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골 주말 농장 이야기 (12)

[밀양로컬푸드]

기다리고 기다리던 하기휴가 10여일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휴가기간 내내 산에서 보냈다. 

통상  하기휴가 기간 중에 할 일은 두가지다. 

하나는 예초기로 묘목들을 잡풀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이고 나머지는 김장용 무우 배추밭 만들기다.

그러나 매년 당초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금년에는 특히나 정도가 심했다.

이유인즉 더위가 가뭄 때문이었다.

36-7도를 오르내리는 뙤약볕아래 예초기를 두어시간 돌리다 보면 온몸이 물에 빠진 새앙쥐 모양으로 파김치가 되고 만다.

어떤 날은 문득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예초기를 던져두고 내려온 적도 있었다.

자연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례없는 가뭄으로 수시로 작물에 물 주기를 하다 보니 과외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물은 줄 때 흠뻑 줘야 하는데 다른 일은 더워서 하기가 곤란한 대낮에 그것도 햇빛이 한참 비칠 때 주다보니 흠뻑 줄 수도

없어 조금씩 자주 주었다.  

그러다 보니 바쁘기는 무지 바빴는데 진도는 잘 나가질 않았다. 그런데도 시간은 잘도 흘러만 갔다.

그래도 땀 흘리며 헉헉대며 예초기를 돌리다가 그만두고 옷을 벗어 던진후 찬물 뒤집어쓰고 시원한 계곡에 누웠을  때는

그나마 하기 휴가 기분을 만낄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사위질빵꽃이다. 사진으로 보면 꽃이 참 이쁜데 이름은 영 거시기하다.

이놈과 며느리싯개, 환삼덩굴 3가지가 제일 짜증나는 놈이다.

특히 이놈은 나무  밑둥에서 곧바로 올라가 나무를 감싸 덮기 때문에 반드시 잘라 줘야 하는데 예초 도중 조금만 방심하면 이놈 때문에  나무 밑둥치를 치기가 일쑤다.  그래서 이놈들을 정리할 때는 신경을 바짝쓰고 예초기를 돌려야 한다. 그런데 자라기는 무지 잘자라고 곳곳에 퍼져있다. 웬만한 나무는 이놈들이 다 감싸고 걸터앉아  있다.

산초꽃이다. 이 시기에 벌들이 가장 많이 붙어 있다.

여름 산에 가다보면 멀리서 윙윙거리는 벌소리만 들어도 산초나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비슷하게 생긴 제피(추어탕에 사용하는 향신료)는 벌써 아물어 가는데 이놈은 이제서야 꽃이 한창이다. 

최근 산초기름 등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나무다.

별도로 심지 않아도 산 군데군데 야생으로 많이 자라고 있어 예초시 관리만 잘하면 된다.

열매도 좋지만 밀원식물로도 훌륭한 나무다.

100% 토종꿀이다. 지금도 토종벌은 낭숭봉아부패병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이곳 단장면도 예외는 아니다.

전에는 군데군데 토종벌이 몇 통씩 보였는데 지금은 죄다 빈통들이란다.

그런데 금년 봄에 산벌 3통이 날아 들어와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두 놈은 자기들 살기가 바쁘고 한통은 세력이 왕성하고 통수도 10여칸 올라갔다.

마침 서울에서 친구가 와서 3칸을 잘라 내었다.

아직 가을 전이라 숙성은 조금 덜 된 상태지만 맛은 좋다. 경험에 의하면 이 정도면 위장병 환자 1명은 충분히 고칠 수 있을 것 같다. 의외로 꿀을 먹고 윚아병을 고쳤다는 사람들이 더러있다. 달라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말벌 애벌레집이다. 

말벌술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말벌집을 발견하면 밤에 가서 통채로 잡아 온다. 지금까지 3개를 발견했는데 두개는 세력이 가장

왕성한 9월말에 따기로 하고 집가까이 있는 한 개를 먼저 거두어 술통에 담가 두었다. 애벌레가 가득해 벌집이 묵직하다.

큰 통에 술을 부어두고 말벌집은 물론 쌍쌀벌이나 중탱이 벌도 함께 집어 넣는다.

밤에 잡기 때문에 말벌은 말할 것도 없고 수백마리가 넘는 땅벌 한마리도 놓치지 않는다.

먹어본 사람들이 불면증에, 정력에, 기침에, 염증에 효과가 있다고 하며 매년 달라고  한다. 

최우선 순위는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이며 그 다음이 통과 함께 술을 사 주는 사람이다.  말벌과 벌집을 함께 넣기 때문에 값으로  따지면 만만치 않을 것인데 다들 쉽게(?) 달라고 한다. 

하지만 효과를 봤다고 하며 이듬해에도 술 한병 사주지도 않고 또 달라는 사람도 없진 않다.  

사진 아래쪽 무밭 옆에는 땅벌집이 하나 있다.

이 역시 9월말에 거두어 들일 계획인데 가끔씩 일하다가 심심하면 입구를 슬쩍 건드린다.

그러면 즉시로 떼거지로 나와 달려든다. 그러면 통상 2-3대의 벌침을 맞게 된다.  보약이라고 생각하고 맞기를 즐겨한다. 

무우밭이다. 무우씨를 2봉지 사서 심을 밭의 반만 씨를 먼저 뿌리고 물을 주었다.

나머지는 다음주에 순차적으로 뿌릴 계획이다. 날씨가 하도 더워 녹아내릴까봐 파종 시기를 예년보다 다소 늦췄다.

휴가 마지막 전전날 출근일은 가까와 지는데 진도는 나가지 않아 저녁먹고 난후 전선을 길게 뽑아 불을 켜고 밤 11시까지 작업을 했다. 낮보다 훨씬 능률이 올랐다. 그러고 나서 숙제를 마친 학생처럼 그날밤을 편안히 잘 수 있었다. 

해마다 무우 찾는 사람도 많고 또 남들에게 푸짐하게 나누어 줄 수 있어 무우를 많이 심는 편이다.

고랭지에 비료를 주지 않고, 농약도 치지 않은 관계로 다들 맛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맛에 자꾸 달라고 하고 나는 또 그맛(?)에 도취되어 이렇게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토마토다. 주말농장의 비애는 매 주말마다 가고 게다가 시간이 여의치 않아 물이나 거름 줄 시기를 놓치다 보니 가을까지 싱싱한  

토마토 나무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봄에 토마도를 심을 때 주위에 휘묻이를 해서 계속 모종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보식을

한다. 또한 산 기슭을 틈나는대로 파헤쳐 모종을 옮겨 심는다. 이 놈은 7월말에 심었는데 이제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물을 주고 거름을 듬뿍 주었기 때문에 9-10월에도 싱싱한 토마도를 계속 실컨 따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예초기로 산을 정리해 나가는 모습이다. 저 풀 속에 포위되어 있는 나무들을 구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보통 나무는 2년만 자라면 풀보다는 키가 큰데 그렇지 않은 놈들도 있는데다 금년에 심은 나무들도 있어 매주 산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인다. 그래도 뽀족한 수가 없다.  더위가 조금이라도 기가 꺽이면 회사 업무를 잠시 미뤄두고 한이틀 휴가를 내어서 풀베기를 마무리 해야 한다. 주위에서는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하지만 예초 작업은 절대 고생이 아니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다.

평소 골프보다는 예초기 작업이 훨씬 더 보람있고 재미 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

때로 주위에 있는 풀이 무성한 묘지들을 보면 주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예초기를 한번 휘둘러 주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주말에 가서 에초기를 한판 휘두르고 땀을 흠뻑흘리고 와야 제대로 일한 기분이 들고 돌아올 때도 포만감(?)이 든다. 

예초기로 작업하는 것도 중독성이 있나보다. 

장수 풍뎅이다. 밤에 방에 불을 켜 놓으면 방충망에 수시로 와서 붙어 있다. 사슴벌레와 함께 정이 가는 녀석들이다.

어릴 때 이 놈들을 데리고 친구들과 놀았는데 이제 그 친구들은 다들 이런 일에 흥미가 없어한다.

가끔씩 초등학교 동창들이나 어릴적 같이 놀던 친구들을 불러 계곡에서 놀다보면 동심이나 추억에 젖은 눈빛이 아니라 땅값이나

귀가시 들고갈 농산물에 더 관심이 있는것 같아 웬지 마음이 쓸쓸해 지기도 한다.

그래도 나누어 줄 수 있는 상황이 좋고 그런 이유로라도 찾아 오는 친구가 있어 좋기만하다. (끝)

- 출처 : 부산귀농학교를 졸업하고 밀양 단장면 장재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 귀농인 오혁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