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초라한 신세를 국내외에 알리기가 창피해서였을까? 지난 6월 서비스를 시작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서비스 가입자 통계는 정보통신부가 매달 발표하는 유무선 통신서비스 가입자수 통계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개최한 '모바일 와이맥스 서밋 2006’에서 선보인 와이브로 복합 단말기 '디럭스 MITs')
정보통신부가 발표하는 통계 자료를 보면 국내 유무선 가입자와 서비스 가입자들의 변화,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의 시장 점유율들을 정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신성장 동력이라던 와이브로 가입자 통계는 찾아볼 수 없다.
사실 현재까지의 성적을 놓고본다면 초라한 정도를 넘어섰다. 정보통신부에 문의한 결과 10월말 기준으로 와이브로 가입자는 1419명이다. 이중 KT 가입자는 1097명이고 SK텔레콤 가입자는 322명이다. 지난 5개월 성적을 놓고 본다면 두 통신사는 와이브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한 인프라를 본다면 두 사업자에게 격려의 박수라도 보내줘야 할까? SK텔레콤은 왜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할 정도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하나로텔레콤이 와이브로 사업권을 획득했다가 바로 반납한 행위가 어쩌면 현명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 사업자나 정보통신부 입장에서도 '와신상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전세계 수많은 정상들을 모셔다 놓은 자리에서 IT 강국 한국을 외쳤는데 정작 그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한발도 다가서지 못하고 있으니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 혹은 이제 시장 초기인데 당연한 것 아니냐는 인식을 할지도 모른다. 전세계에 떵떵거리면서 자랑했는데 뭐하러 지금의 초라한 성적표를 공개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마도 내년부터 두 사업자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와이브로의 서비스 권역을 전국 대도시로 확대하면 이런 상황은 틀려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때가 되면 지금의 비난들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에 꾹꾹 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무선LAN 서비스를 현황을 살펴보자.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LAN ID수는 48만 5666개로 KT가 42만 3724개, 하나로텔레콤이 6만 1942개다. 그나마 하나로텔레콤은 무선LAN 무료 정책까지 들고 나왔다. 현재 제공하겠다고 하는 와이브로보다 더 저렴한 서비스로 특정 지역에서 자유롭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이런 대중화된 서비스도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대학교부터 대학들이 밀접한 대학가, 수많은 커피숍과 기업 시장을 공략했지만 무선LAN은 고객들로부터 사랑받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연구가 공개된적은 없다. 다만 노트북 사용자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가를 공략했다는 점, 기업 시장에 필요한 관리 편의성과 보안 문제를 등한시하다가 기업 고객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다는 점, 또 보험맨들이나 영업맨들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가격제도의 준비 미흡 등을 실패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성만을 내놓은 와이브로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전국 커버리지가 되면 자연스럽게 가입자들이 몰려갈까? 기자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왜 이동통신은 단기간에 그 많은 가입자들을 모으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단순한 이동성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이 이동중에도 가능했기 때문이 아닐까? 유선 전화를 보완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완전 대체 가능한 서비스기 때문에 그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려고 했고, 그 많은 가입자들이 앞다퉈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을까?
현재 와이브로의 포지셔닝은 이런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재 입장이 강하다. 보완재의 이미지를 빨리 털어버리고 대체제로 전환하지 못하면 초기 커버리지가 한정돼 있다고는 하지만 철저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보완재의 입장을 벗어나려면 VoIP(Voice over IP) 서비스 밖에는 달리 해법이 없다.
정보통신부는 언제쯤 와이브로 통계를 공개할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통계 발표 업무를 단행하는 담당자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와이브로가 떠야 와이브로 가입자 통계도 공식적으로 세상에 등장할까? 기자의 단견으로는 그 통계가 햇볕을 보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한편, 이런 서비스 사업자들이 초라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관련 장비와 단말을 제공하는 삼성전자는 와이브로용 노트북을 출시한데 이어 '삼성 모바일 와이맥스 서밋 2006’에서 와이브로 복합 단말기 '디럭스 MITs'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CDMA 1x EV-DO를 통해 인터넷과 무선데이터 서비스는 물론, 음성통화와 화상통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윈도우 XP 기반의 운영체계(OS)를 채택해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및 캠코더 등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고 있으며 USB를 통해 지상파 DMB도 시청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이 디지털 기기간 융·복합화(휴대폰, PC, 오디오, MP3 플레이어, 게임기,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저장장치의 결합)을 통해 통신,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금융서비스 등 서비스가 결합하는 모바일 컨버전스의 흐름을 담고 있는 첨단 디지털 기기라고 거창하게 포장했다.
와이브로를 사용하기 위해 10만원대의 수신 카드 구매도 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관련 서비스를 받기 위해 수백만원의 노트북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노트북을 신규로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새로운 기능이 갖춰진 제품을 구매할 수는 있지만 기존 노트북 사용자들도 외면하는 서비스를 어떤 신규 고객들이 선호할까?
자사의 노트북에 적용했다면 다른 노트북 제조사들과의 협력 방안이 시장 확산의 촉진제가 되지는 않을까? 삼성전자는 국내를 발판으로 해외에서 관련 장비와 단말기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소기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장비나 단말 분야에서의 우군을 확보하지 못하고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한정된 단말을 공급하는 상황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그리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차세대 통신 인프라 제공 회사로서의 비상(飛翔)에도 비상(非常)이 걸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