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은 가을 녘의 어떤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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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란 어디를 그냥 다녀 오는 것이 아니라
: 어디 어디를 들러 봤다는 결과 보다도 그 과정이 더 의미 있는 여행이고 싶다.
: 가서, 보고, 느끼고 향기마저 맡고 와야 비로소 여행다울 수 있는 그런
: 여행을 또 떠나고 싶다.
: 지난 여름휴가를 친정 식구들이랑 통녕에서 보냈는데 이 해가 가기 전에 우연히 또 통녕을
: 찾게 됐다. 이전에 충무로 불리다가 옛이름 찾아 다시 통녕으로 불린다고 한다.
: 10월 마지막 날, 사천 공항에 내렸다
: 마리나 리조트,
: 지난 여름은 그렇게나 무덥고,어수선하고 부산 했었는데---
: 지난 여름 그렇게나 유행한 꿍따리 샤바라가 .휘황한 불빛과 함께 뒹굴던
: 시끌시끌한 소란은 쓰러지고
: 늦은 가을날 도착한 그 곳은 주말이 아니어선지 겨울 바다 여선지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다.
: 바다는 잔잔한 호수였다.
: 노산 이 은상의 내 고향 남쪽 바다가 절로 흥얼거려 졌다.
: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 꿈 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
: 지금도 그 물새들 나르리 가고파라 가고파~
: 나는 방파제가 있는 부산 남부민 동에서 태어 났다.
: 지금은 바다와 전혀 무관한 뭍 가운데 묻혀 살면서—
: 언뜻 바다얘길 들은 남편은 그 배려를 자주 해주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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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나 리조트 앞 바다는 통영만인지 한산만인지 아무튼 한려해상 국립공원이다.
: 11월1일 새벽녘에 잠이 깬 나는 혼자서 바다를 몰래 훔쳐보기로 했다.
: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 바다가 환히 보이는 창 앞에 커튼을 활짝 걷고 바다를 향해 마주 앉았다.
: ‘동이 틀 때 까지 지켜 보리라’
: ‘바다의 氣를 흠씬 받아 보리라.’
: 다짐하면서-----
: 1997년 11월 1일 새벽 5시.
: 칠흑 같은 어둠 뿐이다. 바다와 하늘 모두---
: 잠결에도 간간히 들렸던 소리,통통배 소리가 살그머니 아련하게 들린다.
: 지금은 조용하다.적막과 어두움뿐이다.
: 큰 창으로 보이는 하늘엔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 리조트 야경, 가로등불에 저 아래 있는 선착장으로 가는 철재 다린, 노란 페인트 칠을 하고 마치 연극 무대에 설치된 소품처럼 아름다운 피사체로 다가온다.
: 배우는 없다. 관객은 오로지 나,하나. 적막 속에 묘한 분위기만 연출 할 뿐,
: 마주 보이는 섬마다 몇 개씩 켜진 불빛들이 바다 위에 아주 길게 흔들리고 있다.
: 5시50분
: 새벽 미명에 바다는 마치 고등어 등짝처럼 푸르스름한 빛으로 다가 온다.
: 작은 통통배와 소리 없는 작은 배들이 좀 부산해졌다.
: 시커먼 섬 마다 열매처럼 매달고 있던 불빛들이 바다 위에 흔들리던 빛 줄기를
: 슬금슬금 그물로 걷어 올리고 있었다.
: 섬들이 어둠에 포개져선 그냥 하나로 보인다.
: 섬, 섬 들은 불그레한 조명을 등 뒤로 받으며 아직 잠이 덜 깬 채 미명 속에
: 비스듬히 누워 있다.
: 붉은 기운이 점점 뻗어 나가는가 싶더니 하늘 위쪽으로 점차 푸르스름한 빛을
: 띄우기 시작하는 신새벽이다. 막 새날이 밝는 중이다.
: 배가 지나간 자리엔 자국이 길게 남는 게 보인다.
: 마치 제트기가 지나간 창공에 생기는 흰 줄 띠 구름처럼----
: 배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발자국 같은 긴 자국 자국들---
: 맨 앞의 섬, 옆 그 중간 섬, 또 그 뒤 섬의 포개진 실루엣이 낱낱이 드러나는 걸 보니
: 날은 꽤나 밝았나 보다.
: 6시25분
: 제일 먼저 잠에서 깬 부지런한 갈매기 한 마리가 높이 날아 올랐다가 곤두박질 치며
: 자맥질 한다. 곧 이어 또 한 마리—뒤 이어 두 마리------
: 이제 정말 아침이 열렸다.
: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선 통통배 소리가 조심조심,가만가만 들려 왔는데---
: 이젠 제법 통통배 다운 씩씩한 소리를 내는 건 마음의 귀 탓인가?
: 통!통!통!통! 마음 놓고 편안하게 소리를 잘도 낸다.
: 맞은편 섬마을의 밝디 밝은 불빛이 제 빛을 잃어 버렸다.
: 조용하던 바다가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지금 깨어 나고 있다.
: 6시30분
: 제법 큰 어선 세 척이 어디에서 나타나 위풍도 당당하게 저 너머 큰 바다를 향해 돌진한다.
: 누가,바다 한 가운데서 부르는 것일까?
: 배란 배는 모두모두 어린 아이들 학교엘 가듯 올망졸망 달려 나간다.
: 6시45분
: 아니다. 벌써 부지런한 배는 되 돌아 오는 것도 보인다.
: 어림잡아 틀림없이 만선이리라.
: 바다가 아니라 영락없는 호수라는 생각이 또 든다.
: 붉은 여명도 어느새 걷히고 그냥 날이 싱겁게 밝아 버렸다.
: 그런데 도대체 해는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에서 뜨는 걸까/
: 6시50분
: 내가 앉아 있는 맞은편에 있는 섬 그림자가 드디어 동이 터 오는 징조를 알리는 불그레한 빛, 빛이 아니라, 정말이지 이건 일출하는 진통의 붉은 이슬이 어리어 오나 보다.
: 산, 뒤편의 붉은 스포트 라이트가 점점 붉게 밝아온다 드디어---
: 6시55분
: 섬,산 능선 모습이 흡사 사람의 프로필 같은 실루엣으로 떠 오르면서
: 정작 산은 더 검게 어두워 온다.
: 사람의 옆 모습을 한 산은 그 입에서 마치 용이 여의주를 뱉아 내듯 구슬을 뱉아냈다.
: 오! 붉고 빛난 큰 구슬! 눈 깜짝할 사이의 신비다. 일출이다.
: 서서히 가 아니라 뱉아 내듯 일순간이다.
: 아! 눈 부심! 정녕 새 날이 밝고야 말았다.
: 7시00분
: 해가 완전히 떠 올랐다. 해가 떠 오르자 바다는 길을 열었다.
: 바다에 길게 새로 난 황금 빛 실크 로드----
: 태양하고 곧장 곧은길을 틔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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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매일의 일출이 진통처럼 떠 오르는데,
: 나는 하루를 그저 건성으로 넘긴 나날이 얼마나 숱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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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시00분
: 실크로드의 폭이 점점 드넓어지며 금빛에서 은빛으로 탈 바꿈 했다.
: 붉디 붉은 태양은 이제 마주 볼 수 없을 만큼 눈 부셔지며
: 허물을 벗어 던졌다.
: 12시00분
: 해는 중천에 떠 오르고 바다 물결 하나하나 마다 은빛 날개를 죄다 달아
: 주었다. 바다가 온통 미루나무 잎사귀처럼 반짝인다.
: 13시00분
: 삼각 모양을 한 쬐그만 물결들이 은빛 꼬깔 모자를 쓴 것 같다.
: 온통 신비롭게 반짝이는 바다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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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루의 바다는 일제히 일어나고
: 숱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들 만큼이나 반짝거릴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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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11월 1일을 밝히며, L.Y,J.
: (리비도)글.감명깊게잘보았습니다.
저도고향이서부경남이라서통영시에여러번여행하였습니다.
정말아름다운해양도시입니다....한번쯤여행하면.....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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