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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이어진 백사장위에 곳곳에 널려진 생활 편리품의 잔존물들.
내가 좋아하는 밤바다의 고요함과 사색을 즐기려 찿던 그 바다가 오늘은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연이어진 모래밭위에 휘황 찬란한 조명과 철 구조물로 만들어진 무대위에서 펼쳐지는 보컬밴드의 강렬한 비트와
백사장의 모래와 허공으로 힘차게 내닫는, 심장 박동수보다는 좀 빠른 슈퍼우퍼의 저음이 내 가슴속 깊이 묻혀있던
흥을 돋운다.
수천명의 인파들과 밴드연주자의 얼굴하나가 사람키만해서 그냥 아무렇게나 백사장에 퍼질러져 봐도 앞사람의
머리통의 움직임에 전혀 신경안써도 될 만큼 중계화면들이 그야말로 엄청 크다
알 듯 모를 듯 내까리는 랩에 질러보는 함성과 발 돋음이 어느새 하나가 되어버린 밴드와 리드 보컬의 몸놀림에
저 멀리 환하게 내려다 보던 보름달도 덩달아 머리위로 가까이와서 머믈러 있다.
“ Oh, Yeah~, Yeah, ~~ Um, Um, ~~ 소리질러~~ 소리질러 ~~ J~ump, Jump, J~~ump Oh my baby ”
아직 20대후반에서 30대 전반쯤 되어보이는 리드보컬이 내지르는다. 바로 앞 모래턱에 다리꼬고 서있는 노랑머리
어린소녀들도, 제법 아랫배가 튀어나와 중년티마저 느껴지는 대학생 같은 친구들도 따라하고…
참으로 다양해진 음악 쟝르들 사이에서 낭만적인 7080 통기타 음악과 소울, 재즈를 즐겨하던 이제 60대 초반의
나로서는 머리속이 약간은 혼란 스러워진다.
이날 독특한 고음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랔밴드 기타리스트출신인 모 여가수와 ‘스트리트건스’의 ‘꽃이 져서야
봄인줄 알았네. 숨이 멈춰서야 삶을 알겠네’ 의 노랫말이 귀에 와 닿는다.
마치 내가 즐겨읽는 일본작가 ‘무라가미 하루끼’ 소설의 색깔처럼 개성이 짙다.
이렇게 해운대의 밤은 또 다시 깊어만 간다.
작년 년말을 마지막으로 후기 작업을 멈춘후 후기는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모임카페에 글써서 올렸고 이번에는
원정라운딩의 모습을 담고 싶어 작가로 다시 자청했지만 역시 글쓰는 것만큼 귀챦고 괴로운 것는 없는 것 같다.
지나간 것들을 다시 생각해 내야하고 그때 그때의 느낌을 살려 낸다고 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고 더군다나 이렇게
더운 날씨에 허옇게 변한 머리카락을 밖으로 밀어내는 두뇌로는 결코 만만치 않다.
후기 앞머리가 너무 길어진 것 같아 후다닥 접어들고 이제 원정 라운딩을 떠나본다.
8월 3일. 오늘도 변함없이 이글거리며 동해 바다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그 기세가 대단할 것 같다. 7시 30분에
전라북도 ‘무주안성cc’ 라는 무주의 어느 산 깊은 산중턱에 위치한 곳으로 우리를 끌고 갈 고급 리무진 버스
탑승장소인 용호동 메트로 아파트 대단지의 한 유치원앞에 모두 모였다. 보름만에 다시 보는 얼굴들이지만
그래도 반갑긴 어느 때보다 더하다. 꼭 초등학교 소풍떠나는 기분이랄까.
총무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형복의 준비물이 제법 많다. 간식거리, 마실거리들을 잔뜩 챙겼다.
시원하다 못해 한기까지 느껴지는 버스안에서는 에어컨바람이 몸을 움츠려들게하고 어제밤 끝난 ‘리코 위민즈 브리티시 오픈’ 여자골프대회 얘기가 단연 화제다. 과묵하게 보이는 박인비선수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기에 더욱 할 말들이 많다.
아무튼 이래저래 우리 귀에 들려오는 좋고 즐거운 소식은 스포츠외에는 없는 듯하다
9시 뉴스거리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고 우리를 짜증나고 불편하게하는 소식들 뿐이니…
차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길거리는 아침 출근 시간대이지만 여름휴가의 정점에 이른 기간이라 그런지 자못 한산하기도 하다. 간혹 보도위를 걸어가는 몇몇의 젊은 친구를 빼고는 다들 가로수의 좁은 그늘막아래 서있다. 그냥 멍하니
잠에서 들깬 듯 연신 하품하는 사람. 손바닥위에 스마트폰을 얹어놓고 마구 긁어대는 사람.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다가 웃는 사람. 요즘은 이렇게 길가면서 혼자서 중얼거리거나 고함지르거나 웃는 사람을 부쩍 많아진 것같다.
이십여 년 전만해도 미쳤거나 정신나간 병자(病者) 로 여기던 그런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길거리 뿐이겠는가? 버스안에서. 지하철안에서. 얼마전에는 해운대 바닷가에서 수영복차림으로 혼자 웃어대던
한층더 미친듯한 친구들도 봤고 등산복차림으로 높은 지리산능선의 절벽 바위에서도…. 가만 보면 몸안쪽 어딘가에서 이어져나온 실같은 줄에 단추같은걸 귓구멍에 하나씩 박고... 아무튼 재미있고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다.
조만간 스마트폰의 방수가 완전 해결되거나 블루투스의 거리영역이 길어진다면 벌거벗은채로 목욕탕에서도.
골프라운딩하면서도. 심심치 않게 문명이 주는 편안함의 도를 넘는 사람을 억수로 많이 볼 것 같다.
구포근처의 체육공원에 한번 정차해서 또 다른 12명의 골퍼전사님로 출발 정족수를 채우고 우리버스는 남해
고속도로로 올라선다. 함양 형님댁을 오가면서 자주 이용하는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는 이젠 정겹기만하다.
멀리 보이는 모나지 않고 둥그레한 산들과 옆으로 길게 누운 경호강. 구불구불 산길따라 반듯이 자리잡은
전원주택들이 눈에 익은 그 모습으로 한번 더 각인된다.
부산을 떠나 휴게소에서 킬링 타임겸 리프레시를 하고 4시간 만에 도착한 ‘무주안성 cc’.
산 중턱에 자리잡아 약간은 시원하다고 하는데… 글쎄 오십보 백보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더운 공기가 몸 전체로 엄습해온다. 마치 말려 죽일 대상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삼십 년 전만해도 어느 지역이 삽십도를 약간만 웃돌아도 굉장한 뉴스거리였고 삼십도를 넘으면 어찌되는 줄
알았는데 이젠 삼십도를 훌쩍 넘어 사십도에 가까워도 그리 큰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 현실이니 인생 마칠 때쯤이면
그냥 이것도 그냥 수월하게 넘어 50도에 육박할 것 같다. 이쯤되면 집을 지하로 파서 넣는 건설사는 대박날 것 같다.
라운딩차림으로 변신하고 식당에 모여 점심을 즐긴다. 작가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점심테이블에 포커스를 맞추고
한컷하다보니 씹어 넘기는 스피드에서 엄청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 냅킨으로 입 닦는 멤버. 앞 친구식사
마치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기다려 주는 멤버. 자기 몫에 시선 집중하고 연속적으로 입으로 집어넣는 동작을 하는
멤버. 잇사이에 끼인 녹조를 사후 정리하는 멤버. 이러나 저러나 다들 멋있어 보인다.
식사 끝나고 티오프까지는 한시간하고도 이십여분이 남았다. 슬슬 졸음도 오고. 어디가서 드러누우면 그냥 몇 시간은 잘 것 같은데… 클럽하우스에서 프로샵으로 그러다가 로비밖으로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다가 다시 들어와서
선블록 크림도 다시 발라도보고… 할 수 있는걸 최대한 시간끌며 다해본다.
로비 근처의 소파로 무념 무상한 도닦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멤버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니 촛점 맞추느라 다시
생기가 돈다.
종찬은 골프화를 안 가지고 와서 프로샵을 기웃거리다 그냥 보기에도 괜찮은 골프화를 주워들고 신어보고.
나 같으면 그냥 한번 빌려 신을 텐데... 사실 cc의 프로샵은 가격이 일반 시중보다 몇 십 퍼센트 비싸서 간단한 것이
아니면 잘 안사는데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종찬은 이날 밤 게임에서 혼자 독식해서
골프화비용을 건졌단다. Free golf shoes from playing games !!!!! 골프장갑 두켤레 까지도!!!)
스타트홀로 가기전 웨이팅장소. 다들 차양아래에서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터번처럼 손수건으로 머리를 둘러싼
형복과 웃통을 벗고 땀 말리려는(?) 상열. 늘 여름시즌에는 그래왔지만 땀 많은 나로서는 이번 원정경기도 거의
극기 훈련 수준이 될 것 같다. 작년에도 제 작년에도 그랬듯이. 그런데 작년에는 비가 와서 우중 경기도 했고
그 다음날에는 쟁쨍볕에 너무 습해 거의 죽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그냥 내리쬐는 볕뿐이니 조금은 나은 편이다.
종경. 재국. 지한과 한조를 이루어 첫 홀. 처음 쳐보는 골프코스가 마냥 낯설기 만하다. 페어웨이도 좁고 직선 코스가 거의 없다. 도그래그도 예측불허로 세컨샷을 해야 눈에 들어오고… 이리저리 용쓴다고 될 일이 아닐 성 싶다.
페어웨이에서 한발만 들어가면 환경이 확 달라진다. 골프공이 잠기는 50미리 이상의 러프인데 풀이 왜 그렇게
억센지… 한클럽 길게 잡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깍다말은 잔디가 아니라 잡초 그 상태로인 듯하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올해도 이데일리 여자프로 골프대회가 열렸단다. 참 대단한 선수들이다. 역시 프로는 프로다.
그린은 또 왜 이렇게 만들어 놨는지. 모래를 덜쓰고 흙으로 대충 다지기 공사하고 잔디를 입혀 놨는지 엄청 단단해서 백스핀은 엄두도 못내고 그린 스피드도 우리가 익숙해있는 3미터를 훨씬 넘어 자칫하면 남은거리가 친 거리보다
더 멀다. 전반적으로 지금까지 경험한 포대그린내지는 3차원 그린의 범주를 벗어나 4차원임에 분명하다.
홀 컵위치도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로 희한한데 – 미스하면 한참을 굴러 내려가거나 벙커나 해져드로 연결되고.-
두홀지나 세 번째 홀은 지금 생각해보면 이 골프장의 백미인 것 같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아일랜드 파3홀.
이렇게 몇 홀 지나자 쓰리 온 쓰리 펏팅이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보기라도 하면 안도의 한숨을.
파로 마감하면 마치 버디한 것 처럼 기분이 한껏 up된다.
밀집모자 쓴 농부의 모습으로 라운딩하는 종경과 그의 드라이버샷전에 담배로 향불을 만들어 옆에 놓고 치는 것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재국의 유연한 허리틀어 휘어치기와 지한의 잘라치는 페이드샷도 이전 그대로이다.
성질 죽이며 땀 딲아가며 치기를 4시간여. 다들 기진 맥진이다. 다들 라운딩 스코어에 기분 잡친 모양이다.
말 수가 적어졌다. 보통 치는 것 보다 10타씩은 더 쳤으니 그럴 수 밖에… 골프볼도 몇 개씩 산으로 물로 헌납했으니…
전반돌고 클럽하우스에서 먹은 2만원짜리 과일빙수와 cc에서 제공하는 아이스하드로 당분을 섭취했기에 망정이니
사단(死斷) 날 만한 날씨다.
아무리 찬물로 샤워를 해도 몸에 박힌 열기는 쉽게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한번 누른 샤워기 밸브는 자동으로
거의 10초 단위로 다시 눌러야 되고… 몸과 머리에 잔뜩 비누칠해가지고 냉탕에 뒤어들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았다.
오늘 밤 잠자리는 cc에서 이십분 이동하는 리조트지역이다. 옆에 식육판매와 레스토랑이 위치해 있는 이것도
산중턱이라 밤이 되니 시원은 했다. 날 벌레들도 적었고…
허기진 배에 꽃등심과 갈빗살을 채소에 싸서 한웅쿰식 입에 넣는다. 익숙지 않은 골프장환경에 기운들을 다 뺏긴
모양이다. 맥주와 소주로 목젓을 풀어가며 먹는 고기맛은 제대로다.
연이어 가진 시상. 집행부의 배려로 상품권의 색깔차이는 있지만 전원이 시상대에 나선다.
회장 종경의 찬조금외에 얼마전 딸래미 시집보낸 종찬과 지한의 찬조금과 석운의 현물(곰 된장) 협찬도으로 이번에도 멤버들은 즐겁다.
숙소는 4인 1실의 온돌 마루바닥의 원룸형이다. 이미 얘기는 듣고 왔지만 침대생활을 한지 거의 40년이 되었는데
얇아서 거의 쿠션이 없는 깔게 하나에 몸을 누인다는게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로비에 소파라도 있으면
모기한테 영양식을 제공하더라도 나가자고 싶지만 그나마 로비도 휑하다. 홑요를 두겹으로 만들어서 누워보지만
그게 몇분을 못 넘긴다. 반듯이 누워도 보고 왼쪽으로 누워도보고 반대로 돌려서 누워도 보고. 아무튼 시간은 간다.
맨눈으로 날밤을 새도 누워는 있다. 서있는 것 보다 그리고 앉아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아 자자. 거침없이 떨어진 자(者) 처럼 낮은베게 높이베고……’ 딱들어 맞는 싯귀가 불현듯 떠오른다.
설상가상. 자리가 배기는 건 그렇고. 나와는 대각선 방향에 자리를 잡은 석운의 다양한 음향이 이밤을 더욱
고달프게 한다. 마찬가지로 나보다 조금은 가까운 자리에서 sound of snoring and gagling으로 긴 밤을 기다렸을
재국의 말대로 석운은 이비인후과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
새벽 5시반. 재국이 셋팅한 알람에 전원 산 송장이 관에서 튀어 나오듯 벌떡 몸을 일으킨다. 20분 떨어진 cc로
다시 이동해서 패캐지에 포함된 해장국을 한 그릇하고 이른 아침 라운딩을 해야 한다.
“아침 라운딩이라 더위 걱정은 조금 나을건가” 하는 마음으로 몸을 일으켜 보지만 내 몸뚱아리는 아니다.
샤워기 레버를 있는대로 찬물로 돌려놓고 틀어보지만 글쎄…
버스탑승전 주차장에서 바람쐬던 멤버들이 어제밤 게임을 놓고 종찬에 대한 성토가 대단하다.
싹쓸이. 독식. 공짜 골프화 등이 많이 들리는 단어들이. 안봐도 비디오다. ㅎㅎ
종찬은 나랑 같은 방을 썻는데 밤 한시 반에 들어 왔었는데… 결과적으로 3시간동안 출금없이 수금만?
다시 cc 식당. 어제 미리 주문한데로 한그릇씩 아침 해장국들을 싹 비운다.
잠은 설쳐도 식욕들은 대단하다.
오늘은 조편성은 재국, 지한, 허한과 같이 라운딩한다. 어제 한번 돌았던 코스들이라 조금은 낯이 익었다.
그런데 휘두르는 골프채 마다 철퇴를 휘두르는 느낌이다. 잠 한숨 못잔 탔일까? 퍼터도 무겁고 모든게 무겁다.
45그램여 정도의 골프볼도 무겁고…. 비몽사몽간에 코스를 돈다.
어제보다 땀은 덜 솟아나서 몸은 조금 가벼운데 다리만 무겁다. 다행인 것은 오늘의 도우미가 거리나 코스 공략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는 것.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거의 실황 중계하다시피 공 위치나 거리 를 잘 알려 주니…
변함없이 cc에서 가장 인상적인 레이크 3번홀.
앞조의 그린 아웃까지의 웨이팅. 뒷조의 석운이 다가온다. 응원하러 왔단다. 몸도 풀 겸 잠도 깰 겸해서 뱃치기를
제안해본다. 사실 체격은 내가 크지만 뱃살부위는 석운이 만만챦다. 오히려 키가 내가 커서 무게중심이 위로
가있어 조금 불리할 듯 싶지만… 왼발, 오른발을 각각 바꾸어 걸고 했는데 결과는 1대 1무승부. 그렇지만 내가
진것이나 다름없다. 석운의 배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키 차이로 석운의 배가 나의 오줌보밑을 파고 들어 가격하니
어찌 감당하겠는가? 한번 가격당하면 그냥 머뭇할 수밖에 없었고 나는 가슴치기로 밀어내기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아무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기질 못해 생동감있게 전달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땡볕아래 초로의
신사들이 멤버와 도우미들에게 웃음 줬다는 걸로… (근데 다시는 이런 짓거리는 안할거다)
그럭 저럭 전 후반라운딩을 끝냈다.
어제랑 비슷한 스코어들로 마무리 했다. 다른 조 친구들도 같은 입장이다.
라커룸에서 잔뜩 빨랫감들을 비닐백에 집어놓고 바깥으로 냄새가 새어 나오지 않게 꼭꼭동여 맨다. 안식구에게
전달할 전리품(戰利品)처럼. 다행히 석운표 곰 된장과 함께하면 분위기가 살벌해 지지는 않을 것같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 다들 시원한 에어컨바람아래 녹아 떨어졌다. 중간 기착지인 함양지나 생초 경호강변의
민물 매운탕집에 도착할때까지는…
조그마한 방에 12명과 12명. 합하여 24명의 남자들이 들어차 냉매빠진 한대의 에어컨으로 휴대용 6개의 가스버너로
메가리 매운탕을 끓여대니 금새 실내온도가 34도 (에어컨에 표시된 실내온도 숫자기준) 로 올라간. 우리가
들어올때는 29도 였는데.... 맨 안쪽에 자리잡은 나는 더 이상 뽑아낼 육수(肉水)가 없을 정도로 땀 흘리고
그 억센뼈를 발라서 – 사진에서 보는 조그만 민물고기가 살점은 별로없고 뼈는 그야말로 통뼈였다.
그리고 이런건 오랜시간 중불에 서 뼈까지 녹도록 끓여야 하는데 살인적인 실내온도가 그렇게 놔두지 못했다 –
얼렁뚱땅 한 그릇하고 밖으로 나왔다.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 이렇게 세 번을 뇌까리며…
마침내 1박2일의 원정 라운딩을 끝내고 마침내 부산땅을 touch down했다.
다들 이날의 뒷풀이를 하기 위해 남천동의 한 횟집으로 향했으나 나는 미안하게도 식구들과의 약속으로 불참해야했다.
다시한번 이 자리를 빌어 이번 원정 라운딩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쓴 회장 종경과 총무 형복과 사정상 불참한 병록,
안석 대신에 무더운 날씨에도 게스트 초청에 기꺼이 응해준 봉호, 화중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행사지원을 위해 찬조를 해준 종찬 과 지한, 매년 일년먹을 된장을 협찬해준 석운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면서
펜을 내려놓습니다.
멤버들! 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9월 셋째주 금요일에 보입시더.
뚜벅이 이 영욱
첫댓글 역시 명문 후기!
넘 재미있네.
재민네~ 수고많았슴다.
역시 문장가!
긴 글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생생한 현장감이 그대로 전해온다.
후기 고정 멤버로 강력 추천!
더운날씨에 놀다오는것도 힘든데...
집행부도 힘들었지만... 그걸 사진찍고 또 재미있게 기록/서술한 뚜벅이에게도 경의를 표하요... 처음 가본곳이고 또 엄청 더운때라 스코어는 별로였지만 좋은 추억이었다오. 집행부와 뚜벅이에게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