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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진안군에 있는 <한방약초센터> 2층 웨딩홀에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주제는 <귀농,귀촌 전국대회 대 토론회>였고 열흔 동안 진행되는 <진안군 마을축제>에 한 순서였습니다.
마침 저에게 발제를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아래는 발제문입니다.
귀농.귀촌 담당 행정부서에 기대한다.
전희식(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
들어가는 말
우리 사회뿐 아니라 역사상 농업과 농촌이 크게 주목을 받은 때가 있다. 일정시대의 농촌계몽운동은 심훈의 작품 '상록수'에도 잘 나와 있다. 러시아 혁명시기에 브나드로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농경사회에서 민중의 자각과 혁명기지로서의 농업/농민/농촌이 중요시 되었던 것이다.
아이엠에프 때나 지금 대두되고 있는 '농업/농촌/귀농/귀촌'은 사뭇 흐름이 다르다. 두 가지 흐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삶의 근본을 바꾸는 새로운 전환이라는 신 문명 차원의 접근이고 또 하나는 경제활동 공간의 이동이라든가 주거 공간의 이전이라는 산업/경제 차원의 접근이다.
어떤 경우이건 귀농/귀촌의 희망을 품는 사람들은 두 기관이 주목하게 된다. 하나는 시군 행정기관이다. 귀농귀촌 정책이 어떤지. 어떤 지원을 하는지. 농지와 집을 확보 할 여건이 좋은지 등등을 따져 보게 된다.
또 하나는 귀농자와 귀농인 단체이다. 그들로 부터 앞선 경험을 듣고자 하며 스스로 결사체를 만들어 자립하는 삶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여기서는 전자인 시군 행정기관의 담당부서와 직원에 국한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지난 5월, 귀농귀촌 정착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다섯 개 부문에 걸쳐 지원을 하게 되는데 다섯 개 부문이란 1) 농업인의 농업창업과 주택 구입 2) 귀농인의 빈집 수리 3) ‘귀농인의 집’ 조성사업 4) 귀농인 농업인턴제사업 5) 귀농인 컨설팅 사업이다.
지금껏 구체적인 성과나 추진 현황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기도 하다. 이 사업지침이 발표되고 나서 각 시군단위에서는 주로 농업기술센터가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데 양상은 다르지만 이 지침이 발표되기 전부터 시군단위 행정기관에서는 <돌아오는 농촌>이라든가 <아기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는 농촌> 등의 구호를 앞세우면서 시골 인구 감소에 대한 다양한 대책들을 만들기도 했었다. 녹색체험이나 농촌관광체류 등 농사외적 소득을 위한 시책들도 있다.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의 귀농.귀촌 정책의 배경은 이처럼 아이엠에프 때나 지금이나 똑 같이 농촌,농업의 매력이 도시 사람들을 흡입하는 것이라기보다 피폐해져 가는 농촌,농업을 어떻게든 회생시켜 보고자 하는 고육지책의 일환이었다. 60-70년대의 ‘이촌향도’ 현상과 지금의 귀농,귀촌 형상과는 사회적 배경에서 전혀 다르다고 할 것이다.
계속해서 줄기만 하는 농촌인구는 시군의 예산확보나 공무원의 자릿수와도 크게 관련이 있는지라 해당 행정기관은 <출산장려금>이라든가 <귀농인지원조례> 등을 통해 신규 인구의 유입을 유도하기도 한다.
농촌인구 감소 대책으로 나온 정책들이 그 외에도 많이 있다. 세제상의 혜택이나 보건,의료,일자리 등 행정상의 편의 제공이 꼽힌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라 하기도 하고 자본주의의 체제 위기라고도 하는 사태를 맞아 다시 농촌으로의 귀농 또는 귀촌이 크게 거론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 5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귀농,귀촌 정착지원 사업지침>이 나왔다.
문제는 농촌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농업은 또한 어떤 의미를 갖는가이다.
귀농,귀촌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 또는 담당 직원에 대한 기대와 요청이 있다. 다섯 가지로 나누어 정리한다.
인식의 전환
농촌 지자체들은 농촌과 농업을 새로운 사업공간으로 선전한다. <농어업선전화위원회>는 농기업을 통해 자급보다는 이윤목적의 농업을 추구한다. 귀농,귀촌 정책 역시 돈벌이가 되는 작목이나 마케팅 전략을 큰 비중으로 바라본다.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되 어디까지나 삶의 질은 농어촌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바라본다.
귀농,귀촌인들을 유인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는 여러 선전홍보 내용들은 돈벌이에 집중된다. 아름다운 자연과 훼손되지 않은 환경마저도 청정농산물이나 생태관광등의 돈벌이의 조건으로 선전한다. ‘돈’으로 유인하고 모든 것이 ‘돈’으로 귀속된다.
친환경농업과 유기농산물도 그 동기나 목적은 ‘돈 되는 농사’라는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다. 단기간에 걸쳐 외형적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귀농,귀촌 지원 정책은 뒤로 밀린다. 생태 순환의 가치, 근검절약의 생활, 공생공빈공락의 추구, 욕망의 축소를 통한 행복증대 등 생태자연적 삶의 새로운 이론적 틀과 형태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면 자연은 아무리 퍼 마셔도 마르지 않는 샘으로 여기지 않나 싶기도 할 정도다. 귀농,귀촌 정책에서도 여전히 자연과 환경을 고려 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개발하고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흔히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자연은 오직 개발 또는 착취의 대상이다. 인간 생활의 편리와 물질적 풍족을 위한 소모품이다. 인간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마음껏 이용 또는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이다.
산과 물, 공기, 흙, 동물, 식물, 나무, 구름, 비, 냇물, 천둥, 눈 등 자연을 살아있는 한 유기체로 바라보지 않는다. 단지 인간도 그것의 한 구성요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는다.
농촌과 농업, 농민을 대자연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시각이 귀농,귀촌 정책에 빠져 있다. 생태자연 농업 즉, 소농에 대한 중요성과 지원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뉴타운조성’이나 단작 대규모 전략 작목에 쏠린 지원과 관심의 반의 반이라도 소농과 생태농에 기울이는 인식의 전환이 있을 때 농촌과 농업이 본래의 가치와 자리를 잃지 않게 될 것이다. 시군 지자체의 귀농,귀촌 담당부서에서 공식적으로 이런 새로운 가치들을 업무 내용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생태와 환경, 상생과 순환의 가치를 중히 여기고 성장과 개발이라는 미신에 더 이상 현혹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하는 많은 귀농 희망자들을 끌어안기 위해서도 필요한 인식전환이라 하겠다. 경쟁력 향상의 수단으로 취급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산의 배정도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전제로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별도의 자리에서 다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전담 인력의 배치
농업기술센터의 인력이 귀농,귀촌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기존의 업무에서 벗어나 귀농인 유치와 정착을 지원하는 별도의 부서와 인력을 배치하여, 기존업무를 유지한 채 시군 직원이 귀농업무를 덤으로 여기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득증대 중심의 귀농귀촌업무 외에 생태자연순환 중심의 귀농귀촌업무를 담당 할 인력이 있어야 한다. 실무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철학의 견지에서 새로운 인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인력만 확보하는 데에 머물지 말고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조례나 시행규칙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의 귀농귀촌 희망자가 문의를 해도 기존의 정책을 사무적으로 단순전달하고 만다든가 현지 방문의사를 밝혀도 근무시간 안에 오라고 대꾸하고 마는 일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생태농업을 바라는 귀농희망자와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기존의 인력만 가지고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귀농귀촌 전담 인력은 근무 형태도 업무에 맞게 변화를 줘야 할 것이며 이 업무 담당자는 농촌과 귀촌,귀농에 대한 깊은 통찰과 열정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출퇴근 시간이 매우 유동적일 수밖에 없으니 더 그렇다. 철학과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새 세상을 여는 창조와 개척의 정신이 요구된다 하겠다.
오래 전부터 이런 실천을 해 온 활동가를 영입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것이다. 농지와 농가에 대한 자료의 집대성
귀농,귀촌의 가장 큰 기초사항은 집과 땅이다. 지자체가 임대 및 매매 가능한 집 정보 땅 정보를 해당 부서가 잘 집적 해 놓을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다. 빈 땅과 빈 집의 원주인은 매매도 임대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지자체의 장기적인 안목에서 비롯된 정책이 요구된다하겠다. 개발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해도 고향의 땅 한 뙈기 집 한 칸
은 심리적 의지처가 되고 향수어린 본향의식의 근거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의 해 보는 부서마다 다른 얘기가 흘러나온다든가 상담하는 직원마다 정보가 틀린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농어촌종합개발이나 뉴타운 조성같은 방식의 귀농귀촌자 집,땅 정책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다.
농촌.농업의 삶은 남아서 버리는 것도 없고, 모자라서 궁핍한 것도 없는 삶이어야 하는데 작고 초라한 농가는 모두 다 철거비를 지원해서라도 다 무너뜨려야 하는 실정이고 자연지형과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농토들은 기계와 농사의 규모성 때문에 버려지든지 파 헤쳐지는 것을 당연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빈 집과 빈 땅은 개발과 정비의 대상이지 복원과 활용의 보물단지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농지와 농가에 대한 자료의 집대성이라 함은 단지 가격과 지세에 대한 정보만 말하지 않는다 주변 산야의 식생과 논,집의 역사. 그 공간에서 있었던 전 사람의 삶의 행적 등도 대상이 된다.
농촌과 농업은 사람의 온기가 서려 있던 옛 촌락공동체의 복원 차원에서 접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체험 희망농가의 수용
네 번째 기대가 되겠다.
정식 귀농,귀촌 전에 귀농생활을 체험 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문제이다. 본 고사 전에 모의고사를 치러 보는 것과 같다. 그 지역의 <귀농인의 집>이라든가 <귀농지원센터>에서 중심 역할을 하면서 빈집, 빈 땅을 잘 단장하여 단기 체류가 가능한 예비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일정기간 살아 볼 수 있게 하여 자신의 지향과 본성에 맞게 실패 없이 시골에 정착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저렴하게 임대료를 받아도 될 것이다. 귀농희망자가 시골 인심도 탐방하고 시골생활 적응능력을 키우는 과정으로서의 체험 희망농가를 모집해도 될 것이다. 귀농귀촌 당사자나 해당 지자체는 공히 가벼운 긴장과 정성으로 예비단계를 거치는 셈이 될 것이다. 자극적인 인구 유입정책이나 즉흥적인 선택으로 빚어지는 실패하는 귀농귀촌의 예방도 되지 않을까?
일괄 상담체계의 구축
귀농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귀농귀촌이 아니더라도 생태적 자연 생활에 대한 관심과 시도는 건강, 영성, 교육, 노후, 취향 차원에서 다양하게 확산추세이다. 요즘 풍미하는 황토, 참살이, 귀농, 천연염색, 자연식, 대안교육,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대체의학(또는 자연의학, 민족의학), 생태건축, 명상, 단식, 생협, 삼보일배, 생명평화, 모심과 살림, 기도, 사랑 등의 단어들은 모두 다 자연생태농업과의 관련 하에 있다고 보면 된다.
어떤 지점에서 발원된 귀농귀촌 초심이었든 관계없이 일관 작업대(콘베어 벨트)처럼 상담과 현지방문과 모의체험과 이주와 정착이 연속적으로 이뤄 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떤 계기과 과정에서 귀촌귀농의 꿈을 꾸게 되었든지 시군 지자체에서는 다방면적으로 상담과 안내와 제안이 가능한 채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지원의 내용과 조건도 잘 정비해 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물량적 지원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아이엠에프 이후의 짧지 않은 경험에서 확인 했다고 할 수 있다. 지원의 주 내용은 귀농귀촌자의 자발적 의지와 성실한 노력이 잘 발양 될 수 있게 방조하는 것이다. ‘방조’정책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자율과 자립이 우선되는 도움 정책이다.
원주민과 귀농/귀촌자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귀농인이 현지에 잘 정착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원주민과의 어우러짐에 있다.
악의를 가지고 배척하지 않더라도 원주민의 정서와 생활양식으로 볼 때 귀농인들이 별나 보일 수 있다. 꽁지머리에 생활한복, 농사보다는 어울림에 더 치중하고 날마다 몰려오는 도시 방문객들.
이장단 회의나 지역 향토단체 등과 자연스런 자리에서 서로 어우러지게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귀농인들이 가진 전문분야의 능력이나 넓은 인간관계 등은 귀중한 자산이다. 시군 해당 부서에서 이런 점들을 주목하여 지역사회에 한 역할 할 수 있게 수용 해야 할 것이다.
마치는 말
농업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농사를 짓다보면 이른바 이물질들이 농사를 짓는 것을 보게 된
다. 잡초와 벌레가 그렇다. 잡초와 벌레가 없다면 농사는 불가능하다.
종 다양성과 삶의 다원성을 중시하라는 귀뜸으로 여겨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획일적으로 소득작물 중심의 단작 규모화 농사로 나가고 있는데 이
것은 매우 위험하다. 농촌관광도 체류형농장사업도 농업이 없이는 안된다. 농업 없는 농촌
은 허상이다. 이때의 농업은 지금과 같은 기계화, 규모화, 이윤중심의 농기업화, 다 투입 다
산출 방식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논과 밭에 설치한 농생산물 공장이라 하면 된다.
자연생태농업의 가치가 받아들여지는 귀농귀촌사업을 바란다. 귀농,귀촌 지원사업에 다양성
이 살려 질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자연생태농업에 기초한 옛 농촌공동체의 복원과 문화,세시풍습,역사,전설,무속 등이 살아날
수 있기를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