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9 - 서영남
11월 7일(목)
겨울비가 내립니다.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났습니다. 서둘러 세수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겨울비가 내립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여섯 시에 도착했습니다. 대성씨와 성욱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쌀과 국수 그리고 몇 가지 물건들을 실었습니다. 동윤씨가 짐보따리를 챙겨서 왔기에 곧바로 함께 옥련동으로 갔습니다. 옥련동의 석원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들레 홀씨' 강아지도 태웠습니다. 지난번에도 옥련동으로 옮길 때 멀미를 하기에 이번에는 준비를 제대로 했습니다. 강아지를 철망으로 만든 집에 넣었습니다. 봉화로 출발했습니다.
봉화로 가는 길에 석원씨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옥련동 민들레의 집에서 거의 석달 가까이 있었는데 그 동안 얼마나 막노동 일을 해서 일당을 받았는지 물어보았더니 오일 일했다고 합니다. 새벽에 인력시장에 나갔다가 공친 날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거의 석달 동안 석원씨의 수입이 삼십만원도 안 되었다는 것입니다. 동윤씨도 11월달에 이틀 일했다고 합니다. 겨우 십만 원 벌었습니다. 동윤씨가 지내고 있는 단칸방 삭월세 10만원도 이번달에도 내지 못한 셈입니다.
동분서주. 죽도록 일하려고 했는데도 살 길이 없습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끔찍한 모습입니다.
동윤씨와 석원씨가 봉화 산골에 가서 술도 끊어볼 겸 그리고 겨울 동안은 어차피 막노동 일거리도 없기에 새로운 환경에서 겨울나기를 하면 어떨까 싶어서 봉화로 가는 것입니다.
비는 쏟아지고 강아지는 멀미를 해서 냄새가 심한데 창문을 열 수 없고 참 곤혹스런 시간이었습니다. 용인 휴게소에 도착해서 잠시 쉬면서 강아지가 멀미한 것을 청소하고 다시 봉화로 출발을 했습니다.
오전 11시쯤 봉화 소천에 도착했습니다. 민들레식구들과 식당에 들어가서 이른 점심을 먹고 봉화에서 지낼 두 사람에게 참이슬도 조금 맛보게 했습니다.
산골 바오로 형제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오랜 여행에 강아지는 멀미로 축 늘어졌다가 맑은 공기에 다시 팔팔해졌습니다. 동윤씨와 석원씨가 지낼 방에는 군불이 지펴져서 따뜻해있습니다.
묵은 김치를 차에 실었더니 냄새가 납니다. 오늘 여행은 냄새로 힘이 들었습니다. 목요일은 돌아오는 길이 막히지 않고 수월했습니다. 청송교도소를 다녀오는 금요일은 돌아오는 길이 참으로 힘듭니다. 오후 네시 반에 국수집에 김치통을 내려놓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서둘러 저녁밥을 지어서 먹고 신월동 성당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 일곱시 반에 신월동 성당에서 강의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11월 28일(금)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아침에는 배추국을 끓였습니다. 참 맛있습니다. 두현씨에게 가져다 줄 국도 챙겨놓았습니다. 그런데 검안성당 빈첸시오 회 자매님들의 전화가 왔습니다. 국수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서둘러 국수집으로 갔습니다. 자매님들이 쌀과 옷들 그리고 운동화를 많이 가져왔습니다. 헬스장을 하시는 자매님이 손님이 찾아가지 않는 운동화를 깨끗히 빨아서 모아둔 것이라고 합니다. 참 멋진 마음씨입니다. 신발이 다 떨어졌다며 도움을 청하는 우리 손님들께 챙겨드리면 얼마나 좋아할까요! 고맙습니다.
차 한 잔 대접해 드렸습니다. 다음에도 우리 손님들께 필요한 옷가지들을
모아 오시겠다고 하십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온 김에 두현씨를 모시고 옥련동 주민센터에 가서 주민등록증을 찾아야겠습니다. 집에 갔더니 주헌씨가 방 청소를 하고 옷도 빨아 널어놓고 앉아있습니다. 오늘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시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두현씨 방에 들렀습니다. 직접 아침을 해서 챙겨드셨다고 합니다. 준비해 간 두현씨 국을 드렸습니다. 두현씨에게 지낼만 한 지 물어보았더니 노숙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합니다.
옥련동에서 주민등록증을 찾고 옥련동 민들레의 집에 들러 선호씨와 태영씨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두현씨도 맘껏 드실 수 있게 두부 음식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이제는 좀 쉬어야지 했는데 반가운 전화가 왔습니다. 동천홍에서 맛있는 짜장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내일 우리 손님들께 드리면 얼마나 행복해 할까요! 짜장밥!
이제는 집에 가서 쉬어야지 하면서 돌아오는데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가톨릭언론 지금여기에서 11월 30일에 인터넷 카페 시대를 접고 독립적인 사이트로 새롭게 시작하는데 내일 아침까지 원고를 보내줘야 한답니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끙끙거리며 원고를 써서 보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제가 주례를 섰던 부부들과의 첫모임을 가지는 날입니다. 베로니카와 함께 방호정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여섯 부부가 참석했습니다. 모두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신하는 이들입니다. 바라만 봐도 흐뭇한 사람들입니다. 신혼부부도 있고요. 이제 학부모가 될 부부도 있고요. 15개월된 예쁜 아기, 간난아기, 아기 가진지 일곱달 된 부부... 참 재미있었습니다.
첫댓글 인간사 '새옹지마' 잘나고 못난건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평등하고 평화로운 민들레 국수집이 있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