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 ‘오리뼈육수’는 독특함을 넘어 보양을 소망한다. 오리의 머리와 뼈를 만 이틀 동안 푸욱 삶아 만들어낸 육수는 오리뼈 진액이 엑기스로 녹아 있다. 살을 발라낸 오리에 양파, 대추, 마늘 등을 넣고 뼈까지 바스러질 정도로 ‘푸욱’ 고은 육수가 유진정 맛의 기본이 된다. 요리는 시간과 불의 예술임을 실천하는 현장이 바로 유진정이다.
청둥오리전골은 이런 뽀얀 육수와 고추간 것, 팽이버섯, 오리고기 등이 함께 나온다. 국물이 끓으면 대바구니에 수북이 담긴 부추, 깻잎 등 신선한 야채를 살짝 익혀 먹는다. 담백하며 깊은 맛이 나는 육수에 몸을 푼 야채의 향이 코끝에서 ‘흐흐흠’ 향기롭다.
오리 중 청둥오리는 약효로 으뜸이고, 집오리보다 작지만 기름이 적다. ‘동의보감’에는 오리는 정력 강장제, 해독작용,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성인병에 특효가 있다고 했다. 오리의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으로 여성들의 피부미용과 비만 예방,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또한 오리에는 해독력이 있어 술, 담배를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에게는 유익한 식품이다.
그득하던 야채가 바닥이 날 때쯤이면 쑥을 넣어 다시 끓이니 쑥향기가 살아있다. 청둥오리와 쑥. 쑥은 비타민 A, C가 풍부하고, 상큼한 향미로 식욕을 돋운다. 일년 내내 쑥을 쓸 수 있도록 5월이면 모든 직원들이 쑥을 뜯어 보관하는 작업을 한다는 말에 손이 쑥으로 자연스레 향한다.
“타닥, 타다닥” 아궁이에서 장작 타는 소리와 뜨거운 열기가 훅 밀려드는 부엌에 들어섰다. 이곳은 육수를 만드는 장소다. 윤기나는 시커먼 가마솥 뚜껑사이로 새어나오는 구수한 뼈국냄새가 가득하다. 묵직한 가마솥 뚜껑을 밀치자 1백여 마리가 넘는 오리머리와 뼈가 그득하다,
유진정의 또 다른 별미는 주인이 손으로 죽죽 찢어주는 갓 버무린 뻐얼건 김치와 곱돌솥에 수수, 조 등을 넣어 지어낸 고슬고슬한 밥이다. 누룽지는 허리띠를 풀어놓고 포만감에 느슨해져 있어도 뿌리칠 수 없는 구수한 유혹이다.
주인 김인숙(58세)씨는 13년째 청둥오리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봄에는 쑥부쟁이, 불미나리, 싸람부리, 겨울에는 냉이 등 남도 땅에 널려있는 나물을 캔다. 자연에서 채취한 것, 직접 재배한 것을 고집하는 이유는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욕심과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라 한다.
주인은 “우리 전골은 자연의 정기가 담긴 보약이예요. 좋은 음식을 부끄러움 없이 정성껏 대접하면서 내 스스로가 행복해요.”라고 한다. 그녀가 아름다운 것은 음식에 대한 자부심 때문만은 아니다. 푸드뱅크를 운영하며 정갈한 음식을 나눌 줄 알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거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마음이 그녀를 더욱 곱게 보이게 한다.
담양의 명물이 된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긴 터널을 지나 금성면 석현리에 들어서면 ‘죽향골 유진정(061-381-8500, )이 있다.
첫댓글 전국 메스콤을 누비면서 남도요리의 멋과 맛을 전하는 전도사님, 화이팅입니다요...
서교수님 격려 감사합니다. 호남의 맛깔스러운 맛을 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회원님들도 추천하고 싶은 맛집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