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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9)
2009-03-15 14:26:34
235차 검단산-용마산 산행기
1. 일시 : 2009. 3. 14(토) 09:40 안창마루 산행시작 ~ 15:20 은고개 도착
2. 곳 : 검단산- 용마산 -은고개
3. 참가 : 상국(대장), 문수, 진운, 웅식, 병욱, 규홍, 진홍, 광용, 은수, 상환후배(10명)
235차 산행대장은 내라 카던데, 은수가 산행 공지 올려놓은 걸 보니 사람 잡을라카나, 말라카나? 검단산에서 용마산을 거쳐, 산 2개도 모자라 다시 남한산성 벌봉을 거쳐 우짜고 저짜고 18Km, 7시간 예상.
임명받은 대장 체면에 못가겠단 말은 못하고 눈치를 보다가 수요일에 겨우 참가신고를 한다. 그 때부터 게시판이 슬슬 달구어진다. 이상기후 영향인지 검단산 전설 운운하면서 진홍이가 신청을 한다. 자기 동네 근처라고 얼굴 내미는 모양이다. 음, 이번 산행은 진홍이가 있어 더욱 즐겁겠다는 생각.
애니메이션고교 앞까지 지하철이나 버스로 가려면 시간이 만만치 않을 것인데 다행히 문수 아들내미가 서울 갈 일이 있어 그 차로 수원, 용인팀은 아주 편안하게 9시 10분에 닿았다.
엊그제 내린 비로 오늘은 찬바람까지 가세, 영하 6도의 매서운 날씨다. 얼마나 추운지 악수하느라 병욱이가 손을 내미는데 소매에서 손가락 끝만 살짝 나온다, 어렸을 때 본 상이용사 생각이 난다.
9시 40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안창모루길을 통해 북능선을 타는 코스는 몇 년 전 허선생한테 배운 코스로 유길준묘를 통해 가는 일반적 등산로보다 아주 한적해서 좋다.
지난 주 대장하면서 대장 권위를 너무 너무 쎄우다가(세우다가 아니다! 훨씬 더 강압적이었다.) 결국 ‘회비 1만원에 무한리필 치킨 및 호프’라는 정말 밑지는 장사, 바가지를 쓰고서 하나뿐인 콩팥이 뒤집어졌을지도 모르는 뱅욱이는 사사건건 틈만 나면 대장인 나한테 시비를 건다.
“야, 니 길 아나? 대장이 앞장서야지 와 우리보고 앞장서라 카는데?”
“야 임마, 니는 전쟁 영화 같은 거 한 번도 못 봤나? 대장이 맨 앞에서 돌격! 그라더나? 대장은 저 뒤에서 이래라 저래라 작전 지시를 하는 기라. 니... 삼국지에서 유비가 칼들고 설치더나? wE 모리는기...”
“억. 그렇네? 아... 대장님 내가 잘못했슴다.”
잘 엥겨드는 뱅욱이는 꼬리도 잘 내린다. 뱅욱이를 잠재우면 이제 또 딴 놈들이 말꼬리를 잡고 시비를 거는데 평소 말 많은 진홍이와 투덜이 강요이까지, 요것들이 오늘따라 입이 와 저리 험하노? 재주도 좋지, ‘ㅈ’을 아예 입에 달고 댕긴다.
-뱅욱이 얼굴에 불평불만이 꽉 끼었다. 투덜투덜이는 모자도 안 쓰고 "배째라!" 해사코....
불평 있는 놈들은 줄도 옆으로 삐져나온다.
전망바위를 지나 능선에 올라섰는데 앞서갔던 문수와 진운이는 안 보이고, 후미는 진홍이를 밀고 오느라 좀 늦나보다. 양지바른 곳을 찾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평소 먹을 것 잘 챙겨오는 뱅욱이가 오늘은 보온통에 담아온 뜨거운 코코아를 내놓는다. 두껑에 부어 돌아가면서 먹는데 이 추운 날에 뜨겁다고 후후 불어가며 마신다. 맛있다.
뜨거운 코코아를 마시며 이런저런 말끝에 공통점이 있다. 그라고 보니 나도 그렇지만 죄다 뜨거운 걸 잘 못 먹는다고 한다.
곰이라 그런지 웅식이는 지금도 라면을 끓이면 찬물이나 우유를 타 마신다고 하니 참말로 이상한 식습관, 동물의 왕국 티비를 보는 것 같다. 나중에 뒷풀이 자리에서 나온 말, 진홍이는 라면을 김에다 싸먹는다나? 일마 이것도 나사가 많이 빠진 놈임에 틀림없다. 두 놈의 공통점을 분석한 내 생각에는 요즘 교회에서 그런 걸 가르쳐주는 모양이다.
규홍이가 자기 컵을 가져와서 한잔 얻어 마신다. 가만 보니 병욱이 하는 폼이 뭔가 시원찮다. 아까도 그렇더니만 또 뭘 질질 흘린다.
“뱅욱아, 니는 와 그리 칠칠맞노? 그 아까븐 걸, 반은 다 흘리삐노?”
“몰라, 씨. 자꾸 옆으로 흐르네, 이기 새는 기가?”
은수가 건네주는 휴지로 손을 닦으면서 이리저리 마우병을 돌려보던 뱅욱이는 드디어 뭘 발견하곤 비명을 지르는데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부스가 목소리가 저만큼 들떴을까?
“으악! 요게... 물 나오는 구멍이 따로 있었네?”
친구들 눈, 8개의 친구들 눈이 동시에 뱅욱이에게 집중되고, 아주 순간적으로 그 8개의 눈알이 한 바퀴씩 돌고 또 초점을 잃는다. 머리도 어지럽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했지 싶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데, 아... 저런 놈을 친구라고....’
뱅욱이는 내한테 핀잔을 받는다.
“절마 저거는 밖에서 안 된다더니, 그것도 못 찾고... 하이간 니는 구제불능이다. 이리 주바라. 이 레바를 일로 당기몬 열리고 일로 땡기몬 잠기는 거네? 자 이제 안 흐를 꺼다. 손바닥 내봐라.”
병욱이가 내민 손바닥에다 마우병을 기울여본다. 역시 안 흐른다. 그런데 좀 더 확 기울이니까, 아니 이게 뭐야, 콸콸 쏟아지는 코코아.
“앗 뜨거! 으악!”
검단산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는 뱅욱. 눈가에 눈물이 짜작 흐른다.
이 무슨 꼴이냐? 친구들은 이제 둘을 번갈아 쳐다보느라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정말 눈알 굴러가는 소리가 자갈밭에 구루마 굴러가는 소리가 난다.
웅식이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터진 웃음 멈춰지질 않아 저쪽으로 얼굴을 돌려 헉헉대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고, 은수는 기가 막힌다는 딱한 표정, 느림보 규홍이는 혀를 끌끌 찬다.
“손 달라고 손을 내미는 놈이나, 그 손에다 병이 새는지 안 새는지 코코아를 부어보는 놈이나.... 우예 그리 똑 같노. 끌끌끌.”
-뜨거운 코코아를 넣어온 문제의 그 마우병
이런 소동에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나니 후미가 올라온다.
근데, 진홍이 얼굴이 좀 이상하다. 입가에 칼자국 같은 게 좌악 그어져 있다.
‘절마 저거 입가에 흉터가 없었는데, 산에 안 오던 그새 어데서 칼을 맞았나?’
자세히 보니, 크크.
오다가 코를 풀었나보다. 너무 추워 손이 말을 안 들어 그랬는지는 몰라도 하여간 마무리가 좀 시원찮아, 아주 가늘지만 분명 코가 분명한 그게, 한 줄. 입가에 5Cm정도얼어있다.
“에라이, 진홍아. 니는 언제 철 들래? 코수건 하나 달고 댕기라!”
-다 있는 줄 알았는데 한 놈이 없어졌다. 꼴통 투덜이 똥고집은 어데 갔노?
검단산 정상에서 한강을 조망하고 용마산으로 이동한다. 용마산 가는 길은 이제 양지바른 곳이 많아, 그새 길이 녹아 미끄럽다. 체력이 달려 시간을 끌려고 그러는지 진홍이는 자기가 가져온 토마토를 묵고 가잔다. 일마 이거는 신기(神氣)가 있는지, 예전에 대둔산 갈 때도 그렇더니만 그 때도 배낭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달랑 밀감 한 봉지를 넣어 왔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참가인원 17명 숫자에 똑 맞게 가져왔더니만, 오늘도 토마토를 딱 열 개, 사람에 맞춰 가져왔다. 자기 말대로 뭘 좀 보기는 보는 모양이다. 지 얼굴에 코 묻은 것은 못 봐도 말이다.
무겁다고 광용이 배낭에 넣어둔 토마토 봉지를 꺼낸다. 추운데 이걸 묵느라 시간지체하면 곤란할 것 같아 그걸 내가 뺏어들고 길을 재촉하는데, 그거 안 준다꼬 뱅욱이가 계속 구시렁거리다가 결국 미끄러운 진흙길에 자빠져 엉덩이에 머드팩을 한다. 큭큭. 꼬시다.
12시경 바람을 피해 적당한 장소에 전을 편다. 반찬이 많다. 언제나 즐거운 식사시간. 40분 걸렸다. 확보대장 인섭이가 없어 좀 여유롭다. 하지만 상환후배는 펭귄한테배운 것인지 비빔밥을 가져왔는데 그게 밥이 되는 시간이 좀 걸린다, 나중에 허겁지겁 먹느라 고생했단다.
용마산, 조망이 좋다.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저 멀리 보이는 용문산을 포함해 거기서 보이는 산은 거의 다 다녀온 산이다.
춘천쪽에 가면 북한강에 붕어섬이 있는데 저기 보이는 섬은 도다리처럼 생겼다. ‘음... 도다리 모철이가 돈을 많이 벌었다더니만 언제 섬을 사두었구먼.’
- 도다리섬. 사진보다 실물이 영판 도다리처럼 생김. 저기에 모철이 별장이 있나?
은고개로 가는 길, 혼자 쳐진 진홍이를 기다린다. 일마 이거는 지 페이슨지 페니슨지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혼자 오고 있다.
언제 찼는지 무릎보호대를 보여주며 “니는 이런 거 없제?” 자랑을 한다.
“내도 있다.. 근데 니 찬 거 보이 좀 이상해 보이는데?”
“어? 그렇나? 머가 좀 이상하더라. 좀 바바, 이기 맞는지.”
해결사 은수가 진홍이 무릎보호대를 풀어 다시 고쳐 매어준다.
그걸 보고 있던 규홍이, 자기 것을 내려다보고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만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꼼지락거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어쭈, 규홍이 절마는 상표마크가 아예 거꾸로 보인다. 보호대를 거꾸로 찼다는 증거다.
큭큭 거리던 진운이가 규홍이 편을 든다. 이런 말을 하던데, 편을 든 게 맞긴 맞나?
“규홍이 지가 찰 때 고개 숙여 차니까, 그때 지한테는 그기 바로 보이는 기라. 큭큭큭.”
은고개에 도달한 시각이 오후 3시 20분경. 여기서 A코스 B코스 분란이 일어난다. 나중에는 자기 혈액형대로 가자 그러고, 어차피 죄많은 웅식이는 교회 가야하고, 검단산을 벗어나면서 기를 못 펴겠다는 진홍이는 이미 탈진상태. 규홍이도 병욱이도 B를 고집한다. 대장 직권으로 B코스를 명했는데도, 못 말리는 똥고집 투덜이 밉상 문어 광용이는 입에 달고있던 ‘ㅈ'을 좌우로 쎄게 흔들면서 지가 그 옛날 병자호란 때 벌봉지키다 도망갔던 한이 있는지 혼자 벌봉까지 쳐들어가겠다고 휑하니 없는 머리털을 휘날리며 가삐고, 닭 쫒던 개처럼 우리는 잠시 멍해 있었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던 문수, 특유의 씨익 웃는 경상도 싸나이 얼굴, “나뚜라. 어쨌든 A팀에 하나쯤 있어도 안 좋나. 오라꼬 말해도 들을 놈도 아니고.”
이제 남한산성 입구까지 버스를 타고 가자, 그냥 한 코스라는데 걸어가자, 두 팀으로 쪼개질 것 같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버스 탈 놈들은 큰길가는 계단을 올라서는데 문수와 은수, 이름에 ‘수’짜 붙은 놈들 취향이 10문 7인 모양으로 저 엉뚱한 길로 벌써 걸어가고 있다. 옛날 우리 신발 살 때 신발 문수를 물었다. 거기서 나온 말, 뭐가 꼭 맞으면 ‘10문 7’이었는데.
에라이, 내가 오늘만 산행대장이지 내일부터 또 쫄인데, 요즘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5공대장한테 밉보이면 좋을 것 없다는 판단에 계단을 오르는 무리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는 ‘수’짜 두 놈 뒤를 따랐다.
아까 코코아에 손을 데었던 무지막지 아픈 경험이 있는 뱅욱이는 내 눈치를 보느라 그랬는지 내 뒤를 따라오고, 하여간 거기서 발을 버려가며 냇물을 두 번이나 건너는 수고에다 완전 뻘밭이던 남의 밭을 가로지르고 꼬박 20분을 부지런히 걸어 정류장에 닿으니, 버스를 타고 먼저 와있던 B팀인지 C팀인지 헷갈리는 놈들이 우리를 비웃는다.
“에라이 무식한 놈아. 촌에서 한 구역이 얼마나 길다고, 그것도 모리는 기 대장한다꼬.”
오늘 아침부터 마칠 때까지 진홍이 입에 달린 그거는 자기 말로 가족(?) 그 사람이 일년 써도 남을 낀데.
어라, 세어보니 하나가 없다. 규홍이는 일이 있어 반대편 버스로 서울 갔단다. 결국 D팀도 있었다.
남한산성 버스 종점에서 식당을 찾아간다. 이때는 대장이 앞장서야 한다. 널린 게 식당인데 고르기가 쉽지 않다. 전에 맹산에서 남한산성까지 산을 탔을 때 와 본 적이 있는 두부집이 아마 저쯤 어딜 건데 손가락질 하면서 거기까지 가긴 힘들고, 마, 이번엔 이쪽으로 가보자며 반대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 군데서 자리가 없어 밀려나고 길을 건너는 수고를 하면서 파전 글씨만 보고 들어간 집, 마침 방도 하나 비었고 벽에 기대니 기분이 좋다. 음식도 괜찮다.
테이블 두 개에 각각 파전과 두부김치를 시켜 맛있게 비웠을 때 광용이 일마가 숨을 헐떡거리며 음식점을 바로 찾아온다. 아직 올 때가 한참 멀었는데 일마 이거는 우리가 맛난 것 다 먹어 치울까봐 걱정이 되어 그랬는지 완전 공비수준으로 달려왔나 보다. 바로 몇 주 전에 우리가 벌봉 다녀올 때만 해도 바위투성이고 길이 험했는데, 혹시 요즘 하도 불경기라 택시가 남한산성 벌봉까지 다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근데 밉다꼬 일마 이기 마지막으로 대장 위신을 또 깬다. 저 끝에 앉은 놈이 눈깔을 위로 치뜨고 묻는데 말꼬리에 뭔가 묻어 있는 느낌이다.
-요론 눈으로 묻더라.
“상국아, 니... 이집, 알겠제?”
“내가 이 집을 우예 아노? 아니 그럼... 혹시 이 집이... 그 때 그 집이가?”
눈치 빠른 친구들. 진홍이와 뱅욱이, 틈을 놓치지 않고 또 물고 흔든다. 입에 달린 그걸.
“머(?)또 모리는 기, 대장한다꼬. 니가 아는 기 도대체 머가 있노? 킥킥.”
진홍이 또 신끼를 발휘, 써빙 온 아줌마 나이를 족집게처럼 맞추고 술 한 잔 얻어 마신다.
기를 엉뚱한 데 너무 많이 허비해 그런지 잃어버리는 것도 있다. 결국 식당방에 스틱을 놓고 왔더라.
남한산성역까지 내려와 진운이 웅식이 먼저 가고, 나머지 일곱이 당구장에 간다. 치킨에 호프, 거기에 목매단 뱅욱이는 오늘 그거 안 사주면 집에 안 갈 거라며 당구도 안치면서 캔맥주 홀짝거리며 좁은 당구장 의자에 앉아 있다가 큣대에 몇 번 찔릴 뻔 했다.
이 쪽에서 쿠션 먼저 갔다가 꼴찌를 한 상환후배는 선배님들 당구 치수 너무 짜다고 울상이고, 저쪽에선 문수가 치수 500정도 되는 빈쿠션으로 끝을 내버린다. 진홍이 눈알이 흘러 빠질 뻔 했다.
우는 놈 떡 하나 얻어 묵는다고 결국 뱅욱이, 치킨에 호프, 한잔도 아니고 석잔 묵고 떨어진다. 아, 진드기. 꿈은 이루어진다.
마치고 집에 가려다 진홍이가 문수한테 복수전을 제의한다. 마다할 문수가 아니다. 다시 네 명이서 한 판, 이번엔 벌봉에서 기를 받아온 광용이가 선을 잡고 입으로 양기 너무 뿜어대던 진홍이 4명 중 꼴찌. 다들 잘 갔제?
집에 오니 11시 40분.
영하 6도의 추운 날씨, 게다가 산에 불던 그 차가운 바람만큼 분란도 많았지만 즐거웠고
A팀에서 D팀까지 자유분방하게 산행 잘 마친 친구들에게 감사.
자주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