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예정노선에는 산양이 산다. 그 곳은 산양들의 삶터이며 그들의 땅이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놓아서는 안되는 이유다.
산양 똥 냄새...
가파른 산비탈에 바위들이 절벽을 이루며 이어지고 한두 마리의 산양이 오르내리면서 바위 턱마다 똥을 남겼다. 눈 위에 떨어진 따뜻한 똥이 눈이 녹아 쏘옥 들어가 검은 열매가 박힌 듯한 모습이 연밥을 보는 듯 예쁘다. 까맣고 동그란 산양 똥을 한줌 집어 냄새를 맡는다. 늘 바람결에 묻어와 코끝에 매달렸다 흩어지는 잡을 수 없는 냄새, 온 몸에 냄새가 스며들어 내 몸에서도 산양똥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산에 들면 산양들이 다가와 반가움으로 몸을 비비며 반겨주고, 나도 한 마리 산양이 되어 그들의 삶 속으로 빠져 들고 싶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 태어남과 죽음, 끝없이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바위 절벽을 타고 다니다 바람 부는 날이면 바위 굴 속에 들어 앉아 쉬고, 햇볕이 따뜻한 날이면 바위 턱에 앉아 온갖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깜빡 졸음에 빠지기도 하고, 봄이 무르익어갈 때 막 태어난 새끼들의 앙증맞은 모습도 함께 보고, 나이 들어 죽음을 맞아 말없이 사라지는 산양들의 가벼운 몸짓을 배우고 싶다.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설렌다. 산양 똥을 코끝에 갖다 대고 냄새를 가슴 속 깊이 힘껏 빨아들인다. 마음속에 산양 똥 냄새를 깊숙이 담아 놓으려 오래도록 냄새를 맡는다. 돌아서면 진한 향기는 사라지고 가슴 속에 모습 없는 것으로 남아서 늘 그리움에 불을 지피지만 코끝에 맴도는 산양 똥 냄새만으로도 며칠 행복에 젖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늘 해왔던 것처럼 기쁨과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산양을 찾아 산에 들 것이다. 아--- 나는 산양이 되고 싶다.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