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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께나 있는 교수가 부인을 살해하고
바닷속에다 깊이 깊이 묻어 뒀다고 합니다.
서로 재혼이거나 세번째거나 재산을 염두에 뒀거나
그냥 친구같이 살기로 했거나, 교수 사모님 소리가 좋았거나
때때로 사회에서 뉴스꺼리 되는 남편이 좋아 보였거나
서로 부부로 살던 사람이었는데, 남편은 몰래 부인을
바닷속에 묻었다고 합니다. 평소 컴퓨터 범죄 관련
전문가 답게 '시신이 없는 완전범죄'를 노리고 벌인 행각은
머리께나 썼구나 싶을 정도로 계산된 건데
때로는 죽은 자의 웅변이 산자를 압도할 수 있다는 걸 잊었더군요.
그렇게 꽁꽁 묶고 또 매달아 바다속에 솟아오를 수 없을거다
믿었던 시신이 둥둥 떠 오른겁니다. 그리고 진실을 알렸구요.
그 사이 이런 저런 증거를 지우고 돌아다니던 잔머리 쓰던
교수는 시신만 없으면 범죄 성립이 안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주검으로 말해준 웅변 앞에 고개를 떨구게 됐죠. 그리고
세간엔 아직도 그가 왜? 뒷 이야기 무성합니다. 그날 저는
'백년가약 동방화촉'이란 쪽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동방화촉, 동굴방에 살아도 부부사랑 아름다운 사연을
2천년간이나 전한 그 동방화촉 주인공들을 기억이나 하는걸까?
그래서 동방화촉 백년가약 이야기로 꾸며 봤답니다.
그 머리 좋은 교수에게는 너무 늦은 일이긴 하지만, 아직도
이땅에 부부는 내일을 향해 살아야 하니깐요.
♣ 고전코너 ‘신 명심보감 --- 백년가약 동방화촉 百年佳約 洞房華燭 ’
놀보 이 시간은 마음을 밝혀줄 보배로운 거울같은 ‘명심보감’을
새롭게 풀어보는 ‘신 명심보감’ 자리입니다.
초란 고전 속에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며 마음에 양식을 쌓아보는
‘신 명심보감!’ 오늘은 고전 속에 어떤 구절인가요?
놀보 요즘 입에 올리기도 살이 떨리는 소식에 가정의 달이란
5월마저 떨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란 누구를 말하는지 알만합니다. 부인을 살해한 교수
그 사건때문이시죠.
놀보 동방화촉 백년가약이란 말이 있잖아요. 요즘은 정말
부부 사이가 이리도 모질고 표독스럽게 변하는 것인가?
그래서 동방화촉 이야기 좀 돌아볼까 합니다.
초란 동녘 동자에 방 방자를 쓰는 동방 말인가요?
놀보 허, 동굴 동자에 방 방자를 썼습니다. 어디서 동녘동입니까
초란 대~ 충 신혼방을 동녘으로 창문이 난 동방으로 알았잖아요.
놀보 그 동방의 유래가 진시황 때로 올라가니깐 2천2백년 정도
된 말이거든요. 세상에 있는 책이란 책은 다 태워라.
선비들 땅에다 묻어라. 그래서 지식인들이 산으로 도망쳐
살았는데, 진시황 후궁으로 있던 삼고랑이란 절세가인도
진시황 아방궁을 탈출해 화산으로 숨어 들었다고 합니다.
초란 그 시절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짐작이 가네요. 지식인들이
산으로 숨고, 아방궁에서 탈출한 절세가인도 산으로 달려오고,
놀보 그때 화산에 살던 지식인 선비중에 심박이란 사람이
삼고랑과 백년가약을 맺어 차린 신방이 바로 동굴을 가린
석벽 동굴신방이었답니다. 그래서 생긴 말이 동방이었구요.
초란 동굴에 살더라도 금실 좋게 백년가약 맺어 잘 살았더란
그 대목에서 동방이란 말이 나왔군요. 동쪽 신방인줄 알았는데
놀보 서로 천생연분이다 믿고 사랑하면 동굴방인들 어찌 못살겠느냐
그래서 훗날 대대로 그 아름답고 총명한 절세가인 삼고랑과
진시황 폭정을 피해 산으로 도망친 지식인 심박이 백년가약
맺어 잘 살았던 것을 백년가약 동방화촉이라 했던겁니다.
초란 그런데 지금은 동굴방도 아니고 편하다면 편하고 넓다면
넓은 집에 살면서 교수남편이 부인을 살해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참으로 무정한 백년가약 시절 아닌가요?
놀보 송(宋)나라 때 홍매재(洪邁在)가 쓴 문집 ‘용재수필’에
인생에 있어 네가지 큰 기쁨을 이렇게 말했거든요.
'오랜 가뭄에 오는 단비! 타향에서 옛 친구를 만나는 것,
동방화촉 신방에 촛불을 밝히는 것, 과거에 합격할 때
(久旱逢甘雨, 他鄕遇故知, 洞房花燭夜, 金榜題名時)
초란 정말 그때만큼 반갑고 기쁠까요. 그런데 인생에 네가지
즐겁고 기쁜 순간도 고려 고종 때 문신 백운거사 이규보가
남긴 글을 보면 또 뒤집어 지던데요?
놀보 초란이 뒤집기 한판 나오는군요. 놀보는 중국쪽을 말했는데
자, 우리쪽에서는 동방화촉 어떻게 뒤집었는지 볼까요?
초란 이규보 백운소설에 ‘그 네가지가 어찌 기쁘기만 하랴
가뭄 끝에 단비 내렸다 해도 또 가물 것이고, 타향에서 친구를
봤다 해도 또 이별해야 할 것이고, 동방 화촉도 수 틀리면
생이별 해야 할 것이요. 과거급제다. 이름 걸리는 것이
새로운 우환의 시작이라면 어찌 할 것인가?’
놀보 기쁨 뒤에 오는 또 다른 우환과 고통까지도 생각하자.
하지만 동방화촉 백년가약 그 약속이 깨진다하더라도.
생사람 잡지는 말아야겠죠. 미운정 고운정 생각해서라도요.
초란 오늘 놀보 한말씀 ‘동방화촉 깨지더라도 생사람 잡지말자’
백년가약 꽁꽁 동여매고 서방님을 동방님으로 불러야 할까봐요.
오늘 ‘신 명심보감’에 대한 고전 자료는, 인터넷
‘다음 카페’ ‘우사모’로 들어가셔서 참고해 보시구요.
놀보 좋은 자료나 담론은 ‘우사모’ 카페에서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도망친 지식인 심박, 역시나 도망친 황실의 연예인 삼고랑, 그리고 화산에
숨어 살았던 무수한 지식인들과 미치광이 진시황에 등돌린 사람들.
자, 이렇게 상상해 보자. 요즘 연예계 스타 중에 스타가 '나 이렇게는 안살래'
하면서 지리산으로 들어갔다면? 그때 마침 머리가 너무 좋아서 미국 NASA에서
일하다 죽어라 부속품 처럼 잔머리만 쓰다 쓰다 돌아와 지금은 중소기업에서
부장님으로 있는 김 아무개 같은 분이 이놈의 세상 인간 제대로 대접해 주지않고
지들 입맛대로 사람 몰아댄다고 훌훌 털고 지리산으로 들어갔다고 치자.
그 스타중에 스타녀하고 머리 중에 머리남이 지리산에서 눈이 딱 맞었더란거다.
그리고 신방을 석벽 동굴방에서 촛불 하나만 켯다는 소리다. 그러고도 그날밤이
너무 아찔하도록 곱고 이뻣다는 소리다. 그때 동굴방 언약대로 평생을 살자.
해서 동방화촉 소리가 나왔더란 거다.
어느 시기라 다르랴. '사랑한다면 빈 주먹으로 못 살랴. 사막인들 못 살랴'
그게 그리도 좋은 부부의지요. 부부승리이기도 한데.
마음이 엇갈리니 그냥 등 돌려도 평생을 아플 사람들이 죽이고서야 끝내겠다고한다.
엊그제 한 이불 덮었던 사람을 죽여야만 끝내는 심사는 그 무슨 분노일까
그 어떤 재산나누기 계산이었을까. 그 어떤 돌려주기 복수였을까.
어제와 오늘 이틀동안 계속 부부들 이야기를 주제로 하면서
부부, 정말 죽어야 끝내는 막장게임이 된 세태 앞에 서럽도록 곱디 고운 전설같은 부부사연이
그만 입을 닫고 만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죽어야 끝난다는 그 계산된 살인자에게.
다만 이규보가 뒤집어 놓은 글을 또 뒤집고 싶은 마음으로
백운소설에 올려진 이규보의 인간사 뜻대로 안되는 것들,
운도 없고 재수도 없는 일들, 그러면서도 살맛나는 네가지 일.
그 살맛나는 네가지를 뒤집는 일, 다시 돌아보도록 하자.
옛사람이 말하기를,
“천하에 여의치 않은 일이 십중 팔구인데 인생이 이 세상에 처할 때
뜻에 맞는 것이 그 얼마인가?”
라고 하였다. 나는 일찍이 위심시(違心詩) 열두 구를 지었는데,
그 시는 이러하다.
인간의 일들은 고르지 못하여 / 人間細事亦參差
걸핏하면 마음과 틀린다 / 動輒違心莫適宜
젊을 땐 집이 가난하여 아내도 업신여기더니 / 盛歲家貧妻尙侮
늘그막엔 녹봉이 두둑하니 기생이 항시 따른다 / 殘年祿厚妓常隨
비 올 때 나가 노는 날이 많고 / 雨霪多是出遊日
갠 날은 모두 내가 한가히 앉아 있을 때라 / 天霽皆吾閑坐時
배 불러 숟가락 놓으니 아름다운 고기를 만나고 / 腹飽輟飡逢美肉
목구멍 아파 술 금하니 좋은 술을 만난다 / 喉瘡忌飮遇深巵
저장된 보배를 헐하게 팔고 나니 값이 오르고 / 儲珍賤售市高價
묵은 병이 막 낫고 나니 이웃에 의원이 있네 / 宿疾方痊隣有醫
세쇄한 일이 잘 아니됨도 이와 같은데 / 碎山不諧猶類此
양주에서 학 타는 일은 더구나 기대하겠나 / 揚州駕鶴況堪期
대저 만사가 마음과 틀리는 것은 거개 이와 같다.
작게는 일신의 영췌(榮悴)ㆍ고락(苦樂), 크게는 국가의 안위(安危)ㆍ치란(治亂)이
마음과 틀리지 않은 게 없다. 졸시(拙詩)는 비록 작은 것을 들었으나
그 뜻은 실로 큰 것을 비유하는 데 있다. 세상에서 전하는 사쾌시(四快詩)는 이러하다.
큰 가뭄에 좋은 비를 만나는 것이요 / 大旱逢嘉雨
타향에서 친구를 보는 일이로다 / 他鄕見故人
동방에 화촉을 밝히는 밤이요 / 洞房花燭夜
금방에 이름이 걸릴 때일러라 / 金榜掛名辰
그러나 가뭄 끝에 비록 비를 만난다 하더라도 비 뒤에는 또 가물 것이고,
타향에서 친구를 본다 하더라도 방금 또 작별할 것이고,
동방 화촉이 생이별하지 않을 것이라 어찌 보장하며, 과거급제 이름 걸리는 것이
우환(憂患)의 시초가 아니라는 것을 어찌 보장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마음에 틀리는 게 많고 마음에 맞는 게 적은 것이니 탄식할 뿐이다.
[주C-001]백운소설(白雲小說) : 내용은 주로 시화(詩話)에 관한 것으로 대부분이 《이상국집》21~23권과 후집(後集) 권11에 수록된 글과 중복되는데, 자구(字句) 출입과 문장 수정은 물론 많다. 중복된 것은 다음과 같다. 권20 잡저(雜著) 백운거사전(白雲居士傳), 권21 설서(說序)ㆍ논시설(論詩說)ㆍ칠현설(七賢說)ㆍ오덕전극암시발미(吳德全戟巖詩跋尾), 권22 잡문(雜文) 당서불립최치원열전의(唐書不立崔致遠列傳議)ㆍ논시중미지약언(論詩中微旨略言), 권23 기(記) 남행월일기(南行月日記), 후집(後集) 권11 잡의(雜議) 왕문공국시의(王文公菊詩議)ㆍ이산보시의(李山甫詩議).
[주D-039]《서청시화(西淸詩話)》에……그의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 이 글은 《이상국집》후집 권11 잡의 ‘이산보시의(李山甫詩議)’의 글과 중복된다.
[주D-040]양주에서 학 타는 일 : 욕심이 많은 것을 비유한 것인데, 여기서는 뜻대로 되지 않음을 비유한 것이다. 소식(蘇軾)의 녹균헌시(綠筠軒詩)에 “세상에 어찌 양주 학이 있겠는가 [世間那有揚州鶴]” 하였는데, 그 주(注)에 “옛날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각기 소원을 말하게 되었다. 한 사람은 양주 자사(揚州刺史)가 되기를 원하고, 한 사람은 재물이 많기를 원하고,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에 오르기를 원했는데, 한 사람은 허리에 10만 관의 금을 차고는 학을 타고서 양주 상공을 날기를 원했으니, 곧 앞의 세 사람의 소원을 겸하려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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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작가님 예리하게 질타하셨군요
오늘 그 철면피 현장검증 인증샷 만방에 터뜨리고
지금의 그심정은 어떠할지?
가정은 지상의 천국이라고 하드만......
많은 공부하고 갑네다
조단님 부부사랑 이런 저런 이야기들 마련해 놨는데
참혹한 주검 앞에 말문도 글문도 다 막히더군요.
좋은 이야기, 금실 좋은 부부 이야기 하려다. 힘 빠지고, 기 빠지고,
누구 이런 때 기운 넣어 주실 분 안계신지. 속은 심난한데
목요장터서 양손에 뭘 들고 왔군요. 먹는걸로 위로가 될지.......
동방화촉, 첫날밤의 설레임이야 말로 어찌 형언하겠습니까?
살면서 그처럼 설렐일이 또 몇번이나 더 있겠습니까?
지독히 사랑했으니 헤어짐 또한 어렵고 헤어지면 밉겠죠.
하지만, 세월이 좀 지나면 사랑했던 사람 잘 되길 기도하던데요 대부분은요.
애초부터 사랑이 없었던 사람들이 부부의 연을 맺었거나 한 쪽은 진실, 다른 쪽은 사랑하는 척 연기를
한 것이 아닐까요? 그 사람들 말예요.
화촉이란 말은 많이 들엇어도 동방이란 말은 첨입니다..ㅜㅜ
화촉에 인연은 보이지는 않지만.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화촉에 인연은 보이지는 않지만.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