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의 기록에 따르면 고려 현종은 ‘북방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부모나 처자식에게 생강을 하사하라’는 교시를 내렸다. 당시에는 귀한 향신료로 양념 보다는 약재로서 인삼보다 귀하게 쓰였다.
《논어》에서도 공자가 ‘식사할 때 생강을 빼 놓으면 안되는데 많이 먹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인도, 말레이시아가 원산지인 생강은 1200년대 마르코폴로가 중국에서 생강을 발견한 이후 16세기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가 많이 이용하는 향신채소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생이지만 원산지에서는 다년생 작물이다.
우리나라는 11세기 이전에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어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고려시대 신만석이라는 사람이 중국 봉성현이라는 곳에서 생강뿌리를 얻어와 전남 나주와 황해도 봉산군에 심었다가 실패한 뒤 다시 봉(鳳)자가 들어가는 지명을 찾아 지금의 완주군에 있는 봉상(지금의 봉동)에서 재배에 성공했다고 한다.
또한 전국 생강생산량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서산지역에서의 생강 재배는 1935년부터 시작되었으며 다른 재래종이나 중국종에 비하여 불포화 지방산의 함량이 높고 생강향이 6∼7배 높게 포함되어 있어 고유의 매운맛과 향이 높다고 한다.
생강은 조선시대에는 왕에게 올리는 진상품이었으며 귀한약재로도 사용되었다. 《태종실록》에 따르면 임금이 전라도에 행차하였을 때 수행했던 신하가 생강을 받고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하여 사헌부에서 탄핵을 주장하기도 하였고 《중종실록》에는 세자가 동궁 관원들에게 선물로 보낸 기록도 있다. 또한 《열하일기》에서 박지원은 평소에는 생강차를 마시면 소화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효험이 없다고 어려워한 일도 있다.
조선 중기 문인 이응희는 《옥담사집》에서 생강의 모양과 효능을 이렇게 노래하였다.
우뚝해라 저 밭에 있는 식물 / 다른 채소와는 형체가 달라라.
단단하고 굳기는 옥출과 같고 / 연이어 맺힌 모양은 황정을 닮았네.
먹고 나면 가슴이 먼저 후련하고 / 많이 먹으면 몸이 절로 평안하지.
정신이 통하고 탁한 기운 없애니 / 일찍이 성인의 경전에 드러났네.
생강은 중세 유럽에서도 크게 인기가 높았다.
꿀에 절인 생강은 별미로 인정받았고 1300년대에는 생강 1파운드(453g)가 양 한 마리 가격과 맞먹을 정도였다.
사실 값이 이렇게 비싸진 데에는 부엌 밖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는 소문의 영향 때문이었다.
당시 판매상들이 이것을 먹거나 몸에 바르면 정력효과가 높아진다는 동양의 이야기를 그대로 퍼트렸기 때문이다.
19세기 말에는 생강을 갈아서 손에 문지르면 잠자리에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영국의 헨리 6세는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약제와 음식에 생강을 넣으라고 명령했고 엘리자베스 1세는 생강 과자를 만들어 신하들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생강의 학명 Zingiber officinale Rosc.의 Zingiber는 산스크리트어의 ‘뿔 모양’이고 officinale는 ‘약으로 이용된다’는 뜻이다. 생강의 영명인 Ginger는 ‘생기를 불어 넣는다’는 의미도 있다.
품종은 크기에 따라 소생강, 중생강, 대생강으로 구분되며 생체로 이용하는 생강은 소생강이 주로 사용되고 대생강은 편강이나 제과용 등 가공용으로 이용된다.
생강에 독특한 매운맛이 나는 것은 진저롤(Jingerol) 때문이며 향기가 나는 성분도 함유되어 있다.
이들 성분은 항염증 기능과 함께 소화촉진과 클레스테롤을 낮추어 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과거에는 귀하고 귀한 식재료였지만 지금은 생산이 보편화 되어 쉽고 편하게 어디서든지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요즈음 생강재배 농업인들의 마음이 무겁다.
2020년 생강 가격이 좋아 2021년에 재배면적을 늘렸고 생육기 기상조건도 좋아 평년에 비해 수확량도 20% 정도 늘어 가격이 전년에 비해 40% 이상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입되는 신선 생강의 일반관세는 377.3%이지만 수입양허관세 20%로 매년 1,860톤 규모로 수입되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도 중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앞으로 재배면적 감소와 국산 생강의 소비촉진으로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정도의 변화는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매서운 겨울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주변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강으로 만든 향기롭고 따뜻한 차 한 잔 하면서 긴긴 겨울을 이겨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