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은 멈췄지만,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불렀고, 나는 여전히 글자를 쓴다. 우습게도 이 글자, ‘하르브’를 쓰는 건 너무 쉽다. 바로 전쟁이란 뜻의 글자. 반면에 ‘살람’을 쓰는 건 너무 어렵다. 평화란 뜻의 글자…. 눈을 감고도 평화라는 글자를 쓸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더 연습을 해야 할까.” ‘마음으로 듣는 노래 - 바그다드 이야기’(시공주니어)의 주제는 전쟁과 평화다. 하지만, 작가 제임스 럼포드는 배경이 되는 나라, 이라크의 정치적 상황이나 폭탄 테러 등 논쟁이 될 만한 것을 완전히 배제하고, 그저 아이의 목소리를 빌어 차분하게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쟁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과 반세기 전에 참혹한 전쟁을 치른 나라이고, 언제든 그런 불행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화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 지은이 제임스 럼포드는 12개국 이상의 언어를 공부하고 평화봉사단에서 일한 미국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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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헌장’(이미지박스)은 두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 평범하지 않은 어느 엄마, 권영숙 씨의 교육 분투기다. 공부를 잘해 명문대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좋은 인맥을 쌓고, 이 사회의 주류로 살아가고… 등등은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이름의 내용물들이다. 이게 정답처럼 들리지만, 사실 살아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 과정 어디에도 ‘행복’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며 썼던 7년간의 일기를 책으로 묶어낸 권영숙 씨는 적어도 자녀들에게 ‘성공보다 사람 되는 게 먼저’라는 걸 가르칠 줄 아는 엄마다. 저자는 아이들이 참교육을 통해 아름다운 인생을 가꾸는 법을 배우기 바란다. 입시 위주로 치닫는 공교육,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사교육 시장, 이 엄청난 괴리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해법은 바로 우리 엄마들이 아닐까?
‘가장 현명한 엄마와 자녀의 대화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신간, ‘해피 어드바이스’(웅진웰북)는 엄마와 자녀 간의 현명한 말하기 방법을 그 내용으로 담고 있다. 마음이 담긴 말은, 그 표현이 전부가 아니다. 아이들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성의껏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함부로 내뱉으면 아이에게 상처가 되고, 꾸중이지만 제대로 하면 좋은 가르침이 되는 법이다. 그러니 대화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철학을 전공했고, 방송작가로 활동한 저자 신윤희 씨가 ‘말하는 법’을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가을 낭만과 잘 어울리는 신간들
이탈리아 음식 요리사이자 와인 전문가 박찬일이 한겨레 ESC에 연재한 에세이 31편을 모아 산문집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탈리아 맛보기’(창비)를 발간했다. 요리사의 산문집은 어떤 느낌일까? 너무 요리 이야기만 들어가서 일반인이 보기에 어렵지 않을까?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대학에서 소설을 연재하고 잡지사 기자로도 오래 일한 작가의 문체는 쫄깃쫄깃하고 감칠맛이 난다. ‘가장 재미있는’ 요리 에세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표현이 될까? 아무튼 재미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몰랐거나 잘 못 이해하고 있는 이탈리아 음식들과 그들의 문화와 전통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는 이미 ‘와인스캔들’, ‘박찬일의 와인 셀렉션’, ‘최승주와 박찬일의 이탈리아 요리’ 등 네 권의 단행본을 발표한 베테랑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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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걷기의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파리를 생각한다’(문학과 지성사)는 여행안내서가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 정수복은 파리에 체류했던 14년 동안 곳곳을 산책한 사적 체험과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를 독서와 연구, 성찰과 사색의 순간들과 함께 아우르며 ‘품위 있는 삶을 위한 도시’의 조건을 탐색하고 있다. 파리를 산책하며 문학, 예술, 역사학, 철학, 사회학, 인류학, 지리학 등 인문학 여러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저자의 사유가 놀랍다. 저자 정수복은 80년대 파리에서 유학하며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에 돌아와 학술연구, 시민사회운동, 언론활동 등을 펼치다 2002년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지금까지 파리에 살고 있다. 인구의 90퍼센트가 도시에 살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정상일까? 아닐까?
삶은 희망이다.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사치스럽게 들릴 수도 있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좋은인상)를 쓴 김호기 씨다. 그녀의 인생은 좀 복잡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공부한 그녀는 부산시립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손가락 마비 증상이 찾아와 바이올리니스트의 삶을 포기해야 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 제작학교인 이탈리아의 스트라디바리 국제 현악기 제작학교를 졸업하며 마에스트라 자격을 획득했다. 모든 것을 잃은 순간에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간 것이다. 자신을 삶을 사랑하는 모습, 가수 노라 존스와 바이올린을 통해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등이 심금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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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뷰의 여왕 바버라 월터스 회고록
내 인생의 오디션
바버라 월터스 지음 이기동 옮김 프리뷰
바버라 월터스는 40년 넘게 전 세계 국가수반과 정치지도자, 영화배우, 범죄자, 살인자 등 뉴스메이커들을 인터뷰하며 수많은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어왔다. 달라이라마, 무아마르 카다피, 이란 국왕 샤, 사다트 대통령, 메나헴 베긴, 그리고 섹스 스캔들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모니카 르윈스키까지 그의 인터뷰를 피해간 사람은 거의 없다. 이번에 발표한 회고록 ‘내 인생의 인터뷰’ 안에는 성공 스토리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방송 뉴스 사상 최초의 여성 앵커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좌절과 아픔, 가장 부끄러웠던 부분까지 솔직하게 담겨 있다. 그녀가 쇼 비즈니스맨 아버지를 둔 덕에 도박 같은 삶을 살면서 가족 생계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운명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 내가 사랑한, 네가 사랑할 여행의 순간
그 여자의 여행가방
이하람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방송작가, 아나운서, 기자…. 늘 폼나는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나름 근사한 삶을 보내던 이 책의 저자 이하람은 20대 끝자락을 달려가면서 제2의 성장통을 느꼈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이 번쩍 드는 무언가가 필요해 자신에게 큐 사인을 외친다. 그렇게 무작정 떠나 여행한 곳이 2년 동안 8개국 26개 도시가 되었다. 이 책은 그녀가 여행한 유럽, 터키, 이집트, 일본, 몽골, 다섯 가지 파트로 나뉘어진다. 각 나라마다 각기 다른 풍경과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여행을 통해 자신에 대해 쉼 없이 생각했다. 이 책은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내가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어디론가 훌쩍 떠나야 하는 게 인생이라고 말하고 있다.
3 저절로 몸에 익혀지는 윤리
청소년을 위한 논어
공자 원저 · 양성준 지음 두리미디어
‘논어’는 무수한 고전들의 바탕이 되는 대표적인 동양의 고전으로, 특히 인격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더없이 유익한 책이다.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개인주의 성향으로 흐르기 쉬운 요즘 시대에 더욱 빛나는 고전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쓴 양성준은 고등학교 한문 교사로, 수업시간에 ‘논어’를 교재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한자를 외우는 수업을 지양하고, 학생들이 바람직한 품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책 ‘청소년을 위한 논어’는 더욱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원문을 풀어서 제시하고, 공자의 말 하나하나에 이유와 근거를 밝혀서 설득력을 더했다. 그렇다고 해서 운문에 비해 그 내용이 덜한 것은 아니다. 어른들이 읽어도 물론 좋다.
4 아이들을 당당하게 키워라
당신은 자녀와 통하고 있습니까
손성도 지음 비블리오
태권도와 인성교육을 접목시켜 수년간 ‘전국 최다 수련생 보유 도장’으로 성공일기를 써가고 있는 손성도 관장이 대한민국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손성도 관장은 수련생들에게 체력단련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예전 밥상머리 교육을 재현한 손성도식 인성교육을 해왔다. 그는 대한민국 교육이 대입 위주의 과잉 학습열로 이어지면서 청소년들의 정신과 체력은 나약해지고,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일탈 행동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부모들은 자녀와 소통하는 방법을 몰라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 안에는 학부모가 올바르게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가정통신문 형식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5 우리 시조의 멋을 제대로 느낀다
다정도 병인 양하여
손종섭 지음 김영사
저자의 나이 아흔 하나, 1918년생이다. 그러다 보니 그가 나온 대학의 이름 역시 ‘연세’가 아니고 연희다. 한학자인 선친 월은 손병하 선생에게 한시와 시조를 배웠다. 오랫동안 교직에 있다가 30년 전 지병으로 사직하고 힘들게 지내다가, 건강을 회복한 70세 이후에 그동안 쌓아놓았던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 한시 250수를 국문으로 복원하고 평설을 가한 ‘옛 시정을 더듬어’, 이백과 두보의 시를 새로운 시각에서 평한 ‘이두시신평’, ‘우리말의 고저장단’, 우리 매화시 136편을 다시 꽃피워낸 ‘내 가슴에 매화 한 그루 심어놓고’, ‘옛 시정을 더듬어’, ‘다시 옛 시정을 더듬어’, ‘손끝에 남은 향기’ 등 정말 일흔 이후에 지은 것일까 의문이 들 정도로 그의 필력은 끝이 없다. 이번 책은 관료, 문인, 기녀, 궁녀 등이 노래한 옛 가락 300수를 소개하고 있다.
6 주방가전이 다 알아서 척척!
척척 비법 레서피
문성실 외 필립스 키친 회원들 지음 조선일보 생활미디어 펴냄
‘척척 비법 레서피’는 4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네이버 ‘필립스 키친’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타 요리 블로거 문성실, 언이, 모아이, 딸기공주, 마이드림 등이 주방 가전제품을 적절히 이용해 쉽고 빠르게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 비법을 담은 책이다. 사실 주방을 살펴보면, 믹서, 핸드블렌더, 푸드프로세서, 찜기, 그릴, 토스터, 커피메이커, 무선주전자 등 없는 게 없는데 제대로 활용하는 제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가전제품이 가지고 있는 기능 중 10%나 활용할까? 토스터가 빵뿐 아니라 떡까지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등, 이 책은 미처 몰랐던 가전제품의 다양한 기능들을 알기 쉽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주방가전 제품들이 애물단지에서 보물단지로 변할 것이다.
7 베스트셀러가 팝업북으로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베르너 홀츠바르트 지음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사계절
1993년 출간된 이후 중쇄를 거듭하며 10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유아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가 팝업북으로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유아의 눈높이에 딱 맞아떨어지는 소재와 캐릭터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게 되었다. 손잡이를 잡아당겨 쑥 고개를 내미는 두더지의 머리 위에 길쭉한 똥이 떨어지는 장면을 스스로 연출하고, 토끼가 벌떡 일어선 뒤에는 ‘타타타’ 하고 토끼 똥이 쏟아지게 한다. 말똥이 대굴대굴 굴러가게도 하고, 파리 두 마리가 두더지 머리 위를 웽웽거리며 맴돌게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즐기듯 책을 읽어내려 갈 수 있다. 전 세계 어린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 책이 다시 한 번 동화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지도 흥밋거리다.
/ 여성조선
담당 최국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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