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여인천하
근일형의 ‘여인천하’를 읽고
본래 신석기 시대에는 여성의 유방이 셋이었는데, 두 개의 용도는 자식새끼가 빠는 것이고, 나머지 한 개는 남편이 빠는 전용이었지. 그러니까 그 당시 여성은 자식새끼뿐만 아니라 남편까지 먹이고 보살피는 슈퍼우먼이었거든. 남편의 역할은 고작해야 바다에 쳐놓은 통발에 물고기가 잡혀 있으면, 그거나 건져올려서 집으로 들고 오는 어부의 신세였어.
그러다가 어느 날 통발에 넙치 한 마리가 들어 있길래 그걸 건져올렸어. 그런데 아, 그 넙치가 말을 할 줄 아는 넙치였어. 넙치는 자기를 바다로 살려보내면, 모든 소원을 들어주겠노라고 약속을 했지. 넙치를 풀어주고 집에 돌아와, 마누라한테 보고했더니, 마누라 왈, 그걸 그냥 풀어주는 ‘미련 곰퉁이’(어디서 많이 듣던 표현이다? 알고 봤더니 우리 마누라가 나한테 자주 써먹던 호칭이다)가 어디 있느냐고 호통을 쳤어.
그래 그 다음부터는 넙치를 불러내서, 그때마다 마누라의 소원을 차례대로 읊어댔고, 마누라는 그 순서대로 화려한 옷에 궁궐에서 호화롭게 살 수 있게 되었어. 그런데 그때도 여자의 욕심과 허영심은 끝이 없었던지, 마지막으로는 로마 교황이 되고 싶다고 했어. 바다로 가서 마누라의 소원을 그대로 읊었더니, 넙치는 아무 말도 없이 물속으로 사라지더래. 집으로 돌아왔더니, 마누라의 호화 궁궐과 삐가삐가한 옷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본래의 오두막에 거지 차림의 늙은 마누라만 남았더래, 하하하.
이건 우리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어부와 금붕어’라는 동화의 줄거리이지만, 실은 독일의 민속학자인 그림(Grimm) 형제가 수집해서 펴낸 ‘그림 동화집’에 실렸던 동화를 번안해서 실었던 건데, 그 동안 이 동화는 여성의 허영심과 탐욕이 끝없다는 주제와 교훈으로 읽혀졌고, 여권운동가들은 이 동화가 전형적인 남성 위주의 상상력에서 쓰여진, 남성의 권력 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동화라고 씩씩거리며 들고 일어난 게 20세기 후반의 페미니즘 운동이었지.
이상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가 폐허가 된 독일의 나찌즘, 또 그걸 제대로 경고하거나 제어하지 못한 기독교에 대한 비판 등을 주제로 삼은 ‘양철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의 후기작 ‘넙치’의 신화적인 주요 모티브들을 내가 요약해본 거야. 말을 할 줄 아는 넙치의 도움으로 신석기 시대로부터 철기 시대에 이르기까지 남성의 理智는 발전해 왔지만, 그들의 理性 위주의 상상력은 급기야 핵무기의 제조로까지 치달려왔다는 게 작가의 현대 문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의 골자이지.
그래서 세 개의 유방으로 남편과 자식새끼들을 먹여 살리던 신석기 시대의 부드러운 여성 권력의 구조를 복원하고자 하는 게 작가인 귄터 그라스의 상상력이었던 거야.
새해 들어 한 달 가까이 나는 우울했다. 금년은 전형적인 남성의 권력의 상징인 龍 두 마리가 설치는 黑龍의 해이기 때문이다. 민족 문제를 오로지 핵과 미사일에 의존해서 폭력과 공갈로만 길길이 날뛰던 金正日이 제 기운에 못 이겨 뻗었지만, 그를 추종하는 癌的 존재가 이 남쪽에도 이리저리 널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壬辰年이 문을 여는 舊正을 앞두고, 新年 政局은 희한하게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007년 與黨 大選 競選 후보로서 金正日의 落點을 받으려고 開成 工團에 가서 노동자들과 춤추고 노래하며 온갖 재롱을 떨던 金槿泰를 하늘이 데려가더니, 급기야는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뿌리는 걸 으레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던 與野가 모두 高承德 의원의 폭로로 기세가 수그러지더니, 朴槿惠와 韓明淑이라는 여성들을 내세우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韓明淑의 과거의 행적을 보면 좌빨 세력의 대표임에는 틀림없고, 이번에 내세우는 여러 정책의 목표에도 좌빨적인 색깔이 듬뿍 담겨있지만, 민족 전체를 감싸려는 오지랖의 범주에서 朴槿惠와 승부를 겨루다보면, 그 好戰性이 많이 개선될 수도 있겠지.
나는 근일형의 상상력도 본질적으로는 여성주의적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특히 ‘고추 말리는 여인’에서 허리께의 맨살이 살짝 드러내는 ‘틈새의 미학’을 포착해내는 그 솜씨야말로 여성주의자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라고 믿고 싶다. 금년에도 근일형의 필치가 여기저기 섬세하게 두루 미쳐서, 그래도 이 세상은 살 만하다는 낙천적인 믿음을 우리 동창들에게 널리 퍼뜨리면 좋겠다.
첫댓글 교수 출신이어서 확실히 아는게 많다.
난 여지껏 여자의 젖은 처음부터 두개밖에 없는줄 알았는데
남편 용이 따로 있었구먼.
새해가 흑룡의 해가 돼서인지 雙龍이 설치는 해가 되는가 보로군.
지난해 보다 크나큰 일들이 많이 벌어질것만 같다.
이 나라에 좋은 일이될지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일이 될지 걱정이외다.
설 명절 잘 쇠시고 서울에 올라오면 한번 봅시다.
과분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구려.
새해에는 부디 좋은 일만 있길 기원합시다.
근데, 그 세번쨋껀 어디붙어 있다가 없어징거요? 없어졌대는 꼬리야 흔적이라두 남아 있지만,,,
사내녀석들의 이지가 발달하면서 마누라 말고도 여자가 득시글이라는 걸 알게 되어,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면서 저절로 퇴화되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