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멍멍멍….))
봄을 이기는 겨울이 없듯
허망하게 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할머니 곁을 지키며
밭 나들이 가는 봉구는
누군가의 작은 빛이 되는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있었는데요
할머니는
미국이 있는 아들과 손주 얼굴
한번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되어버린 세상을 원망하다
시름시름 앓아가는 모습에
((((멍…. 멍…. 멍...)))
홀로 남겨진 할머니에게 힘을 내라며
소식이 끊긴 그 허전함을
달래주는 봉구가 있어
적적한 외로움을 이겨
나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봉구 너도 하늘나라에서
할아버지 오시는 날 인거 아냐?"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는 것 같이
마당을 빙빙 돌며 뛰어다니는 봉구와
세월 물든 하늘을 함께 다닌 그들이라
서로의 마음을 아는 듯 한데요
남보다 못한
가족이란 문패에 낀 얼룩을 닦아내며
생전에 좋아했던 나물들을 무치고 있던 그때
"어르신….
미국에 있는 아들한테 편지가 왔네요"
제 아버지 첫 기일 날 들려온
아들 소식에 버선발 벗어 달려간 할머니는
알 수 없는 말들만 늘어놓은 편지를 들고
마을 이장댁으로 달려가 보지만
'이건 법원에서 날라 온 서류 같은데…."
이장님도 처음 보는 편지에 놀라,
할머니를 트럭에 태워 읍내에 있는
법무사로 달려가 보는데요
"이건 미국에 있는 아드님이 보낸 건데요
아버지의 재산 분할을 해달라는 서류입니다 "
"제 아비 살았을 때나 죽었을때도
코빼기 한번 안 비친 놈이…."
떨려오는 노여움에 물잔만 들이키는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 듯
((((멍멍…. 멍멍멍 )))
"오냐…. 화내지 말라고??
알았다!
이 할미가 우리 봉구 말을 들어야지"
어이없는
한숨만 내쉬다 온 할머니는
순간에 잊혀져갈 사랑이 아니었기에
저녁달을 머리에 이고 툇마루에
앉아서는
"이 어미도 곧 제 아버지 따라 갈 건데
뭐가 그리 급해 그러는지…."
허탈한 속내를 내비치며
말이 아픔이 되어 지나간 자리
눈물로 울먹이는 할머니 옆으로
다가온 봉구는
할머니 치맛자락에 묻은 눈물을
핥으며 달래주는 모습에
"오냐.!
인제 그만 울게"
지나는 바람따라
온다간다 인사도 없이
눈물 바람으로 한 계절을 살던
할머니 마저
하늘 끝에서 울고계신
할아버지 곁으로
밤과 이별하는 아침처럼
떠나 버린 뒤
소식 없던 아들 내외가
집과 땅을 처분하느라
한두 번 얼굴을 내비치다
미국으로 돌아가 버린 후
마을에는
이상한 풍경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이게 누구여!
봉구 아녀..."
버스 정류장에 나타난 봉구를
한 번에 알아본 마을 사람들과
같은 버스에 오른 봉구가 여섯 정거장을 지나
내리는 걸 보고는 숙덕거리기 시작했는데요
"제 할머니 묻힌 무덤가에 가나 벼"
"자식보다 낫네"
"옥이야 금이야 키우면 뭘 해
허드레로 키운 개만도 못한 걸…."
할아버지 산소 옆에 묻힌 할머니의
무덤가를 지키다
어둠이 찾아오면 다시 버스를 타고
같이 살던 빈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 방을 지키며 사는
봉구를 안타깝게 생각한
버스 기사님도
"할머니 뵈러 갈려고?"
해 뜨는 아침을 따라
버스에 오른 봉구와
아침 인사를 나누곤
"할머니 지켜 드리고 이제 집에 가는구나!"
땅거미 진
어둠을 따라 버스에 오를 때
또 한 번 인사를 나누는 이 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는 날 없이
할머니 곁을 지키는 봉구를 보며
가슴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자식도 저렇게는 못할 겨..쯧쯧"
버스 기사님은
평생을 부모라는 버스에
무임승차하고도
그 고마움을 모르는 자식들이 사는
버스 정류장은 멈추고 싶지 않다는 듯
내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부모라는 버스 승차권은
효도란 걸 잊지 말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3월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세요
골목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식 키워 바야 별 볼일 없습니다.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을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