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쳐(Vulture)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번역한 콘텐츠를 편집한 글입니다. (written by 매기 프레몬트)
우리가 '살아남은 아이'를 만난 지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지난 1998년 출판된『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마법사의 피가 섞이지 않은 머글들에게 마법사 세계로 갈 수 있는 초대장을 주었다. 우리는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해리 포터뿐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도 여럿 만났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중 몇 명은 다른 이들에 비해 더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한다. 알버스 덤블도어? 그는 분명 현명하고 신비로우며, 달달한 간식을 좋아하는 넉살 좋은 할아버지지만, 종종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무모함을 보이기도 한다. 거기에 '수염 그 자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수염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아마도 문학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비극적인 인물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념비적인 날에는 다른 이를 위한 축하도 필요하다. 한평생 '불가사의한 인물'로 표현되었던 덤블도어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오른팔로 지낸 사람. 근엄하면서도 사려 깊은, 엄격하지만 친절한 사람. 퀴디치에 관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하면서도 결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패트로누스 세 개를 동시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 마녀 중의 마녀, 미네르바 맥고나걸(매기 스미스)을 소개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력자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통 이름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다. 우선 미네르바는 로마 신화에서 전쟁과 지혜의 여신이다.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는 작명 센스다. 미네르바 맥고나걸은 '가장 어렵고 위험한 마법' 중 하나인 변신술을 가르치는 교수일 뿐 아니라 수학(修學)과 위대함이 성취 가능하다고 믿으며, 머릿속이 얕은 술수로 가득한 질데로이 록허트를 진심으로 경멸하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전투력 측면을 살펴보자. 그녀는 최후의 결투인 '호그와트 전투'의 선두에 선 인물이다. 해리가 볼드모트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일지언정, 호그와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은 미네르바 맥고나걸이었다. 결과적으로 호그와트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잠들어있던 석상들을 깨운 "피에르토툼 로코모토르"를 외친 미네르바가 없었다면 더욱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녀가 "학교에 대한 그대들의 의무를 수행하라!"라고 외치는 부분은 지금 읽어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602 페이지에 있으니 읽어 보고 오길 바란다.
롤링이 미네르바에게 '맥고나걸'이라는 성을 붙인 이유는 꽤나 의외다. 하지만 그녀의 캐릭터를 고려해본다면 제법 그럴듯하다. 롤링이 말하길, 미네르바의 성은 영국 역사상 최악의 시인으로 꼽히는 윌리엄 맥고나걸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의 이름에 왠지 모르게 끌렸다. 이토록 지적인 여성이 '최악의 시인' 윌리엄 맥고나걸의 먼 친척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었다." - J. K. 롤링
전쟁의 여신과 '최악의 시인'이라 불리는 인물의 이름이 합쳐졌으니 대단히 역설적이지만, 미네르바 맥고나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면 이만큼 잘 어울리는 이름도 없다.
맥고나걸은 매사에 진지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해리가 호그와트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맥고나걸을 "절대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여겼고, 롤링 역시 그녀가 상당히 날카로운 사람임을 자주 암시했다. "그녀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채찍처럼 휘감겼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맥고나걸이 무뚝뚝하고 학생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은 맞지만, 감정이 없고 악랄한 인물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는 귀여운 말투와 친근함을 주는 분홍색을 즐기지만, 사실은 뼛속까지 사악한 돌로레스 엄브릿지와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맥고나걸은 강한 의지를 가진 원칙주의자고, 우매함을 싫어하는 동시에 친절하고 감정적인 여성의 표본이다. 그녀는 시리즈에서 자주 눈물을 보였는데, 제임스와 릴리 포터의 죽음, 세드릭의 죽음 이후 해리를 무디의 사무실에서 발견했을 때를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그녀가 해그리드가 생명을 잃은 해리의 몸을 어깨에 이고 오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적으로 가장 크게 흔들렸던 때도 빼놓을 수 없다. 『죽음의 성물』에 묘사된 이 장면에서 그녀는 사상 처음으로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만일 맥고나걸이 해리 포터의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해리가 프리벳가 4번지에 도착한 시점부터 호그와트 전투가 끝났던 순간까지 그녀가 항상 곁에 있었음을 잊지 말자. 우리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첫 장(章)에서부터 미네르바 맥고나걸의 변신 마법을 체험한다. 맥고나걸이 바로 롤링의 마법사 세계에서 처음으로 마법을 선보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덤블도어가 맥고나걸과 해그리드에게 해리를 머글 가족에게 맡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혼란에 빠진 마법사 세계를 질책하고, 제임스와 릴리의 죽음에 울음을 삼키기도 하고, 해그리드가 너무 크게 떠든다는 이유로 꾸짖었다가 해리를 더즐리 가족에게 맡기려는 덤블도어의 계획이 단순히 잘못된 일인 것 같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모습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이는 '외강내유'의 맥고나걸을 완벽하게 대변하는 장면이며, 그녀가 앞으로 시리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를 나타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미네르바는 해리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애정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녀가 단 한 번도 해리를 편애하지 않았더라도, 그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녀는 해리의 이름이 불의 잔에서 갑작스럽게 나왔을 때조차 그를 지지했고,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 아서 위즐리가 볼드모트에게 공격당하는 꿈을 해리가 꿨을 때도 그녀만이 단순한 악몽이 아님을 깨달으며 해리에게 "포터군, 난 자네를 믿어"라고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모범적인 아버지상과 남성 멘토로 가득한 시리즈에서 해리의 인생에 도움을 주었던 강인한 여성을 기억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미네르바 맥고나걸이 대변하는 이미지는 굉장히 특별하다. 헤르미온느, 지니, 몰리 위즐리 등의 여성 캐릭터들과는 달리 그녀의 이미지에는 '모성애'가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전설적인 인물이며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축하받아 마땅하다. 물론 맥고나걸이 이 글을 읽는다면, 인상을 찌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제발 정신 좀 차려"라고 말하겠지만 말이다.