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이지신
다시 간다.
지난번 갔던 길을 다시 간다.
옛 것이로데 좋아서 다시간다.
또 다른 새로움을 만들려 다시간다.
뜻을 모아서 다시간다.
송화의 열혈 남녀 8인이 아이스란드와 노르웨이 워싱턴을 거쳐 탐험을 마치고 돌아왔다.
매일 15마일씩 보름간 대 원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여독이 남아 피로할 텐데 아랑곳 없다.
목요 산행 행선지가 올라온다.
팀버도 힘든데 더해서 텔레그랍까지 갈 예정이란다.
힘 자랑을 하시려나, 누구 죽는 꼴을 보시려나, 승지님 넘치는 힘은 알아주어야 한다니까.
소연님 죽어 뒤로 나자빠지신다.
못간단다.
두목님 이미 죽어 나자빠졌나 반응 조차 없다.
대안이 올라온다.
지난번 갔던 Dawn Mine이 쉽고 물소리에 경치도 좋아 원정하신 분들 피로 풀기에 좋단다.
그리고 연경님 꼭 한번 더 가고 싶은 곳이란다.
다닌 곳 중에 이보다 더 나은 곳 못 보았단다.
승지님 항상 좋으 쪽으로 결정하신다.
다시가보자
어제의 감동이 식기 전에
따뜨이 따뜨이 감동이 아직 남아 있을 때에.
이번엔 조금 더 올라 Tom Sloan Saddle까지 간다.
주택가에 모였다.
대 성황이다.
11명이 함께 산행을 한다.
명희님 다녀 오시더니 더 예뻐지셨다.
오랫만이라고 서로 껴안고 놓치를 안는다.
한 분 낯선분이 보인다.
진사님 12년지기 친구 분이 오셨다.
같은 교회를 섬기는 이 장로님이시다.
지난번 Sunset ridge Trail을 이 분이 아이디어를 주셨단다.
그러고 보니 이분 고수처럼 보인다.
보인다는 빼고 고수다.
사뿐 사뿐 걷는데 나는 듯 힘들이지 않고 나아간다.
진사님과 함께 앞서 나가고 승지님은 뒤를 챙기신다.
자연스럽게 송화 대형은 이루어지고 내 딛는 발걸음은 즐겁다.
왔던 길이니 오늘은 앞을 보고 또 위를 보고 즐기며 가자.
바닥 볼 것은 지난 번 다 보았다.
공포에 가까울 정도로 겁을 주던 84년 만의 태풍은 그 위세를 떨쳐 보지도 못하고 이 산중에 빗줄기 몇개 더 뿌리고 그냥 지나갔다.
오히려 좀 더 비를 많이 뿌려 계곡물을 늘려주었으며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래도 지난 번 보다는 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탁족을 하며 점심을 먹던 곳은 물결이 넘쳐 점심 식사를 다른 평온한 곳으로 잡아 즐겨야 했다.
쌓였던 나뭇잎이나 썩은 나뭇가지를 말끔히 씻어 내렸다.
흐르는 물이 태풍 전보다 훨씬 깨끗하다.
바닥의 모래도 더 하얗게 비친다.
징검다리 돌도 큰 녀석을 골라 밟고 건너 뛰어야 한다.
바둑에선 1급쯤 되면 대개 복기를 할 수 있다.
지난번 여정을 복기하며 Sunset Ridge에 올라 섰다.
아까 맹크로 사진을 찰칵.
지난번 갔던 길과 겹치지 않도록 맛을 새롭게 하면서 간단다.
Echo Mt Rd가 아닌 Dawn Mine길을 택해서 간다.
Echo Mt Rd길은 Cobb Estate Trailhead를 출발해 Inspiration Point로 갔던 길과 만나게 된다.
태풍이 갖어다 준 물을 한껏 머금은 초목 때깔이 새롭다 .
초록빛은 더욱 짙어 지고, 새싹 돗아나는 연약한 연두빛이 청순하기 그지없다.
계곡의 물 줄기 따라 버드나무가 더욱 무성하다.
물푸레나무 잎이 귀엽다.
개울 물을 걷느며 연경님은 흥이 넘쳐 난다.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버들가지 하늘 하늘 , 꾀꼴이는 꾀꼴 꾀골.”
어쩜 노래도 그리 잘하나.
꾀꼴이가 꾀꼴새 노래를 부르네.
걷다보니 모퉁이 한 구석에 까마중이 보인다.
마당 한편에 잿더미를 만들고 퇴비를 만들던 그 언저리에는 언제나 까마중이 자라고 까맣게 익어가던 추억의 열매.
여기에 와서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늘 생각은 꼬리를 문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8월 이맘때 쯤이면 수수깡 울타리 밑에는 꽈리 꽃이 열매를 맺어 까마중과 함께 따 먹곤 했다.
여자 아이들은 얌전해서 이 꽈리를 알맹이만 쏙 빼 먹고 꽉꽉 씹으면 꽈리 소리를 낸다.
어룰한 나는 한번도 꽈리를 씹어 소리를 내 본적이 없다.
여자 아이들은 껌을 씹어도 짝짝 소리를 내며 잘도 씹던데 껌 소리도 낼래야 낼 수 없는 주제다.
그래도 냇가의 버들껍질을 벗겨 만든 버들피리는 불줄 안다.
평생 소원이 꽈리 소리 한번 내 봤으면…
세상은 변하여 꽈리라는 단어 조차 사라져 가고 있다.
누군가 꽈리를 불 줄 아는 사람이나 만날 수 있을려나…
미국 산중에서 까마중을 만나다니 특별한 즐거움 이다.
만남은 즐겁다.
Dawn Station에 다다랐다.
내를 건너 서쪽으로 100보를 가면 옛날 금을 캐던 동굴로 간다.
그 옆에는 어제 보던 굴착기가 정답게 앉아 있다.
다음에 또 와도 너는 내 친구가 되어 반겨 주겠지.
안나는 것,
한 번 만났다는 것,
한 없이 먼 거리의 너와 나 였지만 오늘은 너와 나는 거리가 없어졌구나.
오늘 처음 뵙는 이 장로님과는 생면부지 멀디 먼 남이었는데 내일 다시 만나면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될 것 같다.
너 굴착기 처럼.
잠시의 정을 나눈뒤, 오늘의 새로운 목표 Tom Sloan Saddle로 간다.
어제 되 돌아선 지점에 왔다.
0.5마일만 더 가면 된다.
이 짧은 거리를 남겨두고 되돌아 섰었지.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가 보아야 안다.
힘들기 시작한다.
여기서 부터는 계곡이 아니고 능선 길을 따라 오른다.
산 그림자도 나무 그늘도 없다.
느리지만 올라간다.
천천히 올라간다ㅣ
드디어 올랐다.
5거리 팻말이 보인다.
Tom Sloan Saddle, 고도 4,070.
쿠카몽가 산을 올랐을 때, 고도 8,800,
반 뿐이 안되네.
그래도 산은 산이다.
어제 이 산을 오르다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금방 엄중한 경고가 전달되어 왔다.
송화에서는 사소한 실수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쉬운 산은 없다고.
산은 다 어려운 것이라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경외하는 마음으로 올라왔다.
산 정상에 올라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올라야 한다.
꼭 올라야 한다.
정상에서는 보이는 것이 다르다.
안보이던 것이 보인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시들 때 시들더라도 정상에서 어제를 복기해 보아야 한다.
분명 다른 맛을 보리라.
오늘 내 인생의 꼭지점은 Tom Sloan Saddle 이다.
Bear Canyon TR Camp로 가라는 팻말이 보인다.
우리는 그곳을 방문 한적이 있다.
불과 1.8 마일 아래에 위치한다.
그때는 이곳을 거기서 그려 볼 수 없었다.
어제 다녀간 Dawn Mine 에서도 Bear Canyon Tr Camp는 그려지지 않았다.
그곳은 승지님이 굴렁쇠를 날렵하게 빠져 나오던 추억이 어린 곳이다.
주옥같은 추억이 한 실 타래에 꿰어지고 있다.
또 다른 팻말이 보인다.
Gabrielino Trail.
Switzer Fall Trail로 올라오는 길에 이 팻말을 보고 승지님이 Arroyo Seco Trail 길을 일러주던 그 길이다.
그림이 그려 진다.
Switzer Picnic Area에서는 어산이 3일에 걸쳐 잡아온 170파운드 짜리 싱싱한 회를 QE 대장님과 즐기던 바로 그곳이 이곳을 통해서도 내왕이 가능한 것을 알게된다.
아하! 예와 게가 한 통속이구나.
막혔던 기가 통하기 시작한다.
Mt Lowe Rd 팻말을 따라가면 Mt Lowe Trail Camp장이 나온다.
Funiculi funicula삭도와 궤가 남아 있던 그곳으로도 이 길을 따라가면 만나는 구나.
여기서 정서쪽으로는 Brown Mt가 있다.
Arroyo Seco 서 출발해서 Millard Fall에서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내려온 그 산이 여기서 만난 볼 수가 있구나.
하나 하나 산행의 편린을 모아서 그림을 조각 조각 짜 맞춰 그려 본다.
소피아 성당의 모자이크가 되어 하나 하나가 뚜렷해 진다.
정상은 오르고 볼일이다.
정상에 올랐을 때만 맛 볼수 있는 일이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 그 기억이 식어가기전, 아직 따듯할 때, 새로운 꿈을 그려 본다.
아름답다.
오늘도 참 아름답다.
추억은 만들어야 한다.
오늘도 추억을 만들려 라운드 테이블로 간다.
혜경궁과 연경님 싸움이 대단하다.
역시 힘에 밀려 혜경님은 물러서고 모든 대접하는 즐거움은 연경님의 차지가 되었다
승지님 노르웨이에서 직접 잡아서 만든 소세지를 자르신다.
옛날 주방장 솜씨가 아직 죽지 않았다.
석봉 어머니 떡 장수를 집어 치운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가로로 보나 세로로 보나 자른 소세지 크기가 똑 같다.
엘크 고기는 엘크 고기 맛이 나게 썰고, 고래 고기는 고래답게 썰고, 레인디어 고기는 맛을 보면 레인 디드를 금방 알 수 있게 썰어 내신다.
CJ님 더 많이 못 사와 미안하다며 그 맛있는 고기 입에도 대지 않고 모두 우리에게 나누어 주신다.
부산 출신 답게 어려서부터 자갈치 시장에서 고래 고기 너무 많이 먹었다며.
고래 고기 너무 먹어서 이제는 별 생각이 없단다.
남을 대접하는 핑계가 너무 아름답다.
싫컷 먹고 남은 것은 싸서 각 가정으로 보낸다.
나도 한 주간은 포식하며 배을 두드릴 만큼 가져 왔다.
계란 바위 위에서의 사진 너무 아름답다.
목에는 신발을 둘러메고 건너가는 냇물이 평화롭다.
방금전 우리도 계곡에 흐르는 물에 천진스럽게 발을 담구었지.
이어지는 모험담이 끝이지 않는다.
연경님 이 좋은 이야기를 어찌 거져 듣겠냐며 오늘 한턱 쐈다고 덧붙인다.
그래.
시간을 두고 두고 더 들어야 할 것 같다.
송화는 좋은 것은 아낄 줄도 안다.
오늘 처음 만나 뵙는 장로님.
척 봐도 멋지고, 자세히 보면 더욱 멋지다.
깜짝 놀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자기 소개를 하시고.
음치라는 소개도 덧붙인다.
노래를 시작한다.
만남,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고 열창을 하시다.
우리도 화답하며 함께 부른다.
음치가 아니라고 역설적으로 증명하신다.
그보다 서슴없이 이 노래를 불러 대는 이유는 만나자 이내 송화가 너무 좋아서 일꺼다.
첫댓글 함께 산을 오르지는 못했지만 기장님의 글솜씨에 푹 빠져서 저도 그곳에 함께있었던 착각을 하게됩니다
가장님 멋진 글 감사합니다
에공 힘들어라!!!
언쟈 드뎌 성공했어라
아무턴 수고수고...
온고지신이라...
지난 번에 함 다녀 왔닥꼬?
길이 화안 하든가 봐요 하여튼 더운 날 물도 안 뒤집어 쓰고 잘 다닙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