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여행수필】
나를 울리고 웃기는 ‘장태산의 추억’
― 아, 그리운 형님, 자꾸만 보고 싶은 손자
윤승원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 필자의 말
‘과거의 오늘 있었던 추억들’. 이른 아침 카톡 메시지였다.
지난 스토리를 열어보니 울컥 가슴이 메고 눈물이 흐른다.
이른 아침부터 나를 울리는 스마트폰 스토리.
슬프지만 아름다운 추억이다.
큰 형님과 네째 형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른다.
재롱둥이 손자를 생각하면 위로를 받는다.
공개되지 않았던 더 많은 사진을 추가 편집하여
가족 채팅방에 올린다. 지인들과도 공유한다.
2023. 8. 4.
윤승원 소감 記
♧ ♧ ♧
■ 글과 사진 순서
1. 장태산 숲길에서 / 큰 형님을 생각하다 2. 장태산 숲길에서 / 네째 형님을 생각하다 3. 장태산 승마장에서 / 재롱둥이 손자와 함께 즐거움 나누다
|
♧ ♧ ♧
◆ 첫 번째 이야기
장태산 숲길에서 / 먼저 가신 큰 형님을 생각하다
※ 충청권 일간지 금강일보 논설위원 시절에 쓴 칼럼이다. 이 칼럼에 병석의 큰 형님 이야기가 나온다. (필자 주)
▲ 그리운 큰 형님[尹佶遠] - 미대생 아들이 그린 초상화
윤승원의 세상風情
대전 8경 - ‘장태산’에서 만난 사람들
윤승원 논설위원
“잘 오셨소. 정말 잘 오셨소! 눈으로만 보지 말고 폐부로 느껴보시오.”
초록의 장태산이 하는 말이다. 마음의 여유 없이 심신 고단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녹색의 숲’이 던지는 ‘안식의 메시지’다.
늘씬하게 쭉쭉 뻗은 우람한 나무들. 그 울창한 숲 속에서는 청량한 향기가 묻어났다.
▲ 청량한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길
얼마 만인가. 잘 가꾸어진 조경과 아름다운 주변 경관도 20여 년 만에 찾은 한 시민을 염치없게도 행복하게 만들었다. 가히 ‘대전 8경’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대전 8경’을 말할 때 흔히 ①식장산 자연 생태림 ②보문산 녹음 ③구봉산 단풍 ④장태산 휴양림 ⑤유성온천 ⑥엑스포 과학공원 ⑦계족산 저녁노을 ⑧대청 호수 등을 꼽는다.
이 같은 순서는 대전시청 관광자료를 근거로 하였지만 장태산만이 간직한 특유의 청량감을 오랜만에 폐부 깊숙이 들이키고 난 뒤의 감동이란 ‘8경’중 맨 앞에 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울창한 휴양림’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관광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건강을 고려한’ 숲속어드벤처 시설만으로도 충분히 경탄할만한 유용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지상 27m까지 올라가는 숲속의 ‘스카이타워’. 나무와 나무 사이를 통과하도록 고안된 환상적인 ‘숲속어드벤처’ 시설은 지난해 9월에 완공됐다고 한다.
그동안 밑에서 올려보기만 했던 나무가 아닌가. 산새나 다람쥐의 활동영역이나 다름없는 높은 나무 사이를 사람이 직접 걸으며 연두색 새순 가지를 만져본다는 것은 황홀한 일이었다.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이 높은 ‘하늘 산책길(길이 160m의 원통형 스카이타워)’ 바닥에는 나무재질을 깔아놓았다. 휠체어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 장태산 숲길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오를 수 있게 설계돼 있다.
메타세쿼이아 자연휴양림의 특성을 살리고 숲과 자연환경의 체험범위를 확대시킨 이런 현대적 시설은 전국 휴양림 중 ‘유일한 시설물’이라고 한다.
여기서 뜻밖에도 장애인들을 만났다. 휠체어를 밀고 이곳까지 애써 찾아온 어느 장애인 단체 일행과 파킨슨 증세로 두 다리를 잘 가누지 못하는 남편을 ‘걷기 운동’ 삼아 이곳까지 부축해 온 어느 60대 부인을 나는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다보았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오, 복 받으실 분들이어! 오, 행복한 분들이어! 오, 고마우신 분들이어!”
▲ ‘복 받으실 분들’이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장애인 휠체어를 밀고 이 높은 스카이타워까지 올라온 도우미 봉사자들이다.
▲ ‘행복한 분들’이란 휠체어에 의지하여 이 높은 스카이타워까지 올라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숲을 바라보면서 경탄을 아끼지 않는 장애인들을 말한다.
▲ ‘고마우신 분들’이란 이 높은 곳에 보통 사람의 머리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아이디어로 ‘원통형 스카이타워’를 설치한 시공 기술자들을 말한다.
▲ 장태산 숲 하늘로 오르는 길
그런데 나는 왜 감탄만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에 빠져드는 것일까? 두 다리 모두 쓰지 못하는 분들도 이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 놓은 이 좋은 숲 속 산책길을 걸으면서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들렀다.
4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른 채, 수년간 병석에서 고통을 겪고 계신 장형(시인, 교육자)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카이타워 정상에서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저 수많은 장애인들의 표정이 한없이 부럽기만 했다.
최근 대전시에서는 관광객의 접근성과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존의 대전 8경을 현대적 개념의 ‘새로운 대전 8경’으로 재선정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장태산 휴양림’이야말로 시내에서 20여분 거리의 접근성도 용이할 뿐만 아니라 전국 휴양림 중 유일한 시설인 ‘하늘 산책길’ 등 독창성도 갖추고 있어, 시 당국의 이른바 ‘현대적 개념’의 ‘8경 재선정 취지’와도 걸맞은 명소(名所)라 할만하다.
휠체어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장애인들도 산을 가까이 느끼면서 감동할 수 있도록 이렇게 특별히 배려한 곳이 어디 그리 흔한가.
▲ 건강한 공기를 제공하는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
바라건대 앞으로도 계속 ‘대전 8경’의 하나로 존치되어 시민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그리하여 자연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시(詩) 쓰기를 즐겨하셨던 병석의 형님도 언젠가는 이곳에 꼭 모시고 와, 저들 휠체어 장애인들의 ‘행복한 표정’처럼 감동 어린 아름다움을 마음껏 노래할 날이 왔으면 한다. ▣ (금강일보 2010.05.31.)
♧ ♧ ♧
◆ 두 번째 이야기
장태산 숲길에서 / 네째 형님을 생각하다
▲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잊지 못하는 형님 내외분
▲ 장태산 숲길을 다정하게 걷는 형수님(우측)과 아내
▲ 장태산에서 형님[尹之遠]과 함께(2010. 6. 22.)
형님이 어느 날 내게 말씀하셨다.
“동생, 장태산 숲에 한 번 더 가 보고 싶어!
언제 우리 가족들 장태산에서 다시 만나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광 즐기자”
그러고 나서 다시 이곳을 찾지 못했다.
형님과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그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 ♧ ♧
◆ 세 번째 이야기
장태산 승마장에서 / 손자와 즐거움 나누다
청양 선산에 성묘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승용차 운전하는 아들에게 대전의 장태산으로 방향을 돌리라고 했다.
“채소를 즐기는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쌈밥집이 거기 있지.”라고 말하자, 아내도, 아들도 크게 반기는 기색이었다.
장태산 메타스퀘아 숲 체험과 스카이웨이에 오르자는 나의 제안에 가족 모두 좋아했다.
손자는 장태산 공원을 거닐면서 할아버지를 끊임없이 웃겼다.
초등학교 1학년 생의 언어 구사 능력이 할아버지의 어휘력보다 월등하다고 느꼈다.
보고 느끼는 것을 그때그때 말로 다 표현했다.
공원에서 어린아이들을 만나면 무조건 “안녕?” 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강아지를 보아도 “안녕?”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어떤 어린애는 너무 어려서 우리 손자가 “안녕?”이라고 손 흔들면서 인사해도 아무런 반응 없이 무표정이었다. 그러면 손자가 “재는 관심이 없네.”라고 했다.
‘<관심>이 없네’라는 손자의 표현은 그 상황에서 할아비도 쉽게 구사하기 어려운 ‘품격 있는 언어’다.
손자에게 물었다.
“얘, 넌 왜 어린애들만 보면 <안녕?>이라고 하면서 손을 흔들고 인사하니? 그러니까 우리가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떤 애는 서운하게도 반응이 없잖니? 심지어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강아지에게도 손을 흔들면서 ‘안녕?’이라고 인사하니, 그 이유를 모르겠구나.”
그러자 손자가 되물었다.
“제가 이렇게 만나는 애들마다 반갑게 인사하는 까닭을 할아버지는 아직도 모르세요?”
할아버지가 잘 모르겠다고 하자, 손자의 대답이 재미있다.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예요.”
할아버지는 웃음이 빵 터졌다.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라니? 와, 우리 손자 대단하네.”
만나는 어린애들은 대부분 엄마, 아빠가 보호자로 옆에 있기 마련이고, 우리 손자가 손을 흔들어 ‘안녕?’이라고 인사하면 설령 아이가 어려서 못 알아들어도 그 애 엄마가 대신 반가워해 주니,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다는 손자의 말이 맞다.
칠순 생일 맞은 아내에게 <최고의 생일 선물>은 뭐니 뭐니 해도 천진난만한 <손자의 유머>다. 온종일 웃겼다.
▲ 손자 지환이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스카이웨이를 오르서도 끊임없이 웃겼다.
‘숲 속 어드벤처’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길을 통과하여 하늘 높이 오르는 ‘스카이라운지’에 올랐다. 천 길 낭떠러지 같은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했다. 손자가 할아버지를 염려했다.
“할아버지, 아래를 내려 보지 마세요. 무서우니까요. 호기심으로 내려다보시려면 아주 쪼금만 내려다보세요. (손가락 끝을 1밀리 정도 짚어 보이며) 아주 쬐꼼요. ‘고공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이런 데서 특히 조심해야 해요. 할아버지도 높은 곳 공포증이 약간 있으시죠?”
▲ 높은 곳에 오르니 손자 지환이가 <할아버지의 보호자>가 됐다.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조심하시라>고 끊임없이 주의를 줬다.
할아버지 웃음이 또 한 번 빵 터졌다.
누가 보호자인지 몰랐다. 오늘은 분명히 손자가 할아버지 보호자였다.
장태산에는 숲 체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승마 체험장도 있었다. 어린 손자를 위해서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 손자 지환이는 승마 체험하면서도 할아버지를 끊임없이 웃겼다. 승마 안내원 아저씨가 손자가 귀엽다면서 한 바퀴 더 돌아줬다.
승마장 안내원에게 “우리 손자 말 좀 태워 달라”라고 부탁하자마자, 손자는 아무 두려움 없이 거침없이 말안장 위에 척 올라탔다.
할아버지가 “안 무섭냐?”라고 물으니, 손자는 “안 무서워요, 아주 재미있어요.”라고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혹여 말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싶어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손자는 “더 타고 싶어요 ”라고 했다. 승마 안내원은 한 바퀴 더 돌아줬다.
손자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승마장 구경꾼을 더 많이 모여들게 했다.
손자가 신나게 뛰어놀고, 웃음 선사하고, 즐거워하는 가족의 표정이야말로 할머니 칠순 생신날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다. 저 높은 곳에서 어머니, 아버지께서도 다 내려 보고 계시지요? ■
2021.04.25. (음력 3월 14일)
지환이 할머니 칠순 생신 날, 할아버지의 가족 표정 감상 記
♧ ♧ ♧
첫댓글 장태산 아름다운 풍경, 대전 8경이라 할만합니다.
어느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에 여길 다녀가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장태산과 두 형님 이야기,
그리고 손자와의 즐거운 대화, 한 편의 다큐 영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세 가지 가슴 찡한 휴먼 스토리를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보여주시니
편집 디자인 솜씨에 감탄합니다.
유익한 여행정보입니다.
대통령이 다녀간 자연휴양림이라고 해서 더 유명해졌지요.
사계절 대전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 공간입니다.
장태산에 대한 추억이 참 많습니다.옛 일간지 칼럼을 다시 불러내고,
스마트폰 갤러리에 저장된 추억의 사진을 살펴보니
그리운 가족들 얼굴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멀리 사는 조카들과 집안 식구들도 언제라도 볼 수 있게
블로그와 카페에 사진을 정리해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