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도 앞의 그리스도 (1881)
미하이 문카치
본시오 빌라도 앞에 서 계신 예수님을 묘사한 <빌라도 앞의 그리스도>는
19세기 헝가리 사실주의 화가 미하이 문카치(Mihály Munkácsy, 1844-1900)가
전성기에 그린 ‘그리스도의 고난 삼부작’ 중 하나이다.
중앙의 인물이 실물보다 더 클 정도로 이 그림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예수님은 삼부작 중 <이 사람을 보라 (Ecce Homo)>(1896)에서는 죄인으로,
<골고타 (Golgotha)>(1884)에서는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으로 재현되었다.
문카치가 그린 ‘그리스도의 고난 삼부작’은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함께 전시되지 않다가 1995년에 나란히 전시되었다.
세 작품을 모두 구입했던 미국 백만장자 존 워너메이커가 매년 부활절에
필라델피아에 있는 자기 소유의 한 백화점에 이 그림들을 전시했다.
미하이 문카치는 헝가리 무카체보(Mukachevo)에서 태어나 5살과 8살 때
각각 부모를 잃고, 그를 부모 대신 돌보아 주던 이모까지 강도에 의해 살해된 후,
그림을 배우기는커녕 어린 나이부터 목수일을 하며,
자기 자신과 동생들의 생계를 꾸리기에도 어려움을 겪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가릴 수는 없었던지, 사람들은 그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여러 독지가와 후원자들, 그리고 장학제도를 통해 그는 비엔나, 뮌헨, 뒤셀도르프와
파리를 오가며 그림을 배울 수 있었고, 그 결과 그는 큰일을 해낸다.
그가 1870년 파리 살롱전에 출품한 <사형수의 감방>이 금상을 받은 것이다.
그 후 그는 헝가리에서 제일 유명한 화가가 되었으며
성경의 이야기를 묘사한 거대한 그림들로 국제적인 명성도 얻었다.
하지만 비평에 지나치게 민감했던 그는 심한 우울증으로 고생했으며
결국 정신병원으로 들어가 1900년에 생을 마감했다.
문카치는 자신의 미술상이었던 세델마이어의 조언을 받아들여
1881년에 <빌라도 앞의 그리스도>와 1884년에 <골고타>와
1896년에 <이 사람을 보라>를 대형 화폭에 완성했다.
세델마이어는 <빌라도 앞의 그리스도>와 <골고타>를 유럽 순회전시회에 붙였고,
이를 통해 문카치는 유럽의 모든 사람이 칭송하는 화가가 되었다.
이 그림은 미국에서도 전시회를 이어가게 되는데,
이 전시회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문카치를 뉴욕에서 영접한 사람이
바로 퓰리처상으로 유명한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였고,
문카치는 백악관에까지 초청이 되었다고 한다.
결국 이 그림들은 미국에서 팔렸는데,
이때 팔린 그림의 가격은 33만 5천 불이었고,
이는 당시 미국에서 팔린 유럽 화가의 그림 중 가장 큰 금액이었다고 한다.
문카치는 1896년 <이 사람을 보라 (Ecce Homo)>라는 작품까지 완성했고,
세 점의 ‘그리스도 고난 삼부작’은 그의 그림 가운데 대표작이 되었다.
현재 이 그림들은 개인소장으로 되어 있지만,
<빌라도 앞의 그리스도>는 부다페스트의 헝가리 국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고,
나머지 두 작품은 헝가리 데브레첸에 있는 데리 미술관에 임대되어 전시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문카치는 <이 사람을 보라>를 완성하고 4년 후에 세상을 떠난다.
이 삼부작에 너무나도 많은 열정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그의 명성은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이미 미술계는 마네나 모네, 르누아르와 세잔과 같은 인상파들이 장악한 이후이고,
인상파 이후의 미술 세계는 야수파와 입체파 등
또 다른 현대미술에 의해 장악되었고 자연스레 신고전주의와 사실주의 그림들은
구닥다리 그림 치부를 받으며 아무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된다.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이 되어버린 미하이 문카치이지만,
그는 헝가리 미술계가 낳은 영웅이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천재와도 같은 자기 재능을 뽐낸 특별한 화가이다.
이 작품은 마태오복음 27장 11-26절, 마르코복음 15장 2-15절,
루카복음 23장 3-5절과 13-15절, 요한복음 18장 33-38절이 그 배경이며,
빌라도가 예수님을 신문하는 장면이다.
예수님께서는 장백의처럼 생긴 흰옷을 입고 총독 본시오 빌라도 앞에 서 계신다.
예수님께서 서 계신 곳은 창문 너머 예루살렘 성벽이 보이는 총독 관저이다.
빌라도는 로마 총독답게 고대 로마의 원로원 의상인 흰 튜닉을 입고 있고,
권위를 상징하는 화려하게 조각된 재판관석에 앉아 있다.
재판관석 양옆에는 ‘SPOR’이란 글자가 새겨졌는데,
S.P.O.R은 로마 원로원과 시민의 약자이다.
즉 예수님께 내린 사형 선고는 로마 원로원과 시민의 뜻이라는 것이다.
아침이 되자 수석 사제들은 곧바로 원로들과 율법 학자들,
곧 온 최고 의회와 의논한 끝에, 예수님을 결박하여 끌고 가서 빌라도에게 넘겼다.
빌라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결박되어 있지만 빌라도를 바라보며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고 당당하게 대답하고 계신다.(마르 15,1-2)
빌라도 주변에 있는 수석 사제들은 여러 가지로 예수님을 고소하였는데,
빌라도와 예수님 사이에 있는 수석 사제가 손가락으로 예수님을 가리키며 고소한다.
“우리는 이자가 우리 민족을 선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지 못하게 막고
자신을 메시아 곧 임금이라고 말합니다.”(루카 23,2)
예수님 뒤에는 예수님을 체포한 군사가 붉은 망초를 걸치고
투구를 쓰고 창을 들고 군중들을 저지하고 서 있는데,
그 앞에 사내 하나가 두 팔을 벌리고 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우리에게는 율법이 있소. 이 율법에 따르면 그자는 죽어 마땅하오.
자기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자처하였기 때문이오.”(요한 19,7)
그러자 그 뒤에 있는 사람 몇 명이 손짓하며,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거듭 소리 질렀다.(마르 15,13)
군중 중에는 예수님 오른쪽에 붉은색 옷을 입고 황금색 터번을 쓴 대사제에게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소리 지르라고 사주를 받는 이도 있고,
예수님 뒤에 붉은색 터번을 쓴 수석 사제는
군중을 부추겨 예수가 아니라 바라빠를 풀어 달라고 청하게 하고 있다.
문 앞에 아기를 안고 있는 여인은 군중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듯이 내려보고 있다.
이 작품은 사람들의 몸짓과 표정이 역동적이고 사실적이며
이 작품을 보노라면 마치 한 편의 수난극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