안 울릉도에 한 번쯤 가봤으면 좋았을텐데...
40년전인 그 당시엔 쾌속정이 없어서 배로 장장 열 몇(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 시간을 가야한다는 말에 엄두가 안났습니다. 지금도 엄두가 안나긴 마찬가지지만요
옥덕님, 이젠 신나게 한번 다녀오세요. 6년전 보다 볼게 많았습니다. 가을이 좋다고 해요...멀미 어지간해선 안납니다.^^
그 동안 이곳에 많은 여행사진이 올렸는데
가고싶은곳 중에 하나라서 메모해 두었읍니다.
안동 하회마을과 청송과 함께 몇몇곳을 메모노트에 적어 두었읍니다.
금지님은 여행이 취미인것 같습니다.
갈때마다 이렇게 즐거운 추억을 사진과 글로 남기니
더욱 보람된 여행입니다.
이곳에도 흑염소탕 광고가 많지만 저도 생각만 해도 꽤엑...할까바.....
울릉도에 홍합밥, 따개비 칼국수, 삼나물 등 좋은 음식도 많았으나, 염소고기를
소개했군요. 언니, 한국 나오시면 오래 계셔야할 것 같아요.~_~
긴 말필요없이 부럽습니다~~~~선배님*** 아직 울릉도엔 갈 인연이 못되었는데...생생한 정보를 주셔서 제가 갔다온 느낌입니다, 간접여행 자알 했습니다^*^
2박3일 일정대로였다면 육상 코스, 해상 코스, 독도상륙으로 끝났을 걸
6박7일이 되어 구석구석 더 잘 보고 왔어요. 울릉도는 뱃길만 험하지 않다면
세계적 명소가 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6월 말경 저희 시어머님을 포함한 시댁 식구 10명과 함께 울릉도 여행을 예약해 둔 상태인데... 선배님의 살아 있는 울릉도 여행담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보숙님, 일기예보 잘 감안하셔서 가세요. 9월이 기상이변이 없고 오징어 만선이
화려한, 가장 좋은 때라고 해요. 저희는 43명이 900만원 숙식 적자를 냈어요.그것도
돌아가며 5일간의 저녁은 누군가가 쏘았는데요....수고하는 보숙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