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철 교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고혈압·당뇨 등 위험인자 조절이 기본
심부전 80% 심실 수축기능 없이 발생
이뇨제, 최저 용량부터 사용 바람직
지난 반세기 동안 심부전의 진단과 치료 면에서는 다양한 발전이 있어 왔다. 대표적으로 심초음파의 발달과 전환효소 억제제, 베타 차단제, 알도스테론 억제제 등의 약물의 도입 그리고 심장이식의 활성화와 심장의 전기적인 조율 조정법 소개 등이 심부전 환자의 임상 양상을 호전시키는 데에 역할을 하게 된 점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부전은 노인 연령에서 여전히 가장 흔한 임상적인 문제 중 하나이며, 사망률과 입원율 등에서 큰 발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노령 인구의 증가에 따라 그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나아가 노령에서의 심부전은 접근 및 치료 면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인 중년 환자에서의 경우와 여러 가지로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어<표 1>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표 1> 노인성 심부전이 중년의 심부전과 보이는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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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심부전 |
중년의 심부전 |
유병률 |
10% |
1% |
성비 |
여>남 |
남>여 |
가장 흔한 원인 |
고혈압 |
관상동맥질환 |
임상 양상 |
비전형적 |
전형적 |
좌심실 구혈률 |
정상 또는 약간 |
저하 다수에서 저하 |
합병된 기타 임상 문제 |
다수 |
소수 |
대규모 임상 연구 |
소수 |
다수 |
치료 |
Empiric |
증거중심 |
주 담당의 |
1차 진료기관 |
2-3차 진료기관 |
■ 심부전 원인 및 병태생리
중년에서의 심부전 중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생각되는 것이 관상동맥질환이며, 관상동맥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심부전의 유병률 역시 동반되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노인층에서도 허혈성 심장 질환은 심부전의 중요한 발생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으나 기타 다른 원인으로 인한 심부전도 더욱 흔하게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노인층에서의 혈관 및 심장 상태 자체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며, 그러한 변화들로는 혈관 및 심장의 유연도 감소, 교감신경계 반응의 저하, ATP 생산력의 감소, 압감수체 감수성의 저하, 심방결절의 기능 감소, 그리고 혈관내피세포의 기능 저하 등을 들 수 있다. 노인성 심부전의 주요 원인은 <표 2>와 같다.
<표 2> 노인에서 발생하는 심부전의 주요 원인
Hypertensive heart failure -Diastolic heart failure -Left ventricular hypertrophy and left ventricular obstruction Coronary artery disease Left ventricular outflow obstruction due to sigmoid septum Aortic stenosis Atrial fibrillation Restrictive cardiomyopathy - senile amyloidosis |
■ 노인성 심부전 임상 양상
심부전의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운동시 호흡곤란과 기좌호흡, 운동 능력 저하 그리고 부종 등을 들 수 있는데, 노인층에서는 이와 더불어 비특이적인 양상의 증상도 자주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감별 진단과 치료에 난항이 자주 발견된다. 이는 노인들에서 호흡기 질환이나 신부전, 간기능 저하, 빈혈, 우울증 그리고 영양실조 등 여러 가지 다른 복합적인 문제들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비특이적 증상으로는 지남력 저하나 정신 혼미, 불안증, 구토, 설사 그리고 식욕부진 등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증상이 전형적인 증상 없이 단독으로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에 임상적인 판단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심부전의 전형적인 증후 역시 노인 환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 바, 호흡성 악설음은 폐부종이 없이도 만성 폐질환이나 폐 허탈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고 하지 부종 또한 정맥혈류 저하나 칼슘채널 차단제와 같은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한 경우일 수 있다.
■ 진 단
이와 같이 노인성 심부전의 양상이 일반적인 그것과 달리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심부전의 진단 자체도 특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특히 노인에서 심부전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은 시급을 다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심부전의 병력이나 주요 위험인자들이 이미 존재하면서 호흡곤란과 같은 전형적인 증상으로 발현하는 경우에는 우선 경험적인 치료로 이뇨제를 투여하면서 진단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비전형적인 경우들이 더 많이 발견되며, 이때 중요한 검사법으로 흉부 X-선과 심전도, 심초음파, 그리고 혈중 BNP 농도 측정 등을 들 수 있다.
흉부 X-선상에서 심비대와 폐부종 소견이 발견된다면 심부전의 진단을 확인할 수 있으며 기타 폐렴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으로 인한 호흡곤란 등을 감별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심전도상에서는 좌심근 비대의 소견이나 심근허혈 소견, 그리고 심방세동의 존재 등이 심부전으로 인한 호흡곤란을 의심하게 하는 주요 소견으로 볼 수 있다. 혈중 BNP 농도는 호흡곤란으로 발현한 환자에서 심부전을 감별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검사법이다. 노인에서는 혈중 BNP 농도가 안정 상태에서도 젊은 층에서보다 비교적 높게 측정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100pg/mL 미만의 값을 보일 때에는 심부전의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400pg/mL 이상의 값에서는 심부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알려져 있다. 혈중 BNP 농도가 100~400pg/mL 사이로 측정되는 경우에 감별이 필요한 질환으로 신부전으로 인한 수분저류나 폐색전증 등이 있으며 이들 역시 노인성 호흡곤란의 중요한 감별 진단으로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급성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모든 노인 환자에서 심초음파는 필히 시행되어야 할 검사법으로 이를 통해 심근 수축력, 이완기능, 심근 두께, 국소 심근 기능, 판막 기능과 심낭 질환 여부 등을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심근 수축력이 정상으로 확인되는 경우 도플러 심초음파 검사법을 이용하여 승모판 유입 혈류의 양상과 승모판륜의 운동 속도를 측정하고 이를 이용하여 이완기말 좌심실 충만압을 계산하는 것이 이완기능성 심부전을 진단하는 데에 표준적인 검사법으로 인정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측정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흔하지는 않으나 노인성 유전분증으로 인한 제한성 심부전의 경우 심한 이완기능 저하로 발현하면서도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칼슘 채널 억제제나 베타 차단제 등의 사용에 의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심초음파를 통한 진단시에 꼭 염두에 두어야 하는 질환이다. 심전도 및 기타 검사법으로 관상동맥질환이 의심되는 경우나 허혈성 심장질환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가 안정을 되찾은 후 핵의학 또는 심초음파를 이용한 부하 검사가 필요하며 많은 경우 관상동맥조영술이 도움이 된다.
■ 일반적인 치료
모든 연령에서와 마찬가지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 위험인자의 조절은 노인성 심부전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기본 치료에 해당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 도리어 노인에서 오히려 이들의 조절에 소홀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노인에서 이러한 위험인자의 조절은 젊은 연령의 환자에서보다 더욱 철저히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타 여러 연구에서 이미 밝혀진 바가 있다.
아울러 상기한 바와 같이 노인에서 흔히 발견될 수 있는 기타 임상적인 문제들, 즉 빈혈, 갑상선질환, 우울증, 영양실조 또는 비만 등의 조절이 젊은 층에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관상동맥질환으로 확인되는 환자에서도 심혈관 중재술이나 관상동맥 우회로 수술 등의 치료법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노인층에서 자주 발견되는 현상이 관절 및 기타 부위의 통증 조절을 위해 사용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의 과용인데, 이는 수분과 염분 저류를 촉진시켜 심부전을 악화시키거나 조절을 힘들게 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최대한 절제를 시키도록 하여야 한다. 기타 생활요법으로 적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주 4회 이상, 최대산소소모량의 50%에 해당하는 저강도 유산소 운동)과 저염식(저자들에 따라서는 일일 염분 섭취량 2g 이하를 권장하기도 한다)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를 시도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젊은 층에서보다 더 환자 가족들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한편, 가정에서도 매일 아침식사 전에 체중을 측정하면서 이뇨제 용량을 적절히 조절하도록 교육하는 것도 장기 유지요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일 체중의 변화량은 중등도 이하의 심부전에서 1-2kg 정도, 그리고 중증 심부전에서는 1kg 정도로 볼 수 있다. 이뇨제의 조절 후에도 지속적으로 2kg 이상의 체중 변화가 관찰된다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병원의 도움을 받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 노인성 심부전 약물요법
일반적인 심부전의 경우 심실의 수축기능 저하와 연관된 심박출량의 감소가 주된 병태생리이며, 이에 대한 치료가 주로 사용되는 방법이며 이에 대해서는 이미 단기 및 장기 효과가 입증된 다수의 치료 약제가 사용된다<그림 1>.
그러나 노인성 심부전에서는 실제 심실 수축기능의 저하 없이 발생하는 심부전이 80%에 해당하며 진단 및 치료시 이에 대한 고려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정상 수축기능의 심부전, 또는 이완기능성 심부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어 오고 있으나 아직 대규모 연구 결과를 통해 장기적인 생존율 증가를 보고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축적된 지식에 의하면 verapamil이 일부에서 증상 완화와 단기 생존율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candesartan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정상 수축기능의 심부전의 급성기에는 수분저류를 호전시키는 이뇨제의 사용과 맥박수와 교감신경계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베타 차단제, 그리고 혈관확장 효과를 보이는 레닌-안지오텐신계 조절 약제들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이때 주의를 요하는 것은 수축기능 저하시와는 다르게 이뇨제의 사용이 일시적으로, 그리고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과다한 이뇨 작용으로 인해 오히려 전부하의 심한 감소가 일어나거나 심실 내 유출로의 협착이 심해져 심박출량의 저하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반적으로 수축기능 저하와 연관된 심부전에서와는 달리 상기한 바와 같이 이완기능 조절을 위해 심근 내부의 칼슘을 제어하는 칼슘 채널 억제제들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연구 중 하나에서 사용되고 있는 sarcoplasmic reticulum 칼슘 통로 제어 물질이 특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완기능성 심부전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원인 질환, 즉 관상동맥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의 기저 요인들의 철저한 조절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심실 수축기능 저하에 따른 일반적인 심부전의 경우, 권장되는 약제는 상기한 바와 같이 중년 이하의 경우에서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어떤 약제의 경우도 우선은 최저 용량에서부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증상의 호전이 보이는 한 2주에서 4주 이상의 시간 간격을 두고 용량을 점차 증량시켜 기존의 연구 결과에서 권장하는 용량에 도달하도록 주의하는 것이 적절한 사용법이다. 이때 항상 염두에 두고 관찰하여야 하는 것이 혈압과 맥박, 신장 기능, 혈중 칼륨과 나트륨, 그리고 혈색소 등의 변화이며 이들의 변화가 관찰되는 경우 즉시 그에 걸맞는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노인의 경우 급속한 상태 악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디지털리스 강심제는 장기 생존율 호전을 기대하게 하는 약제가 아니기 때문에 심방세동이 동반된 경우나 기타 약제 사용 후에도 증상 호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만 주의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개의 노인 환자에서 디곡신의 적절한 용량은 0.125mg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혈중 농도는 0.5-0.8 ng/mL이 적절하다.
■ 결 론
노인성 심부전은 일반적인 중년의 그것과는 달리 합병된 임상 문제들이 다양하고 아직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잘 알려진 바가 없으며, 특히 정상 좌심실 수축 기능을 보이는 경우가 매우 흔하기 때문에 치료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의 경우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고, 삶의 질과 장기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하며, 많은 경우와 같이 소극적인 치료법에 연연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