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Phnom Penh Post 2012-7-10 (번역) 크메르의 세계
[컬럼]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기로에 선 아세안
ASEAN at a tipping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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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eng Kimlog / Phnom Penh Post) 어제(7.9) 프놈펜에서 개최된 '아세안 각료회담'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
기고 : Kavi Chongkittavorn (방콕 거주 프리랜서 기자)
미국의 커트 캠벨(Kurt Campbell)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6월26일 워싱턴에 있는 '전략 및 국제문제 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에서 강연한 내용은 면밀히 계획된 것인 동시에 적절한 것이었다. 캠벨 차관보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강조하면서, 이번 주 프놈펜에서 '아세안 각료급 회담'의 여러 회의들이 진행된 후 도착하게 될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국무부장관의 아시아 방문에 초점을 맞춘 바 있다.
캠벨 차관보는 라오스,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미얀마, 필리핀 등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에는 극히 중요한 국가들이라고 말했다. 비록 태국-미국 정략적 대화가 그의 강연보다 불과 2주일 전에 개최된 바 있지만, 캠벨 차관보가 태국을 언급하는 일을 잊어버린 것은 태국과 미국의 동맹 관계가 모든 면에서 잘 흘러가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태국에 2가지 제안을 했던 것은 종종 잊혀져있곤 했던 이 동맹국의 가치를 더욱 높이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미국이 제안한 2가지 제안이란, 태국 해군의 할공기지인 '우따파오 공항'을 역내의 '인도주의 지원 및 재난구호 센터'(Humanitarian Assistance and Disaster Relief: HADR)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수행하려는 '기상관측 연구'의 기지로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러한 제안은 태국 내에서 정치적 쟁점화되었고, 이로 인해 태국과 미국 사이에는 더 이상 품위 있는 양자 협력이 가능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만일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임), 태국은 정치적 전략적 영향력을 더욱 더 상실할 것이고, 태국-미국 관계 및 '미국이 추진 중인 아시아-태평양 전략'에도 해를 미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자국이 처한 위험 때문에 태국을 무시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힘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모든 동맹관계들이 제기능을 발휘하면서 작동해야만 한다. 이 점에서, 미국과 태국의 동맹관계는 궤도를 이탈했고, 안보 결속은 약한 상태로 남게 되었다.
캠벨 차관보는 당시 강연에서 보다 나은 결과물의 도출을 위해, 태국에 대해 태국-미국 관계에서 예측 가능한 점들을 보다 명확히 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태도는, 태국(특히 동맹국의 의무를 견지하는 이들)이 국론 분열을 극복할 수 있을 때까지,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전략가들은 미국이 냉전 시대의 핵심적인 동맹국이었던 태국에 더 이상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성공적인 대응에 힘입어, 새로운 우방국들을 만드는 한편, 과거의 관계들도 새롭게 활성화시켰다.
미국은 그 지위를 더욱 굳히기 위해, 아시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더욱 참여적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은 중요한 전략적 전환이다. 왜냐하면 정치 안보 문제에 관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동반자 관계는 이미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에서의 활동들과 미얀마에 대한 제제조치에만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미국과 협동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태도는 일치되어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도 중국이 경제 정치적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일에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연합은 모두 중국을 견제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아세안에서 유럽연합의 체면은 최악의 상태이다. 최근에 브루나이에서 열렸던 한 아세안 각료급 회담에서, 아세안은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자는 유럽연합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것은 유럽연합이 미얀마에 대한 금수조치 해제를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아세안은 절차에 관한 규정의 준수 없이도 <우호협력조약>(Treaty of Amity and Cooperation)을 체결하자고 한 캐서린 애쉬톤(Catherine Ashton)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등대표의 제안도 묵살했다.
유럽연합은 원래 가능한 한 빨리 '동아시아 정상회담'(East Asia Summit: EAS)에 참가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러한 계획은 더욱 늦어지게 되었고, EAS에서의 안보적 의제를 더욱 확대시키려던 미국의 노력도 더욱 압박을 받게 되었다. 영국은 수년 간 기다리던 끝에, 이번 주 프놈펜에서 [개별적으로] <우호협력조약>에 서명하기로 하여 EAS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
최근 갑작스럽게도, 미국은 대화 파트너들 및 아세안 회원국들 사이의 우방국들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의 한 요소로 보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 온화한 외교와 무시되곤 하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최근 들어와 나쁜 소식들을 쏟아내고 중국의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되었기 때문에, 미국이 아세안 안에서 느슨한 연합체를 구성하기에 절호의 시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을 공세적으로 만들어, 분명 가까운 장래에 중국의 대응을 이끌어내게 될 것이다. 중국은 아세안 내에서 진행 중인 이러한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 같은 진영에서 러시아라는 자연스런 우방국을 찾아냈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EAS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에이펙 APEC)에 참여한 이후 최초로, 푸틴 대통령은 금년 10월에 "러시아는 태평양의 강대국이고, 러시아가 머물 곳도 바로 이곳"(Russia is a Pacific power, and it, too, is here to stay)이라는 선명성 강한 메세지를 내걸고 이 정상회담을 유치하여 주최하게 된다.
러시아는 지난 20년간 이 부문에서 무력증에 빠져 있었지만, 이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행동수칙(code of conduct)을 새롭게 제안할 정도로 충분한 확신을 결집시키고 있다. 이 계획 역시 이번 주 프놈펜에서 열릴 회담에서 논의될 예정이고, 중국은 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아세안은 보다 확고한 입장을 가진 미국 및 유럽연합과 함께 행동을 해야만 한다.
한편, 아세안을 국제사회의 지도자들에게 보다 가치있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줄 지렛대는, 어떠한 출구전략도 없는 상태에서 함정에 빠져버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11월 중순에 열릴 '동아시아 정상회담'(East Asia Summit: EAS)이 어떤 방식으로 소모될 것인지를 예고하는 채로 남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주요 강대국들에게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보여줄 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좋은 이유에서든 나쁜 이유에서든, 아세안이 비난이나 질문을 정면으로 받게 될 입장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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