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3.06일 폭설로 월악산 산행이 취소되어
동구 남목의 마골산 일원 눈여행을 하고 느낀 소감을
쓴 글입니다.
복과 행운을 준다는 복수초를 찾았습니다. 그 눈속에서 말입니다.
74년만의 폭설이란다. 마냥
산 짐승처럼 둥지를 박차고 산으로 줄달음쳤다.
눈 덮힌 방어진반도.
기쁨에 겨운 눈 밟는 소리.
아무도 밟지않은 순백의 눈위에 설레이는
내 족적을 남겼다.
저만치서 오던길을 뒤돌아 본다.
굴곡의 발걸음이 눈위에 뚜렷이 보인다.
40대 중반을 넘기며 살아 온 내 인생의 뒤안길.
그렇다 내 살아온 인생로가 그러했으리.
이제 어느 길을 향할까?
눈 덮힌 길은 많았으나 가시덤불, 잡목으로
우거져 험난한 길이 앞을 가로 막는다.
가고싶은 내 희망하는 길로 가야하는데....
결국 나약한 나는 앞서 온 누군가가 일구어 놓은
쉬운 길을 택하고 말았다. 이것이 나의 한계인가 보다.
나이<?> 탓인가 아님 나약해진 건가? 그래도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내 인생길을
여미며 남목 동축사 갈림길에서 계곡방면을
향해 걸었다.
갑자기 내린 많은 눈으로 덮힌 산천초목이 몸살을 앓고
눈이 녹아 계곡을 향하는 순리가 펼쳐진다.
엄마 손에 이끌려 거리로 나선 꼬마가 누군가가 만들어준
눈사람을 앞에두고 해맑은 미소로 동심을 뿜어올렸다.
마골산을 향해 산비탈길을 오르며 차가운 눈속에서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며 건재하고 있는 인동초와
뱀고사리 발견했다.
마치 보물이라도 찾은 듯
기쁨이고 감동이었다. 나약한 내가 싫어진다.
역경속에서 자신을 피어내는 아름다운 자연의 힘.
갑자기 힘이 용솟음 치고 역동적인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다시 힘을 얻어 길을 간다.
사뿐하게 부는 바람의 뒤안결에 숨어 사뿐이
찾아 오는 봄의 모습을 보았다.
애기철쭉이 푸르른 잎새를 눈을 헤집고 세상에 나왔고
개울물소리, 개구리가 헤엄치는 듯한 경칩의 축제가
금새 봄의 모습을 보여 주는 듯 하다.
눈녹는 소리
푸르른 소나무 가지를 타고 눈뭉치가 낙화하 듯 떨어져
강타를 하고 힘차게 가지짓을 해댄다.
강한 열기로 내리쬐는 햇살이 눈에 반사되어
눈부시도록 요동을 치는 눈속에 서서 허브차 한잔
마시며 감동과 희열을 느껴본다.
땀을 훔치며 오른 마골산 정상에서 바라본 방어진반도의
풍광은 눈덮힌 산, 요동치는 푸른 바다, 웅비하는 현대의
위용이 어우려져 거대한 파노라마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눈으로 덮힌 방어진반도를 처음 본것이다.
옮기는 걸음마다 환상적인 모습이 펼쳐져 보이고
옛 목장이 있었던 그 터 산정상에 목장이 보인다.
세평마을 어귀, 폐허가 된 전답에서 요란한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
완연한 봄 소식을 들었다.
묘한 감흥이 일고 그 울음소리가 청아하게 들린다.
근간에 연 수목원에도 봄을 알리는 징후들이
해맑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한층더 푸르고
적색빛 망개열매에 걸려 요동치는 봄바람에
실려 2005년의 새 봄은 오고 있었다.
눈속을 헤치며
눈속에서 꽃을 피운 복수초를 찾아 나섰다.
복과 행운을 준다는 복수초(福壽草)는 매화보다 일찍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길조의 꽃이다.
지천에 깔린 복수초를 보았다.
눈속에서 너무도 황홀한 아름다움으로 피어난 꽃.
그처럼 감동적인 것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무슨말로 무슨 표현으로 감흥을 표현하리.
가슴에 그 감흥을 묻었다. 내친김에
노루귀를 닮은 노루귀도 찾아나섰다.
귀한 꽃이 눈속에서 아름답고 강인한 자태를 뽐내며
나를 향해 무수히 많은 메세지를 던져주었다.
바람꽃도 함께 보았다.
보랏빛 꽃망울로 세상에 숨어 피어난 하늘이 내게준
행운을 본것이다.
눈 덮힌 그곳에 피어난 환상의 꽃들
나는 오늘 너무도 행복했다.
석불사에 들러 감사를 올렸다.
산기슭에 자리잡은 석불사 오르는 길에 상사초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잎이 피어나 시든 다음에야 꽃을 피우느데
죽고 살아 꽃피우는 꽃이라했다.
5미터 크기의 세분위 마애불상이 선명하게
보이는 대형바위에 천년 신라의 모습을 본듯 했다.
직각으로 다듬은 형태로 봐서 기둥을 세운 집내부에
불상을 모신것으로 추측된다는 기록이 있었고
바로 뒷편 대형 바위에 숫용과 암용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었다.
그간 산으로 가느라 간만에 내자와 함께한
햇빛 고운 휴일에 귀중한 꽃도보고 부처님도
만났으니 참으로 감회로운 하루였다.
하얀 표말을 일으키며 파도가 요동치는
주전 몽돌바닷가에서 겨우 감흥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파도에 마음을 싣고
바닷가 음식점에서 청국장 식사를 했다.
물좋은 전하동 웰빙사우나에서 쾌청한
사우나를 마치고
꿈을 꾸듯 방어진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