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55 2015.03.03 - [김영희 변호사의 핵 이야기]
후쿠시마 교훈에 눈 감은 정부 후쿠시마 사고 뒤로 우리 국민은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절실히 느끼고 방사능에 대한 공포로 떨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핵산업계는 마치 일본 정부의 대변인이라도 되듯 후쿠시마 사고의 피해를 축소하고 방사능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으로 덮으려고 한다. 심지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쿠시마 사고를 두고 ‘위기는 기회’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적극적인 핵발전소 확대정책을 폈다. 그리고 현 정부도 다르지 않다. 핵발전소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공론화도 없이,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에도 아랑곳 없이 정부는 2014년 1월 29일, 신고리 5, 6호기 전원개발 실시계획을 승인했는데 이 승인으로 핵발전소를 지을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등 본격적으로 핵발전소를 건설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승인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역 주민이 반대하는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그리고 지난 2월 27일 새벽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이번에는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을 허가하는 결정을 하였다. 후쿠시마 사고는 지금도 수습되지 않았고,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또, 앞으로도 그저 방사능의 반감기의 10배가 넘는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지경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는 새로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노후 핵발전소를 수명연장 하겠다고 한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에 대해 경주 주민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많은 시민단체와 야당은 거세게 반대했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허가 여부를 안건으로 한 원안위 회의는 2개월에 걸쳐 세 번 열렸다. 그리고 26일, 15시간을 넘겨 회의를 했다. 그러나 졸속으로 표결이 강행되는 것에 대해 야당 추천 위원 두 명이 표결을 거부하고 결국 퇴장하였다. 그리고 원안위 위원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표결에 부쳤고 남은 7명 모두 수명연장에 찬성하여 수명연장 허가 결정이 났다. 필자는 세 번에 걸친 긴 회의가 이 결정의 결론이 달라지는 데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허가 여부에 대하여 정부 측 위원 7명의 입장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문제제기와 논의를 통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방향으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라는 것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이런 의혹 제기는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원안위법’) 등 관련 제도상 원안위가 이미 독립적이고 공정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결함에 근거한다. 독립성 없고 공정하지 못한 원안위 구조 원안위는 핵시설 안전규제, 핵안보 및 핵비확산 업무를 총괄하는데, 핵발전소 건설 및 운영 허가,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여부 등 핵발전소에 대한 인허가와 안전성 검사 등을 수행한다. 원안위의 가장 큰 문제는 구성면에서 이미 독립적이지 않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국무총리 소속의 원안위는 차관급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겸임하는 사무처장, 비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 9명 중에서 야당 추천 2명을 제외한 7명은 대통령 뜻에 맞는 위원이 임명되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다수결로 가면 이미 결론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안전 규제기관의 독립 및 강화와 핵 관련 정보의 투명성 강화는 세계적 추세이다. 핵안전규제 최고기관을 행정부 관할에서 분리하여 핵안전규제업무에 대한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이른바 ‘원자력강국’에서 장기간에 걸쳐 확정되어 온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원안위는 정치적으로 철저히 독립되어 있지 못한 것이다. 원안위가 실질적 독립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위원회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핵 안전정책 결정의 중요성에 비추어 정치적 독립성이 유지되도록 하고 위원의 자격요건에 대한 보다 상세한 규정을 적어도 방송통신위원회 수준으로 법률로 정해야 한다. 특히 위원장은 임명 과정에서 국회 동의를 받게 하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검증하기 위해 국회의 인사 청문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원안위원 7명이 비상임인 것도 큰 걸림돌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가는핵안전규제기관에 상임위원만 두고 비상임위원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원안위법상 위원장과 사무처장만 상임위원이고 나머지 7명은 비상임위원이다. 위원회를 보좌하는 조직인 사무처의 장이 원안위원을 겸하고 있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비상임위원은 시간적으로나 보수 면에서 볼 때 사실상 원안위 업무에 충실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 2012년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범종교 생명평화 순례' 중에 순례단이 월성원자력발전소 앞에서 노후한 원전인 '월성 1호기' 폐쇄를 외치고 있다.ⓒ지금여기 자료사진 원안위 위원들이 거수기가 되길 바라는 여러 가지 근거 원안위는 월 1회 회의(공개), 1회 간담회(비공개)로 운영하던 것을 최근 월성 1호기와 관련하여 간담회를 비공개로 하는 것이 문제가 되면서 월 2회의 회의로 바꾸었다. 그러나 핵 안전규제의 전문성과 복잡성에 비추어 비상임위원들이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는 핵발전소 안전과 관련한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다. 자료도 회의에 임박하여 제한적으로 준다. 최종안전성분석 보고서나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같은 핵발전소 안전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자료조차 비상임위원들이 원안위 밖으로 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사무실 안에서 열람하는 것만 허용되는 실정이다. 원안위원조차 관련 자료를 제대로 볼 수 없다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원안위원에게까지 비밀을 지켜야 할 사정이 무엇이란 말인가. 김익중 위원은 이번 원안위 회의에서 새로 받은 자료를 읽을 시간도 없이, 질의도 충분히 하기 힘든 분위기에서 서둘러 표결이 강행되었다고 전한다. 김혜정 위원도 1월 15일 열린 원안위 회의 때에도 회의 개최 이틀 전에야 전문위원회 검증 보고서를 받아 봤다고 한다. 회의 안건에 대해 제대로 읽어 볼 시간조차 주지 않고 원안위 회의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예전에도 마찬가지여서 2013년 1월 당시 비상임위원이던 윤용석 변호사는 당시 원안위 강창순 위원장에게 내용증명을 보내서 회의 안건이 전날 오후 9시33분에 이메일로 들어와 이를 읽지 못하고 당일 새벽 집을 나서 회의장에 도착했다며 위원들에게 안건을 검토할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운영하는 것을 보면 원안위가 그냥 도장만 찍는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했다. 통과된 안건당 30만 원 인센티브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회의 수당은 1회마다 15만 원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하여 교통비 10만 원이 지급되기도 한다. 대부분 다른 직업을 겸직하고 있는 비상임위원들의 시간 손실 등 기회비용에 더하여 회의 안건 자료를 검토, 분석하고 연구하는 데 대한 경제적인 보상이 없는 시스템이다. 비상임위원의 보수가 지나치게 적은 때문인지 지난해부터 심의의결 대상이 되는 회의 안건이 통과될 경우 통과된 안건당 30만 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이것은 국민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인데, 상정된 안건이 통과되어야 돈이 생기니 이것은 위원들로 하여금 안건을 통과시키도록 하는 인센티브인 셈이다. 이것은 공정한 의결을 침해하는 매우 부당한 제도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비상임위원을 모두 상임위원으로 해야 한다. 원안위원은 철저히 핵발전소 안전규제 등의 직무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조성경 위원은 적합한가? 그리고 원안위원은 핵산업과 관련한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되어야 하고 겸직도 금지해야 한다. 원안위의 조성경 위원은 한수원으로부터 2000만 원에 가까운 활동비를 받고 핵발전소 신규 부지 선정 과정에 참여했는데도 원안위원으로 임명되어 원안위원 결격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은 핵발전소 진흥을 담당하는 산업부 산하 에너지위원회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으면서도 규제기관인 원안위원을 맡아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원안위’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더군다나 에너지 관련 최상위 계획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장과의 협의와 공청회, 에너지위원회 심의를 거쳐 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의 심의로 확정된다. 그런데 조성경 위원은 에너지위원회위원과 녹생성장위원회위원도 맡고 있다. 동일인이 핵발전소 규제기관의 위원인 동시에 핵진흥기관의 위원을 맡고 있는 것이다. 또 에너지위원회의 결정을 독립적으로 심사해야할 녹생성장위원회 위원도 겸하고 있다는 것은 에너지 정책에서 거버넌스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안위원 결격 사유를 강화하고 겸직 금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거수기와 다를 바 없는 원안위로는 핵발전소 안전은 유지될 수 없다.
김영희 변호사 재벌개혁과 소액주주운동을 주로 하는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이며 4대강조사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법학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진행한 주요 소송으로 새만금소송, 4대강소송,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 현대차 주주대표소송, 신고리 5,6호기 관련 소송이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