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홉번째로 댓재에서 삼수령(피재)까지 29㎞ 코스다. 긴 구간과 33개 봉우리에 천미터급 봉우리가 9개 있는 힘든 코스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던 3.31(토) 밤에 잠실을 출발하여 댓재에 4.1(일) 03:20분쯤 도착했다.
댓재(810)는 정선과 삼척을 잇는 424번 지방도로 정상에 있다. 동쪽아래 계곡에 대나무가 많은 댓골이라는 마을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작년 초에 대간 산행을 준비하면서 큰아들과 두타산을 등산하기 위해 들머리로 이용했던 곳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온도계에 -4℃가 표시되어 있고, 강한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역시 서울과는 다른 세상이다.
산행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이젠을 착용하라고 전달한다. 대간길에 눈이 많아 처음부터 아이젠을 해야 한단다.
어이쿠 오늘 긴 산행인데, 아이젠까지 ㅠㅠ 고생문이 열린것 같다.
하늘을 보니 별이 너무나도 선명하다. 내 별을 찾으니 반가이 나를 맞이한다.
그래 너는 언제나 한결 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03:40 댓재를 출발하여 남진하기 시작했다. 대간길에는 눈이 30㎝이상 쌓여 있고, 여러 차례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여 표면이 고르지 못하고 딱딱하다.
더욱 산행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표면이 얼어있어 발자국이 잘 보이지 않아, 앞사람과 간격이 벌어지면 길을 잃어버리고, 살짝 얼어있는 곳을 밟으면 체중을 버티지 못해 푹푹 빠지기 일쑤다.
여기저기서 아이구(♫도), 아이구(♫미), 아이구(♫솔), 아이구(♫도) 비명이 돌림노래처럼 들려온다. ㅋㅋㅋ
웃을 일이 아니다! 마치 늪지대를 통과하듯이 조심조심 산행한다.
그런데, 앞 사람이 밟고 지나간 발자국을 그대로 밟아도 나는 푹 빠진다.잘 못 밟으니 허벅지까지 빠져버린다.
아~~ 내가 다른사람보다 많이 무거운가 보다! 체중을 줄여야 하는데...
오르막을 30분쯤 오르니 황장산이다. 지난 산행에서도 황장목으로 유명한 황장산을 지났는데, 오늘도 같은 이름의 산을 만났다. 하지만 정상석은 볼품이 없다.
오른쪽으로는 삼척의 야경이 펼쳐진다. 그 너머로는 동해바다겠지!
선명히 보이는 몇 개의 빛이 아마도 야간 항해중인 배의 불빛인 듯하다.
불현듯 오늘 같은 날씨면 오메가 일출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진사의 습성을 버릴 수 없어 오메가에 대한 욕심이 살아난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 1,059봉에 도착하니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일출시간이 많이 빨라졌음을 느낀다.
요즈음 대부분의 대간길은 나무가 시야를 가려 주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극히 제한적이다.
조망 좋은 곳에 도착하니 더 진행하다 시야가 좋지 않은 곳에서 일출을 만나게 되면 사진을 찍을 수 없겠다 싶어 후미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2명이 여기에서 일출을 기다리기로 했다.
온도계를 보니 -10℃, 얼마전 돌산이 얘기했던 春來不似春이 생각난다. 대간의 봄은 대체 언제부터 인지??
대간의 계절은 겨울이 6개월 이상이고, 나머지가 봄, 여름, 가을이다.
일출을 기다리고 있으니 추위가 엄습한다. 기다리는 동안 즉석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겨우 4㎞ 산행하고 아침을 먹었으니 이제 24㎞이상을 먹지도 못하고 가야 한다. 걱정이 앞선다.
여명이 밝아 오면서 동해 하늘에 구름이 짙게 드리워있다. 그럼 그렇지 신께서 오메가의 행운을 쉽게 주지 않겠지!! 맑은 날 열번 중에 한 두번 볼 수 있는데....
일출예정시간 보다 한참을 지나 해가 구름위로 떠 올랐다. 구름층이 두터워 햇빛이 너무 강해져 일출사진이 멋이 없다.
몇 컷 찍고, 아쉬움을 뒤로 한채 앞서간 동료들을 따라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큰재를 지나니 풍력발전단지가 나타난다.
아름답다. 꿩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일출사진 못 찍은 것을 풍력발전단지 사진으로 달랜다. 여기저기를 이뿌게 찍었다.
지나온 방향을 보니 댓재 북쪽에 있는 두타산(오른쪽 화살표)과 청옥산(왼쪽 화살표)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는 산행일정에 따라 올 가을쯤 밟게 되겠지 하면서 싱긋이 웃는다.
풍력발전단지 아래에는 1박2일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배추고도 귀네미마을(고냉지배추재배단지)이 있었다.
이 곳은 배추밭과 해바라기 촬영을 위해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남쪽을 보니 저 멀리 또 다른 풍력발전단지가 보인다. 저 곳 바로 아래에 오늘 산행의 날머리 삼수령(피재)이 있다.
즉 오늘 저 곳까지 가야 산행이 마무리 된다. 휴~~~ 까마득 하다.
다섯번째 천미터급 봉우리인 지각산(환선봉1,079)를 올라가면서 후미대장과 조우했다. 이 봉우리 아래가 주굴 길이가 3.3㎞, 총길이 6.5㎞ 동양 최대의 동굴로 지하 금강산으로 불리는 환선굴이 있다.
오른쪽 계곡에 환선굴 입구가 보인다.
또 대여섯 개의 봉우리를 지나니 덕항산이다. “저 너머 화전하기 좋은 더기(고원)가 있는 뫼”라는 뜻이란다. 옛날에는 화전민들이 살던 첩첩산중의 오지였던 모양이다.
이곳은 경동지괴의 표본으로 동쪽으로는 깍아지른 석회암 사면이고, 서쪽은 고위평탄면을 이루는 지형이다.
덕항산을 내려서니 구부시령(九夫侍嶺)이다. 옛날 대기리에서 주막을 하던 여인이 남편들이 계속 요절하는 바람에 지아비 아홉 명을 모시고 살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 당시에는 한 마디로 남편 잡아먹는 년이라고 엄청 손가락질을 했을 것 같다. ㅎㅎ
천미터급 마지막 아홉번째 봉우리 푯대봉을 오르는데 무지무지 힘이 든다. 20여㎞ 산길을 8시간동안 산행했다. 배도 고프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한걸음 옮기기가 힘든다.
그러나 대간산행을 하면서 배운 진실하나는 아무도 도와주지도, 도와줄 수도, 돌아갈 수도 없고, 나 혼자 힘으로 날머리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다.
푯대봉에 오르니 모두들 지치는 모양이다. 배낭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지고 있던 먹을 것을 전부 다 꺼내놓고 먹고 가랜다. 이 기회에 많이 얻어 먹었다. 막걸리로 부터 과일, 전, 홍어, 튀김, 빵, 떡까지 다양했다.
푯대봉을 내려서니 한의령(건의령)이다. 여기는 태백에서 삼척을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오늘 산행길 중
가장 고도가 낮은 곳이다.
구부시령에서 부터 한의령 구간은 마치 거센 폭풍을 맞은 듯 했다. 수백년 된 소나무들이 뿌리채 뽑혔거나, 중등이 싹뚝 잘려 나간 처참한 광경이다. 마치 토네이도가 지나간 흔적처럼...
골바람의 영향으로 돌풍이 불어닥힌 곳은 여지없이 굴참나무들이 화를 당했고, 소나무들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것 같다. 자연의 힘이 무섭게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여러 곳에 부러진 나무들이 대간길을 막고 있어서 어쩔수 없이 우회해서 가야 했다.
이제 남은 길은 6.5㎞. 3시간은 가야할 것 같다. 기진맥진이지만 그래도 걸어야 하고, 시간이 지나야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것이 대간길의 진리다.
960 봉우리에 올라서니 오른쪽으로 한반도 모양의 지형이 보인다.
영월의 한반도면에 있는 것 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비슷하기는 하다.
몇 개의 봉우리를 다시 넘어 15:20 드디어 날머리 삼수령(피재)에 도착했다.
GPS에 29.01㎞가 찍혔고, 11시간 40분 걸렸다.
삼수령은 빗물이 삼수령의 동쪽사면에 떨어지면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흘러가고, 남쪽사면에 떨어지면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흘러가고, 북쪽사면에 떨어지면 한강을 따라 서해로 흘러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피재는 난리를 피해 이상향의 황지로 가기 위해 이곳을 넘어서 ‘피해 오는 고개’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늘 산행은 긴 구간이라 산행대장들이 처음부터 재촉하고, 못 따라오는 사람들은 중간에서 탈출시켜 선두와 후미와의 차이가 40분 밖에 나지 않았다. 그만큼 여유없이 밀어붙였다는 얘기이고, 간식 먹는 시간 외에는 계속 걷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산 후 늦은 점심을 먹기위해 태백닭갈비집을 찾았다.
이 곳 닭갈비는 정구지와 냉이등 야채를 듬뿍 넣은 전골식인데 맛이 참 특이하고 국물이 진하다. 태백 가면 꼭 한번 먹어보길 권한다.
산행을 빡세게 하니 술도 안들어가는 모양이다. 준비해간 술이 반이상 남았다. 이런일은 처음이다. ㅎㅎ
태백에는 소문난한우실비(연탄구이한우갈비), 태백닭갈비, 구와우순두부 등의 유명한 맛집이 있으니 기억해 두시길....
닭갈비를 먹은 후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을 들렀다.
이 연못에서 하루 약5,000톤의 물이 솟아올라 낙동강 물길 따라 525㎞를 흘러간 후 남해에 도달한다.
잠깐 상상에 잠겼다. 여기에서 낙동강하구 까지 얼마나 걸릴까??
이 깨끗한 물도 긴 여정동안 생활오수, 농축산오수, 공장폐수로 오염되고 악취를 풍기며 바다로 가겠지!!
이 역시 우리 인생이란 다를 바가 없네 ㅠㅠ
태백에는 한강 발원지 검용소도 있다.
이곳에서 물이 솟아올라
한강 514㎞ 물길따라 서울을 거쳐 서해로 흘러간다.
오늘 산행은 무척 힘들었지만 그래도 산행 후에는 무언가 뿌듯함과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이런 기분 때문에 대간산행을 계속하나 보다 ㅎㅎㅎㅎ
첫댓글 태암! 대단허이.. 글 잘 읽고 사진 감상 잘했다.
나두... 무거운 사진기 들고 갔는데, 오메가가 개스속에 가려 아쉽다. 다른 사진은 다 좋다.
어휴...엄청 힘들었겠다. 천근 만근인 다리, 불타는 발바닥, 배낭에 짖눌린 어깨...그래도 하산해서 술한잔하면 온몸에 젖어드는 기분좋은 피로감...그 중독된 맛에 또 찾은 것일 수도...태백에는 김서방네 닭갈비라고 유명하대서 가서 먹어봣는데 거기와 다른 덴가 보네. 김서방네도 전골식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