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일명 '태완이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21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개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비슷한 취지의 관련법이 병합 심사돼 위원회 대안으로 됐고, 22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은 사람을 살해한 죄로, 법정 최고형이 사형인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했던 바에 따르면, 상해치사와 폭행치사, 강간치사, 유기치사 등 모든 살인 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강간치사 등에 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은 성폭력특별법, 아동학대특례법 등 개별 입법을 통해 대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완이법'은 1999년 5월 대구서 발생한 황산테러로 김태완 군(당시 6세)이 숨진 사건과 관련, 범인이 잡히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초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하자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일면서 추진됐다.
그러나 '태완이법'이 시행돼도 태완이 사건은 적용을 받지 못한다.
김태완 군의 부모는 지난해 공소시효 만료 직전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재정신청을 법원에 냈으나 이는 기각됐다. 이후 대법원에 기각 결정을 재항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이달 초 기각 결정을 내려 태완이 사건은 끝내 풀리지 않은 사건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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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누구를 위한 법인가
이른바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지난 18일 한 지상파 방송에서 집중 다뤄진 이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에 다시 군불이 지펴졌다.
공소시효란 어떤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벌권이 소멸되는 제도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증인의 진술 등의 증거에 정확성이 떨어져 정확한 재판을 할 수 없다는 게 존재의 이유다.
또 미제 사건이 쌓일수록 증거물 등을 유지하는 것이 공무의 효율성을 떨어트리고, 피고인의 생활안정을 보장하자는 것 역시 존치 이유에 포함된다.
반면 공소시효는 곧 ‘범죄자에 대한 면죄부’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현재 대한민국의 살인죄 공소시효는 25년이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25년만 잘 숨어 지내면 형벌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그 기간 동안의 아픔과 고통은 오롯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몫이다.
국회에서도 일단 모든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내용의 이른바 ‘태완이법’이 발의는 된 상태다. 단 의원들 간 의견차로 논의자체가 미지근해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법은 지난 1999년 집앞 골목길에서 당시 6살이던 김태완 군이 황사테러를 당해 49일 만에 숨졌지만 태완 군 부모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 25년 간 범인을 찾지 못해 결국 영구미제로 남게 된 기막힌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범죄가 발생한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증언과 증거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거나, “용의자가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일부 지역 제외) 등 우리가 소위 말하는 선진국은 이미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한 바 있다. 이들 나라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문혜원 기자 haewoni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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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제도는, 공소시효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공소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가벌성이 감소
증거가 사라져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
(시간이 흐르면, 증거가 사라지고 DNA검출이 어려운 등의 제반 사정이 있기때문에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시효 제도를 두고있다.)
장기간의 경과로 인한 사실상의 상태를 존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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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들으면 가장 이해가 안되는 법률 용어 중 하나가 바로 이 공소시효입니다. 범죄를 저지른 날로부터 일정기간동안 잡히지 않고 도망쳐 검사가 기소를 하지 못하면 형사처벌이 면제된다니, 얼핏 들으면 죄짓고도 잡히지 않고 잘 도망다니면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는 정말 이상한 제도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런 공소시효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흔한 제도입니다.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공소시효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학설이 존재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재판의 공정성을 꼽을 수 있는데요. 범죄가 발생한 후 오랜 시간이 지나게 되면, 관련자들의 기억도 부정확해지고, 증거가 훼손되거나 변질될 우려가 높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기 힘들다라는 이유입니다. 10명의 범인을 잡기보다는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 학설도 최근 나날이 발전해가는 과학수사기법 덕분에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실재로 많은 나라들에서 살인이나 강도 같은 중범죄에는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있기도 하구요.
또한 범인이 장기간에 걸친 도피생활로 법적 처벌과 유사한 경험을 했을 수 있으며, 어찌보면 국가 공권력의 태만과 잘못으로 인한 책임을 범인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라는 의견과, 형벌의 목적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피의자를 사회 외부에 놔두는것은 사회 복기를 어렵게 해서 또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소시효를 둬서 일정기간 이후에는 다시 사회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공소시효의 가장 현실적인 주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수사력의 한계와 효율성인데요. 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나는데 실제 인력과 재화는 과거 사건에만 매달려있을 여력도 없으며, 한정된 수사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공소시효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여러 이유들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죄항목에 대해 공소시효를 두고 있는데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과학기술을 발전과 더불어 공소시효에 부정적인 국민감정이 더해지면서 일부 강력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더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범죄로는 내란죄, 외환죄, 집단살해죄, 성폭력살인과 아동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등이 있는데요. 여기에 살인죄를 추가한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아직 관련 법이 개정되지는 않았습니다. 단 2007년에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난 적은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