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개 : (명)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
★ 골짜기마다 는개가 수액처럼 피어오르고 그나마 산꼭대기에 구름이 감겨 있어...(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에서)
★ 그날도 는개 내리고 너울너울 종이꽃 달고 북망산 길/붉은 울음 뒤를 따랐었다, 가난이 길섶에 눕고/맑은 세월 마셔보지 못한 삶이 휘청 바람에 날리고/문드러진 질병이 쿨럭쿨럭 풀잎 위로 자빠졌다(최광임의 시 〈는개 내리고〉에서)
안개처럼 가늘게 내리는 안개비, 안개보다는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는개, 는개보다는 굵고 가랑비보다는 가는 이슬비, 이슬비보다 더 굵게 내리는 비가 가랑비, 이것이 빗방울의 굵기(또는 가늘기)에 따른 가는비의 서열이다. 이 밖에 실같이 내리는 실비, 가루처럼 뿌옇게 내리는 가루비, 보슬비와 부슬비도 가는비의 한 가지다.
사전에 가는비는 올림말로 실려 있는데, 굵은비라는 낱말은 없다. 대신 노드리듯 오는 날비, 채찍처럼 굵게 좍좍 쏟아지는 채찍비,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작달비, 빗방울의 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발비, 물을 퍼붓듯 세차게 내리는 억수, 이것들은 장대비, 줄비, 된비, 무더기비 따위와 함께 모두 큰비를 나타내는 이름들이다.
좍좍 내리다가 금세 그치는 비는 웃비, 한쪽으로 해가 나면서 내리는 비는 해비, 햇볕이 난 날 잠깐 뿌리는 비는 여우비라고 한다. 눈보라가 있으니 당연히 비보라도 있다. 거센 바람에 불려 흩어지는 비보라, 빗방울 대신 꽃이 날리면 꽃보라, 꽃잎이 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꽃비. 시어로 쓰면 좋을 아름다운 말들이다. 꽃비를 뒤집으면 비꽃이 되는데, 비가 오기 시작할 때 몇 낱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바로 비꽃이다. 이마에 빗방울 하나가 떨어져 하늘을 쳐다볼 때 이제 "아, 비꽃이 피는구나" 이렇게 말하자.
꼭 필요할 때 알맞게 내리는 비를 단비라고 하는데 얼마나 비가 반가웠으면 달다고 했을까. 비를 애타게 기다리는 농민들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단비보다 더 단 것이 꿀비, 나아가서 약비, 복비라고 불리는 비도 있다. 모종하기 알맞은 때에 오는 모종비, 모를 다 낼 만큼 흡족하게 오는 못비 같은 것들이 이런 고마운 비의 이름들이다. 여름에 내리는 비는 잠비라고 하는데, 여름에 비가 오면 할 일이 없으므로 잠을 많이 자게 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장승욱 《 사랑한다 우리말》 중에서
첫댓글 자주 쓰지 않으면 자꾸 잊게 되는 말들... 언니 덕분에 오늘도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하고 갑니다.. 몇 분.. 아니 몇 초나 기억을 할랑가는 모르지만.. 이구.. 이눔의 물고기지능.....ㅠㅠㅠ
비의 종류도 많고 이름도 참 예쁘네요...
<노드리듯>「부사」 노끈을 드리운 듯 빗발이 굵고 곧게 뻗치며 죽죽 내리쏟아지는 모양. ¶ 창밖에는 굵은 소나기가 노드리듯 퍼붓고 있었다.// <노>실, 삼, 종이 따위를 가늘게 비비거나 꼬아 만든 줄. ¶ 노를 꼬다.【<놓<석상>】 「비」노끈.
우와~~이거 단어 찾아 올려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찌 이리도 제 맘을 읽으셨는지..감솨~감솨~
비에 붙인 이름도 참 갖가지네요. 자연현상의 아주 작은 차이에도 이렇게 친근한 표현으로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부른 게 참 신기하네요. 강원도에 약비, 복비가 많이 왔음 좋겠어요.
참 예쁜 우리말..자주 써야 익숙할 텐데..ㅎㅎ
지금 여의도 윤중로에선 벚꽃비가 주룩 주룩 내리고 있을까요? 꽃비 구경도 하고 싶고 꽃비도 맞고 싶어요.^^
일단 나온 비이름 정리(나는 왜 이렇게 정리만 잘 할까?) 가랑비 가루비 꿀비 날비 는개 단비 된비 모종비 못비 무더기비 발비 보슬비 복비 부슬비 비보라 비꽃 실비 안개비 약비 억수 여우비 웃비 이슬비 작달비 잠비 장대비 줄비 채찍비 해비
정리를 하면 또 추가할 게 꼭 있거든요. 가을비 개부심 건들장마 겨울비 궂은비 늦장마 먼지잼 모종비 목비 밤비 봄비 봄장마 소나기 억수장마 여름비 장맛비 찬비 칠석물 큰비 (모종비하고 목비 그리고 못비가 서로 같은 말 아닐까 하고 사전 찾아보니 조금씩 다릅니다그려.
모종비[모종하기에 알맞은 때에 오는 비] 목비[모낼 무렵에 한목 오는 비] 못비[모를 다 낼 만큼 충분히 오는 비]
이 많은 비 중 가장 특이한 이름은 먼지잼[비가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옴] 아닐까요?
이거 내 닉네임인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