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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재난고 [이제현 1288-1367년] 제8권 표(表) 18편
표(表) 18편
1 성지(聖旨)에 사례하는 표(表).
2 천자가 내린 옷과 술에 대하여 사례하는 표.
3 색목인(色目人)과 대등하게 대우하여 줄 것을 비는 표.
4 진정표(陳情表)
5 공주(公主)를 위하여 칭호 내려 주기를 청하는 진정표 금대(今代).
6 은자 원패(銀字圓牌)를 하사한 데 대하여 사은하는 표.
7 진정표(陳情表)
8 발올아찰연(孛兀兒扎宴)을 끝낸 뒤의 사표.
9 발아찰연 뒤에 황태자전(皇太子殿)에 사례하는 전(箋).
10 황태자의 봉책(封冊)을 축하하는 표.
11 봉책을 축하하여 황태자에게 올리는 전.
12 공신호(功臣號) 내린 것을 사례하는 표.
13 조사(詔赦)에 대하여 사은하는 표.
14 걸퇴전(乞退箋) 신이 이달 10일에 말에서 떨어져 발을 상하였다. 앉고 서기를 마음대로 할 수 없으므로 직책을 면하여 주기를 빌었다.
15 신이 근래 발병으로 물러가기를 빌었는데 삼가 들으니 또 하비(下批)하여 전대로 직임을 제수하고 열 자의 공신호를 더하였다 하니 송
구스러움을 이기지 못하여 다시 사면하기를 빕니다.
16 신모(臣某)는 병이 이미 오래되어 두 번 전(箋)을 올려 퇴직하기를 빌었더니, 이달 이십오일에 상의 자은(慈恩)을 입었습니다.
특별히 좌부대언(左副代言) 신(臣) 유숙(柳淑)과 응양군 상장군(鷹揚軍上將軍) 신 김용취(金鏞就)를 보내어 신에게 교서를 하사하여
그 청을 불윤(不允)하시니, 신은 감격하여 어쩔 줄 몰라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땅에 엎드려 오열(嗚咽)하면서 다시 어리석은 회포를
진술합니다.
17 신이 두 번이나 글을 올려 물러가기를 빌었으나 윤허받지 못한 지가 이제 이미 순월(旬月)이 되었는데, 병세가 증가하였으므로 다시 정
성을 진술하여 천청(天聽)을 더럽힙니다.
18 서연강설(書筵講說)을 면하여 주기를 빌고 찬성사(贊成事) 안축(安軸)과 밀직부사(密直副使) 이곡(李穀)을 천거하여 자신을 대신하
게 하는 전(箋).
성지(聖旨)에 사례하는 표(表)
명릉(明陵)을 대신하여 지었다.
기거(起居)
어릴 적에 북(北)으로 들어간 지 3년 동안 각별한 돌봄을 받았으니, 동쪽으로 돌아와서도 뼈에 새겨 하룬들 어찌 청축(請祝)을 잊으리까?
사표(謝表)
곡진한 명으로 은혜와 위엄을 보이시매 못난 자질은 감사하여 부끄러움만 더할 뿐입니다. …… 선기옥형(璿璣玉衡) 살피기는 순(舜) 임금과 같이 하고 그물을 늦추기는 탕(湯) 임금과 같이 하며, 착함과 밝음으로 양의(兩儀 천지(天地))에 참여하여 극(極)을 세웠고, 너그러움과 간략함으로 사해(四海)가 붙좇는 마음을 통일하였습니다.
신이 외람스럽게도 총각(總角)의 나이에 친히 수의(垂衣)의 교화를 받들었습니다. 스스로 돌아보건대, 가운(家運)의 불행함을 만나 스스로 편안할 곳이 없는데 특별히 봉륜(鳳綸 천자(天子)의 조서를 일컫는다)을 내려 번선(藩宣)의 기탁(寄托)을 위임하고, 곧 용절(龍節 천자의 사자(使者))을 보내어 책려(策勵)의 말을 거듭하였으니, 어찌 신서(臣庶)들만 기뻐할 뿐이겠습니까? 실로 종조(宗祧)가 의뢰할 바입니다.
이는 대개 먼 곳을 회유하는 도타운 의와 외로운 사람을 어루만지는 인(仁)으로 제 환공(齊桓公)이 왕실을 높인 공을 생각하여 후손을 보존시키고자 함이고, 채중(蔡仲)으로 하여금 아버지의 업(業)을 계승케 하여 과거의 허물을 덮게 하려는 것입니다.
신이 감히 부지런히 받들어 준행하여 백성이 길이 힘입도록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註解]
[주D-01]명릉(明陵) : 고려(高麗) 충목왕(忠穆王)의 능호(陵號).
[주D-02]선기 옥형(璿璣玉衡) : 천체의 움직임을 살피는 기계. 《書經》 舜典에 “선기(璿璣)와 옥형(玉衡)을 살펴 칠정(七政 일(日)ㆍ월
(月)ㆍ금(金)ㆍ목(木)ㆍ수(水)ㆍ화(火)ㆍ토(土))을 고르게 했다.” 하였다.
[주D-03]수의(垂衣)의 교화 : 적임자에게 일을 맡기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천하가 잘 다스려진다는 뜻으로 요순(堯舜) 시대의 정치를 말
한다.
[주D-04]번선(藩宣)의 기탁(寄托) : 제후(諸侯)로 봉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우리나라는 원(元)의 속국과 마찬가지였으므로 이렇게 말하
였다.
[주D-05]제 환공(齊桓公)이 …… 공 : 제 환공은 춘추 시대 오패(五霸)의 하나. 관중(管仲)의 보좌를 힘입어 제후(諸侯)의 맹주(盟主)가
되었고, 규구(葵丘)의 모임을 열어 주실(周室)을 높이는 맹약(盟約)을 맺었다.
[주D-06]채중(蔡仲) : 채숙(蔡叔)의 아들. 채숙은 주공(周公)의 형인데, 반(叛)하였으므로 곽린(郭隣)에다 가두었다. 그러나 그 아들 채
중은 어질므로 다시 채(蔡) 땅에 봉하여 아버지의 과오를 씻게 하여 주었다 한다. 《書經 蔡仲之命》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천자가 내린 옷과 술에 대하여 사례하는 표
기거(起居)
천하에 부림(父臨)하시어 은혜를 바닷가의 봉강(封疆)에 치우치게 베푸시니, 관대하고 인후함을 어려서부터 사모하여 마음에 후천(後天)의 축수가 간절합니다.
사표(謝表)
황화(皇華)가 명을 전하여 비상한 총뢰(寵賚)를 보이니 약질(弱質)의 분수에 넘치는 일이라서 망극(罔極)한 감정만 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선조를 효도로 받들고 연약함을 인으로 사랑함이라, 성무(聖武)의 조정에 근왕(勤王 천자의 일을 위하여 애쓰는 것)함을 기억하여 먼 나라에 은혜를 베풀고, 세황(世皇)이 상주(尙主)함을 생각하여 잔손(孱孫)을 보우(保佑)하시는 것입니다.
특별히 힘쓰라는 말을 선포하고 겸하여 각별한 하사를 하셨습니다. 선호(仙壺)의 구온(九醞 천자가 하사한 술을 가리킨다)은 짙은 우로(雨露)의 향기를 머금었고, 궁금(宮錦 천자가 내린 비단) 일봉(一封)은 운하(雲霞)의 채색이 찬란하게 발하니, 하늘로부터 흡족한 은택이 내림이라, 나라에 가득한 영광을 환호합니다. 신이 감히 뼈에 사무치는 은혜를 생각하여 몸이 싸라기가 되는 공효를 다하지 않겠습니까?
[註解]
[주D-01]황화(皇華) : 천자(天子)의 사신(使臣)을 말한다. 《詩經》 小雅 皇皇者華에 “환하게 빛나는 꽃이여, 저 언덕과 습지(濕地)에
있도다. 저 달려가는 정부(征夫)여 늘 왕명에 충실하지 못할까 걱정하도다" 하였다.
[주D-02]세황(世皇)이 상주(尙主) : 원 나라 세조(世祖) 홀필렬(忽必烈)이 그의 딸을 충렬왕(忠烈王)에게 시집보낸 것을 말하는데, 이
가 곧 장목왕후(莊穆王后)이다.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색목인(色目人)과 대등하게 대우하여 줄 것을 비는 표
기거(起居)
한 나라를 만방(萬邦)에 비교하면 검은 사마귀와 같고, 구달(九闥 원(元)을 가리킨다)이 일억년을 가도록 비는 데는 특별한 단성(丹誠)이 있습니다.
청표(請表)
하늘은 높으나 듣는 것은 낮게 하는지라, 백성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곡진하게 따르는 것이나 일이 예[古]와 같기를 고집하기는 어려우니 결단함은 제(帝)의 마음에 있습니다. 문득 어리석은 충정을 드러내어 감히 제의 조감(照鑑)을 더럽힙니다.
…… 명철하면서도 은혜스럽고 성실하면서도 밝아서, 여러 선조(先祖)의 헌장(憲章)을 준행하여 간략함으로 임하고 너그러움으로 다스렸으며, 여러 지방을 품제(品制)함에 밝아서 가까운 데에는 엄숙히 하고 먼 데에는 편안하게 하였으며, 이미 신의를 표창하는 인(仁)으로 미루어 주었고 또 공로를 생각하는 의(義)를 돈독히 하였습니다.
돌아보건대 폐읍(弊邑 우리나라를 가리킨다)이 대방(大邦)에 복종하여 적개심으로 요동(遼東)을 쳐 동쪽을 정벌하는 성무(聖武)의 군사를 도왔고, 관광(觀光)하려고 변주(汴州)에 가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세황(世皇 원 세조를 가리킨다)의 군사를 맞았습니다.
드디어 이강(釐降)의 영광을 입고 번선(藩宣)의 기탁(寄托)을 받아, 자손에 이르기까지 구생(舅甥)의 지극한 즐거움을 이어왔는 데다, 휴명(休明)한 때에 미쳐서 더욱 연행(緣幸)이 깊었습니다. 원량(元良 황태자를 가리킨다)이 곧 탄생하였으니 진실로 사해(四海)의 정에 맞고, 과매(寡昧)한 몸이 스스로 자랑하여 사사로 삼한(三韓)의 복이라 일컬었습니다.
인하여 생각하니, 일찍이 옥엽(玉葉 원조(元朝)를 가리킨다)의 인척(姻戚)이 되었고, 다시 선원(璿源 원조를 가리킨다)에는 육경(毓慶 황태자가 탄생한 것을 가리킨다)을 만났습니다. 이미 이렇게 본지(本支)의 관계가 이루어졌으니, 어찌 색목(色目)과 동등하게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러므로 속에 있는 간곡한 마음을 피력하여 외면하지 않는 은혜를 내려주시기 바라오니, 삼가 유음(兪音 황제의 윤허)을 내리시어 경모(景慕)하는 마음을 순하게 하여 주소서.
신은 삼가 성상(聖上)의 덕화를 부상(扶桑)에 펴서 노(魯) 나라가 한 번 변(變)하기를 기약하오며, 충성을 아름다운 궁전(宮殿)에 바쳐 길이 숭산(嵩山)에서 세 번 만세를 부르는 축하를 드립니다.
[註解]
[주C-01]색목인(色目人) : 눈빛깔이 다른 사람이라는 뜻. 원 나라 시대에 서역인(西域人)ㆍ아라비아인들이 많이 왕래했는데 이들은 동
양 인종들과는 피부ㆍ모발ㆍ눈빛깔이 달라 이렇게 불렀다. 이들 색목인은 원의 한족(漢族) 억압 정책에 따라 다른 민족으로서는
가장 우대를 받아 관직에 있어서도 중용(重用)되었다.
[주D-01]이강(釐降)의 영광 : 공주(公主)를 신하에게 시집보내는 것을 이강이라 하는데, 여기서는 홀필렬(忽必烈)이 그의 딸을 충렬왕
에게 시집보낸 것을 말한다.
[주D-02]부상(扶桑) : 동쪽 바다 가운데 신목(神木)이 있다는 곳. 여기서는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주D-03]노(魯) 나라가 …… 변(變)하기를 : 왕화(王化)를 따르는 훌륭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뜻. 《論語》 雍也에 “제(齊) 나라가 한 번
변하면 노 나라에 이르고 노 나라가 한 번 변하면 도(道)에 이른다.” 하였다.
[주D-04]숭산(嵩山)에서 …… 축하 : 나라가 길이 이어져 가기를 빈다는 뜻. 《漢書》 武帝紀에 “한 무제(漢武帝)가 숭산(嵩山)에서 하
늘 제사를 지낼 적에 만세 소리가 세 번 들렸다.” 하였다.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진정표(陳情表)
기거(起居)
동해로 백천(百川)이 달리는 것과 같으니 누가 감히 받들기를 뒤로 하겠습니까? 남산(南山)처럼 오래 가라는 만수(萬壽)의 외침을 본받아, 신이 홀로 축수를 먼저 하였습니다.
진정(陳情)합니다. …… 삼가 지정(至正) 5년(1345) 월일에 반포하여 내리신 조서(詔書)의 조획(條畫) 안의 일관(一款)을 보건대 ‘이 뒤로는 한인(漢人)ㆍ고려인ㆍ남인(南人)으로 겁설(怯薛)에 충수된 자는 모두 이 조항에 저촉된다.’ 하였습니다. 삼가 읽어 본 이래로 두려운 마음 안정시킬 수 없어 우러러 천청(天聽)을 더럽힙니다.
천지는 사가 없으므로 물정(物情)을 순히 하여 아울러 기르고, 제왕(帝王)이 일어나면 백성의 뜻을 살펴 따르기에, 감히 우매한 말을 올려 총청(聰聽)의 회답을 기다립니다.…… 명철하면서도 은혜스러워 군자가 마음 두는 것은 모두 신묘하게 감화됩니다.
높은 공이 있고 빛나는 문장(文章)이 있으되 공검(恭儉)을 숭상하여 도타이 하며 덕으로써 인도하고 예로써 가지런히 하여 앉아서 태평세대를 이루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성조(聖朝 원 나라를 가리킨다)가 의를 분발하여 나라의 터전을 세움으로부터 우리 소국(小國)이 성문(聲聞)만 듣고도 먼저 복종하였습니다.
위엄을 도와서 적을 토벌하여 요동(遼東) 백성들의 불안해 하는 모의를 막았고, 위험을 무릅쓰고 군사를 맞아 세조(世祖)의 용흥(龍興)하는 왕업(王業)을 도왔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생구(甥舅)의 친의를 맺어 보리(保釐)의 지위를 맡기셨고, 자제를 볼모로 불러 숙위(宿衛)의 항렬에 두게 하였습니다.
좌차(座次)는 웅길랄태(雄吉剌台)의 다음이고 술자리 또한 도우야속(闍于也速)에 참여하였습니다. 더구나 이제 곤원(坤元)이 황후가 되었으니 어찌 만국의 영광일 뿐이겠으며, 진삭(震索)이 상서를 쌓았으니 오로지 삼한(三韓)의 경뢰(慶賴)입니다. 때문에 어리석은 마음으로 스스로 헤아려보매 모든 이성(異姓)과 동등할 수는 없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기왕의 충근(忠勤)을 잊지 마시고 또한 만나기 어려운 연행(緣幸)을 생각하시어, 우리나라로 하여금 세척(世戚)같이 여기셔서 사태(沙汰)의 혐의가 없게 하시면, 더욱 황은(皇恩)을 추대하여 몸이 가루가 되는 공효를 다 바치겠습니다.
[註解]
[주D-01]겁설(怯薛) : 고려(高麗) 때에 번(番)을 갈마들어 숙위(宿衛)에 당하던 집사(執事). 여기서는 고려 사람으로서 원(元)의 궁궐에
숙위하러 간 사람을 가리킨다.
[주D-02]보리(保釐)의 지위 : 번선(藩宣)과 같은 뜻으로 제후(諸侯)로 봉하였다는 말이다.
[주D-03]곤원(坤元)이 …… 진삭(震索)이 상서 : 곤원은 황후(皇后)를 말하고 진삭(震索)은 《주역(周易)》 진괘(震卦)에 나오는 말로
장자(長子)의 탄생을 뜻한다. 여기서는 기자오(奇子敖)의 막내딸로, 원(元) 나라에 들어가 순제(順帝)의 비(妃)가 된 기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공주(公主)를 위하여 칭호 내려 주기를 청하는 진정표 금대(今代)
기거(起居)
청사(靑社 우리나라를 가리킨다)에 수봉(守封)되매 하루에 세 번 진접(晉接)을 받드는 일이 막혔으므로, 단소(丹宵 원의 궁궐을 가리킨다)에 축수를 바쳐 항상 숭산(嵩山)의 만세를 본받으려 합니다.
진정표(陳情表)
어린아이들이 요란하게 떠드는 것은 오로지 인자한 아버지가 어여삐 여김을 믿기 때문이요, 후제(后帝)는 진실로 총명하여 곡진하게 어리석은 백성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습니다. 밝게 살피어 간절한 말을 받아들여 주소서.
…… 진실하고도 밝으시어 선을 생각하여 움직이시며, 어진 사람에게 맡기고 의심하지 않으시므로 경사로운 모임을 오래도록 여시었으며, 사랑하는 도를 친한 사람으로부터 하였으므로 사해의 환심을 얻었습니다. 돌아보건대 용렬한 인품으로 다행히 창신(昌辰)을 만났습니다.
진실로 간절한 회포를 진술하매 어찌 아랫사람의 소원을 저지하겠습니까? 왕희(王姬 원 나라에서 시집온 공주를 가리킨다)와 짝지으니 영화가 아니겠습니까? 국속(國俗)으로 이름을 부르는 것은 마땅치 않습니다.
인하여 생각하니, 신의 증조부(曾祖父) 충렬왕은 홀독겁설(忽篤怯薛)과 짝이 되어 …… 원문 4자 빠짐 …… 국대장공주(國大長公主)의 칭호가 있었으며, 신의 왕부(王父) 충선왕은 보탑실린공주(寶塔實憐公主)와 짝이 되어 한국장공(韓國長公) …… 원문 2자 빠짐 …… 보탑실례공주(寶塔實禮公主)입니다.
친속(親屬)이 금지(金枝)의 족보에 실렸으니 마음이 동관(彤管)의 규간(規諫)에 있습니다. 만약 폐하(陛下)께서 공주가 먼 곳에 와 있는 것을 애긍(哀矜)히 여기시어 구례에 따라 허락하여 주시면, 그 구달(九闥)에서 내린 은혜로 하여 농리(穠李)가 더 빛나게 되고, 삼한이 덕에 감격하여 대춘(大椿)의 헌수(獻壽)를 올리겠습니다.
[註解]
[주D-01]하루에 …… 받드는 일 : 《주역》 진괘(晉卦)에 보이는 말로 임금이 어진 신하를 하루에 세 번씩 예접(禮接)한다는 말인데, 여기
서는 황제(皇帝)를 자주 뵙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주D-02]홀독겁설(忽篤怯薛) : 홀도로게리미실공주(忽都魯揭里迷失公主)의 잘못인 듯한데, 이는 곧 원 세조(元世祖)의 딸 제국대장공
주(齊國大長公主)를 가리킨 듯하다.
[주D-03]동관(彤管)의 규간(規諫) : 동관은 붉은 붓대로, 옛적에 여사(女史)가 이 붓으로 궁중(宮中)의 정령과 후비(后妃)의 일을 기록
하였다.
[주D-04]농리(穠李) : 천자의 딸을 제후에게 시집보내는 것. 《詩經 何彼穠矣》에 “어쩌면 저리도 환히 빛나는가 당체(唐棣)의 꽃이로
다. 어찌 빛나지 않으리요 왕희(王姬)의 수레로다.” 하였다.
[주D-05]대춘(大椿)의 헌수(獻壽) : 오래 살라는 뜻. 《莊子》 逍遙遊에 “상고(上古)에 대춘(大椿)이 있었는데, 8천 년으로 봄을 삼고 8
천 년으로 가을을 삼았다.” 하였다.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은자 원패(銀字圓牌)를 하사한 데 대하여 사은하는 표
기거(起居)
동쪽 바다를 경계로 하여 봉강(封疆)을 삼으니 일찍이 총애하는 명을 욕되게 하였고, 북극성을 향하여 읍하였으니 충성을 바치기 원합니다.
사표(謝表)
폐하께서 신에게 포마(鋪馬)와 성지(聖旨) 6도(道), 은자원패(銀字圓牌) 3면(面)을 하사하셨습니다. 이는 신의 할아버지 충선왕 신 모(臣某)가 일찍이 배사(拜賜)한 바로서 상사(上司)에 보관된 지가 이미 여러 해가 되었는데, 이제 모두 신에게 명하여 내리시니 신은 나라 사람과 더불어 경감(驚感)을 이기지 못하여 은혜의 만분의 일이라도 사례하고자 진정표를 올립니다.
총명한 들으심을 반드시 낮게 하는지라, 하늘이 어찌 학(鶴)의 울음을 막히게 하겠습니까? 황제의 은혜가 치우치게 무거우니 산(山)을 짊어진 모기 같습니다. 오직 온 나라가 감명하였으니 진실로 사방이 흠모(欽慕)하는 바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성조(盛朝)를 만나 여러 해 동안 숙위(宿衛)에 종사하고, 황제에게 고하고 고국으로 돌아왔으니 비록 추창하는 항렬에서는 물러났으나, 안색을 부드럽게 하여 백성을 다스리고 매양 부주(敷奏)의 말을 받아들였습니다.
마침 천개(賤介 우리나라의 사신)의 돌아옴을 인하여 선신(先臣)에게 주신 것을 도로 주셨습니다. 새서(璽書) 찍힌 6축(軸)은 사명(使命)을 받들어 증빙(證憑)할 수 있고, 은자(銀字) 3부(符)는 군정(軍情)을 아룀에 지체함이 없겠습니다.
이는 대개 간략함으로 임하고 관대함으로 다스리며, 후하게 하여 보내고 박하게 가지고 오게 하며, 널리 사랑하는 마음으로 변맹(邊氓)을 내지(內地)와 같이 보며, 상세(上世)의 조그마한 공을 기록하여 후손을 어루만져 주신 성덕을 만난 것입니다.
신이 감히 선조가 행한 바를 따라서 제후의 직책을 진술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봄에 조회하고 가을에 조근(朝覲)하여 천자의 아름다운 덕을 선양하겠으며, 자나깨나 성인(聖人 원 나라 임금을 가리킨다)의 수복을 빌겠습니다.
[註解]
[주D-01]북극성을 …… 읍하였으니 : 황제에게 충성을 다 바치겠다는 뜻. 《論語》 爲政에 “북극성이 그 자리에 있으면 여러 별이 모시듯
이 향하여 읍한다.” 하였다.
[주D-02]학(鶴)의 울음 : 진실한 뜻은 밖으로 나타난다는 뜻. 《詩經》 鶴鳴에 “학이 구고(九皐)에서 우니 소리가 하늘에 들리는구나" 하
였다.
[주D-03]부주(敷奏)의 말 : 치국(治國)에 대한 계획을 늘 천자에게 주달하였다는 말. 《書經》 舜典에 “5년에 한 번 순수하고 제후는 네
번 조회하여 계획을 아뢰면 실적으로 그것을 징험하여, 잘하였으면 거복(車服)으로 상을 준다.” 하였다.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진정표(陳情表)
기거
봉강(封疆)을 동방(東方)에 하사함을 받드니 기자 팔조(箕子八條)의 교화(敎化)를 따랐고, 수의(垂衣)의 태평을 북궐(北闕)에 바라면서 삼가 봉인 삼축(封人三祝)의 정성을 바칩니다.
…… 진술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함묵(含黙)하는 것이 어찌 인신(人臣)의 곧고 진실한 마음이라 하겠습니까? 채택할 만한 말은 반드시 따르는 것이 성주(聖主)의 포용(包容)하는 도량입니다. 감히 어리석은 회포를 아뢰어 총청(聰聽)을 더럽히려 합니다.
…… 우(禹)의 검박하고 부지런함을 본받으며 탕(湯)의 용맹스럽고 슬기로움을 힘썼으며, 간략함으로 임하며 관대함으로 다스리어 큰 왕업을 죽포(竹苞)같이 열었고, 후하게 하여 보내고 별 부담없이 오게 하여 여러 나라의 규향(葵向 충성을 바치는 것을 말한다)을 이르게 하였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우리나라는 조종(祖宗)의 세대로부터 외람되이 생구(甥舅)의 영행(榮幸)을 얻었습니다. 토풍(土風)은 비록 중원(中原)에 부끄러움이 있으나 천행(天幸)은 상국(上國)에서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 영안왕(榮安王) 대부인 이씨(李氏)는 대대로 벼슬한 혁혁한 자손이요, 예의를 지켜온 이름 높은 가벌입니다. 곤원(坤元)의 덕을 길러 일찍이 황금(黃金)의 집에서 살았고, 진삭(震索)의 상서를 쌓았으니 마땅히 벽루(碧縷)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삼가 듣건대, 황조(皇朝)의 법에 이른바 발올아(孛兀兒)라는 것이 있어서 인아(姻婭)의 환락을 이루는데 자손들이 경사로 삼았다고 합니다. 옛적에도 이와 같이 하였으니 이제 어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폐하가 대부인 이씨를 위하여 성대한 예를 우우(優優)히 거행하게 하여 특수한 은혜로 간간(玕玕)함을 보이신다면, 구족(九族)을 화목하게 하는 의에 감동되어 영세(永世)토록 맹세코 잊지 않을 것이며, 온 나라가 황제에게 아름다움을 돌리는 정성을 다하여 앞으로 늙지 않기를 빌겠습니다.
[註解]
[주D-01]기자 팔조(箕子八條)의 교화(敎化) : 팔조목 가운데 “사람을 죽인 자는 죽인다. 사람을 상해한 자는 곡물로 보상하게 한다.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그 집의 노예로 만든다.” 하는 세 가지만이 전하여온다.
[주D-02]수의(垂衣)의 태평 : 주 2) 참조.
[주D-03]봉인 삼축(封人三祝) : 장수(長壽)하기를 비는 것. 화(華)라는 땅의 봉인(封人)이 수(壽)ㆍ부(富)ㆍ다남(多男) 세 가지로 요
(堯) 임금에게 축하를 올렸다는 고사가 있다.
[주D-04]죽포(竹苞) : 기반을 굳게 다졌다는 뜻. 《詩經》 斯干에 “대나무가 떨기져 난 것 같고 소나무가 무성한 것 같다.” 하였다.
[주D-05]진삭(震索)의 상서 : 주 13) 참조.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발올아찰연(孛兀兒扎宴)을 끝낸 뒤의 사표
기거(起居)
천하의 군부(君父)로 임하시어 널리 일시(一視 천하의 백성을 동일하게 대우하다)의 인(仁)을 폈고, 어려서부터 성명(聖明)을 사모하였으니 깊이 삼호(三呼)의 축하를 바칩니다.
사표(謝表)
건곤(乾坤)이 아득하니 감히 호유(呼籲 천자에게 아뢰는 것)가 들림을 기약했으리까만, 미약한 초목(草木)이 문득 은영에 목욕(沐浴)하였습니다. 감사와 놀라움으로 절로 춤이 나오는 것을 깨닫지 못하겠습니다.
…… 우(禹)의 검근(儉勤)을 본받았고 탕(湯)의 성경(聖敬)을 힘쓰셨으며, 조종(祖宗)의 전례(典禮)를 준행하여 구장(舊章)을 새롭게 하니 묘사(廟社)에 드리운 아름다운 상서가 이에 성하였습니다. 낮음을 듣는 총명을 굴하여 작음을 사랑하는 인(仁)을 도타이 하였으며, 해뜨는 나라를 돌아보매 선녀와 같은 여인을 낳았습니다.
아름다움이 곤순(坤順 여자의 덕)에 뭉쳤으니 모의(母儀)를 육궁(六宮)에 따랐으며, 이명(离明 태자를 가리킨다)의 경사가 났으니 나라의 근본을 만세에 굳혔습니다. 이에 선원(璿源)의 귀척(貴戚)을 내리고 옥절(玉節)의 중신(重臣)을 보내어, 음식을 베풀어 즐거움을 하사하고 금증(金繒)을 꾸미어 뜻을 표하였습니다.
이미 덕에 취하였으니 길이 구생(舅甥)의 친의를 위한 것이라 그 빛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하(夷夏 중국과 오랑캐 지역)가 흠관(歆觀)할 것입니다. 신이 감히 길러주는 은혜를 생각하여 이 몸이 가루가 되도록 노력하여 그 공을 갚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로지 기봉(箕封 우리나라를 가리킨다)에서 술직(述職)을 다하여 매양 화축(華祝)의 정성을 바치려 합니다.
[註解]
[주D-01]육궁(六宮) : 고대 황후의 침궁(寢宮). 황후의 의법(儀法)을 익혔다는 뜻이다.
[주D-02]화축(華祝) : 주 23) 참조.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발아찰연 뒤에 황태자전(皇太子殿)에 사례하는 전(箋)
하늘이 한 번 맑으매 땅이 한 번 편안하니 마침 문명(文明)의 아침을 열었고, 별이 거듭 빛나고 바다가 거듭 윤택하니 크게 감무(監撫)의 권한(權限)을 받으셨습니다. 온 천하가 함께 즐거워하는데, 하물며 우리나라의 다행임에리까!
이제 황제폐하(皇帝陛下)께서 만만태자(巒巒太子)와 정안평장(定安平章) 등의 관(官)을 보내시어 발아찰의 잔치를 내려주셨으니, 이는 대개 황태자 전하(皇太子殿下)께서 학문이 날로 넓어지며 덕이 나이와 더불어 풍부하여, 이미 청궁(靑宮)의 저위(儲位 태자를 뜻한다)에 올랐고 더욱 단의(丹扆)의 효성이 돈독하신 덕분입니다.
어머니의 고향 나라는 서방(庶邦)과 대등하게 하기를 어렵게 여겨, 폐하의 은택을 운소(雲霄 천자의 조정을 가리킨다)에서 인도하여 이 아름다운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산천(山川)은 용동(聳動)하여 서로 경축하고 부로(父老)들은 이 성연(盛宴)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모(某)는 삼가 더욱 충성을 다하여 끝없이 장수하기를 길이 빕니다.
[註解]
[주D-01]감무(監撫) : 국사(國事)를 감독한다는 뜻으로 태자(太子)를 가리킨다. 감국무군(監國撫軍).
[주D-02]단의(丹扆) : 천자가 치는 병풍으로 천자를 가리킨다.
ⓒ한국고전번역원 ┃ 나금주 (역) ┃ 1979
황태자의 봉책(封冊)을 축하하는 표
기거(起居)
옛날에 경연(京輦)에서 모시면서 행위(行葦)의 은혜에 참여하여 젖었었는데 이제 바닷가의 번국(藩國)을 지키니, 원컨대 반도(蟠桃)의 수(壽)를 바칩니다.
하표(賀表)
건원(乾元)을 본받아 당저(當宁 천자가 재위(在位)함을 가리킨다)하여 만세(萬世)의 큰 계책을 열었고, 큰아들을 세워 조묘(祧廟)를 잇게 하니 백왕(百王)의 성대한 법전을 계술하였습니다. 덕음(德音)을 널리 입히매 서응(瑞應)이 매우 드러났습니다.
…… 건건(乾健 천자를 가리킨다)으로 간략하게 임하고 잘 계승할 이명(离明)을 얻었습니다. 스승을 높이고 중히 여기는 예를 엄하게 하여 일찍부터 영문(令聞)이 드러났고, 국정을 감독하고 군사를 어루만지는 권한을 위임하니 진실로 여망(輿望)에 맞습니다.
이는 대개 종사(宗社)에 복이 드리워 천인(天人)이 꾀를 함께 하여, 임금의 마음을 계우(啓祐)하고 나라의 근본을 굳고 편안케 한 것입니다. 인하여 널리 사랑하는 도리를 미루어 다시 살리기 좋아하는 인을 베푸니, 온 사해가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는데 더욱 삼한(三韓)의 경행(慶幸)이 됩니다.
삼가 생각건대 신은 일찍이 금문(金門)에 통적(通籍)함을 입었고 오래도록 동금(銅禁)에서 시서(侍書 윗사람을 모시고 글을 강하는 것)하였었는데, 천자를 받들어 조회하면서 아름다운 연회에 참여치 못함이 한스럽고, 축하하는 소문만 들으니 정성이 평소의 배나 됩니다.
[註解]
[주D-01]행위(行葦) : 《시경》의 편명. 제사를 끝내고 부형(父兄)과 기로(耆老)에게 잔치를 베풀 때 읊는 시(詩)인데, 여기서는 천자의
은혜를 많이 입었다는 뜻이다.
[주D-02]반도(蟠桃) : 선도(仙桃)로 한 개를 먹으면 1천 년을 산다고 한다. 《漢武故事》에 “서왕모(西王母)가 복숭아 7개를 가지고 내
려와서 자신이 2개를 먹고, 5개는 무제에게 주었다.” 하였다.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 1979
봉책을 축하하여 황태자에게 올리는 전
기거(起居)
정성이 티끌처럼 졸렬하니 산을 북돋우는 공효가 적음을 부끄럽게 여기고, 꿈은 먼 하늘 끝에 수고로우니 부질없이 운무(雲霧)를 헤치는 마음만 바칩니다.
하전(賀箋)
충성과 효도는 진실로 상제(上帝)의 마음에 맞았고, 큰아들이고 어지니 드디어 전성(前星 황태자를 가리킨다)의 위치를 바루었으며, 여정(輿情)이 붙좇는 바이라 나라의 근본이 튼튼해졌습니다.
…… 타고난 덕은 물같이 깊고 학문은 날로 진보되었으며, 옥책에 새기니 만국이 올바름을 길이 보겠고, 푸른 일산 수레에 타니 일인(一人 천자를 가리킨다)의 경사를 받들었습니다. 몸은 조묘(祧廟)를 잇는 중한 책임을 맡았고 뜻은 침석(寢席 천자의 안후를 가리킨다)을 묻는 근면한 정성을 오로지하였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일찍이 말료(末寮 하급관리)에 임명되었을 적에는 두터운 돌봄을 받았었는데, 제잠(鯷岑 우리나라의 별칭)에 종적이 엄체(淹滯)하여 축하하는 반열에 참여하지 못하니, 곡해(鵠海 멀고 큰 바다)에 정성을 보내며 기쁜 눈물을 금치 못합니다.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공신호(功臣號) 내린 것을 사례하는 표
기거
균천(鈞天)의 구주(九奏)를 들으니 꿈속과 같으며, 숭악(嵩岳)의 삼호(三呼)를 본받아 매양 만년의 축수를 드립니다.
사표(謝表)
지정(至正) 16년(1356) 1월 20일에 사신들이 중서도당(中書都堂)에 선명(宣命)한 균지(鈞旨)를 삼가 받들고 이르니, 신이 삼가 온 나라의 신료(臣寮)와 함께 예의를 갖추어 성(省)에 나아가 맞아 대궐을 바라보며 공경히 받았습니다.
엎드려 선명의 절문(節文)을 읽어보니, 신에게 친인보의 선충봉국창혜 정원공신(親仁保義宣忠奉國彰惠靖遠功臣)을 내렸으므로, 신은 머리 조아려 두 번 절하였습니다. 정신이 아득하고 눈물이 흘러 기쁨을 이기지 못하겠으니, 감격한 마음 끝이 없습니다.
천재(千載)의 한때인지라 하늘로부터 내린 명을 즐겁게 받들었고 사방의 모든 나라가 세상에 드문 영화를 용동(聳動)하여 들었습니다. 뼈에 새겨 잊지 않겠으며 몸이 가루가 되어도 갚기 어렵습니다.
삼가 생각하니 …… 간략함으로 백성에 임하고 오직 정밀히 살펴 중도(中道)를 행했으며, 조종의 행한 바를 따르니, 성내지 않아도 위엄이 있고 말하지 않아도 믿으며, 상제(上帝)의 법을 준수하니 지나는 곳은 감화되며 마음 두는 것은 모두 신묘하게 감화되어, 풀과 나무의 생성(生成)에까지 이르니, 이것은 모두 건곤(乾坤)이 아름답게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삼가 생각컨대 저는 나이 어릴 적에 맑은 거동을 뵈었으며, 용루(龍樓 천자의 궁궐을 가리킨다)에서 숙위(宿衛)하였었으나 이미 털끝만한 보좌도 없었고 첩역(鰈域 우리나라 별칭)을 승습(承襲)하였으나 또한 척촌(尺寸)의 공도 없었는데, 어찌 12자의 포상이 잘못 백에 하나도 능치 못한 저에게 미칠 줄을 생각하였겠습니까?
이는 대개 여러 대 동안 근왕(勤王)한 공적을 기록하고 우신(愚臣)이 천자 사모하는 정성을 어여쁘게 여겨 윤음을 내리심이라 솥과 종(鐘)에 새겨 기리는 것과 같이 여기시는 것입니다. 신은 삼가 마음으로 인(仁)을 구하여 만물에 은혜 끼치기를 힘쓸 것이며 몸으로 의(義)를 행하여 천자에게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먼 백성들의 준준(蠢蠢 미련하다는 뜻)한 정(情)을 보호하여 안정(安靖)한 데에 이르게 하겠으니, 상국(上國)의 밝은 교훈을 감히 받들어 실행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註解]
[주D-01]균천(鈞天)의 구주(九奏) : 균천은 균천광악(鈞天廣樂)의 준말로 천상(天上)의 음악을 말하고, 구주는 아홉 번째 연주로 곡
(曲)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주D-02]지나는 …… 감화되어 : 이 말은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있는 말이다. 즉 “군자(君子)가 지나는 곳은 모두 그 덕화에
감화되고, 군자가 마음 두는 것은 모두 신묘하게 감화되니, 군자는 천지와 함께 유행(流行)한다.” 하였다.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조사(詔赦)에 대하여 사은하는 표
기거(起居)
북신(北辰 북극성인데 천자를 비유했다)이 그 처소에 거(居)하여 아래로 석목(析木)의 나루에 임하니, 동해(東海)에서 봉강(封疆)을 지키매 위로 반도(蟠桃)의 축수를 올립니다.
사표(謝表)
건곤은 큰 조물주(造物主)라 서물(庶物)의 생성(生成)을 곡진하고 온전하게 하며, 부모는 지극히 인자하니 어리석은 아이의 잘못을 탓하지 않습니다.
…… 신성(神聖)하며 간략하고 너그러우시어, 다스림은 무위(無爲)를 숭상하시니 대순(大舜)의 무간(舞干)을 본받았고 마음에 불인(不忍 차마 못하는 마음. 어진 마음)이 도타움은 성탕(成湯)이 그물을 늦춤을 본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사해가 평안한 것은 오직 우리 일인(一人 천자를 가리킨다)의 경사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다행히 창성(昌盛)한 시대를 만나서 이 나라를 외람히 승습하였는데, 적자(賊子)들이 윤상(倫常)을 어지럽혀 국가를 전복하려 하였으나 어리석은 신이 창졸에 대응하노라고 황제에게 미처 아뢰지 못하였습니다.
삼가 받으니 …… 먼 곳을 보는 밝음을 미루어서 크게 포용하는 도량을 넓히셨습니다. 사기(事機)의 부득이함을 헤아리고 정실(情實)의 어쩔 수 없음을 불쌍히 여기시어, 뇌정(雷霆)의 위엄을 거두고 이미 지난 일이라 하여 허물치 않고, 우로(雨露)의 혜택을 베풀어 모두 유신(惟新)에 참여하게 하셨으니, 건곤이 만물의 생성을 온전하게 하고 부모가 아이의 잘못을 탓하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족히 비유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목석(木石)이 아니니 어찌 감사함을 모르겠습니까?
신은 삼가 덕음을 신서(臣庶)에게 펴서 온 나라를 편안케 하고 세시(歲時)에 직공(職貢)을 닦아 만세토록 변치 않겠습니다.
[註解]
[주D-01]석목(析木)의 나루 : 석목은 미수(尾宿)의 별칭으로 우리나라의 위치를 말한 것이다.
[주D-02]무간(舞干) : 순(舜) 임금의 춤. 간우(干羽)를 잡고 추는 춤인데, 순이 묘(苗)를 칠 적에 항복하지 않자 우(禹)가 문덕(文德)을
닦으라고 아뢰므로, 순이 그대로 하였더니 7순(旬) 만에 묘가 절로 항복하여 왔다 한다. 《書經 大禹謨》
[주D-03]성탕(成湯)이 …… 늦춤 : 죄를 용서하여 준다는 뜻. 《呂氏春秋》에 “탕이 거둥하다 짐승 잡는 그물을 사방(四方)에 친 것을 보
고, 삼면(三面)은 터주고 일면(一面)만 치게 했다.” 하였다.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걸퇴전(乞退箋) 신이 이달 10일에 말에서 떨어져 발을 상하였다. 앉고 서기를 마음대로 할 수 없으므로 직책을 면하여 주기를 빌었다.
바다의 자라가 머리를 들매 영산(靈山)을 받들기를 바라고 마구의 말이 발굽을 상하였으니 어찌 청로(淸路)를 가지런히 달릴 수 있겠습니까? 이러므로 저의 포부를 진술하여 총명을 더럽힙니다.
삼가 생각건대 신은 문서나 다루는 용렬한 재능이요 도량이 좁은 천한 품성인데, 외람스럽게 병균(秉鈞 요직을 맡는 것)의 책임을 맡았으니 몸이 가루가 되는 노고를 감히 잊을 수 있겠으며, 복속(覆餗)의 근심을 항상 품으니 등에 가시를 진 것과 같았습니다.
과연 원숭(元崇)의 발 병을 이루었으니 수가(須賈)의 무릎으로 행함을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방에서 신음하고 작은 거리도 기어다니니, 이는 대개 재주는 적은데 책임이 중하고 복이 과하여 재앙을 낳은 것입니다. 구문(口吻)의 시비를 만났으니 형세가 함께 처하기 어렵고 말에서 떨어져 몸을 상하였으니 진실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신이 일을 덜고 병을 보양코자 함을 불쌍히 여기고, 신이 거짓을 꾸며 총애를 사양하는 것이 아님을 아셔서, 신으로 하여금 늙은 나이에 벼슬의 영화를 사퇴하고 전야에 한가로이 거처하여 약이(藥餌)의 공효를 거두게 하여 주시면, 강릉(岡陵)의 수를 오로지 빌면서 임금님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겠습니다.
[註解]
[주D-01]복속(覆餗)의 근심 : 재상(宰相)이 그 임무를 잘못할까 걱정하는 것. 《易經》 鼎卦에 “솥발이 부러져 그 속에 있는 음식을 엎질
렀다.” 하였는데, 이는 재상이 그 임무를 감당하지 못하여 큰일을 그르치는 것을 말한다.
[주D-02]원숭(元崇)의 …… 이루었으니 : 당(唐) 나라의 고승(高僧). 발 병은 미상이다.
[주D-03]수가(須價)의 …… 못하겠습니다 : 발을 다쳐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 수가는 전국 시대 위(魏) 나라 중대부(中大夫).
《史記》 卷70에 “ 범수(范睢)가 가난하였을 때에 수가를 섬겼는데, 수가가 제(齊) 나라에 사신으로 갈 때에 따라갔다가 범수가
분수 외의 선물을 받자 수가의 고발로 인하여 곤욕을 당하고 진(秦)으로 도망하였다.
뒤에 수가가 진에 사신 왔다가 정승이 된 범수가 장녹(張祿)으로 변성명한 줄 모르고 행동하였다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서 옷
을 벗어 어깨를 드러내고 무릎으로 기면서 사죄하였다.” 하였다.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신이 근래 발병으로 물러가기를 빌었는데 삼가 들으니 또 하비(下批)하여 전대로 직임을 제수하고 열 자의 공신호를 더하였다 하니 송구스러움을 이기지 못하여 다시 사면하기를 빕니다
재능을 헤아려, 쓰고 버리는 것이니 어진 임금은 어찌 어려운 바를 맡기겠습니까? 분수를 헤아려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이니 어진 선비가 화에 걸리는 것을 면합니다. 총명을 돌리시어 우매한 자의 말을 받아들여 주소서. 삼가 생각컨대 신은 썩은 선비로서 사정(事情)에 오활(迂闊)합니다.
지혜는 발을 보살피기에도 부족하여 이미 미끄러져 엎어졌습니다. 걸해(乞骸)를 더욱 간절히 함은 스스로 굴칩(屈蟄)을 달게 여김인데, 어찌 특별한 총애를 병든 이 몸에 다시 더하십니까? 술잔에 임한 새가 놀라서 다시 금석(金石)의 아룀을 듣고, 마판에 엎드린 노마(駑馬)가 지쳐 있는데 도리어 비단 덮개를 얻었으니, 사람들이 떼지어 일어나 다투어 조롱할 것이고 신도 진실로 자신을 돌이켜보매 부끄러움을 더할 뿐입니다. 어찌 왕래하기도 어려운 몸으로 감히 읍양(揖讓)을 옹용(雍容)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따뜻한 유음(兪音)을 내리시어 늙어 쇠잔한 목숨을 온전케 하여 주시면, 향 피워 깨끗이 목욕하고 공광(孔光)처럼 집으로 돌려보내준 은혜에 절하고, 전야(田野)에 살면서 홍경(弘景)처럼 관을 건 뜻을 올리겠습니다.
[註解]
[주D-01]걸해(乞骸) : 벼슬에서 물러가기를 청원하는 것. 《漢書》 疏廣傳에 “소(疏)를 올려 걸해하니 상(上)은 그의 나이가 늙었다는 것
으로 모두 윤허하였다.” 하였다.
[주D-02]공광(孔光) : 한(漢) 나라 사람. 성제(成帝) 때에 벼슬하였는데, 애제(哀帝) 때에 왕망(王莽)이 용사(用事)하자 해골을 빌어 고
향으로 돌아갔다.
[주D-03]홍경(弘景) : 도홍경(陶弘景). 남북조(南北朝) 시대 사람. 구곡산(句曲山)에 은거하여 호를 화양진인(華陽眞人)이라 하였
다. 제 고제(齊高帝) 때에 좌위전중장군(左衛殿中將軍)을 제수하자, 홍경은 관(冠)을 신무문(神武門)에 걸고 돌아가면서 시
(詩)로 자신의 뜻을 밝혔다 한다. 《南史 卷76》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신모(臣某)는 병이 이미 오래되어 두 번 전(箋)을 올려 퇴직하기를 빌었더니, 이달 이십오일에 상의 자은(慈恩)을 입었습니다. 특별히 좌부대언(左副代言) 신(臣) 유숙(柳淑)과 응양군 상장군(鷹揚軍上將軍) 신 김용취(金鏞就)를 보내어 신에게 교서를 하사하여 그 청을 불윤(不允)하시니, 신은 감격하여 어쩔 줄 몰라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땅에 엎드려 오열(嗚咽)하면서 다시 어리석은 회포를 진술합니다
벼슬하여 충성코자 하는 바는 임금이니, 진실로 적임자가 아니면 헛되이 은영(恩榮)만 더럽히는 것인데, 늙어도 물러가지 않으면 선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병이 많으니 감히 녹위(祿位)에 편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정성을 피력하여 아뢰오니 정리를 헤아려 윤허하소서.
삼가 생각건대 신의 재주는 눈먼 재상과 같고 병은 절름발이 부도(浮圖 원숭(元崇)을 가리킨다)와 같습니다. 경륜(經綸)의 책임이 중대하매 일찍이 붓을 잡고 정신이 흐릿하여짐을 부끄러워하였고, 검리(劍履)의 반열(班列)이 높으매 도리어 규(圭)를 잡고 넘어질까 두려워하였습니다.
분수는 자라처럼 움츠림을 달게 여기니 조정의 반열에 나가고 싶은 바람이 끊어졌습니다. 감히 당부하는 말을 생각하여 억지로 비틀거리는 걸음을 일으키니, 먼저 조아(爪牙 간성(干城)과 같은 말)의 중신(重臣)을 초려(草廬)에 보냈고 다시 후설(喉舌 왕명(王命)을 출납하는 요직)의 명신(名臣)을 보내어 지검(芝檢 조서를 가리킨다)을 전하였습니다.
영광은 저자에 넘치고 성문(聲聞)은 진신(縉神 벼슬아치)을 경동시켰으니, 이미 전에 없는 돌봄을 입었는지라 어찌 죽음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공이 적은데 높은 지위에 거한 자는 반드시 횡의(橫議)를 만나게 되고, 지혜가 적은데 요직에 거한 자는 모함을 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비록 병이 나았다 할지라도 무슨 낯으로 다시 나아가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돌리기 어려운 간절함을 살피시고 죽음에 가까운 연령을 불쌍히 여기시어, 신으로 하여금 6척의 완구(頑軀)를 거두어 현자(賢者)를 위하여 길을 피하게 하고 일잠(一簪)의 백발을 흩날리며 집에서 노년을 보내게 하여 주소서.
[註解]
[주D-01]검리(劍履) : 칼을 차고 신을 신은 채로 궁정에 출입하는 것으로, 공훈(功勳)이 있는 신하에게 내리는 특별한 예우(禮遇)이다.
[주D-02]규(圭) : 조회(朝會)할 때에 재상이 잡는 홀(笏)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재상의 직책을 가리킨다.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신이 두 번이나 글을 올려 물러가기를 빌었으나 윤허받지 못한 지가 이제 이미 순월(旬月)이 되었는데, 병세가 증가하였으므로 다시 정성을 진술하여 천청(天聽)을 더럽힙니다
해바라기 같은 충심이 간절하매 비록 해를 향하여 홀로 기울어짐을 아오나, 포류(蒲柳) 같은 자질이 이미 미약하매 오직 가을을 바라보고 먼저 시들까 두려워합니다. 해골을 빌기 위하여 여러 번 폐장(肺腸)을 진술하였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덕릉(德陵 충선왕의 능호)의 알아줌을 받았으나 척촌의 재능도 없었고, 숙녜(肅禰 충숙왕을 가리킨다)를 섬겼으나 또한 털끝만한 도움도 없었습니다. 성제(盛際)를 인연하여 여러 번 위학(衛鶴)의 영화를 입었으니 힘써 여생(餘生)을 바쳐 수사(隋蛇)의 보답을 바치려 하오나, 돌아보건대 정신이 혼모함은 노병(老病)이 계속됨으로 인한 것이라 어찌 벼슬을 도둑질하여 수치를 잊고 있을 수 있겠으며, 급히 어진 자를 위하여 사퇴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외척(外戚)의 홍 총재(洪冢宰) 같은 분은 중년에 용퇴(勇退)하였고, 변공(邊功)이 있는 염 원융(廉元戎) 같은 분은 하위(下位)에 굴거(屈居)하였으니, 누가 칠순의 치한(癡漢)이 일국의 중신이 되는 것을 합당하다 이르겠습니까? 부질없이 예법의 명문(明文)을 어겼으므로 조정의 뭇 비방을 자아내게 된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간절한 말을 너그러이 받아들이시어 초복(初服 벼슬하기 전에 입던 옷)으로 돌아가게 하여 주시면, 신은 종적을 항상 연곡(輦轂 서울의 뜻)에 머물러서 빛나는 자지(紫芝)를 노래부르지 않을 것이며, 꿈속에서도 임금님을 생각하여 무성한 녹죽(彔竹)을 읊겠습니다.
[註解]
[주D-01]위학(衛鶴)의 영화 : 공 없이 분수에 넘치는 총애를 받았다는 뜻. 《左傳》 閔公 2年에 “위 의공(衛懿公)이 학을 좋아하여 학에
게 수레를 타고 다닐 정도의 벼슬을 주었었다. 마침 적인(狄人)이 침입하여 싸우게 되었는데, 군졸이 모두 ‘녹위(祿位)를 받은
것은 학인데 우리가 무엇 때문에 싸우랴.’ 했다.” 하였다.
[주D-02]수사(隋蛇)의 보답 : 은혜를 갚는다는 뜻. 《淮南子》 賢冥訓에 “수후(隋侯)의 구슬이다.” 하였는데, 그 주에 “수는 한(漢) 나라
동쪽에 있는 나라인데 희씨(姬氏) 성의 제후이다. 수후가 창자가 끊어진 큰 뱀을 보고 약을 발라 주었더니, 뒤에 큰 구슬을 가져
다가 보답했다.” 하였다.
[주D-03]빛나는 …… 않을 것이며 : 은거(隱居)하지 않고 늘 임금 가까이에서 모시겠다는 뜻. 자지는 자지가(紫芝歌)로서 상산 사호(商
山四皓)가 부른 노래라 한다.
[주D-04]무성한 …… 읊겠습니다 : 임금의 덕을 잊지 않겠다는 뜻. 《詩經》 衛風 淇澳에 “저 기수(淇水)의 모퉁이를 보니 푸른 대나무가
무성하도다. …… 훌륭한 군자여 끝내 잊을 수 없도다.” 하였다.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서연강설(書筵講說)을 면하여 주기를 빌고 찬성사(贊成事) 안축(安軸)과 밀직부사(密直副使) 이곡(李穀)을 천거하여 자신을 대신하게 하는 전(箋)
삼가 생각건대 공경을 바치고 예를 다하는 것은 임금이 이에 스승을 얻는 것이요, 어진 자를 천거하고 능한 자에게 양보하는 것은 신하가 임금을 돕는 바입니다.
신이 전번에 윤명(綸命임금의 명(命))을 받들어 오래도록 서연에서 모셨는데, 거지(擧止)가 우소(迂疏)하여 족히 잘못을 바루지 못하였고, 견문(見聞)이 거칠어서 올바르게 바루는 데에 유익함이 없었습니다.
신도 오히려 부끄러움을 알고 있는데 누구를 차마 속이겠습니까? 하물며 백발은 성성하고 눈까지 어두움에리까! 귀는 허승(許丞)처럼 어둡고 팔뚝은 두자(杜子)처럼 불수가 되었습니다. 헌지(軒墀: 임금을 가리킨다)를 사모하다가 진실로 상유(桑楡)의 늦은 햇빛을 거두지 못하면, 구렁에 굴러떨어져 송백(松柏)이 겨울에 푸른 절개를 보전하기 어려울까 두렵습니다.
첨의 찬성사(僉議贊成事) 안모(安某)와 밀직부사(密直副使) 이모(李某)는 청백하고 경개(耿介 굳은 지조)하여 겉치레가 없으며 단아하고 방정(方正)하여 지키는 것이 있습니다. …… 한 구(句)가 빠졌음 …… 학문은 동방에서 제일 높고 재명(才名)은 상국(上國)을 진동시켰습니다.
이 두 준수한 사람을 가려내 이 한 어리석은 사람과 교체하시어, 중석(重席)을 깔고 경의(經義)를 담론하면 문치(文治)를 숭상하는 교화(敎化)를 이룰 수 있을 것이며, 문을 닫고 일을 않는다 하더라도 신이 어찌 우로(優老)의 은혜를 잊겠습니까?
[註解]
[주D-01]허승(許丞) : 허승은 허현(許縣)의 승(丞)인데 매우 정치를 잘하였다. 독우(督郵)가 허승이 늙어 귀가 어둡다 하여 쫓아내려 하
였으나, 황패(黃霸)가 “허승은 염리(廉吏)이다. 아직도 기배영송(起拜迎送)할 수 있으니 귀가 어두운 게 뭐 탓할 일이랴.” 하
였다. 여기서는 귀가 어둡다는 뜻만 취하였다. 《漢書 循吏傳》
[주D-02]두자(杜子) : 두예(杜預)를 가리킨 듯하다. 두예는 몸이 몹시 약하였는데, 팔이 불수가 된 것은 미상이다.
ⓒ한국고전번역원┃나금주 (역)┃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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