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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 소식 스크랩 [우리교구는 지금] 군종교구 -매주 세례식 열리는 육군 논산훈련소 연무대본당
안 엘리지오 추천 0 조회 202 07.06.30 21:1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전쟁같은 미사…그래도 행복하죠”

수차례 성당 리모델링했지만
천여명 넘는 장병 수용 어려워
장마철엔 양동이 받치고 미사

“200명은 숫자도 아니야.”

세례식이 있는 토요일, 행사를 준비하며 둘러앉은 봉사자들 사이에서는 언뜻 알아듣기 힘든 얘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의문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쉽게 구해졌다.

“많을 때는 800명 넘는 병사들에게 한꺼번에 세례줄 때도 있는데요, 뭘.”

육군 논산훈련소 연무대본당(주임 김정환 신부) 신자들에게는 얼마 전부터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행복한 고민이 생겼다. 1년 52주 가운데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세례식이 있는 곳, 이 세상 어느 곳보다 많은 이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나는 곳이란 자부심에 이제 더 많은 이들을 주님의 길로 이끌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군종교구가 올해 들어 연무대성당 새 성당 건립을 공식화하고 나서면서 일기 시작한 가슴벅찬 변화다.

1980년부터 28년째 연무대본당에서 활동해오고 있는 사목회 부회장 박종정(요셉.54) 주임원사는 “이제야 미안함을 덜 수 있게 됐다”는 말로 그간의 사정을 보여준다.

“추울 때는 손을 비비면서라도 미사를 드릴 수 있었지만 여름에 비가 올 때면 제대 앞까지 차오르는 물을 퍼내면서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지요….” 박부회장의 눈가가 빨개졌다.

예전보다 덩치가 커진 병사들이 다리도 제대로 뻗지 못한 채 미사를 드리는 모습을 늘 안쓰럽게 생각해온 김수진(글로리아.41.육군 선봉대본당)씨는 성당을 새로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일부러 본당을 찾았다. 두 번이나 연무대와 인연이 있었다는 그는 “우리 아이도 여기 올 수 있잖아요”라는 말로 연무대본당에 지닌 애정을 드러낸다.

4번 넘게 성당을 리모델링하며 오늘에 이르렀지만 연무대성당 시설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성당은 넘칠 대로 넘쳐 1500명 넘겨 도착한 훈련병들은 성당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늘어만 가는 장병들을 위해 교육관으로 지어진 대건관과 교리실로 사용하는 바오로관은 넘쳐나는 훈련병을 수용하기에도 한계에 부닥친 지 오래다. 훈련소에서 내준 800석 규모의 연무관까지 교리실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도 모자라 여름이면 나무 그늘이 즉석 교리실로 둔갑한다.

장마철이면 계단, 기둥, 천장 등 10여 곳에서 동시에 쏟아지는 비 때문에 양동이를 받쳐가면서 미사를 봉헌해야 한다. 성당 곳곳에 남겨진 오래된 여름의 흔적들이 연무대본당의 현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훈련병들과의 ‘전쟁과 같은’ 미사, 세례식이 시작되자 일반 본당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이 연출된다. 어림잡아 200명이 넘는 병사들이 두 줄을 이뤄 제대 앞으로 나오자 김정환 신부와 손해락 신부의 손과 입이 바빠진다. 손신부는 매주 토요일이면 세례식을 위해 40분 거리의 전주에서 지원을 나오고 있다. 서너 명의 신부가 지원을 나와야 할 정도로 영세자가 많을 때도 적지 않다.

이날 영세한 이주헌(토마스.21) 훈련병은 “군에 들어오기 전에는 종교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입대 후 필요성을 느끼다 세례를 받게 됐다”며 “성당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훈련 2주차의 안태훈(요셉.21) 훈련병은 “성당이 이렇게 위안이 될 줄은 몰랐다”면서 “군에서도 계속 성당에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훈련병들과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신부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성당 공간이 모자라 오늘도 발길을 돌려야 했던 훈련병들의 실망스런 표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수십억을 들여 냉난방시설을 갖춘 개신교 교회나 법당에 가지 않고 성당을 찾은 병사들을 돌려보내야 하는 심정을 누가 알까요.”

2005년 1만2544명에 이어 지난해에도 1만1956명의 새 영세자를 배출하는 등 매년 1만명이 넘는 청년 그리스도인을 낳고 있는 연무대본당. 김신부에게는 발길을 돌려야 하는 훈련병들의 모습이 잃어버린 양처럼 더 오래도록 눈에 밟힌다.

‘신부님, 부활절 선물로 계란 1개 드립니다. 배식 때 받은 건데 신부님 드리려고 챙겨왔습니다. 드시고 힘내세요….’ 지난 부활절 때 편지와 함께 뭔가를 쥐어주고 달아나던 훈련병…. 이들의 마음을 다 담아냈으면 하는 바람에 세례식을 끝내고 마당에 선 김신부는 긴 호흡을 뱉으며 다시 한번 힘찬 걸음을 다짐한다.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연무대성당 건축 후원
국민은행 477401-01-112482 (재)천주교 군종교구
문의 02-749-1921∼3 군종교구청

성당은 달콤한 ‘쉼’주는 천국
◎육군 논산훈련소 요한 훈련병의 군인수첩

# 군인수첩 Ⅰ

5월의 연병장은 벌써 뜨거운 열기를 뱉어내고 있다. 5월의 태양이 이토록 따가운 줄은 여기서 처음 알았다. “10분간 휴식”이란 말보다 더 달콤하고 기다려지는 말은 아마 이 지구상에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머리를 스친다. 그 10분이란 시간이 어쩌면 그렇게 빨리도 지나가는지 모든 ‘끝’이란 말 중에 “휴식 끝”이란 말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이다.

# 군인수첩 Ⅱ

그나마 누구 눈치 안 보고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은 여기 뿐이다. 오, 나의 천국이여. 신부님도 잠에 곯아떨어진 훈련병들이 안쓰러우신지 그리 야단치지 않으신다. 그래도 기본예의는 지켜야 되는 것 아니냐고 고참들이 뭐라고 하지만 참기 힘든 고달픔이 그런 인간적인 예의마저 무시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하느님껜 죄송하지만 이 시간이 아니면 짬을 내기가 정말 힘들다. 내무반에서도 편지 쓸 시간을 주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가 마음을 놓고 쓸 수 있는 데라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전에는 성당에서 이런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 한 번도 상상치 못했다. 군에 오니 정말 별의별 경험을 하게 된다. 하느님 이래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죄송해요.

# 군인수첩 Ⅲ

이제 3주째다. 반이 지났다.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내무반에서 제일 친하게 지내는 한 녀석과 함께 성당에 왔다. 그냥 한번 따라 와보고 싶었다나?

그냥 분위기가 좋단다. 무슨 분위기? 아무튼 태어나서 처음으로, 군에 와서 처음으로 선교를 한 셈인가. 이렇게도 선교가 되니 군은 참 좋은 선교의 터전인 것 같다. 내가 선교했다는 소식을 들으시면 어머니도 무척이나 좋아하시겠지.

# 군인수첩 Ⅳ

재준이가 같이 가보자는 바람에 교리반에 함께 갔다. 그런데 교리반이라고 건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그늘 진 나무 아래 한 200명이나 되는 훈련병을 모아놓고 수녀님 한 분이 교리를 가르치고 계셨다. 그나마 수녀님 목소리가 훈련병들을 닮아 우렁차서 그렇지, 아니면 멀리서는 들리지도 않을 것 같았다.

군이 아니었다면 이런 데서 누가 교리를 받으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녀님 말씀이 그나마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하신다. 날씨가 안 좋을 땐 교리를 받고 싶어 찾아온 훈련병들을 돌려보내야 한단다. 빨리 새 성당이 지어져 후배들이라도 제대로 교리를 배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군인수첩 Ⅴ

퇴소를 앞둔 마지막 토요일 재준이가 세례를 받았다. 무슨 세례명을 하면 좋겠냐길래 몇 가지를 가르쳐줬더니 그 중에서 안드레아를 골랐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날 세례 받은 훈련병들은 모두 바오로거나 베드로였다고 한다. 300명도 넘는 훈련병들에게 한꺼번에 세례를 주다보면 일일이 세례명을 부르기도 힘들어 그랬단다. 참 우습다.

내가 대부를 섰는데 괜스레 콧등이 시큰해지니 웬일일까? 다음 주면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재준이에게 영세 선물로 입대할 때 어머니가 주신 묵주팔찌를 줬다. 재준이는 헤어지고 나면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을 지 걱정이 된다고 한다. 나도 걱정이 되긴 마찬가지지만 “하느님이 너를 택하신 것처럼 지켜주실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자대 배치를 받고 나면 꼭 성당을 찾아 나가라는 말과 함께. 주님 저희의 길을 지켜주소서.

사진설명
▶연무대본당 세례식에서 주임 김정환 신부(맨 왼쪽)가 훈련병들에게 세례를 주고 있다. 연무대본당은 매년 1만명이 넘는 청년 그리스도인을 낳고 있다.
▶미사시간에 졸고 있는 장병들.
▶세례받은 장병을 축하하며 박수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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