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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초보자를 동반할 때는 산행 경험이 많고 체력이 뛰어난 다수의 경험자와 팀을 구성한다. 초보자들만 팀을 이뤄 산행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동행할 사람이 구성되었다면 대원들의 경험과 체력에 맞춰 짐을 분배한다. 체력과 경험을 무시하고 짐을 균등하게 분배한다면 초보자는 무리한 운행으로 도중에 탈진할 수도 있다.
산행 중 마실 물은 끓여서 보온통에 넣거나 수통에 넣어 얼지 않도록 한다. 물이 떨어져 갈증을 풀려고 눈을 집어 먹으면 체온이 떨어지고 오히려 갈증을 유발시킨다.
산을 오를 때는 대상지에 대한 등산지도와 나침반은 꼭 챙기는 습관을 들인다. 지형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초보자의 경우 지도를 읽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대상 산에 대한 개념도라도 구해서 들머리와 날머리 및 등산 구간을 머릿속에 익혀 두어야 한다. 또 산행 시에도 자주 지도를 꺼내 자신의 위치를 지도상에서 확인해야 길을 잃지 않고 계획했던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운행의 기본은 자기 페이스 유지
산행은 걷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세를 제대로 갖춰야 피로하지 않고 넘어지지 않는다. 특히 미끄러운 설사면을 오르내릴 때 반드시 알파인 스틱을 이용해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알파인 스틱에도 보행법이 있다. 알파인 스틱 보행법은 다리에만 의존하던 힘을 30% 정도 팔로 분산함으로써 체력 소모를 줄이고 보행 속도도 빠르게 할 수 있다. 또한 완경사의 설사면이나 빙판, 바닥이 고르지 못한 등산로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좋고 하산할 때 무릎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알파인 스틱은 2단 또는 3단으로 길이를 조절할 수 있어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배낭에 꽂아 편리하게 휴대할 수 있다. 스틱 길이는 스틱을 잡고 섰을 때 팔꿈치 관절이 90도가 되는 것이 알맞다. 그러나 내리막길이나 급경사를 오를 때는 이보다 10~15cm 더 길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스노링은 눈이 없는 길에서도 그대로 사용해야 바위 틈에 스틱 끝 부분이 끼는 것을 방지한다.
자연스러운 걷기 동작 그대로 오른발이 나갈 때 왼손에 쥔 스틱이 나가고 왼발이 나갈 때 오른쪽 스틱을 내짚는다. 경사가 심한 비탈에서는 스틱의 손잡이가 위쪽을 내딛었을 때 얼굴 높이까지 오도록 조종한다. 이때 위쪽을 짚을 스틱에 배낭의 하중을 싣고 발을 위로 옮기면 다리 근육의 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심설산행은 러셀에서 시작한다. 심설은 체력과 시간을 과다하게 소모시킨다. 효율적인 러셀을 하려면 보폭을 크게 하지 않고 천천히 뗀다. 그래야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눈 쌓인 경사면을 오를 때는 발을 수평으로 가볍게 차듯이 오르면 스탠스가 생겨 미끄럼을 방지해 준다. 내려올 때는 발뒤꿈치에 하중을 실어 발로 다지거나 뒤꿈치로 차서 스탠스를 만들면 효과적이다. 신설에서는 발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내딛는다. 굳은 눈은 살며시 그 표면을 걸을 수도 있다. 커니스를 이룬 부분이 단단하지만 무너질 염려가 있으니 다소 안쪽으로 걷는 것이 좋다. 특히 팀 산행을 할 때는 뒷사람은 러셀 자국을 밟고 가는 것이 요령이다. 그리고 앞 사람이 지치기 전에 교대해 체력이 소진하지 않도록 한다.
산행의 기본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초보자의 경우 무리하게 걷다가 탈진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산행은 마라톤과 같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걷는 게 바람직하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몸 상태나 기분이 좋아 빨리 걷기 쉬운데, 산행 시작 후 30분간은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몸을 적응시켜 나가야 한다. 그후에 차츰 자기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운행 중 복장은 춥지 않고 둔하지 않을 만큼 입는다. 그러나 휴식을 취할 때는 땀이 식어 체온이 내려가지 않도록 미리 옷을 껴입어야 한다. 더위와 추위로부터 적당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불필요한 체력을 낭비하지 않고 체력 손실을 보전하는 방법이다.
어떤 옷차림으로 겨울산을 오를 것인가
겨울산행에서는 체온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산에서는 날씨가 수시로 변하며 이로 인해 저체온증이나 동상에 걸려 자칫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능성 소재로 된 고소내의를 입는다. 산행 시 가급적 면 제품 의류는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 젖으면 보온효과가 급격히 저하되는 면 소재 제품은 흡수한 땀을 발산시키지 못해 운행 중에는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걸음을 멈추면 체온을 순식간에 빼앗는다. 내의 위에는 폴라텍 티셔츠, 파위스트레치 짚 티셔츠 등의 상의를 입는다.
방수,방풍의 오버재킷이나 오버트라우저는 필수 장비다. 방수,방풍 의류와 함께 우모복도 필요하다. 운행 중 잠깐 쉬거나 야영지에 도착했을 때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우모복을 꺼내 입는 것이 좋다. 보온재는 거위털이나 오리털을 사용한 것이 아주 가볍고 따뜻하다.
일반적으로 폴라텍 제품은 가볍고 젖어도 빨리 마르며 피부에 닿는 감촉도 좋으나 바람을 막아 줄 수 없는 약점이 있다. 제품을 선택할 때는 이 소재가 방풍 기능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해 방풍 기능을 보강할 수 있는 것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윈드스토퍼, 윈드브록 원단 의류는 방온과 폴라텍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풍의 기능이 보강된 제품이다.
바지는 상의와 마찬가지로 고소내의를 입은 뒤 폴라텍, 윈드스토퍼 소재의 바지를 입으면 별 무리없이 산행을 할 수 있다. 오버트라우저 하의는 적설량 10cm 이상인 심설산행에서 필요하다. 그 사용 빈도가 상의보다 적고, 찢어지거나 헤지기 쉬우므로 값싸고 입고 벗기 편한 지퍼식이나 멜빵식으로 된 것을 구입한다.
이렇게 중무장을 하더라도 체온의 대부분은 머리를 통해 빠져나가기 때문에 모자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모자를 써야하는데 귀를 가릴 수 있는 제품이 좋다. 특히 바람이 심할 때에는 얼굴을 완전히 덮을 수 있는 바라크라바(모직, 폴라텍, 틴슐레이트가 주종)가 유용하며 여의치 않을 때는 이어밴드도 챙겨야 한다.
발을 통해서도 온도를 빼앗길 수 있다. 고어텍스 등산화나 이중화를 신었다고 할지라도 땀과 눈에 젖은 상태로 오래 산행을 지속할 경우 동상에 걸릴 우려가 높기 때문에 바로 갈아 신을 수 있도록 양말은 항상 넉넉하게 준비한다. 일반 등산양말과 모 양말을 같이 신는 것이 좋다.
추위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이 손이다. 장갑을 끼고도 배낭을 추스르거나 지퍼를 올리는 등 손을 사용함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장갑은 하나만 끼는 것보다 안쪽에는 얇은 것을 바깥쪽에는 오버글로버를 끼는 것이 보온 효과에 탁월하다. 오버글로버는 겉감이 고어텍스면 더 좋으며 손목과 팔에 조임끈이 있는지, 손바닥 부분에 미끄럼 방지용 고무판이 붙었는지 확인한다. 눈이 많은 겨울산의 특성상 장갑은 쉽게 젖기 때문에 여벌 장갑을 한두 켤레 더 준비하도록 한다.
겨울산, 기본 장비에 충실할 것
겨울산행에 나설 옷차림을 갖췄다면 겨울산행에 필요한 장비를 점검해 보도록 한다. 등산화는 산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장비라 할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등산화는 가볍고, 발이 편하고, 방수가 잘 되는 것을 구입한다. 동계용 등산화는 중등산화로 바닥창이 두껍고 무엇보다 방수가 잘 되는 것을 구비해야 한다. 새로 등산화를 장만했다면 산행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자주 신어 발에 적응시켜야 한다. 겨울철 등산화는 방수에 신경을 써야한다. 통가죽으로 된 등산화는 산행 일주일 전에 왁스를 충분히 발라두며, 고어텍스 소재 등산화도 방수 스프레이를 2~3회 뿌려두는 게 좋다.
눈길과 빙판길을 넘어지지 않고 걷기 위해서 크램폰은 필수다. 네발, 여섯발, 열두발이 있으나 일반 워킹 산행에서는 네발 크램폰이면 충분하다. 등산화에 고정시키는 부분이 고무로 된 것과 끈으로 된 것이 있는데 고무로 된 것은 탈,부착이 쉬운 반면, 기온이 많이 내려가면 끊어지거나, 심한 요철 부분에서 미끄러질 때 가끔 고무가 늘어나 벗겨질 때도 있다. 스패츠는 심설산행에서 필요하다. 등산화 안으로 눈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양말과 하의가 젖지 않도록 해 보온 효과도 탁월하다.
스틱은 사계절 필수 장비지만 등산로가 얼어 미끄러운 겨울철에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설사면을 오르내릴 때나 빙판길을 지날 때 몸의 균형을 잡아주며, 다리로만 전달되는 체중과 배낭의 무게를 30%를 분산시켜 피로를 덜어준다. 스틱을 고를 때는 가볍고, 손잡이가 편하고, 그립이 손에 맞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체중을 견디는 만큼 내구성이 높아야 한다.
배낭은 겨울 당일 산행을 떠나더라도 최소 45리터급 이상이어야 하고 1박 이상의 운행 계획일 때는 최소 60리터는 되어야 한다. 겨울산행은 3계절에는 사용하지 않는 많은 장비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짐은 줄이되 반드시 필요한 장비(방한모, 방수방풍의류, 우모복, 보온병, 행동식, 비상식, 수통, 스패츠, 크램폰, 장갑, 여벌옷, 스틱, 야영산행시 침낭, 매트리스 등)은 꼭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배낭을 꾸릴 때는 침낭이나 여벌옷 등 가벼운 것은 아래쪽에, 무거운 장비는 위쪽에 둔다. 운행 중 쉴 때마다 꺼내야 하는 우모복이나 오버재킷 등은 맨 위에, 행동식, 헤드램프, 화장지, 여벌장갑 등은 헤드 부분에 넣어두면 사용하기 편하다.
겨울산 필수장비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은 가장 산에 오르기 힘들고 위험한 시기다. 그 이유는 시베리아에 버금가는 추위 때문이다. 특히 산중의 겨울은 극지방의 추위에 비견될 정도로 혹독하며 변화무쌍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겨울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히말라야 수준의 방한장비를 마련하는 것이 정석이다.
물론 히말라야 등반과 우리나라 겨울산 등산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지형이나 기후적 특색이 판이하게 다르고, 고산지대의 공기는 평지에 비해 훨씬 희박하다. 그러나 추위와 적설이라는 요소만 따지만 보면 우리나라의 겨울은 히말라야와 너무도 닮아 있다. 때문에 추위에 대한 대비는 히말라야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기초적인 방한복장부터 알아보면, 동계용 의류는 보온성을 갖추면서도 활동하기 편하고 휴대도 간편한 것이 좋다. 또 신속한 땀의 발산과 방수, 방풍 기능을 갖춰야 하고 내구성도 좋아야 한다. 말 그대로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등산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겨울철 등산복 상의는 보온내의 위에 모직남방이나 플리스류의 티셔츠를 입는다. 그 위에 눈이나 바람을 막기 위해 방수방풍 기능성 소재의 재킷을 걸친다. 하의 역시 보온내의 위에 모직이나 플리스 등 보온력과 신축성이 좋은 바지를 껴입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러나 플리스나 모직 소재는 바람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따라서 요즘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윈드스토퍼나 윈드블록 등 방풍기능을 지닌 플리스 소재를 많이 사용한다. 고어택스와 같은 방수기능 소재는 운행 중에는 사용하지 않다가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눈이 내릴 때 껴입는다.
겨울 산행 의류로 면직류는 피해야 한다. 면은 젖었을 때 보온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며 건조시간도 오래 걸린다.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피부가 젖은 상태에 놓이며 체온손실이 가속화된다. 팬티나 런닝셔츠와 같은 속옷도 면 소재는 피해야 한다.
등산용 보온내의
합섬소재의 얇고 가벼운 것으로
고소내의로도 불리는 등산용 보온내의는 폴리프로필렌, 메라클론, 다크론,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가 주로 이용된다. 이런 소재들은 보온력이 뛰어나고 착용감이 좋은 것이 장점이다. 일부 소재는 보풀이 심하게 이는 경우도 있는데, 보온력에는 차이가 없고 내의로 사용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등산용과 일반 보온내의 차이점은 기능성에 있다. 보온력만 놓고 본다면 일반내의에 비해 그 성능이 월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땀 배출능력과 건조시간에서 일반내의와 큰 차이가 있다. 산행 중 나는 땀은 신속히 제거하지 못하면 동상이나 체온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모세관현상을 이용해 피부에서 수분을 빨리 격리시키는 기능성 등산용 보온내의의 착용은 대단히 중요하다.
요즘에는 보온내의 상의 대신 쿨맥스나 플리스 셔츠만 입기도 한다. 기능성 셔츠도 땀 배출기능이 있어 대개의 경우 별 문제는 없다. 하지만 혹한기에는 셔츠 속에 내의를 받쳐 입는 것이 체온 유지에 훨씬 유리하다. 기온이 높을 때는 보온내의를 셔츠처럼 입고 운행하기도 한다.
웃옷과 등산용 바지
보온력, 활동성에 방풍성도 고려해야
보온내의와 양말, 장갑 등으로 피부를 감싼 다음에는 속옷과 겉옷 사이에 웃옷을 껴입는다. 겨울철에는 방수방풍 재킷이나 우모복 등을 겉옷으로 입기 때문에 티셔츠나 남방셔츠를 그 안에 입는다. 하지만 거울철에도 걷다보면 땀이나고 겉옷을 벗고 웃옷만 입고 산행할 수 있다. 따라서 웃옷도 적당한 보온력과 활동성을 갖춰야 한다.
웃옷의 종류로는 티셔츠나 남방, 스웨터, 조끼 등이 있는데, 최근에는 파워스트레치와 같은 플리스 소재의 티셔츠가 인기 있다. 티셔츠는 가볍고 보온력이 좋으며 땀 배출력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모직남방이나 스웨터는 보온력은 좋지만, 너무 두꺼운 것은 투박하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겨울철에 적합한 바지는 활동성과 보온력의 두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춰야 한다. 예전에는 바지 역시 모직 소재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 방풍기능을 보강한 합성섬유 소재가 인기를 얻고 있다. 따라서 등산용 바지도 셔츠만큼이나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겨울 등산용 바지 가운데는 바람을 완벽하게 막아주는 윈드스토퍼 소재의 제품이 인기가 있다. 하지만 플리스 소재에 비해 땀 배출성능이 낮고 신축성이나 착용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단점. 최근에는 이를 보완해 방풍성능은 조금 떨어져도 쾌적함을 높인 윈드프로와 윈드스포퍼 소프트쉘과 같은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착용감을 중시하는 분들은 신축성이 좋고 땀 배출에 유리한 파워스트레치 소재를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소재는 보온력은 좋지만 마모와 바람에 약한 것이 단점. 따라서 눈보라가 부는 혹한기에는 방수방풍기능의 덧바지가 필수다. 최근에는 표면 내구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단단한 느낌이 드는 파워실드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소재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자신의 산행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방수방풍 기능성 겉옷
비와 폭풍설을 막기 위한 필수 장비
방수방풍 기능성 겉옷은 겨울 뿐만 아니라 사계절 중요한 장비다. 눈밭을 헤치거나 폭풍설이 몰아칠 때 이 겉옷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아무리 보온력이 좋은 웃옷과 바지를 입고 있어도 피부까지 파고드는 바람과 습기를 막을 재간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로 체온을 빼앗기게 되고 결국은 저체온증이나 동상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방수방풍 기능성 겉옷의 대표적인 소재는 고어텍스다. 이 제품은 물과 바람을 완벽하게 막아주면서도 내부의 습기를 배출하는 기능을 지녔다. 비록 운동 중에 발생된 땀의 양의 비해 겉옷이 배출할 수 있는 수분의 양은 미미하지만, 공기의 유통까지 완벽하게 차단하는 코팅이나 필름 소재의 방수 소재에 비하면 월등한 기능을 지녔다 하겠다.
요즘에는 방풍과 보온기능이 강조된 윈드스토퍼와 같은 소프트쉘 소재를 겉옷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중적인 추세다. 산행 중 비나 눈을 만난 확률보다 바람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풍소재의 겉옷만으로는 겨울철의 변덕스런 날씨를 견디기 어렵다. 반드시 방수방풍 기능성 겉옷을 함께 휴대해야 한다.
우모복
혹한이나 야영시 제 값을 한다
플리스 재킷이 등장하며 겨울 산행시 우모복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운행 중에는 일반적인 겨울복장만으로도 더위를 느끼기 때문에 우모복을 입을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반면 야영 중 파일재킷과 침낭만으로 한기를 막기에는 조금 모자라다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여벌의 옷을 포기하고 든든한 침낭을 준비할지, 적당한 부피의 침낭과 우모복을 동시에 지참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혹한기에는 운행시 우모복을 입어야 할 경우도 생긴다. 좋은 우모복은 접었을 때 부피가 작아 휴대가 편리하고 어떤 겉옷보다 보온력이 뛰어나다.
기타 운행구 및 소품
스틱, 피켈, 아이젠, 모자, 장갑, 양말
피켈과 아이젠은 다른 계절에는 사용하지 않는 겨울철 전용 장비들이다. 피켈은 빙판이나 설사면에서 스텝을 만들거나 확보물, 지팡이 대용으로 사용한다. 피켈은 빙벽등반용과 워킹용으로 구분된다. 워킹용 피켈은 가볍고 피크가 짧지만 길이가 길어 보행시 사용이 편리하다. 등반용 피켈은 피크가 길고 예각이며 길이는 짧은 편이다. 손에 잡기 편한 그립을 단 것도 워킹용과 다른 점이다.
등산용 스틱은 겨울철 심설산행이나 빙판 운행시 사용하면 편리하다. 스틱을 이용하면 체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불안한 지형에서 균형잡기에도 좋다.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 스틱을 사용할 때는 링이 큰 것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
아이젠은 미끄러운 빙판길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해주는 겨울장비 중 하나로, 겨울철에는 항상 휴대하는 것이 좋다. 위킹용 아이젠은 발톱수가 4~6개로 적고 소형이며 휴대에도 부담이 없다. 눈길에서 아이젠 바닥에 눈덩이가 붙지 않도록 플라스틱을 이용한 제품도 나와 있다.
모자오 장갑도 겨울철 체온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품들이다. 좋은 날씨의 일반적인 당일산행에는 방풍기능의 플리스 소재의 모자면 충분하지만 반드시 귀마개가 달린 것을 사용해야 한다. 혹한기나 폭풍설이 몰아치는 악조건에서는 고소모나 목출모와 같이 머리와 얼굴까지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모자가 필요하다.
손은 발가락과 함께 동상에 가장 취약한 신체부위로 장갑으로 보호해야 한다. 장갑은 보온, 방풍, 방수 기능을 가진 세 가지 종류를 따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플리스나 고어텍스 소재를 많이 사용하며 예전에 인기 있던 모직제품은 거의 사라졌다. 장갑은 사용 중 눈이나 얼음에 젖어드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반드시 여벌을 챙겨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스패츠와 오버글러버도 겨울철 설상 운행시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이들 제품은 등산화 내부와 양말, 장갑 등 피부에 직접 닿는 보온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방수투습 원단으로 만든 것이면 최상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는 충분히 긴 스패츠를 준비해야 한다. 바람도 없는 한낮에 덧바지를 입고 걷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 이런 날 무릎 깊이의 눈을 헤치고 나아가려면 긴 스패츠가 필수다. 오버글러브도 충분히 긴 것을 써야 러셀 중 눈이 들어가 속에 낀 장갑이 젖지 않는다.
등산용 양말은 발에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발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기온이 낮을 때는 보온력을 높이고 피로감도 줄이기 위해 얇은 것과 두꺼운 것을 겹쳐 신기도 한다. 최근 생산되는 제품은 충분한 보온력과 쿠션을 지니고 있어 한 켤레로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등산화
방수성능 확실해야 후회 없어
겨울철 등산화는 추위와 눈으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보온력과 방수성능이 좋은 것을 골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도보산행용 등산화는 방수처리한 가죽등산화를 많이 사용한다. 최근에는 가죽 갑피 안쪽에 고어텍스 필름을 넣어 방수성능을 높인 제품이 인기 있다. 짧은 당일산행 정도라면 섬유 소재 외피의 고어텍스 트레킹화도 무난하다.
방수처리를 한 가죽등산화라 해도 오랫동안 사용하면 방수기능이 저하된다. 사용하다보면 가죽이 접힌 부분이나 돌부리에 긁힌 곳으로 습기가 스며들기 때문이다. 다라서 사용 전후에 방수액이나 구두약을 취약 부분에 꼼꼼히 발라주면 단 기간의 심설산행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
등산화 내부의 고어텍스 필름은 오랫동안 사용하면 마모로 파손되거나 찢어져 물이 새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필름을 교체하거나 수리할 방법은 없다. 외피의 방수처리에 의존해 사용하거나 교체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른 계절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겨울철 등산화를 고를 때 잘 맞는 사이즈 선택은 중요하다. 너무 작으면 발의 혈액의 순환을 방해해 동상에 걸릴 우려가 있고, 너무 크면 운행 중 등산화 속의 발이 움직여 뒤축이 까지거나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구꺼운 가죽 중등산화는 겨울철 산행에 앞서 길을 들여놓는 것이 좋다. 새 등산화를 신고 높은 산에 갔다가 고생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요즘에는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겨울용 중등산화는 무겁고 뻣뻣해 발에 길들여질 때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다. 평소에 틈틈이 신어 익숙해져야 원거리 산행에서 고생을 피할 수 있다.
겨울산행용 등산화 가운데는 빙벽이나 빙하지대에서 사용하는 전문 등반용 등산화도 있다. 플라스틱이나 가죽 소재로 만든 것으로 바닥이 딱딱하고 휘어지지 않도록 프레임이 들어 있어 아이젠을 착용하고 빙설벽을 오르기 쉽도록 고안되어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방수성능과 내구성은 뛰어나나 일반산행용으로는 적합치 않다.
겨울철 막영구 & 취사구
소형돔텐트, 우모침낭, 휘발유버너
겨울산행용 텐트는 바람에 잘 견디는 나지막한 돔형이 무난하다. 폴은 경량의 금속 제품이 지지력이 좋고 강하다. 바람이 텐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동계용 플라이를 설치해 하단부를 눈으로 덮는다.
폴과 텐트 몸체와의 결합도 신경써야 할 부분. 고리를 이용해 폴을 고정하는 걸개식 보다는 터널식이 바람에 훨씬 강하다. 터널식은 설치가 불편한 것이 단점이지만, 요즘은 폴이 들어가는 터널의 봉제 입구를 엇갈리게 해 익숙해지면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야영할 계획을 세운 사람이라면 투자 우선순위 1위는 침낭이다. 겨울용은 다운 소재의 침낭이 압도적인데, 보온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무게에 비해 짐을 꾸릴 때 부피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물에 젖었을 때는 보온력을 기대할 수 없고, 몸 아래쪽에 깔린 부위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약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침낭커버를 이용해 습기를, 매트리스를 깔아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는다.
매트리스 또한 동계 막영 필수장비 가운데 하나다. 얇은 매트리스는 지면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충분히 차단하지 못해 좋은 침낭이 있어도 안락한 수면을 취할 수 없다. 발포 소재의 빨래판형 매트리스가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편. 냉기 차단능력은 자동 공기주입식 에어 매트리스가 최고지만, 값이 비싸고 무거운 것이 단점이다. 에어매트리스는 파손되면 단열성능이 제로에 가까워 취급에도 주의해야 한다.
겨울철 막영시 취사와 난방을 위해 휘발유버너의 사용은 필수다. 가스버너는 휴대가 간편하고 가볍지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화력이 떨어져 사용이 어렵다. 개다가 휘발유는 가스에 비해 열효율이 좋아 단위 중량당 생성열량이 훨씬 높다. 휘발유버너는 콜맨 피크원이나, MSR, 스노피크, 프리무tm 등 수입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겨울 산행 요령
산행지 선정 및 일정 잡기
적설기엔 여름의 절반 거리로
겨울철이 아닌 계절에도 마찬가지지만, 산행지 결정에 앞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의 일기와 산의 상태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요즘에는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면 각 지역의 현재 날씨와 이틀 뒤 일기예보까지 알아볼 수 있다. 만약 산행대상지에 폭설이나 강풍, 혹한 등이 예상된다면 산행을 미루는 것이 좋고, 그래도 가야할 경우라면 철저한 장비 준비와 운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기예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평지를 기준으로 한 날씨지만, 이를 기초로 목적하는 산의 기온까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산정에 올랐을 때의 기온을 예측하려면 기상대가 예보한 온도에 고도 100m 상승 때마다 0.6°C씩 빼내면 된다. 한 예로, 만약 속초지역의 기온이 영하 5°C라면 대청봉은 그보다 10°C쯤 더 낮은 영하 15°C쯤 된다는 결론이다.
낮은 기온은 바람이라는 복병과 합세할 때 특히 무섭다. 허술한 복장으로 강풍 속에 노출되면 엄청난 속도로 체온을 빼앗기게 된다. 심각한 경우에는 1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바람이 초속 10m 이상 불면 체감온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풍속이 높아질수록 훨씬 추위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리하게 긴 거리를 하루 산행코스로 잡으면 자신은 물론 동행한 동료들까지 위험으로 몰아넣게 된다. 일반적으로 겨울의 낮의 길이는 여름보다 3~5시간 정도 짧고, 악천후라고 겹치면 눈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시계가 나빠져 길을 잃고 헤매기 쉽다. 등산로의 상태 또한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신설이 무릎 이상 쌓인 지역에선 운행속도가 여름의 반 이하로 떨어진다.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 심한 경우 하루에 4km 이상 전진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무리한 산행계획은 곧바로 조난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안전한 코스가 날씨가 좋은 때를 골라, 짧은 거리를 여유 있게 답사할 수 있도록 산행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산행은 반드시 오후 4시 이전에 마칠 수 있어야 한다.
겨울산행 수칙
페이스 조절과 위험요소 회피
안전한 겨울산행을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수칙이 있다. 그 첫째가 산행 중 너무 많은 땀을 흘려옷을 적시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렇게 춥지도 않은 날 너무 많은 옷을 입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산행 중 덥다고 느끼면 장갑이나 모자를 벗어 체온을 조절한다. 그래도 덥다면 웃옷을 하나 벗는 식으로 발한량을 조절한다.
무리한 운행도 치명적일 수 있다. 너무 빠른 속도로 산을 오르면 땀도 많이 나지만 쉽게 지칠수 있다. 무리한 운행을 자제하고 휴식이나 식사 중에는 겉옷을 껴입어 체온유지에 힘쓴다. 기온이 낮은 겨울산은 의외로 체력소모가 많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체력을 잘 분배해야 무사히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겨울산에서는 상황을 잘 파악해 장비를 적절히 사용하고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 사람들이 붐비는 코스에서 장시간 지체하며 추위에 노출되면 체온을 빼앗기기 쉽다. 이런 때는 재빨리 옷을 껴입는 것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갑자기 얼어붙어 미끄러운 바위지대가 나오면 재빨리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시간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적절한 배낭 꾸리기도 필수다. 수시로 꺼내야 하는 재킷이나 덧바지, 아이젠 등은 손이 닿기 쉬운 배낭 해드나 옆 주머니에 챙겨둔다. 쓸데없는 시간 지체는 체온을 떨어뜨리고 짧은 겨울날의 산행에 방해만 된다.
옷이나 장갑 등이 젖는 것은 치명적이다. 쓸데없이 눈밭에 뛰어드는 행동은 삼간다. 겨울철 0°C 전후의 기온에서 내리는 습설은 쉽게 녹아 옷에 스며든다. 이는 추울 때 내리는 건설보다 훨씬 위험하다. 옷이 젖어든 상태에서 바람을 맞으면 순식간에 체온을 빼앗기게 된다. 습설이 내릴 때는 방수방풍기능의 겉옷을 입고 운행해야 한다. 기온이 높을 때는 웃옷 하나를 벗는 것이 발한량 조절에 유리하다. 스패츠나 방수의류, 오버글러브 등은 기본의류가 눈에 젖는 것을 방지하는 장비지만, 이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릴 수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겨울철 사고 대비책
겨울산은 폭설과 혹한, 체력소모로 인한 피로동사, 저체온증(하이포서미아), 동상 등 많은 위험요소가 상존하고 있다. 또 그런 사고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행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고 유형별 특징을 파악하고 있으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한 것은 물론 사고를 당해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길을 잃었을 때
확실한 지점까지 되돌아가는 것이 상책
가장 빈번한 겨울철 사고는 판단착오로 길을 잃는 것이다. 평소 익숙한 길이라도 눈이 덮히면 지형지물에 분간이 되지 않아 순간적으로 판단력을 잃고 험난한 지능선이나 계곡으로 잘못 들어서는 경우가 잦다. 특히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또는 해가 진 후 특히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경우에는 잠시 안정을 취한 후, 침착하게 주위 지형 등을 파악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길을 찾는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오히려 불안감만 심화되고 체력소모를 부른다.
해가 지거나 눈보라가 쳐서 방향판단이 불가능하면 즉시 운행을 중지해야 한다. 이때는 신속히 은신할 곳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정상 등산로를 벗어나 조난 당한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 한다. 일몰 후에는 모닥불을 피워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조명구를 사용해 일정 간격을 두고 깜박거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조난은 예고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짧은 당일산행이라도 항상 헤드램프, 비상식, 예비의류, 방풍의 펀쵸 등을 휴대하여 비상시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저체온증, 동상
손, 발, 코, 귀 등이 취약부분
저체온증은 체온이 떨어지며 서서히 탈진해 의식을 잃는 증상으로 심할 경우 몇 시간 이내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저체온증을 예방하려면 눈을 먹거나 눈밭에 털썩 주저앉는 행동을 하지 말고, 강풍에 오랫동안 노출되는 일을 피해야 한다. 체온을 빼앗기는 것은 이런 일련의 행위 도중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진행된다.
저체온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즉시 젖은 옷을 갈아입고, 초콜릿이나 따뜻한 꿀차 같은 열량 높은 음식을 섭취한다. 가능하면 침낭 등으로 보온을 하고 동료가 몸을 주무르거나 감사 안아 환자의 체온을 높여준다. 환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열을 가하는 조치는 점진적으로 취한다.
동상은 노출되기 쉬운 손과 발, 귀, 코 등에 걸리기 쉽다. 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외기에 피부를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장비를 다룰 때도 장갑을 벗지 말고 모자나 귀마개, 목출모 등을 착용해 얼굴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도록 한다. 등산화 끈을 묶을 때도 너무 조이지 않게 하고 젖은 양말은 가능한 빨리 갈아 신어야 한다.
가벼운 동상은 피부만 단단해 졌을 뿐 속은 정상이다. 만일 이렇게 증상이 가벼울 때는 자신의 겨드랑이나 동료의 몸으로부터 체온을 전달받아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동상 부위에 체온 이상의 열을 가하거나 심하게 비비는 것도 금물이다. 세포가 손상돼 회복 불가능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 속까지 동상이 번져 무감각해지면 그 부위를 37~38°C의 물에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담근다. 감각이 돌아오면 상당한 통증이 나타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즉시 병원으로 후송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동상이 심하면 최악의 경우 뼈까지 절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사태
눈사태 나는 곳은 정해져 있다
눈사태는 산지의 협곡이나 경사면에 쌓인 눈이 자체의 무게나 기온, 바람의 작용 등으로 미끄러져 내리는 현상으로, 특정지역에서 반복되어 발생한다. 따라서 눈사태 다발지역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사태 예상지역에서 행동방법 등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눈사태는 25~55도 경사의 지형에서 발생하며 30`45도 경사가 가장 발생확률이 높다. 또 눈사태는 거의 같은 지역의 비슷한 상황에서 일어난다. 사고 사례를 살펴보고 비슷한 날씨와 적설량이면 그 지역은 피하는 것이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쌓인 지 오래되어 굳은 눈은 경사에 관계없이 안정되고 비교적 안전하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눈사태의 지역적 특성을 보면, V자형을 이룬 경사진 암벽 협곡이나 매우 미끄러운 완경사의 암반, 경사진 사면이 길게 이어진 지형 등이 요주의 대상이다. 이런 지형을 통과할 때에는 눈의 상태와 기온 등을 면밀히 관찰한 후 통과한다. 특히 굳은 눈 위에 신설이 쌓여 있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
눈사태는 신설이 내리는 도중이나 눈이 그친 후 하루 사이에 발생한다. 그러므로 많은 눈이 내린 뒤 하루 이틀은 산행을 삼가는 것이 좋다. 눈사태 예상지역은 기온이 낮은 오전 중에 일찍 통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비가 올 때나 한낮에 경사가 급한 바람맞이 사면 아래는 대단히 위험하다.
만약 눈사태 예상지역을 통과해야 할 경우에는 사람 사이의 간격을 50m 이상 유지하고 나무나 바위 같은 지형지물을 이용해 이동한다. 설사면에 진동을 주거나 큰 소리로 충격을 주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눈사태 다발지역에 대한 정보는 현지 주민이나 산장 관리인 등에게서 미리 입수해 둔다. 또한 기상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눈사태를 만나 동행자들이 묻힌 경우 빠른 시간 내에 구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눈에 매몰되었을 때도 호흡기 주변에 충분한 공간이 있는 경우 초소한의 호흡이 가능하다. 1시간 이상 묻혔다 구조됐어도 생존한 경우가 있으니 절대 섣부른 포기는 금물이다
겨울산 산길걷기
등산의 기본은 배낭을 메고 가파른 비탈을 오르내리는 일입니다. 산길 걷기에도 기술이나 요령이 필요합니다. 평지를 걷듯이 걸을 수는 없으니까요.
걷기의 기본자세는 왼발을 내디딜 때에는 체중을 왼발에 싣고, 오른발을 내디딜 때에는 체중을 오른발로 옮기는 아주 쉽고 단조로운 것입니다.
발을 옮길 때 내딛는 발쪽으로 체중을 완전히 옮겨 주지 않으면 체중을 받치고 있는 발이 다리뼈로 곧장 서지 못하고 근육을 쓰게 됩니다(이 경우 다리근육은 계속 힘을 쓰게 되어 쉽게 피로해집니다). 그래서 발걸음을 옮길 때는 몸무게를 어중간하게 두지 말고 내딛는 발쪽으로 100% 확실하게 옮겨주세요.
평지에서는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고 난 다음, 발다닥 전체로 체중을 싣고, 발다닥을 땅에 굴리듯 땅을 뒤로 가볍게 밀듯이 걷습니다. 걸을 때는 어깨의 힘을 빼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윗몸을 앞으로 조금 굽히고 무릎은 조금식 올리면서 천천히 내딛습니다(땅을 밟을 때는 발바닥을 굴리듯이 또 전체로 안정감있게 디뎌야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지 않습니다). 굴곡이 심한 산길에서는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균형 잡기가 더 힘듭니다(내리막에서는 균형을 잡기 위해 다리 근육은 물론 몸 여러 부분의 근육을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균형을 잘 잡기 위해서는 모든 관절을 부드럽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무게 중심이 낮을 수록 균형을 잡기에 좋고 넘어질 위험도 적습니다(내려올 때는 중심을 낮게 하고 천천히 걸어야 무릎의 충격을 줄이고 관절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산길 걷기에서는 페이스를 잘 지켜야 합니다. 초심자가 경험자와 함께 산행을 할 때, 초심자가 줄곧 앞장서다가 막판에 뒤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숨을 헐떡이고 땀을 뻘뻘흘리며 경험자들을 뒤쫒아 가다가 경험자가 쉬고 있는 곳에 겨우 닿으면 쉴 틈도 없이 다시 떠나 초심자만 골탕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초심자의 페이스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들더있는 기분과 급한 마음에 빨리 가려고 보폭을 넓힌 것이 상하 운동이 커져 쉽게 피로해진 것입니다. 경험자처럼 보폭을 적게 하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걷는 패이스가 피로를 덜 느끼게 합니다.
등산은 마라톤과 비교가 되기도 합니다. 종착지(하산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 힘을 어떻게 나누어 쓸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체 체력을 100%로 보았을 때 산을 오르면서 40%, 내려오면서 30% 정도 소모하고, 나머지 30%는 남겨두십시요.
균형을 잘 잡고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걷는다 하여도 겨울산에서는 숨은 복병들이 많아 균형과 페이스가 쉽게 무너집니다. 나뭇가지나 나무조각, 나뭇잎, 잔돌, 굵은 모래, 물기, 이끼 등에 눈과 얼음이 더해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나는 것이 그것입니다.
낙엽 밑이 얼어 있으면 올를 대는 콧방아를, 내려올 때는 엉덩방아를 찧게 합니다. 얼어 붙은 맨 땅 위의 나무조각이나 굵은 모래를 잘못 밟으면 스케이트를 탄 것 같이 미끄러집니다.
겨울산에서 진흙도 균형과 패이스를 깨뜨리는 주범입니다. 양지에서는 물컹거려 미끄러지면 옷을 버리게 되고, 음지에서는 얼어 붙어 미끄러워 발길을 주춤거리게 합니다. 그러나 굵은 모래나 돌멩이, 나뭇가지가 얼음이나 눈에 반쯤 박혀 있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자동차 타이어의 체인처럼 유익한 경우도 있습니다.
4발 아이젠을 신고 걷다가 아이젠 발톱이 바지단이나 등산화 끈에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또 배낭이나 옷가지가 나무나 바위에 걸리는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지거나 추락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요즘은 등산인들의 안전을 위해 굵은 나일론(또는 마닐라삼) 로프나 쇠줄로 난간을 만들어 놓은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안전시설이 설치된 곳을 오르고 내릴 때도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눈과 얼음이 있는 철계단에서는 양손으로 난간을 잡고, 등산화 바닥을 발판에 모두 밀착시키고 상체를 앞으로 하고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쇠줄이나 로프 길이가 긴 경우에는 아래쪽 사람의 움직임 때문에 중간에 매달린 사람이 좌우로 흔들려 균형을 잃고 로프를 놓칠 수 있으므로 한 사람식 오르내려야 안전합니다. 쇠줄, 로프, 철계단 난간지대에서 빨리 가겠다고 혼자서 옆으로 빠져나가면 매우 위험합니다.
눈이 새로 내렸을 경우 바위와 바위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에 허공이 생겨 발을 헛디딜 수 있습니다. 눈이 새로 내렸다 해도 이전에 지나간 사람들의 표지기를 살펴보고, 눈 표면이 다소 내려앉은 부분을 밟으면 그 곳이 길일 확률이 높습니다. 눈길 하산시 빨리 내려올 수 있고, 순간적 재미를 볼 수 있는 히프스키는 정말 위험합니다. 이런 곳에서도 정석대로 두 발로 걸어 내려와야 안전합니다.
봄, 여름, 가을 주말마다 산을 가던 이들도 겨울산은 선뜻 나서기를 꺼려한다. 그만큼 겨울산은 추운 데다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겨울산은 나름대로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이제 2월이다. 아직은 겨울, 그러나 2월의 산은 겨울 속에 봄을 함께 지니고 있다. 나무들은 뿌리로 내렸던 수분을 가지 끝으로 올릴 준비를 하며, 눈 덮인 땅속에서는 산들꽃의 씨앗과 구근이 꿈틀거린다. 밤사이 함박눈이 내리고 맑게 갠 아침이라면 산은 온통 눈꽃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아직은 한 두 차례 폭설이 내릴 수도 있으며 다져진 눈이나 곳곳에서 스며 나오는 물기가 얼어 빙판길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위협한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우선 대상 산의 지도를 펴놓고 산세나 등산로, 눈사태 지역, 대피소 등 꼼꼼하게 살펴보고 갑자기 돌변하는 기상에 조난을 당하지 않도록 장비를 챙기고 운행법을 숙지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은 설악산을 제외하고 다른 나라 산보다는 눈이 많이 쌓여 있는 기간이 짧은 데다 몹시 추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등산하다가 갑자기 폭설을 만나거나 경사진 눈길을 오르내리기 위해서는 적설 상태에 따라서 눈길을 걷는 요령을 알아두어야 한다.
경사진 오르막길에서는 앞꿈치로 사면을 차서 디디며 올라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반면에 내리막에서는 암꿈치를 들고 뒤꿈치를 눈 속에 박으면서 내려와야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다. 이렇게 걸으려면 바닥이 잘 구부려지지 않는 등산화를 신는다.
경사가 가파른 눈길에서는 곧장 오르내리는 것보다 비스듬하게 갈 지(之)자로 오르내리는 것이 안전하다.
스패츠와 크램폰 착용법
발목 이상 덮이는 눈길에서는 스패츠를 찬다. 스패츠는 짧은 것부터 슈퍼케이터까지 다양하나 장딴지 위까지 올라오는 긴 것을 사용한다. 스패츠는 크램폰(아이젠)을 착용하기 전에 찬다. 밸크로테이프나 지퍼, 버클, 고리는 반드시 발 바깥쪽에 두어야 걸을 때 거치적거리지 않고 걸려 넘어지지도 않는다.
크램폰 착용법도 종류에 따라 다양하나 기본은 똑같다. 크램폰은 워킹용의 4발에서 빙벽등반용으로 12발까지 있다. 등반 형태에 따라 맞는 등산화를 신어야 하되, 크램폰은 등산화에 맞는 튼튼한 것을 선택한다. 크램폰 착용 시 크램폰에 부착시키는 밴드의 조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 밴드의 조임이 헐거우면 크램폰이 벗겨지고 몸의 중심을 잃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밴드 묶는 고리는 절대로 발 안쪽에 두지 말고 스패츠 차는 방법과 동일하게 발 바깥쪽에 오도록 한다.
크램폰을 착용하고 걸을 때는 등산화만 신고 걷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고 불편하다. 그러나 겨울철 산행에서 크램폰 없이는 걸을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눈이 내려 쌓인 뒤 처음 가는 등산로라면 굳이 크램폰이 필요없지만 다져진 눈이나 빙판 길에서는 크램폰을 착용해야만 걸을 수 있다. 크램폰을 착용하고 걸을 때는 크램폰 종류에 맞게 걸어야 한다.
우선 4발짜리 크램폰을 중심으로 설명하자면 4발 짜리는 등산화 중간에 위치하므로 발바닥 전체로 딛는다. 크램폰 포인트가 없는 앞꿈치나 뒤꿈치로만 딛는다면 미끄러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반드시 크램폰 포인트가 동시에 빙면에 닿도록 디뎌야 하며 발의 바깥쪽이나, 안족 포인트가 먼저 빙면에 닿으면 미끄러진다. 발목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꺾여 안정감을 잃고 넘어질 수도 있다. 반드시 크램폰 포인트가 동시에 빙면에 닿도록 한다.
스톡과 피켈을 이용한 눈길 걷기
크램폰 착용과 함께 등산용 스틱과 피켈을 휴대하고 필요에 따라 스톡과 피켈을 번갈아 사용하면 좋다. 스톡은 한 개 보다는 두 개를 사용한다. 눈길에서는 바스킷이 넓은 스톡이 좋으나 눈에 박혔을 때는 빼기 힘든 단점도 있다. 피켈은 한 자루면 되고 가볍고 자루가 긴 것이 좋다.
눈이 허리까지 빠지는 곳에서는 러셀을 해야만 진행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스톡 두 자루를 수평으로 모아쥔 뒤 눈 표면을 스톡으로 누르고 한쪽 발을 들어 무릎으로 눈을 다진 다음에 발을 딛는 연속 동작으로 진행한다. 여러 사람이 번갈아 가며 선두에 서면 힘을 절약할 수 있다. 러셀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산행계획을 변경하는 게 현명하다.
설사면을 횡단할 때는 스톡 두 자루를 모아 쥐고 스파이크를 사면 쪽으로 향하게 해서 짚는다. 이때 스톡이 설사면과 직각이 되게 하고 스파이크가 사면 쪽에 짚은 상태에서 손잡이를 약간 들어 올린다. 체중은 스톡에 약간 기대듯이 하여 얹어주고 스파이크는 멀리 짚는다. 이런 상태에서 사면 쪽의 발을 먼저 앞으로 옮기고 다음 발 내딛는 것을 한 동작으로 3지점을 유지하면서 진행한다.
겨울산에서 면의류는 최악의 상황 불러오기도
우리나라 산은 날씨가 좋으면 겨울에도 어렵지 않게 산행할 수 있다. 그러나 바람이 불고 폭설이 내린다면 어떤 고산보다도 위험하다는 게 사고 사례를 통해서 입증되고 있다. 설악산 산행 중에 청바지를 입고 오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여름에도 우중에 면으로 된 옷을 입고 산행하다가 저체온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겨울에는 어떠하겠는가?
또한 여름철 산행은 여름보다 체력 소모가 훨씬 크다. 짐도 많고 체온의 변화도 심하다. 걷는 중에는 땀이 날 정도로 더위를 느끼지만 잠깐 쉬는 동안에는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열량을 많이 빼앗긴다. 땀을 배출하지 못하면 면 옷을 입고 있을 경우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면 땀이 밴 면 의류는 순식간에 얼어버리고 저체온증에 걸리기 쉽다. 저체온증에 걸리게 되면 처음에는 심한 오한으로 손을 더듬고 피로감이 몰려오면서 방향 감각마저 상실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한이 줄어들며 졸음이 오고 의식을 잃으면 동사할 수도 있다. 이때 죽음에 이르기까지는 두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저체온증은 초기에 감지하고 대처해야 목숨을 건질 수 있다. 열 손실을 막고 따뜻한 물을 마셔 몸에 열을 가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저체온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옷을 잘 선택해서 입는 게 중요하다.
우선 속옷부터 살펴보면 폴리에스터나 폴리우레탄 같은 기능성이 뛰어난 합성 화학섬유로 된 등산용 속옷을 입고 그 위에 파일 바지와 재킷을 입으면 몸에서 발산되는 땀을 신속히 흡수하고 외부로 발산하여 항상 뽀송뽀송한 느낌을 준다. 이런한 의류는 가벼워서 활동하기에 편하고 보온력도 뛰어나다. 등산용 옷이 없다면 집에서 입는 순모나 순모와 화학섬유로 섞어 만든 바지와 목까지 올라오는 스웨터를 입는 것도 좋다.
위와 같이 입고 등산하더라도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옷이 모든 것을 보완해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더위를 느낄 때는 겉옷을 벗고, 움직이지 않거나 쉴 때는 다시 입는 습관을 기른다. 또한 오랫동안 쉴 때에는 방한복이나 우모복을 입어 체온을 빼앗기지 않도록 한다. 귀찮다고 그냥 걷거나 쉬면 체력소모가 심해 탈진에 이르고 급기야는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
장갑이나 양말, 모자 또한 순모나 폴리에스터 소재의 제품이 좋다. 잡갑과 모자는 눈보라에 대비해 고어텍스 제품으로 갖춘다. 겨울철에 일박 이상 등산할 경우 여벌 옷과 양말, 장갑은 필수다.
겨울철 우리나라 산에서는 습설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옷에 닿으면 젖어 들어와 등산화 안까지 물이 스민다. 그러므로 적설기 산행에는 방수방풍인 윈드재킷과 오버트라우저가 적당하고 등산화는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발목 부분이 높은 것이 좋다.
겨울산의 복병 설맹 예방하기
겨울산의 꽃도 눈이고 걸림돌도 눈이다. 산 전체가 눈으로 덮인 겨울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러나 '설맹' 이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설맹은 '설안염' 이라고도 한다. 설맹은 태양이 쬐는 눈길을 걸을 때 장시간 눈에서 반사되는 강한 빛 때문에 일어난다. 가벼운 경우 눈물이 나오고 눈을 뜰 수 없다. 각막 표면에 혼탁이 생길 수도 있다. 대개 자외선을 쬔 후 수 시간 뒤에 일어난다. 중증인 경우는 시력이 저하되고 시야의 중심이 어둡고 희미하게 보이거나 일시적 야맹을 일으킨다. 이것은 망막이 화상을 입은 상태로서 망막에 부종이 생기는 것이다. 증세는 가벼울 경우 방치해도 낫지만, 비타민 B2를 보충하고, 디오닌연고를 바르며 뜨거운 물수건으로 눈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온엄법을 쓰면 1~2일 내에 낫는다. 중증의 경우는 의사의 치료를 받는다. 설맹은 심하면 시력을 잃기도 한다. 설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첫째 산행 도중에 직사광선이나 눈으로부터 반사되는 광선을 바로 보지 않는다. 부분적으로 눈이 있을 땐 피할 수 있지만 눈 덮인 능선을 걸어야 하는 경우는 빛을 차단하는 인위적인 기구를 사용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가급적 해나 눈을 직접 바라보는 것은 피한다.
둘째 선글라스나 고글을 사용한다. 선글라스나 고글은 멋으로 끼는 게 아니다. 자신의 눈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이기 때문에 안과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한다. 흔히 현지 장비점 등에서 아무렇게나 구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색깔만 요란했지 차단효과가 없는 불량품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처방에 의해 구입한다. 요즘은 100퍼센트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고글이 나왔다.
셋째 등반 도중 눈의 피로를 풀기 위해 틈틈이 길게 감고 길게 뜨는 반복 행동과 눈을 마사지해 준다.
넷째 선글라스와 고글은 갑자기 벗어선 안된다. 눈을 감고 벗거나 아니면 텐트 속과 같은 그늘진 곳에서 착용하고 벗는 규칙을 몸에 익힌다. 자외선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가장 강렬하다는 점도 늘 염두에 둔다.
자외선 차단을 위한 선탠 크림 꼭 발라야
자외선은 살균작용에 의한 환경을 조성하는 등 유익한 면도 있지만, 피부염 및 피부암을 일으키거나 각종 면역기능을 저하시키는 해로운 면도 있다. 그러므로 겨울철 적설기에는 자외선을 막기 위한 선탠크림을 바르고 산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선탠크림 제품에는 자외선 차단 시간을 표시하는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수치가 높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전문기관에서는 SPF 수치를 15~20으로 권장하고 있으나 고산등반가들은 30 이상인 것을 선호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외선차단지수가 15이면 3시간 동안 자외선을 차단시킬 수 있는 것이다. 겨울철이라고 자외선 양이 감소되는 것은 아니므로 선탠크림과 함께 입술크림을 발라서 피부를 보호하는데 신경을 쓴다.
체력의 3할은 늘 비축, 비상식과 보온병 필수
겨울산행은 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최대한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장비와 식량을 준비한다. 또한 겨울 산행은 더위와 추위를 번갈아 느끼면서 쳬력 소모도 많아지기 때문에 체력 안배에도 신경을 쓴다. 통상 체력을 100으로 보았을 때 오를 때 40%, 내려올 때 30%를 쓰고, 30%는 항상 남겨 놓는다.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로 정상을 고집한다면 조난을 당할 위험성이 크다.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40% 이상의 체력소모를 했다면 냉정하게 되돌아 내려오는 게 자신은 물론 동료들을 위하는 것이다. 겨울산 뿐만 아니라 산에서는 어더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비상식을 꼭 가지고 다니는 습관을 들인다. 흔히들 간식과 비상식량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비상식량과 간식은 차이가 있다. 간식은 끼니와 끼니 사이 틈틈이 먹는 것이지만 비상식은 폭설에 갇히거나 조난 당했을 때 살아남기 위한 필수 식량이다. 따라서 간식은 없어도 비상식은 있어야 한다. 비상식으로 적합한 것은 조리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어야 하며, 가볍고 부피가 적어야 되고, 당분과 칼로리가 높아야 한다. 비상식으로는 육포, 어포, 건빵, 미숫가루, 초코바, 사탕, 건포도, 말린 과일 등이 적합하다. 비상식과 함께 겨울 산행에는 보온병이 필수다. 보온병에는 늘 따뜻한 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배려한다. 겨울산에서 장비가 중요하듯이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 산에 대한 경외심이 없으면 자만하고 방심하게 된다. 항상 겸허한 마음과 외경심으로 산을 바라볼 수 있다면 산은 더욱 아름다워 보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