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 연주되는 곡이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결혼행진곡이다.
로엔그린은 누명과 멸시 속에서도 자신을 구원해줄 기사를 기다리는 소녀에게 그리던 모습과 똑같은 기사가 백조를 타고 나타난다는 백조의 기사 이야기이다.
그러나 어린이를 위한 동화는 아니다. 오히려 성인들이 그 마력에 빠져서 누구도 눈물을 감출 수 없는 작품이 바로 로엔그린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로엔그린은 히틀러가 독일민족의 우수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부각시켜 수많은 나치집회에서 힘차게 울려 퍼졌던 곡이기도 하다.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에 대한 전설은 당시 독일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바그너는 여기에 북유럽의 신화 그리고 성배의 전설과 기독교사상 등을 보태고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모두 쏟아 부어 수준 높은 문체로 완성한 것이다.
1850년 로엔그린이 바이마르궁정 오페라극장에서 리스트의 지휘로 초연되었을때 정작 바그너는 참여하지 못했다. 스위스에서 망명생활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11년이 지난 1961년 빈궁정오페라극장 공연때 바그너는 처음으로 로엔그린을 듣고 자신의 작품에 감동하여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로엔그린의 무대는 브라반트공국이다. 비록 작은 공국이지만 독일통일을 노리는 작센대공국의 하인리히 1세는 브라반트와의 동맹을 위해 방문하였을때 브라반트공국은 왕위에 오를 고트프리드 왕자의 신원을 찾을 수 없어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었다.
브라반트공국의 귀족을 대표하는 델라문트 백작과 그의 부인 오르트루트는 공국을 차지하기 위한 야욕으로 엘자 공주가 동생인 고트프리드 왕자를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엘자 공주가 불려나와 재판이 진행된다. 그러나 엘자는 아무런 진술도하지 않고 꿈이야기만 한다.
하인리히왕은 어쩔 수 없이 엘자의 수호기사가 나타나 백작과 결투하므로서 공주의 결백을 입증하도록 하는 신의 재판을 선언하지만 어느 누구도 엘자를 위해 선뜻 나서는 지원자가 없다. 그러자 엘자는 지난밤 꿈에서 본 빛나는 갑옷의 기사를 내세우겠다면서 자신을 위해 싸워줄 기사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때 세르데강에 백조한마리가 이끄는 작은 배가 나타나고 거기에는 엘자가 꿈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기사가 눈부신 은빛갑옷을 입고 서 있다.
기사는 왕에게 인사를 하고 엘자에게 자신을 남편으로 받아들이겠느냐고 묻는다. 엘자가 몸과 마음을 다 바치겠다고 맹세하자 기사는 “나는 당신의 남편이 될 것이지만 대신 나의 이름이 무엇이며, 어디서 왔는지 아무것도 물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드디어 기사와 델라문트 백작과의 결투가 시작된다. 몇 번의 겨루기 끝에 결국 기사가 승리한다. 기사는 백작에게 당신의 목숨은 내손에 있지만 목숨만은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결투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델라문트 백작이 아내 오르트루트와 함께 복수를 위한 음모를 꾸민다. 오르트루트는 사실 마법의 힘을 가진 이교도 마법사이다. 그녀는 엘자에게 마법을 걸어 그 기사에게 금단의 질문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엘자가 발코니에 나와서 이름모를 용감한 기사에 대한 사모의 심정을 노래할 때 오르트루트가 어둠속에서 나타나 엘자의 마음속에 의심의 씨앗을 심는다.
아침에 날이 밝아오자 전령이 포고문을 발표한다.
“델라문트 백작을 추방한다. 엘자를 위해 싸웠던 이방인은 엘자의 남편이 된다. 그에게 브라반트공국을 다스리게 하려했지만 그 스스로 거절하여 결혼식을 올린 다음 하인리히 왕을 따라 브라반트군대의 사령관으로 출정한다.”
결혼식을 위해 신부인 엘자가 성당에 들어온다. 이때 갑자기 오르트루트가 신부를 막아서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묻지 못하게 하는 남자를 어떻게 믿느냐? 악마일지도 모른다며 엘자의 마음이 흔들이도록 부추긴다.
뒤이어 하인리히 국왕과 미지의 기사 일행이 등장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델라문트 백작이 앞으로 나와 왕에게 “그는 마법으로 결투에 이겼으므로 공정한 판결을 위해 기사는 신분을 밝혀야한다.”고 대중들을 부추긴다.
그러나 기사는 설령 왕이라 할지라도 대답할 수 없다면서 나에게 물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은 엘자뿐이라고 대답한다.
엘자는 이일로 기사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진다.
바그너의 그 유명한 결혼행진곡과 함께 엘자와 기사의 결혼식이 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 진행된다. 결혼식을 마친 두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다짐하고 초야를 치른다. 엘자는 행복에 취해 신랑의 품에 안겨 있으면서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간다.
결코 그것을 물어서는 안된다고 맹세했음에도 마침내 엘자는 “당신의 이름도 부를 수 없으니 섭섭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테니 저에게만 이름을 말해주세요.”라고 금단의 질문을 하고 만다.
이때 두사람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찬 델라문트가 칼을 들고 방으로 뛰쳐 들어온다. 그러나 오히려 그는 기사의 단칼에 쓰러져 목숨을 잃는다.
기사는 “이제 우리의 행복은 끝났다.”면서 엘자에게 자신의 이름은 하인리히왕 앞에서 밝히겠다고 말한다.
세르데 강변에 군대가 출정하는날 아침이다. 미지의 기사가 델라문트의 시체를 앞세우고 나타나서 “지난밤에 델라문트가 나를 습격하여 그를 죽였다. 그리고 엘자가 서약을 깨고 나의 신분을 물었다.”고 밝힌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신분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나는 파르지팔의 아들이자 성배의 기사인 로엔그린이다. 성배의 기사들은 초인적인 힘을 갖고 있는데 나는 억울한 누명을 쓴 엘자를 구하라는 사명을 띠고 이곳으로 왔다.”고 말한다.
엘자가 감격하여 기사에게 이곳에 머물러 달라고 애원하지만 신성한 금기가 깨어진 이상 성배를 지키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엘자의 질문을 원망한다.
그때 강에서 백조가 배를 끌고 로엔그린을 맞이하러 나타난다. 로엔그린은 엘자에게 자신의 칼과 뿔피리, 반지를 정표로 주고 백조에게도 작별을 고한다.
그러자 흰 비둘기 한 마리가 배위를 나른다. 이것을 본 로엔그린은 백조의 목에 묶인 사슬을 풀어준다. 그러자 백조가 늠름한 소년의 모습으로 변하여 땅으로 올라온다. 그는 바로 오르트루트의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해 있던 고트프리드 왕자였던 것이다.
로엔그린이 “이분이 브라반트의 새로운 왕입니다.”라고 말하자 브라반트의 모든 군대가 고트프리드 앞에 무릎을 꿇는다. 엘자는 기뻐하며 동생을 맞이하고 남매는 뜨거운 포옹을 한다.
로엔그린은 백조대신 새로온 비둘기에게 배를 끌게하고 강 가운데로 멀리 사라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엘자는 너무도 비통한 나머지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 결혼식에서 신랑신부가 퇴장할때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결혼행진곡이
연주된다.
첫댓글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듯 한편의 오페라를 보듯 재미가 있네요. 음악은 머리로 상상을 하면서...^^
동화가 아니라 로맨스 소설같아요.ㅎㅎ 그리고 로맨스 소설은 다 해피엔딩이던데... 엘자 안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